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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별 거 아냐. 언제나 곁에 있었던 존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 것에 대한 충격이랄까...
뭐...그런 존재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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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시간 째다.
두시간째 팔계는 진흙투성이가 된 채 같은 자세로 오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팔계의 눈빛에서 모든 것을 알아차린 오정은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표정이다. 오히려 후련한 것 같기도 하다.
팔계의 입매가 야물딱져 보인다.
"어딜 다녀오는 길인가요?"
"..."
"내게는 얘기할 수 없는, 그런 곳인가요?"
비웃듯 말하는 팔계의 목소리에 발끈한 오정이 말을 잇는다.
"그렇게 얘기하지마! 좋아, 다 털어놓지. 바보원숭이에게 다녀오는 길이었어."
"바보원숭이..."
'낯설지 않은 호칭이다.' 라고 생각한다.
무미건조한 오정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퍼진다.
"그 이름이 낯설다고는 못할거야."
낯설지 않다구요?
내가 알았던, 알아야할 사람인가요?
"저.오.능. 이게 원래 네 이름이었어."
그게 내 이름이었다구요? 장난해요?
내 이름은 팔계라구요! 저.팔.계...
"6년 전 꼭 오늘같은 날이었어... 그날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지..."
아아, 웬지 들으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오정의 목소리는 인정사정없이 팔계의 귓 속을 파고 든다.
"난 여느 때처럼 카드를 하다 별 거 아닌 일로 기분을 잡쳐서 집으로 가고 있었어..."
그랬다. 난 예전에 저오능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이었다.
친누나를 사랑했지만 지키지 못했고 나마저도 요괴로 변모되어 거의 죽어가던 찰나에 오정의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요괴학살범으로 몰려 수배 중이던 난 삼장에 의해 새로운 인생을 얻게 되었다. 팔계라는 이름과 함께...
그 후 삼장, 오공, 오정, 나 이렇게 네사람은 서역으로 여행을 떠났고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는 고생을 한 끝에 모든 일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다시...
"그렇다면 뭔가가 이상하잖아요. 왜 오공과 삼장의 이야기는 없는거죠? 왜 내 기억에 없는 건가요?"
오정의 얼굴이 침통해진다. 팔계는 그런 오정을 보며 다그치듯 묻는다.
"어서 얘기해요, 뭔가요?"
"휴우...다그치지마.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 얘기해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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