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nNa bE [ ː4 ]
  • 조회 수: 216, 2008-02-06 03:54:51(2004-08-28)



















  • 「 안녕이란 인사대신, 물기어린 동그랗고 커다랗던 너의 눈 」
                                                                   ver. 저팔계, 쿠보타 마코토
















    [ 하카이? 오늘 시간있어? 좀 보자- ]



    녀석에게서 전화가 걸려온건 그 날이 몇일 지나지 않아서였다.
    왠만해선 전화를 받지 않는데 그날따라 끈질기게 울어대서 한번 받아본게 녀석이였다.
    마땅히 할일도 없고 녀석하고 있다보면 무슨일이 생길것만 같아서- 그래서 쉽게 승낙했다.

    전화를 끊고 점점 쌀쌀해져가는 날씨때문에 얇은 외투를 걸쳤다.
    그 까페라면 별로 멀지도 않고, 대충 얇게 차려입고나가도 별 상관 없을거 같다.

    밖으로 나가려고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열자, 순간 차가운 공기가 훅 끼쳐왔다.
    그 차가운 바람때문에 안그래도 예민한 피부가 꽤나 곤욕스러웠다.
    그래도 역시 차가운 바람이라는건 방안이나 내 안에 있던 혼탁한 공기를 몰아내는거 같아서 기분이좋다.
    바람은 얼마가지않아 멈췄다. 아직 '겨울'이 아니라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걸까.

    현관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벌써부터 제각각 고운색으로 물든 단풍들이 바닥에 떨어진다.
    아까의 바람때문인제 구석에 쓸어모아놨을 나뭇잎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져버렸다.
    저걸 쓸어놓은 사람도 참 대책이 없지. 바람 잘 부는 날씨에 빨리 버릴것이지-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어렸을때는 엘리베이터가 왜 그리 싫었는지 모른다.
    맹수가 사람을 잡아먹듯이 쩌억-벌리는 듯한 입이나. 훅 끼쳐오는 불쾌한냄새.
    그리고 영화에서보면 항상 일어나는 엘리베이터에 혼자갇히기.
    무섭거나 두려운건 아니였지만, 괜히 불쾌했고 찜찜했으며 정말 싫었다.

    이번 아파트는 지은지는 오래됐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번에 공사한터라
    엘리베이터 안에선 얼마지나지 않은 페인트냄새와 머리아픈 나무냄새가 진동했다.
    그래도 역시 탈 수 밖에 없는건 귀찮게 저기 끄트머리에 있는 계단까지 가기 싫어서였다.

    1층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음이 들리고 다시한번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내가 미처 나가기도 전에 시끌시끌하게 소리를 내던 작은 꼬맹이들이 올라탔다.
    그리고 뒤를 이어 부녀회장(혼자살아서 부녀회장이 자주 찾아왔었다.)님이 탔다.
    나에게 밝에 웃으며 인사를 하는 부녀회장님에게 살짝 고개를 꾸벅이고는 그 자리에서 비켜나왔다.

    엘리베이터가 닫힐 때 까지 안에서 깔깔대는 아이들의 소리가
    내가 아파트에서 나갈때 까지 아파트 안 가득히 울려퍼졌다.


    정문을 통과해서 큰길가로 나왔다.
    이 길을 쭉 따라서 걷다보면 어느새 약속 장소인 '로즈'라는 까페에 도착하게 된다.

    천천히 걸어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게된다.
    역시 구경할 것이 많아서인가. 양쪽길가로 노점상들이 즐비해있었는데,
    나물이나 생선은 물론이요, 과일이나 머리끈, 심지어 자잘한 가정용품도 팔고 있었다.

    뭐, 난 노점상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아파트 상가 지하에 꽤 큰 매장이있으니까.
    가깝기도 가깝고 아무래도 길가에 있는 노점상들 보다는 더 깨끗할테니까.
    그런생각 때문인지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노점상인들도 왠지 모르게 답답해보였다.


    까페는 2층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난 역시 계단 오르는건 별로다.
    그래서 까페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왠지는 모르지만 거의 2층 이상이니까.
    하지만 '로즈'는 아파트와 가깝기때문에 전에도 와본적 있는곳이고,
    '로즈'의 입구가 바로 이 계단이기때문에 그리 불만은 없다.

    문을 열고 올라가면 다른 문을 열 필요도 없이 바로 까페들이 들어나있는, 그런 구조였다.
    이런 구조는 꽤나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계단이 싫은 사람도 불만은 없으니까.

    계단을 한칸한칸 밟고 올라가면 갈수록 은은하게 풍겨오던 쟈스민향이 더욱 짙어오는걸 느꼈다.
    왜 이 까페 이름을 '로즈'라고 했을까. 쟈스민향이 나는 까페라면 차라리 '쟈스민'이 더 괜찮을텐데.

    계단의 끝에서 커다란 푯말같은게 서 있었다.
    언제나 보는거지만 정말 이 표어같은 글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사람과 같이오세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가세요-' 라는 표어같은 식상한 문구.

    영원이라든가 평생이란 말 따윈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충동적으로 하는 '말' 일뿐. 결국엔 그 무엇도 아닌게 되는거다.
    하지만 아직 그말을 믿는 사람들은 꽤 된다. 결국엔 버려지지만.
    식상한 말들을 믿는다면 그 사람들은 사랑따위나 운운하는 '하찮은 인간'이 되 버리는거다.

    푯말에서 눈을 떼고 탁자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저쪽 창가 구석에서 녀석이 어설프게 웃어보이며 손짓을 한다.

    가까이 다가서자 은은한 쟈스민향을 덮어버릴듯 진한 바닐라향이 풍겨왔다.
    내가 아주 잠깐 인상을 찌푸리자 녀석은 '미안미안-'이란 말을 중얼거리며 옆에 창문을 열어제꼈다.
    녀석이 왜 창가에 앉았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역시 담배를 피우고 환기를 위해서라는건가.



    - 너 안 올줄 알았어. 고등학교때부터 다른 사람 신경 쓰는 녀석이 아니였으니까.


    - .. 별로 싫어하진 않아. 바람도 쐴 겸.



    녀석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녀석이 날 그렇게 잘 알고 있었던걸까.
    뭐, 나도 녀석에 대해서 녀석이 날 알고있는정도라면 알고있었다.
    대강의 성격까지도. 몇가지가 틀리긴 했지만. 다른것엔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피사체'에 관심있다니.
    그건 솔직히 진짜 의외였다. 지구상에 어떤것이 녀석의 관심을 끌까- 하는 생각도 줄곧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사진'이라는거나 '피사체'라는건 참 대단한거 같다.



    - 주문하시겠습니까.


    - 음. 코코아 주세요. 설탕 가득 넣어서요.



    녀석이 원래 저렇게 웃음을 흘리고 다니던 녀석이였나? 아아. 조금 얼빵한 면은 있었지.
    여자종업원이 녀석에게 관심이 가는건지 '두분이서오셨어요?'라든지 '이 주변에 사세요?'라는
    그런 말들을 녀석에게 건냈고, 녀석은 별말 없이 웃어넘긴뒤에 내 쪽을 바라봤다.



    - 하카이? 넌 뭐 먹을거야.


    - 어? 아.. 카푸치노로 주세요.



    화장으로 가면을 만들어 쓴 종업원은 살짝 윙크라는걸 녀석에게 보여주고는 카운터쪽으로갔다.
    왜 윙크를 한거지? 눈 주변에 주름살 때문에 가면이 깨질지도 모를텐데.
    여자종업원은 뭐가 그리 좋은건지 다른 남자종업원이랑 시시덕거리며 웃고있었다.
    이쪽을 힐끔거리는걸 보니 아마 녀석 이야기라도 하는가보다. 뭐..'저남자가 나한테관심있나봐-'라는.
    녀석을 모르는 사람들만 내뱉은 그런 이상한 말들을 내뱉고 있을것이다. 가면쓴 여자는-















댓글 2

  • genjo sanzo

    2004.08.29 13:23

    아싸, 내가 일빠!!!!!!!
    아앗,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 [레벨:3]ANI[R]。

    2004.08.29 15:37

    허헛 이빠인가-ㅅ-<-
    이번편도 재밌게 읽었어^-'
    가면슨 여자가 인상적이었어'ㅁ'* 윙크를 하면 가면이 꺠져버릴텐데라는 그 생각도 좋았고'-'*
    항상 조용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서 이번편도 좋다>ㅁ 다음편 기대할께, 힘내!>ㅁ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notice [레벨:16]우니 14427 2011-02-24
notice 운영자 20030 2004-04-29
notice 우니 21014 2003-08-16
notice 버닝 19744 2003-07-16
3616 아일린ゴ 188 2005-09-04
3615 genjo sanzo 192 2003-09-20
3614 [레벨:3]KS삼이♡ 192 2004-07-16
3613 [레벨:4]타이 197 2003-05-16
3612 [레벨:3]id: 론짱 197 2004-03-07
3611 신비쨩♡ 199 2004-05-01
3610 [레벨:1]soMe 203 2004-08-26
3609 [레벨:2]☆관세음보살★ 206 2004-06-13
3608 [레벨:5]™민트향민º 207 2003-07-13
3607 [레벨:3]花戀[화련] 207 2003-09-27
3606 [레벨:3]/Say[세이] 207 2004-03-07
3605 [레벨:3]id: 건방진 론♡ 208 2005-03-01
3604 허준의 탕약 210 2005-07-16
3603 [레벨:24]id: KYO™ 211 2003-09-09
3602 [레벨:2]은이 211 2004-08-16
3601 [레벨:5]라퓨엘 213 2004-01-05
3600 [레벨:3]id: 명이 215 2003-08-29
3599 [레벨:5]밍쿠 216 2003-09-13
3598 [레벨:3]id: 행복한론짱 216 2004-05-24
[레벨:1]soMe 216 2004-08-28

SITE LO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