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피스] 벚꽃이 지면... 7.
  • 조회 수: 790, 2008-02-10 14:49:28(2003-08-20)
  • 날개가 잘린 나비가 퍼덕인다..

    작은 몸을 애처롭게 떨며 내 손위에서 고통에 일그러져 있다.

    피인 듯한 액체가 내 손바닥에 끈적거리며 달라 붙었다.

    그리고.. 나비는 그 아름다운 날개를 잃고 증오의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
    .
    .


    벌써 삼일이 지나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1년보다도 길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

    “..하아..”

    늘어지게 한숨이 터져 나오고 내 눈은 이미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땐

    녀석이 있을 방안을 보고 있었다.

    아니.. 이런 곳에서 창문쪽만 뚫어지게 봤자 침대 위에 누워있는 그 녀석이

    보일 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거기다 그 녀석은 이로써 5일째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내 죄책감은 커졌고 녀석의 자는 모습을 훔쳐보러

    밤에 몰래 엿보러 가는 간 큰 짓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저 녀석의 손목에 난 상처만 보면.. 속이 뒤집힐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 탓이라는 죄책감과 무거운 죄악감.. 평생 돈으로도 갚지 못할

    빚을 진 것 같은 느낌을 도저히 떨쳐내 버릴 수 없었다.

    “마을이다! 마을이야!!”

    루피의 목소리가 동쪽 간판쪽에서 들려 왔다.

    평소 때 보다 들뜬 목소리가 대충 저 먹보녀석의 머리 속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저기 내리면 실컷 밥 먹자!! 고기도 먹고 야채도 먹고 과일도 빵도 과자도 아이스크림도오~~!!!”

    “…………….”

    그것 보라지 않은가.

    역시 내가 생각한 그대로다.

    저런 녀석이 해적 왕이 되겠다니… 지나가는 개가 다 웃겠다.

    물론.. 고무인간이란 특성이 장점으로 떡 하니 버텨주고 있긴 하지만..

    “조로 조로!! 넌 뭐 먹을거야? 난 소고기튀김(?)하고 ..여러가지 등등!”

    “……………..”

    어느새 바로 코앞까지 와서 또다시 먹는 얘기를 꺼내는 녀석이 존경스럽기 까지 하다.

    이 녀석은 자기의 선원 중 한 사람이 중상?을 입고 5일째 혼수상태로 누워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나 한걸까?

    “응-? 조로!! 뭐 먹을 거냐니까! 어엇! 말 안하고 내 꺼 다 훔쳐먹을

    속셈이지!! 엉!”

    “….혼자 배터지도록 먹어라.. 난 여기서 낮잠이나 주무시련다..”

    “어? 낮잠? 배 안고파?”

    “..애석하게도 난 너와는 달라서 말이지..”

    “그-래? 난 벌써 뱃가죽이 등판하고 달라붙어서.. 이것 봐..”

    “…………..”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옷자락을 들어올리고 나에게 보라는 시늉을

    하는 녀석은 본체 만체하고 등을 돌린 채 눈을 감았다.

    뒤에서 또다시 투덜거리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괜히 신경질 부렸다간

    싸움만 나고 더 피곤해질 것 같아서 계속 자는 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잠 따윈 오지 않는데도 말이다.

    “루피? 조로? 여기서 뭐하는 거야 – 마을로 안내려가?”

    “앗 !! 내려갈거다! 갈거라고!”

    “빨리가 쿡쿡. 우솝은 벌써어 내려가서 마을 음식을 쓱싹하고 있을걸?”

    “으악!! 그 녀석!! 내가 먼저 싹쓸이 할려고 했는데!!!”

    “쿡쿡..”

    병아리의 나지막한 웃음소리와 루피가 배를 내려가는 소리가 귀에 울린다.

    얼마나 급하게 내려가는지 쿵쾅 소리가 메아리쳐 .. 도저히 갑판 위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후우. 정말 제대로 쉴수도 없군..”

    불평을 있는 대로 늘어 놓으며 누운 몸을 일으켜 바닥에 앉았다.

    순간 눈 앞에 햇빛에 비쳐 보이는 그림자..

    가느다란 몸체.. 나미.. 일명 병아리였다.

    물론 이렇게 부르는건 나 뿐이지만 말이다.

    “..조로..”

    “….?”

    왠일이지.. 여느때 같았으면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잔소리를 시작했을

    병아리가 오늘은 왠지 낮은 음으로.. 말했다.

    익숙하지 않다..

    “여기 .. 있을거야?”

    “……….?”

    너무나 심각하게 묻는 병아리를 보고 난 금방 그 말에 대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뭘 걱정하는 거야?”

    “…..”

    “..걱정 마. 환자한테 손댈 정도로 발정하는 변태 놈은 아니니까..”

    “….! ..나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그럼 무슨 뜻이었는데?”

    “………….”

    병아리는 더 이상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자기가 한말이 내심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고는 배를 뛰쳐 나갔다.

    이제 이 곳엔 녀석과 나 단 둘뿐이었다.

    그리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는다.

    저번 처럼 미친 듯이 녀석을 범하고자 하는 마음도 생겨나지 않았다.

    왜 일까..

    아니.. 차라리 지금 상태가 좋을지 모른다.

    녀석의 면상을 보지 않고…. 계속 지내다 보면 잊혀질 것이다.

    그래.. 사람들이 말하는 끈덕 지근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닌 이상..

    금방 잊혀지겠지..

    하지만.. 어느 샌가 내 눈동자는 녀석이 있는 방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아직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
    .
    용서 받고 싶었다.

    날개를 잘린 불쌍하고 애처로운 나비에게..

    어떻게 해야 .. 대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사죄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또 생각했다.

    그리고.. 아까 전 나비의 피가 묻은 칼을 빼 들었다.

    나비를 자를 때 보다도 훨씬 더 무감각한 마음으로 내 팔을 두 동강 냈다.

    동맥이라도 건들인 건지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며 인형 팔처럼 잘린 그 것은

    바닥을 굴러다녔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 끝을 강하게 마비시키듯 찌르기 시작했다.

    자르지 않은 한 쪽 손 위에 있는 나비를 바라보았다.

    이제 용서 받을 수 있겠지. 나도 너와 똑같애..





    +++

    벚꽃이 지면 7편끝 입니다^^;
    으음. 첫번째 나비의 내용하고 마지막 나비의 내용이 이어지는 건 아시죠?
    하핫.. 저건 ..확실하게 표현은 못하겠지만 대략 앞에 나올 상황을
    정확히는 아니고… 비묘사적으로 표현한 건데요.
    저거랑 똑같이 되지는 않습니다.
    나비의 날개가 잘렸다고 상디의 팔이 잘린 게 아닌 것 처럼요..하하..근데
    좀 으스스~..하군요-_-;;쿨럭..
    흠. 상디는 언제쯤 깨어나는게 좋을까요.. 한.. 9편이나 10편쯤 깨어나게 할
    예정이지만 아직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후후…. 조로가 더욱 괴로워?한 뒤 깨어나게 할까요..;
    흠흠. 그..그럼 담편기대해주세요^-^
    코멘트주신분들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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