• 달그림자,


  • " 왜인지는, 묻지 말아주길 "



    그 해 겨울, 그가 떠났다 .

    이유는 얘기해주지 않은채로 .



    헤어지자는 말을 하고부터 나를 떠나기까지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









    잠들 수 없는 밤 .

    시계 바늘은 12시를 가리켰고, 오늘이 몇 일인지 알기 위해 달력을 봤을 때 깨달았다 .



    5년째 혼자 맞는 생일이네, 하고 자랑스럽게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







    잠에서 깼을 때 주변은 이미 어둠에 감싸여 있었다 .

    하얗게 저녁달이 떠 있었다 .



    일요일이라 신문은 오지 않았다 .

    대신 전단지라든지가 한 가득 놓여있을 뿐이었다 .



    전단지 뭉치를 재활용 바구니에 쑤셔 넣고는 쇼파에 기대앉았다 .

    ㅡ칠흑과도 같이 검은 하늘,



    그러니까, 이런 하늘과 정반대의 색을 띄던 겨울날 그가 떠났었지 .

    바보같다,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도 바보스럽다 .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

    그에 대한 생각을 떨쳐 내기 위해서 .



    시선은 전화기 쪽을 향하고 있다 .



    뭐, 저녁이니까, 내가 자는 동안 전화가 왔었을지도 모르지, 하고

    그러려니 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섭섭하다 .



    왜 난 혼자서 이렇게 외로운 생일을 맞이하고 있는 거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로 시간 개념이 무뎌지고 생일 축하 인사가 줄었다 .



    이런 게 어른만의 즐거움이라면 역시 싫은데,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지 .



    하지만 세상이 모두 인간 뜻대로 돌아가주는 건 아니니까,

    시간 역시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



    그가 아직까지 내 곁에 있어주었다면 분명 생일을 축하한다는 전화가 왔겠지 .

    ㅡ아니, 사실 그는 내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



    5년째 혼자 맞는 생일, 그 이유 중에는 그도 포함되어 있었다 .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공허함 속에서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렸다 .



    나는 그라는 이름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



    문득 시선이 닿은 것은 거울이었다,

    나 자신의 모습은 비치지 않았다 .



    갑자기 거센 충동에 휩싸여 근처에 있는 물건을 집어들어 거울을 깨버렸다 .

    거울에 비친 달이 나를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아서 깨버렸다 .



    이제는 산산조각이 난 채 나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거울,

    혐오스러워, 혐오스럽다 .



    집어던져진 물건은 시계,

    시침도 분침도 초침도 모두 분해되어 원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



    ㅡ마치 마구 흐트러진 나의 시간처럼 .



    아픔, 아픔, 아픔 .

    그와의 추억이 흩어질 때마다 느껴지는 심장의 고통 .



    견딜 수 없어, 창문마저 깨버렸다 .

    그의 잔상이 떠오를 것만 같아서, 깨버렸다 .



    손에서는 피가 흐른다, 선혈은 하얀 옷자락을 흠뻑 적신다 .

    ㅡ아아, 꽃이다, 꽃이 되었다 .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에 대한 생각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한동안 상처를 들여다보았다 .

    이런 아픔쯤은 괜찮아, 심장을 조이는 듯한 아픔에 비교한다면 .



    무엇도, 이 방의 어느 것도 그를 떠올리지 않게 하는 것은 없다 .



    문득 시선이 닿은 것은 전화기,

    그래, 그는 내게 결코 전화를 걸어온 적이 없었다 .



    하지만 그것 역시 나에게는 어떠한 그리움과 동시에 섞인 가시 박힌 질문으로 돌아왔다 .



    언제나 그를 찾는 것은 내 쪽,

    그렇게, 그렇게 나는 당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존재였어 ?



    닥쳐오는 불안감과 온몸을 휘감을 듯한 공허함 .



    벗어나야해, 벗어나야해 .

    현관문을 열어둔 채 밖으로 달려나갔다, 정신없이 아파트 복도를 뛰어 나갔다 .



    도로 위에 닿는 것은 맨발, 쓰리다 .

    하지만 그런 아픔은 차마 깊이 생각할 여유도 없이 뛰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 거리에서 그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



    정신없이 달렸다, 지쳐서 더 이상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

    하지만 그럴 수록 정신은 맑아져만 왔다, 아플 정도로 그에 대한 생각만이 떠오른다 .



    우연히 닿은 곳은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변함없이 흐르는 강,

    그 위에 하얀 달이, 아니 달그림자가 춤추고 있었다 .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거야 ?

    다시 충동, 다리 난간 위로 올라섰다 .



    이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곳은 없어,

    망설임 없이 강에 몸을 던졌다,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춤추고 있는 달을 흩뿌려 놓기 위해서 .













    ㅡ나는 여전히 그라는 이름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오랜만에 다시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

    요즘은 즉흥적으로 소설을 쓴다기보다는 시간 빌 때 공책에 써두는 편이네요,



    읽어주신 분들 모두, 언제나 평안하시길 :)

댓글 3

  • 아일린ゴ

    2005.08.01 15:06

    스카이지크누나 안녕.ㅇ _ㅇ이히히 , 오랜만이야~
    여전히 소설실력은 변함없네 , 내가 따라잡기 틀렸어<
  • genjo sanzo

    2005.08.01 16:48

    우와아아아/// 지크지크♥ 오랜만이다아!! 소설좀 자주 올리라구!![<- 그러는 너언!!!]
    흠,, 그건 그렇구, 여전히, 소설은, 멋지구리 하군, ºㅁº乃
  • [레벨:9]id: 하늘

    2005.08.01 18:36

    오랜만이에요, 스카이님 소설. - 울먹
    감동입니다, 정말이지 대단하세요. -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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