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 아니면 운명 ( 7-2 )
  • 조회 수: 120, 2008-02-06 05:21:55(2004-02-25)


  • ----------------------------------- 우연, 아니면 운명 ( 7-2 )


    카나 : 테즈씨......?

    이루 : 무슨 의미인거야?


    여전히 그의 입은 웃고 있었다.        ㅡ 그러나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 허공을 바라보는 듯한.
    카나의 시선이 자신이 쥐고 있던 머그잔에 머물렀다.



    카나 : 이루, 컵을 버려!



    카나는 자신의 컵을 던지며 외쳤다. 이루가 쥐고 있던 컵 역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이루 : 에엑- 옷이 다 젖어버렸다.

    카나 : .... 그래, 그랬던 거네. 「cold beam」(콜드 빔).



    천천히 카나는 일어섰다. 그녀의 손에 얼음이 모이고 있었다.
    테즈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카나 :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나를 보냈던거지?        재료가 필요하니까.

    테즈 : 뭐, 아까도 말씀드리려 했지만... 너무 코코아를 맛있게 드시니까 갑자기 말할 마음이 없어지던걸요-

    이루 : 목표는 카나?

    테즈 : 뭐... 반은 맞았군요♡



    카나를 따라 일어서던 이루의 다리가 비틀거렸다. 카나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지만,   다시 테즈를 향했다.
    이루의 얼굴에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이루 : 뭐, 뭐야... 지금, .... 아 ㅡ

    카나 : 그저 평범한 인간들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한 다음 그 틈을 노렸던거군?     무슨 약이지?

    테즈 : 카레이드스코프.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예요, 단순히-        



    테즈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손에는 얇고 푸른빛이 도는 검이 들려 있었다.



    테즈 : 당신을 편안히 보내주기 위한 계획일 뿐이니까요.

    카나 : 이루!!

    이루 : 아, 아........... 다가오지마.... 오지마!

    테즈 : 생명엔 지장이 없다니까요.      단지, 당신이 조금 이상하게 보이겠죠?



    테즈는 자신의 검을 어루만지며 이루를 바라보았다. 재미없다는, 시시하다는 표정ㅡ 속에 감추어진 미소가 보였다.
    이루는 괴로운 듯 자신의 머리를 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테즈 : 뭐... 저 아이의 어둠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아픈 기억인 것 같군요.

    카나 : 그럼,        그 전에 널 먼저 죽여주도록 할까?

    테즈 : 동료의 손에 죽는 성격은 아니죠? 뭐, 나야 그쪽이 더 편할수도 있겠지만. 자, 그럼.



    테즈의 사라짐과 동시에 카나의 낮은 욕설이 들렸다.
    이루의 손에 들려있는 푸른빛의 검, 이루에게 주기 위한 것이었나 하고 카나는 생각했다.



    카나 : 이루.

    이루 : 내가 죽인거야. 내가 죽인거나 다름없어, 그렇지?

    카나 : 이루!

    이루 : 나한테 나타나지마. 내가 죽이지 않았어, 그러니까 더 이상 찾아오지마!



    카나는 이루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이미 이루의 동공이 조금씩 뿌옇게 흐려져가고 있었다.
    순간 이루가 쥐던 검이 카나의 날개와 허리를 베고 지나갔다.      붉은 자국이 바닥에 떨어져 옷자락을 적셨다.

    카나 자신도 머리가 울리는 것을 느꼈다.



    카나 : 도, 도데체 무슨 환영인거야? 하, 나마저 약에 빠지면 안되는데-

    이루 : 내가... 내가 또 죽인거야? 또 죽어버릴거야? 내가 또 죽여버렸어?



    비틀거리는 걸음, 카나가 뒤로 물러난 만큼 이루의 발자국이 앞으로 향했다.



    카나 :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이루 넌,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구!

    이루 : 사랑했는데... 왜 이렇게 괴롭지?  괴로웠어, 언제나 날 찾아오는 그 소리가 반가웠지만.... 괴로웠어.



    자신의 어깨를 향해 내리치는 검을 카나는 꼭 쥐었다. 떨리는 손을 타고 끈적한 덩어리가 흘러 내렸다.
    ㅡ 이루, 울고있어?



    이루 : 내가 죽인거나 다름없었어. 그래서... 그래서 항상 괴로웠던거야. 내가.... 죽어야 했던 걸까?

    카나 : ..... 그렇게 죽고 싶었던거야?



    순간 이루의 걸음이 흔들렸다.



    카나 : 어째서?



    자신의 상처를 누르고 있는 카나의 손가락도 흔들렸다.



    카나 : 하지만.......  하지만 살아있다는건 소중한거잖아?       그렇게 괴로웠던 기억도, 살아있는 한 언젠가는 환한 빛으로 물들수 있고-

    이루 : 환한..... 빛...?

    카나 :  ........ 그렇게 자신을 믿어주는 누군가를 만날수도 있는거니까.



    [ 죽지마, 카나.        내가 아닌 그런 누군가를 만날때까지 ]

    [ 널,        사랑한단다. 너는 꼭-      너를 믿어주는 사람을.... 그런 사람을, 만.... 나렴 ]

    챙그랑-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루가 쥐고 있던 검이 떨어졌다.
    쓰러지는 이루를 안아 든 카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카나 : 아아아아,          진짜 이루한테 죽는 줄 알았잖아. 손도 엄청 쓰린걸-




    잠들어버린 이루를 확인한 카나는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카나 : 나중에 내가 뭘로 보였는지 꼭 물어봐야지.

    테즈 : 즐거우셨나요?      생각보다, 일찍 끝난 것 같군요-



    카나는 이루를 한쪽 벽에 기대어 놓았다. 그린빛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있었다.



    카나 : 나를....... 얕보지 말라구, 테즈씨-    「ray wing」(레이 윙).



    가볍게 땅을 박차오른 카나가 싱긋 웃었다.
          


    테즈 : 「blades」(블레이즈) !

    카나 : 「windy shield」(윈디 실드).  



    날카로운 칼날이 바람의 벽에 부딪혀 점차 사라져갔다.
    카나의 미소에 테즈는 무언가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카나 : 아직도 모르겠어? 「evocation」(에보케이션).



    그리고 카나에게서 생겨난 붉은 검이 정확히 테즈의 배를 관통했다. 새빨간 피가 공중에 흩어졌다.
    카나는 테즈의 귀에 속삭였다.



    카나 : 나는                  강하다구ㅡ

    테즈 : 그랬나.... 요....?

    카나 : 헤에, 죽는 순간까지 웃는거야?

    테즈 : 그렇게... 그 사람에게 배웠..... 으니까.



    카나의 검은 다시 사라졌다.  테즈의 호흡마저 끊어진 조용한 숲의 적막이 흘렀다.



    이루 : ....... 역시 강한걸.

    카나 : 뭐야, 잠든거 아니었어?




    카나는 다가가 이루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싱긋 웃었다.



    카나 : 그럼, 일단은 가까운 마을로 가야겠지? 일단은 환영에서 풀려났다 해도 해독은 해야하니까.

    이루 : 니가 다친건 왜 빼먹는거야? 도데체 여자애가 맞는건지 아닌건지...



    이루의 불만에 카나는 잠시 기분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금새 이루를 번쩍 안아들었다.



    카나 : 아직 걸을 기운은 없지?

    이루 : 뭐, 어쩔 수 없다구.

    카나 : 마법 쓰긴 귀찮고 날개도 이렇게 됐으니-  오랜만에 걸어서 가 볼까?



    카나의 목을 끌어안은 이루의 손이 떨렸다. 차가운 액체의 느낌이 카나의 어깨에 닿았다.



    이루 : ........ 엄마로 보였어.

    카나 : 뭐?

    이루 : 날개를 달고 가벼운 분홍빛 머리를 가지고 있는 너는-      내가 상상하던 엄마의 모습이었으니까.



    이루의 떨림이 카나에게 그대로 전해져왔다. 이상한 기분, 카나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루 : 이상하지?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하필이면 아빠한테 맞아 죽어가던 엄마의 형태만 또렷하다니.

    카나 : 이루...

    이루 : 어차피 내가 죽인거나 마찬가지였어. 죽어가는 엄마를 보고만 있던 나 역시, 엄마를 죽인거야.

             항상 엄마의 기억이 나를 괴롭혔던 거야. 죄책감에 시달리고 죽기를 바랬었지.

             나처럼 울고 있던 서년을 데려 오면 무언가 구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아까 너의 기분을 이해했던 건지도 모르지.




    부드러운 숲의 바람이 둘의 머리를 흩날리고 지나갔다.




    이루 : 그치만 죽어가던 엄마는 나에게 그랬어-     어째서였을까?


            
    [ 널,        사랑한단다. 너는 꼭-      너를 믿어주는 사람을.... 그런 사람을, 만.... 나렴 ]



    카나 : 널 원망하지 않으니까.

    이루 : 카나...

    카나 : 그렇게 비뚤어진 애정으로 받아들이는 우리를 원망하지 않으니까.



    멍해있던-    이루의 표정 역시 밝아졌다. 무언가 카나를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루 : 응, ...... 만났으니까.

    카나 : 무슨 말이야?

    이루 : 아무것도 아니야!



    멀리서 서년과 준의 목소리가 언뜻 들리는 듯 했다.




    카나 : 용케 알고 여기까지 왔네-        칭찬이라도 잔뜩 해줘야겠는걸?




    시원한 바람,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마음.                  ㅡ 널 좋아해.












    에;
    쓰고보니 악역분들이 한번도 못나왔군요ㅠ  (용서를;)

    코멘 달아주시와요♡

댓글 11

  • 이루[痍淚]

    2004.02.25 23:32

    오오오!!나와 카나의 단독!!![죽어!!!!!!!!!]건필하세요~
  • [레벨:3]죽무

    2004.02.25 23:33

    아, 널 좋아해-_-* [괜히 부끄러워한다]
    이번편은 뭔가, 뭔가 감동적?!; 인가요; [그걸 물어보면 어떡해;]
    헤에, [ 죽지마, 카나. 내가 아닌 그런 누군가를 만날때까지 ]
    누구의 대사일까....-_-;
  • [레벨:3]잔디ㅇ_ㅇb

    2004.02.25 23:52

    막판에 테즈님.....이 너무 불쌍하잖아아아~(절규)
    (어째서어어;ㅁ;)
    왠지 러브러브 모드로 갈 것 같은 ......다음 편을 기대할게요...!!!
  • [레벨:3]카나리아

    2004.02.26 00:23

    러브러브모드라니..[발그레]
    테즈의 그사람은 누구일까요-
  • ㅇr리랑

    2004.02.26 00:37

    ㅇㅅㅇ...........> <//////꺄아> </////수줍은 고백 원츄야~
    /이루한테 맞는다/
  • [레벨:8]∑미서년살앙™

    2004.02.26 00:48

    오오, 뭐야뭐 이상한 분위기로<-즈,ㄹ
  • 직냥a[狂風]

    2004.02.26 01:18

    =_=// 멋지네........ 아아.... 건필하세/
  • [레벨:6]망울냥♥

    2004.02.26 10:01

    용서를 해드리겠습니다아♥<-
    소설 내용이 멋졌어요-♥<-
  • ˚aisku。

    2004.02.26 10:37

    앗- 멋있어- 멋있어어어어어-
    그렇지만 나 등장이 없으...[투ㅡ쾅]
  • [레벨:9]ねこ[네코]

    2004.02.26 13:48

    ......설마 러브소설?! [틀려!!]
    어쨋든 왠지 분위기는좋았....<- [뒷산으로 끌려가기]
  • [레벨:4]엘레스요 하트

    2004.02.28 10:22

    이루와 카나가 러브러브로..되어버리고..있다는;

    열심히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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