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시계 - ver. 하가렌, 로이에드



  • " 응? "

    머스탱 대령의 집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그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대령은 미소 지었다.

    땋아 내린 금발에, 금색 눈동자.
    에드워드 엘릭, 강철의 연금술사.

    하지만 대령의 얼굴에는 곧바로 의아한 빛이 비쳤다.
    소년의 굳어져 있는 얼굴, 그리고 손에 쥐고 있는, 정확히 보이지 않는 물건.

    그리고_...

    " 강철. 여긴 왠일이지? "
    " 왜, 불만이야? "
    " _... 그건 아니지만. 맡은 임무를 아직 완수하지 못한 걸로 알고 있는데? "

    에드의 입은 굳게 닫혀진 채 열리지 않았다.

    _... 임무라면, 에드에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가까운 마을의 시찰이랄까.

    그가 특별히 거부할 만한 이유도 없었다.
    임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면,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에드가 대령의 책상 앞으로 걸어왔다.

    " ... 오늘은, 이걸 돌려주러 왔어 "
    " _...? "

    에드는 대령의 책상에 탁 소리가 나게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올려 놓았다.

    " ! "

    대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책상 위에 놓여진 그것.
    국가 연금술사의 증표인,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은시계였다.

    대령은 에드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미간에는 다수의 주름이 잡혀있었다.

    " 이게 뭐지, 에드워드 엘릭? "
    " ... 보고 있는 대로야. 은시계지 "
    " 이게 뭘 뜻하는 지 모르는 건가 "
    " 알고 있어. 국가 연금술사라는 증표지 "

    대령은 더욱 더 어리둥절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이것을 왜 다시 내놓는다는 말인가.

    " 이 은시계를 내놓는다는 게 어떤 뜻인지 모르는 건 아닐텐데? "
    " 알아. 국가 연금술사라는 직위를,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이름을 버리는 거지 "
    " _... 그렇다는 말은, 국가 연금술사를 그만 둔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 거냐 "

    에드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의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딱딱한 얼굴은 그 은시계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해보이기까지 했다.

    " 이유가 뭐지? 어째서 강철이라는 이름을 버리겠다는 거냐 "
    " ...... "

    에드가 고개를 숙였다.

    "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나? 네가 국가 연금술사가 된 것은, 너와 동생의 몸을 다시 되돌려놓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
    " ...... "
    " 너는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한 건가? 그렇다면 그 팔을 대체하고 있는 오토메일은 뭐지? "

    대령의 계속되는 물음에도, 에드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바닥을 쳐다볼 뿐이었다.

    대령은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국가 연금술사를 그만 두는 것인가.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대령은 에드가 그를 불편한 사람을 만나듯이 대하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다.

    _... 이렇게 그만두면, 더이상 만날 수가 없게 되는 거군.
    아니, 어쩌면 그걸 바라는 것일지도.

    이런 나에게 질려 버린 거냐.
    하긴. 뭐, 그런 사이도 아니었지만.

    대령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에드는 그 표정을 미처 보지 못했다.

    " ... 국가 연금술사 에드워드 엘릭, 타당한 이유를 대라. 그리고, 나는 아직 이걸 되받겠다고 대답하지 않았어. 원한다면, 너는 이걸 다시 가져갈 수도 있다 "

    _... 제발, 제발. 에드워드 엘릭.
    다시 가져가겠다고 말해다오.

    하지만 에드는 그의 기대를 벗어났다.
    소년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물론, 대령을 직시하지 않고.

    " 국가 연금술사를 계속 해봤자,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아. 차라리 그만 두고 알과 자유롭게 현자의 돌을 찾으러 다니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 "
    " ...... "

    에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섰다.
    그러나 대령은 그렇게 에드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 에드워드 엘릭_... 그건 진짜 이유가 아닌 것 같은데? "

    입에서 멋대로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 무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
    " 그러니까, 내 생각에 너는 지금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억지다. 대령은 지금 억지를 쓰고 있었다.
    에드의 말은 하나도 틀릴 게 없었다.

    솔직히 말해, 요즘 에드가 현자의 돌을 찾는 일은 전혀 진전이 없었다.

    " ...... "

    하지만 에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_... 이거, 맞아 떨어진 건가.
    어쩌다 대령이 내뱉은 말은 맞는 말인 모양이었다.

    " 자아. 강철. 진짜 이유를 대라 "
    " ...... "
    " 어서 "
    " ...... "
    " ... 강철, 무슨 말이든지 해보란 말이다!!! "
    " 시끄러워!! "

    대령은 정지해버렸다.
    에드가 갑자기 돌아서서 소리쳤기 때문이다.

    " 시끄럽다고!!! 언제나 날 이용해 먹고, 때로는 폼 재고, 뭐든지 다 알고 있다는 얼굴을 하고, 자기한테 불리할 때는 날 어린애 취급하고, 그러다가 시켜 먹을 일이 있다 싶으면 어른이 어쩌구 하면서 계속 이용해먹고!!! "

    폭발하기 시작한 에드.
    대령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대령, 당신한테도 이제 싫증이 났다고!! 질려 버렸어! 그만 둔다면 그만 두는 거야! 난 당신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
    " _...?

    에드의 입에서 지금까지 대령이 알지 못했던 에드의 감정들이 새어 나온다.

    " 어느 순간부터 당신한테 이상한 감정을 느껴버렸다고! 그래, 웃기지만 사랑이야! 하지만 난 당신을 포기해야만 해! 당신은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만 두려고 했어! 당신을 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그런데, 그런데... "
    " _...! "

    순간 대령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렸다.
    에드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 내린다.

    " 그런데... 한심스럽게도, 나는 잊을 수가 없어... 잊을 수 없어... 바보같이... 언제까지나... "
    " ...... "
    " 대령이 날 어린애 취급을 해도 좋았어...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르다 보니까... 그게 아니었어. 날 바라봐줬으면 했어. 다정하게 「사랑해」라는 말을 해주길 바랬어... 하지만, 그런건 절대 이루어질 수 없잖아? 당신은 날 좋아하지 않잖아? 그저, 꿈일 뿐이잖아? "
    " 강철_... "

    에드는 다시 문 쪽으로 돌아섰다.
    그래서, 안타까워 하는 대령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그러니까, 안녕 "

    잠시 눈물을 훔치는 소년.
    그리고, 그의 발걸음이 떨어졌다.

    " 잠깐 "
    " _...? "

    대령의 손이 에드의 어깨를 잡고 자신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순순히 보내주지는 않아! "
    " 대령... "

    대령의 입술이 에드의 입술 위에 포개어진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정지해있었다.

    영화 같은 얘기였지만, 그 동안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다.
    자기 자신도 한심스럽게 느껴버릴만한 생각이었지만, 에드는 순간 이대로 영원히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버렸다.

    대령의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
    생각해보니, 방금 전 부끄러운 짓을 해버렸다.

    에드는 대령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대령은 에드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 볼 수 있도록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 에드워드 엘릭, 사랑한다 "
    " _... ! "
    " 이 정도면, 다정한 거겠지? "

    에드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대령은 조금 당황한 듯 했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을 생각해냈다.
    대령이 에드의 눈가를 핥았다.

    " 대, 대령_... "
    " 울지 마. 다시는 그만 둔다는 말 하지 마. 아니, 그만 둔다고 해도 그만 둘 수 없게 만들거다 "
    " ... 응 ... "

    에드가 수줍은 듯이 웃었다.

    " 그리고, 이것 "
    " 아 "

    대령이 에드의 손에 쥐어 준 것은 은시계였다.

    " 중요한 걸 남한테 함부로 내놔서는 되나 "
    " ... 에에 "
    " _... 그게 있어야, 날 만나러 올 수 있잖아? "
    " 응, 대령... "

    대령이 에드를 뒤에서 안았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 사랑하고 있어... "





    ... 하가렌 첫 패러디 소설; 우우우우웅;
    _... 생각해보면 언제 이런 낯 부끄러운 소설을... (쿨럭)

    어째 어색하군요;
    하가네노 치비 군의 성격이 많이 가라앉았다랄까. (_랄랄라♬_상큼한 미소를 뿌리며 사라진다)



댓글 5

  • [레벨:3]id: 실피乃[鋼]

    2004.04.15 16:18

    어머어머♡
    대령님 - 그상태에서 바로 ABC코스 밟는 겁니ㄷ...[죽어 이자식!!!]
    멋져요옹 -☆!!! [열광]
  • [레벨:9]id: 손고쿠

    2004.04.16 07:59

    아하하 나중엔 z까지 가겠죠^^;;
  • [레벨:6]11.29[아쿠아]

    2004.04.16 19:17

    실피씨!!!너무 멋진 생각이예요♥[맞는다]
    당장 ABC코스를 밟는...[또 맞는다;]
    아아-가라앉은 치비군의 멋진 모습乃[결국 살해당한다;]
  • [레벨:3]스카이지크風

    2004.04.16 19:45

    ... z라니; 그건 대체 어느 경지까지 오른 것입니까;
    ... 오오. ABC 코스라니, 좋습니다. (_笑)
  • 린유z

    2004.04.18 20:30

    허허 ,, ABC 코스라니 ,, ;; ( 머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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