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공은 같이 안 왔어? "
" 요즘 저보다 더 많이 생각할 사람에게 맡기고 왔어요. "
" 더 많이 생각할 사람?    바람이라도 난 모양이구만 - "
" 아, 뭐.............. 치명적인 바람이죠. "
" 치명적이라, 삼장이라면 몰라도 - 니가 그 정도로 말하는거 보니 괜찮은 놈이랑... "


오정은 앞에 놓인 커피를 집어들었다.



" ....... 맞아요. "
" 뭐? "



커피잔이 크게 요동쳤다.




" 장난치는 거지? "
" 그럴리가요. "




잠시 머뭇거리던 오정은 눈을 찌푸리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팔계는 입술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 그래서,   지금 오공과 삼장을 같이 내버려두고 왔어? "
" 아마도 그렇겠죠 - "
" ..... 의외인걸.   나는 니가 평생 죽어도 오공을 옆에 데리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설령 오공의 마음이 떠났다해도. "
" 오정은 나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



커피잔 속으로,

액체가 떨어졌다.




" 하지만 이번에는 오정이 틀렸어요. "
" 팔계.... "
" 물론 그러려고 했어요. 삼장에 대한 오기로, 친구에게 지기 싫은 오기로, 내 것을 놓기 싫어서,
  그러려고 했어요.      
  오공은 제가 먼저 놓기전에는, 절대 저를 버릴 수 없다는걸 확신 했었으니까. "



오정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 어느 날 우연히 통화하는걸 들었어요. "



[ 싫어- ]



" 무언가 느낌이 이상하다는걸 알았죠, 이미 오공과 삼장의 관계는 알고 있었으니까. "



[ 나도.... 삼장 좋아해, 아니 많이 사랑해. ]




" 하지만 실제로 들으니까, 막상 현실을 마주하고 보니 눈물이 나더라구요.
  어지러워서 간신히 벽에 기대어 서 있었어요. "



[ 삼장은 팔계랑 친구인거잖아, ]




" 삼장은 혹시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던게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죠. "




[ .......... 그렇게 팔계한테 상처 주면서까지, 나 행복해지고 싶지 않단 말이야! ]




" 그런데 이상하죠, 그 말을 듣는 순간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아니,   오공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한심스러워 졌어요.
  그래서인지도 몰라요,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이. "
" 그동안 잘 참았구나. "
" 그런가요? 칭찬..... 인거죠? "
" 뭐, 그쯤으로 해 두지. "



오정은 짧아져버린 담배를 끄고는 식탁 옆 조그만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 어제부터 계속 내리더군. "
" 그러게요. 장마 기간도 아닐텐데 - "
" 지금 내리는 비도 언젠가는 그치는 거잖아?   모든 일에도 끝이 있는것처럼. "



창 밖을 바라보던 팔계의 눈이 커졌다.



" 그 끝이 좋든 나쁘든, 그래도 좋은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하게 될거야. "
" ...... 오정이 멋있는 말을 할 줄도 알다니 놀라운데요? "
" 나도 꽤 멋있는 남자라구. "
" 오정에게 내려오길 잘한 것 같네요. "
" 아, 멋있는 말 한마디 더 - "



팔계는 식어버린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 혹시 알아? 이별 뒤에 새로운 사랑이 있을지. "













아직 뒷부분을 다 쓰지 못했어요ㅠㅠ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