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디스트 2부 - 82
  • 조회 수: 785, 2008-02-10 14:49:28(2003-06-24)
  • ..난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어느새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데도

    멈추지 않았다.

    얼마나 달린건지 슬슬 다리에서 통증까지 전해져오고 이마의 주름은

    있는대로 좁아져 있었다.

    거친 바람에 저항에 밀려 어수선해진 머리카락을 정돈할 틈도 없이

    달려야 했다. 그 이유는.....


    저기 멀찌감치 뒤에서 쫒아오는 빌어먹을 자식때문이라고는 말 하지 않겠다-_-



    "이 바보변태자식아!! 왜 쫒아오는거야!!"


    제발 쫒아오지 말아달라는 애처로운 속마음과 함께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저 둔한 녀석이 내 그런마음을 알아줄리가 없다는것은

    녀석의 다음말을 들으면 지나가는 개도 알수 있었을 것이다.


    "니가 도망가니까 그렇잖아!! 너야말로 왜 도망가는 거야!!!"


    녀석도 체력이 바닥나 가는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소리치는게 들려왔다.

    하지만 정말 내가 왜 이렇게 미치도록 뛰는지 이유를 모르는 걸까?!

    난 여전히 젖먹던 힘껏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고 소리쳤다.


    "그 이유가 궁금하면 니 손에 들린걸 잘 보라고!!!"

    "....뭐?"


    내 외침을 듣고 녀석이 잠시 멈추어 스고 자신의 손에 들린것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또한.. 뛰는것을 멈추고 그런 녀석을 보았다.

    그리고... 더욱 화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날 보고 외치는 녀석의 말에

    난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이게 어쨋다는 거야?! 나의 진심이 담긴 푯말을 무시하겠다는 거야-?!

    이거 만드느라 내가 꼬박 밤을 샌지 모르는거냐고?!

    너와의 뜨거운 00와 XX를 하고 #%@도.. 할려고 했는데 그걸 다 참고 ..!"

    "그게 잘못됬다는 거야!!!///"


    큭..점점 길거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자식은..... 저 자식은 부끄럼이란 단어를 모른다는거야 뭐야!!

    어떻게 이런 길한복판에서 저런 상스런 단어를 입에 담을수 있는 거냐고..!!

    거기다 저 녀석이 든 팻말에는..

    [I LOVE YOU 오공!! 부끄러워 말고 어서 내게 초콜릿을 줘!]

    라고.. 커다랗게 수놓아 써있었다-_-

    ..그렇다. 오늘은 성 발렌타인 데이.

    저 녀석이 초콜릿을 받고 싶어할거라는 것정도는 당연히 예전부터 짐작하고도 남았지만..

    꼭 저렇게 광고를 해야하는거냐고!!!!


    "제길..... 아무리그래봤자 너따위한테 초콜릿따위 안줄꺼야!!!!!"

    "뭐???!!!"


    녀석이 벙져가지고 놀란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쳇.. 꼴좋다. 혀를 내밀고 메롱-하며 녀석을 골려주고 다시 있는 힘껏 뛰었다.

    이제 안쫒아오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녀석은 내 기대를 져버리고 힘차게 뒤쫒아 달려오며 외치고 있었다.


    "너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발렌타인은 평소 좋아하던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며 고백하는 날이라고!!!

    그런데 안준다는게 말이되에에에에----!!!!!!!!!!???????"


    거친 바람때문에 말끝이 길게 늘어지는게 들렸다.

    이미 주위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갈 생각도 안한채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다..

    제길.... 분명 지금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되있을것이다..

    아니 홍당무보다 더 빨갛게 붉어져 있을거다..

    "너 따윈 정말 싫다고!!!"

    "....."

    너무 화가 나고 주위의 시선이 부끄러워서 나온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삼장의 다음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자 녀석이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익숙치 않은 녀석과의 진지한 상황에 얼떨떨해서 가만히 그자리에 나도 서있었지만..

    곧이어 똑바로 마주친 녀석의 보라빛 눈동자에 얼어붙듯..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어느새 다시 달리고 있었다.

    숨이 다시 차오르고 다리가 쑤시는데도 이상하게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신체의 고통보단.... 무언가.... 알수없는... 깊은 고통이 느껴졌다.


    .
    .
    .




    "하아...."

    녀석의 모습이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된지 한참이나 되서 근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제서야 온몸에 배어오른 땀이 실감나게 느껴졌고 목은 메말라 물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

    다행히 이곳은 공원이었다. 한발도 내딛기 어려운 내가 물을 맘놓고 마시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그대로 천천히 걸어가 물이 쏟아오르는 분수대의 물을 마셨다. 약간..

    아니 많이..지저분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찬물 더운말 따질때가 아니었다.


    잠시 후 어느정도 목도 축이고 기운도 차린 나는 다시 아까의 벤치로 가 등을 기대고

    앉았다. 고개를 젖혀 푸른 하늘을 보니 아까전의 일이 생각났다.

    쪽팔리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날 쫒아오던 녀석.

    싫다는 말 한마디.

    그리고 더이상 쫒아오지 않는 녀석.


    ..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내가 싫다는 말을 할때마다 녀석은 무척 상처입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까처럼 말이다.


    ".........."


    또다시 욱씬거린다..


    뭐야.. 내가 잘못한게 아닌데.. 결국 모두 그 녀석 잘못이었잖아..

    또다시 목이 메말라 갔다... 뜨거운 햇살때문도 아니었다..

    기력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 그저...... 그저...



    "....저기요...."

    "......."


    꽤 가까운곳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가느다란 목소리에 더이상 깊게 생각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

    10미터 전방쯤 한곳에 고상해보이는 여자 한명이 키가 큰 한 남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낯이 익다.... 누.......


    ......


    "-_-;;;;;"

    그건.. 삼장이었다.

    금발에 보라색눈이 그 녀석 밖에 더있겠는가..

    언제 여기까지 또 쫒아온건지..

    벤치뒤쪽으로 몸을 숨기고 그 둘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는 사이인가...

    그 여자는 여름의 뜨거움때문인건지 얼굴을 붉히고 삼장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저....발렌타인데이...."

    "........"


    "......!"


    뭐야.. 저 여자가 내민건 틀림없는 초콜릿상자였다.

    우리학교학생이라도 되는걸까....? 아무리봐도 처음보는 여자애인데 말이다.

    그래도 나한테 그렇게 초콜릿을 받고 싶어하던 녀석이었으니..

    저렇게 귀여운 여자애가 주는거니까 더이상 나한테 초콜릿을 강요하지 않겠지.?

    왠지 한숨이 쉬어 나오고 그 장면을 계속 지켜보았다.

    녀석이 저 여자아이에게 뭐라고 하는게 보인다.

    그 소리가 워낙작아서 여기까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을 대충 파악할순 있었다.

    울상이 되어가는 여자애의 얼굴표정으로..

    점점 차가워져 가는 삼장의 표정도..

    여자애에게 할말을 다했는지 삼장이 다시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상자를 여전히 든채로...

    "..저.. 저 녀석!!"

    내가 숨어있는데도 이렇게 큰소리를 낸 이유는 ..

    녀석의 행동에 놀람을 금치 못해서 였다.

    녀석은.... 아주 차가운 표정으로 결국은 울면서 도망치는 여자애를 싹 무시한채

    초콜릿상자를 심각하게 구겨 공원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녀석은 나에게만 다정했다. 아니 다정이라고 말할수 있는걸까..

    잠시 의심스러웠지만 다른 사람한테 대하는 행동과 나한테 대하는 행동의 차이점을

    보면 분명 다정하다고 말할수 있을정도였다.

    지나가는 남자가 시비라도 가볍게 붙여오면 바로 날아가는 주먹질...

    만약 내가 시비걸었다면 절대 그러진 않았겠지.

    "..............."

    잠시 생각해 잠겨있는데 허스키보이스가 가까운곳에서 들려왔다.

    ".....오공......"

    "....으악!"

    삼장이었다-_-;;;완전 생각에 잠겨서 제대로 숨는것조차 하지 못했던것이고...

    결국은 들킨것이다-_-;;;

    "사..삼장."

    "......."

    녀석은 날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돈이 없으면 줄테니까... 초콜릿... 줘."

    ".....-_-;;"

    녀석의 말을 한참이나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던 난 녀석의 말에

    황당함을 금치못했고... 왠지 아까의 장면이 떠오르고...

    홧김에 소리쳤다.

    "..싫어!!"

    "........그래?"

    "......"

    녀석은..... 또다시 상처입은 표정을 짓고 더이상 아무말도 안한채 뒤돌아 갔다.

    푯말은 어느새 던져버리고 말이다..

    ...바보녀석. 상처받은 사람은 나야... 나라고....

    "............"



    .
    .
    .




    "어.. 오공님. 도련님은 자고 계신데.. 깨워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대신 조용히 해요. 아저씨.."

    ".....? ....아..... 네..^^"

    잠시 머뭇거리던 아저씨는 내 손에 들려있는 물건을 보고서야 웃음을 참으며

    물러나 주었다.. 제길.... 뭐가 웃기다는 거야.... 또다시 오늘 낮처럼 붉어진

    얼굴을 힘겹게 감추며 삼장의 방에 들어섰다.

    훤히 열린 창사이로 달빛이 비쳐 삼장의 얼굴부분만을 밝히고 있었다.

    "........입다물고 있으면 너도 멋진데 말야...."

    조심스럽게 중얼거리며 삼장의 머리맡에 우산모양의 초콜릿을

    올려다 놓았다. 아주 값비싼 것도 아니고... 겨우 동네슈퍼에서 파는 천원짜리

    싸구려초콜릿이지만 말이다.

    "..으음..오공..."

    "..엇..! 깨..깻어..?"

    ".....초콜............릿..............쿨......."

    "..........."

    잠꼬대였다. 이 녀석.... 그렇게 초콜릿을 먹고 싶었나....

    왠지 웃음이 나왔다..... 천하의 야쿠자 두목에.... 최고의 주먹이란 녀석이..

    이딴 초콜릿하나에....

    "...잘자라."

    삼장의 이마에 가볍게 베이비 키스를 남긴후 자리를 떳다.





    그러고보니... 꼭 착한어린이한테만 선물을 주는 산타할아버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예외인건




    저 녀석은 절대로 착.한 어린이가 아니라는 점이지만 말이다.


    +++

    발렌타인데이편 끝이에요^^;;
    어때요;? 괜찮았나요.. 헤헷;
    담편기대해주세요~그럼즐거운하루;

    +++








댓글 14

  • 하늘빛구슬

    2003.06.24 23:02

    음~재밌어어어~>ㅁ<

    언니야~

    다음편도 기대만빵~!!
  • [레벨:1]최유기

    2003.06.25 00:14

    풋... 삼장 너무 귀여운데요..쿡쿡[탕탕!]
    이번편 원츄였습니다>ㅁ<
  • [레벨:3]id: genjosanzo

    2003.06.25 06:32

    훗~~
    삼장 오공에게 초코렛을 받기위해 필사적인!!
    >>ㅑ~~~~~
    담편두 빨리 빨리 >_<
  • [레벨:9]id: 손고쿠

    2003.06.25 17:28

    역시 잼있습니다^^
    담편 부탁 드릴꼐요^^
  • [레벨:8]id: N-top

    2003.06.25 23:03

    >ㅁ<~

    삼장의 이런 모습 처음이야~>ㅁ<[탕!]
  • [레벨:3]티아고쿠ⓖ

    2003.06.26 17:12

    꺄아>ㅁ<-

    삼장군 너무 러브리 큐티 해!!!! +ㅁ+[탕탕탕-]

    담편 원츄유유유우우우~[퍽]
  • [레벨:1]Mystery

    2003.06.28 18:01

    아앗! -ㅁ-
    시험이 원수야! 그동안 못봤잖아! [버럭 버럭]
    아아, 잘 못 봤어요..[눈물]
    아마도요..[자포자기 상태.]
    아아, 세비니 님의 글을 읽으니 폐인이 되는 걸 참을 수는 있겠군요.[하하핫?]
  • =☆최유기★살앙=

    2003.06.29 16:39

    우와아아앗-!!!!!!;
    ~-ㅅ-~ 오공은 부끄럼 쟁이 ~-ㅅ-~
    어쨌거나 삼&공 커플 짱-ㅅ-bb
  • [레벨:3]id: yume[슬럼프]

    2003.07.01 16:08

    =ㅅ=~// ㅋㄷㅋㄷ... 너무 재미있다우~ 비니언니~
    >_< 참... 오공두.... 줄거 먼서 미리 주지 그랬어. 하하하.
    삼장도... 참 끈질기게. 따라붙는 행동이 너무 재미있었다는~
    역시 비니 언니의 소설은 짱! 와따라우~
  • [레벨:1]땡중

    2003.07.04 12:18

    세비나 사랑해 ;ㅁ;
  • [레벨:3]id: 남혜경

    2003.07.06 10:36

    꺄핫--귀여버엇!!
    1> ㅁ<1만세휘~~
    이에 오공.>-///-야!! 난 쪽팔려어--
    나>클클클...그럴까? 그럼 이자리에 삼장을 모시겠습니당.
    곧이어 나온 삼장>후후후훗...고마워....오공....우후후훗....
    오공>으읏...-_-^ 야....
    나>우후후후...아, 이 자리에 오정과 팔계도 모시겠습니당!!
    오정>헐. 야, 오공. ...나한텐 안주냐?
    갑자기 나타난 홍해야>나두 줘~~오공~~
    팔계>후후훗...저는 '우니의 최유기 세상'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초콜릿이 너.무.나. 많지만 실상으로 많지는 않으니까 제 마음을...
    삼장>...안어울려.
    팔계>후후후...^-^++++
  • 最遊記LOVE

    2003.07.15 14:45

    ^-^ 삼장 재밌어요~ 앞으로도 그런 재미있는 삼장으로 남아주세요~[타앙-]
  • Saiyuki

    2003.08.10 12:29

    또 남기네요^-^
  • [레벨:5]루첸

    2003.10.20 19:43

    나도 초콜릿이 너무 좋아요♡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590 촌놈J 776 2004-02-14
589 [레벨:8]미서년살앙 776 2003-08-19
588 센츠(S.C) 776 2004-02-28
587 운영자 778 2004-05-17
586 [레벨:8]미서년살앙[우울] 779 2003-06-21
585 [레벨:8]∑미서년살앙™ 780 2004-01-12
584 [레벨:3]금빛추종아피 782 2003-11-27
583 [레벨:3]세비니 782 2003-06-04
582 우니 785 2004-05-14
581 [레벨:3]금빛추종아피 785 2004-01-14
[레벨:3]세비니 785 2003-06-24
579 [레벨:24]id: KYO™ 786 2003-07-18
578 [레벨:3]세비니 788 2003-06-05
577 [레벨:1]紫色 790 2004-05-05
576 [레벨:3]세비니 790 2003-08-20
575 [레벨:3]세비니 792 2003-09-02
574 [레벨:3]세비니 795 2003-04-26
573 [레벨:8]미서년살앙[우울] 795 2003-06-21
572 [레벨:3]세비니 800 2003-10-22
571 [레벨:8]미서년살앙 800 2003-07-27

SITE LO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