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천국 -4
  • 조회 수: 793, 2008-02-10 14:49:36(2003-09-02)

  • 이게 다 그 녀석 때문이다.

    내 탓이라는 말은 하지 마라.

    그래. 다 그 자식 때문이었다.

    박카스를 주랬지. 언제 먹여달라고 했냐 이 말이다.

    덕분에.. 학생시절에도 받지 않았던 정학을 먹게 된 난 양호선생이란 직책아래

    나같은 인간은 없을거라며 다른 선생들의 뜨거운 비난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오랜만에 일찍 돌아온 집은 썰렁하기 이를데 없었다.

    청소부아줌마도 아직 안와서 아침에 나간 그대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고

    티비를 틀어봐도 유쾌한 코믹프로하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에 있을땐

    항상 집에 가서 뒹굴고 싶다 라거나 생각했었는데 막상 쫒겨나고 집에 머물러 있으니

    그런 생각이 도통 들지 않는다. 이게 바로 실업자의 처량함인건가..

    내가 이런걸 경험하게 될 줄이야..

    "..후우.."

    리모콘으로 티비를 끄고 쇼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 넓지도 않은 집인데도 부엌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먼듯한 느낌이 들어서

    짜증나기 그지 없었다.

    찬장을 열어보니 프림이나 커피알등 여러가지 조미료들이 꽉 차 있었다.

    다시 옆찬장을 열고 얼마전에 산 강아지머그컵을 꺼내 든 후 커피를 만들었다.

    물론 블랙커피였다. 쓴듯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이 내 입맛에 딱이었기 때문이다.

    "읏.. 앗 뜨거!!"

    커피를 다 만들고 아직 뜨거운 상태에서 마시려하자 커피가 약간 새고 내 손등에 닿았다.

    너무나 뜨거운 기운에 소스라치게 놀라 그 자리에서 팔짝 뛰었고

    동시에 손으로 잡고 있던 커피잔이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커피잔은 운나쁘게도 내 다리로 추락했고 뜨거운 커피기운이 달아오른채

    난 비명을 지르며 욕실로 뛰어갔다.

    다행히 그리 심한 화상은 입지 않은 듯 했지만 커피가 흘러내린 곳이 따가워 눈물까지

    맺힐 지경이었다.

    "..제길..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거야."

    저절로 욕이 튀어나오고 눈살이 찌뿌러졌다.

    학교에서 올때 교감이 전해줬던 가방을 만져보았다.

    빵빵하면서도 부드러운게 옷가지같은것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조심스레 열어보니



    "....."


    그 곳엔 양호선생용 가운이 들어있었다. 가슴쪽 부분엔 진하게 내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걸 줬다는 뜻은.....

    "..다신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얘긴가.."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지는 듯한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이대로 정말 혼자가 되버리는 건가..

    일거리도 못찾고 길거리 부랑자로 전락하는 걸까..

    "하아아..."

    아무래도 아까 생각한 것이 내 진짜 미래가 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그 때였다.

    딩=동

      
    "......."

    딩-동

    ".....?"

    이런 시간에 누구지.. 내 기억테이타상 이 시간에 찾아올

    시간적여유가 있는 친구라든지.. 동료라든지는 없었다.

    이모님이 평소라면 내가 없을줄 뻔히알면서 이 시간에 올리도

    없고 온다고 해도 바로 열쇠로 열고 들어오지

    저렇게 끈질기게 벨을 누르진 않을 것이다.

    딩-동

    다시 한번 벨이 울렸다.

    택배라도 온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한 마음에 문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난 그 날 문을 연것을 평생토록 후회하게 되었다.





    .
    .
    .



    "..너...너.."

    "선생님! 안녕하세요!!"

    "............"

    현관문앞에 서서 날 향해 우렁차게 인사하는 이 녀석은

    바로 지금 내가 이 시간에 내 집에 있게한.. 장본인이었다.

    맘 같아선 흠씬 두들겨 패주고도 남았지만 저 녀석은 대체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싱글벙글 해바라기 같은 웃음을 보이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녀석은 양심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걸까..

    "너.. 여길 어떻게."

    "움.. 교무실가서 몰래 선생님 주소알아냈어요 !

    얼마나 힘들었다고요.."

    "..........."

    순간 할말을 잃고 말았다.

    뭐 ? 교무실 ? 주소 ?

    이 자식 위험한 녀석일세-_-;그게 학생이 할짓이냐 학생이!

    ..하지만 지금의 내겐 이런 잔소리를 해야할 의무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반은 짤린 학교의 학생에게 그것도 날 이렇게 또다시

    실업자로 만든 놈에게 내가 뭘 해준단 말인가.

    오히려 저 녀석의 금빛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화가 치밀

    지경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멍청하다 못해 상황파악 못하는 저 바보땜에

    분노가 오히려 사그라들었고 한숨만 푹푹 나왔다.

    날 여전히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녀석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거실의 커다란 쇼파로 걸어가서 몸을 뉘였다.

    그리고 대충 손짓을 이리저리 해보이며 아직도 멍하니

    현관앞에 서있는 녀석에게 말했다.

    "..아아..그럼 이제 내 얼굴도 봤고 용건 끝이지?

    얼른 집에나 가라. 꼬맹아."

    "..꼬..꼬맹이 아니예요!"

    청소년기의 커가는 애한텐 실례의 말이었는지 녀석이 대뜸 내게 소리쳤다.

    하지만 저 녀석은 같은 또래녀석들보다도 더 작은걸...

    그런 생각이 드는건 당연한게 아닌가.

    "아..알았으니까. 얼른 가. 선생님은 자야겠으니까."

    "......."

    "..가라니까 뭐하는 거냐?"

    "......."

    "......?"

    녀석은 이상하게도 현관문에 목석처럼 박힌채 움직이지 않았다.

    아까보다도 더욱 고개를 숙이고 ..

    "............."

    "............."

    그게 거의 1분간 지속되니 아까 핑계로 내던졌던 말이 현실이 되버렸다.

    정말 졸리기 시작한것이다.

    결국 하품까지 크게 나오고 .. 난 녀석을 다시 바라보았다.

    대체 왜 저러는건지.. 고개를 밑으로 푹 숙인채 차렷자세를 하고 아무말 하지 않는 것이

    무척이나 신경쓰이게 만드는 녀석이었다.

    "야.. 왜 그래. 어디 아프냐?"

    그로부터 몇분이 더 흘렀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녀석을 보며 또다시 양호선생의 투철정신이라도

    발휘되는 건지 난 녀석을 걱정해 쇼파에서 일어나 현관쪽으로 다가갔다.

    내가 코앞까지 다가갔는데도 녀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막연하게 숨쉬는 소리가 귓가를 통해 들려올 뿐이었다.

    "..야. 꼬맹아.."

    ".............."

    꼬맹이라고 불렀는데도 대답하지 않는 녀석..

    ..가만히 손을 내밀어 녀석의 머리털을 만져보았다.

    검은빛이 도는 갈색머리카락 분명 요즘 노는 녀석들처럼 염색을 해서 저렇게 됐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염색한 머리치곤 너무나 부드러웠다.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넣자 그대로 손가락사이로 흘러내려버리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느낌이 좋았다.

    그것 뿐이었다.

    "선생님!!"

    "어? ... 어?!"

    녀석이 드디어 반응을 보이나 싶더니 갑자기 달려드는 바람에 한쪽발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던

    나는 당연히 뒤로 넘어질수 밖에 없었다.

    뒤통수에서 피라도 날것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을 처음만났을땐 안면에 정통으로 축구공을 맞았었다.

    그런데 이번엔 뒤통수인가..정말 가지가지한다..제길.

    난 힘겹게 몸을 일으킨 후 녀석에게 소리쳤다.

    아까 내가 헤집은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뻗쳐져 있었다.

    "이 자식이!! 말을 하고 움직이던가 해야 할거 아냐!"

    ..이게 아닌것 같은데..에라 모르겠다.

    난 이어서 맹렬히 녀석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도대체가 널 만난 이후로 되는일이 하나도 없.."

    "선생님!!"

    "...어?"

    소심하게만 보이던 녀석이 갑자기 큰소리를 치니 놀랄수 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몇발자국 물러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곧바로 헛기침을 해대며

    녀석에게 말했다.

    "뭐야. 할말있으면 해봐."

    "..저...저.."

    "?"

    "저....."

    녀석이 또다시 뜸들이기 시작했다.

    정말 사내놈이 뭐저렇게 소심하냐!! 제기랄. 화까지 날려고 한다.

    다음에 언제 기회가 되면 저 녀석이 정말 남잔가 여잔가 확인해봐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 나였다.

    "..저..!"

    "'저'그러니까 뭐냐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차갑게 답하니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 반짝이는 금빛눈동자로

    날 응시하며 말했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

    망상천국4편끝입니다^^;;
    어떤가요? 헤헷;; 잼있으셨다면좋을텐데..
    오공의 결혼해주세요!의 진정한 의미는??
    담편기대해주세요^^즐거운하루되세요.

    +++

댓글 10

  • ˘º레몬파이º˘

    2003.09.02 16:11

    뭐...뭔가요...=ㅁ=;;
  • [레벨:8]미서년살앙

    2003.09.02 16:19

    ㄴㄴ?

    제목한번 독특하군.[버엉]
  • [레벨:5]라퓨엘

    2003.09.02 17:56

    -_-a
  • [레벨:9]네코메이

    2003.09.03 00:58

    ....누굴까..[버엉]
    궁금해;ㅁ;//
  • [레벨:9]id: 손고쿠

    2003.09.03 21:10

    결혼이라 너무 빠르것 아닐까요^^;
    세비니님 다음편 부탁드립니ㅏㄷ^^
  • [레벨:3]티아고쿠ⓖ

    2003.09.04 16:33

    아앗!
    드디어 망상천국 [4편>ㅁ<]
    삼장..
    그러지말고 그냥 우리학교 양호실로!!+ㅁ +
  • 윤지니

    2003.09.08 15:04

    결....혼....
  • genjo sanzo

    2003.09.09 19:44

    아아아.....=ㅁ=;
    겨....결혼을 해달라니.....-_-;
  • [레벨:1]최유기

    2003.09.12 17:56

    헉.ㅇㅁㅇ;; 겨..결혼이라니.ㅇㅁㅇ;;;(그래도 좋아하고 있다;ㅁ;)
  • [레벨:3]愛〃Ruzi

    2004.02.13 23:37

    호..혹시 오공군......... 삼장을 여자로 착각한것.......?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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