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월달 셋째주 베스트소설 두번째:// ★스트로베리밀 님)
  • 조회 수: 897, 2008-02-10 14:49:47(200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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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월달 셋째주 베스트소설 두번째:// ★스트로베리밀 님)













    소중모메르헨-미치광이독재자.굶주린시민.가면얼굴비서.꼭두각시군인.












































    "..카셀."

    "응?"

    "난 말이지. 정말 지도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어."

    "그럼 뭐 하러 그리 된 거야?"

    "그냥..아무 이유 없이. 사실 나는 땅을 가구는 농부가 되고 싶었다. 아니, 산지기가 되고 싶었어."

    "그럼 그거 내게 줘."

    "뭐라구?"

    "형이 그리 되고 싶다면 그건 이미 필요 없는 거잖아? 그러니까 나에게 줘."

    "카셀.."

    "형이 필요 없다면! 내가 이어 받을 거야. 어차피 천한 여인 밑에서 나온 네가 지도자 따위가 뒬 리는 없었지. 하지만 형이 그 자릴 버린다면 난 그 자릴 이어받겠어!"

    "그만. 흥분하지마..!"

    "난 줄곧 생각해 왔어. 아무리 그녀가 날 타일러도. 난...!!"

    "카셀 너 그 칼은...!!"

    "형의 자리를 찬탈하고 말 거야!"





    옛날 어느 한 나라에 미치광이 독재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옆에는 가면얼굴 비서가 보좌하고 있었고 꼭두각시 군인들과 굶주린 시민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들은 신기하게도 이 미묘하고도 금방 이면 깨져버릴 관계를 몇 십 년간이나 유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시민들은 폭팔 직전이었고 그 젊고 잘생긴 미치광이 독재자는 스스로 파멸에 이를 정도가 되었어요. 물론 그는 겉으로는 절대 내색하지 않았죠. 자신이 무너지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가면얼굴 비서는 하루종일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고생을 해야 했어요. 그가 무얼 하든 시시콜콜 딴지를 걸어야만 했죠. 물론 그것은 윗사람에게 있어 큰 실례이지만 비서는 그의 그런 미친 행동들을 용납할 수가 없었어요. 국민들이 군인에게 죽어나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노동의 시간은 많되 대가는 너무도 싸서 나라가 돌아가는 지경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개망나니라 손가락일 받음에도 그 위세와 무서움에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어요. 그는 속으로 남몰래 빌었죠. 누군가 자신을 죽여 달라고. 자멸해 가는 자신을 구원해 달라고. 그리고 마침내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는지 서서히 톱니바퀴가 굴러가며 시간의 잣대를 재게 되었어요. 자아. 그럼 모두 함께 그 이야기의 전말을 알아 보실까요?

    굶주려 있던 시민 중 한 명이었던 쿄주는 오늘도 배고프고 가난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일만은 성실히 해내는 성실한 청년이었어요. 그는 짙은 밤색의 머리가 아주 매력적이었죠. 그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연녹빛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허겁지겁 잠자리에서 일어나 빵 한조각과 우유 한 컵. 그리고 염소젖으로 만든 블루베리 치즈를 듬뿍 빵에 발라서 먹고는 언제나 했던 것처럼 목에 낡은 머플러를 둘둘 감아 걸치고는 거리로 나왔어요. 그의 볼은 추위에 얼어서 창백해져 있었지요. 하지만 그는 슬프지 않았어요. 그는 언젠가 꼭 돈을 모아서 자신만의 밭을 만들 꿈이 있었거든요. 그는 드물게 이 나라에서 꿈을 지니고 있는 젊은이였어요.

    그리고 그가 작업장에 도착한 시각. 그 곳에는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가끔 지나가는 이도 순찰대 정도 였구요. 그는 계속해서 그곳에서 사람들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자 허탈해서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와와 하면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크게 들렸어요. 그는 무슨 일인가 하고는 밖으로 나와  달리고 달려서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는 미치광이 대통령이 사는 곳이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 있었지요. 높은 건물에 사는 것은 권위의 상징이자 부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나라안에서 가장 높은 건물 안에서 호위호식하며 살고 있었지요. 쿄주는 올려다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탑을 보며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시위를 하며 난장판을 치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군인들이 중무장을 하고 달려들었죠. 가엾게도 연약하기 그지 없었던 그들은 그들이 내려치는 몽둥이에도 피멍이 들어가며 길바닥에 쓰러져 갔습니다.

    쿄주는 당황해서는 사람들을 말리려고 애를 썼지만 그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혼란에 정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는 목소리였죠.

    그리고 그 위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대통령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비서는 얼굴을 있는 대로 구기며 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그가 비서에게 "잘라버리고 신분을 시민보다도 못한 범죄자로 전락하게 해버리겠어."라는 말도 안 되는 협박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어요. 대통령은 반짝이는 은발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미친 듯이 웃었어요.

    "하하하. 사랑스러운 국민들. 하지만 내게 반기를 든다면 그건 용서할 수 없는 적이지..안 그런가 직?"

    비서는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로 그에게 답했어요.

    "그들을 죽인다면 노동력이 줄어들 텐데요, 각하."

    대통령은 비서의 말을 듣고는 이마를 쳤어요.

    "아! 그렇지. 그래...노동력이 줄어들고 말지..하핫. 하지만 상관없어!"

    대통령의 말에 비서는 입을 비죽 내밀고는 모가 난 목소리로 그에게 불만스러움을 나타내었어요.

    "상관없다구요? 그게 무슨 말이죠? 국민이 없으면 나라가 돌아가질 않습니다!"

    대통령은 여유 만만한 자태로 의자에 않아 등을 창가로 하고는 비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탁상 위에 팔꿈치를 내려놓으며 깍지를 끼고는 빙그레 웃었어요.

    "전쟁을 할거야."

    "뭐라구요?!"

    비서는 자신의 귀가 어떻게 된 것인지 의심했어요. 전쟁이라니? 지금 이 난리 중에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만한 가관도 없을 것이었어요. 국민들은 점점 정부를 불신하고 모욕하며 대들고 있었죠. 전쟁시엔 그들을 질서 있게 행동하게 해야 하는데 정부의 말은 통 듣지 않게 되었으니 전쟁이 일어난다면 안 보도 뻔한 일이 생길 것이 분명했어요. 게다가 악독한 독재에 나라는 가난에 시달리고 있어서 더욱이 문제였죠. 비서는 기가 막혀서 탁자를 자신이 내리친 것도 모르고는 굳어져 있었어요.

    "전쟁. 전쟁이다. 아하하하!!"

    ".....!!"

    비서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대체 저 작자의 머릿속은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져. 정말 이상해! 어릴 때에는 장래를 촉망받았던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었는데 왜 이렇게 변하고 만 거야? 생각하는 것도 황당하기 짝이 없고.]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대통령은 깍지 꼈던 손을 풀고는 하얀 외투를 걸치며 일어섰어요.

    "아아. 나 아무래도 나가 봐야겠어 직."

    비서는 깜짝 놀라서 그에게 소리쳤다. 그가 지금 밖으로 나간다면 시민들에게 만에 하나라도 무언가에 맞아 죽어버릴 수도 있었어요. 그녀는 대동형의 옷깃을 잡으려 했어요.

    "안돼요! 지금 저곳에 가셨다간..!"  

    하지만 대통령은 비서는 행해 자신이 그리 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혔고 비서는 하는 수 없이 호위부대를 불러 그를 에워싸게 만들고 나서야 밖으로 나가는 것을 동의했어요. 대통령도 비서가 자신을 걱정해주어서 그렇다는 것을 알고는 알겠다며 그녀의 요구를 따라주었죠.

    이윽고 그들이 밖으로 나가자 밖은 이미 거의 격전이 끝나가고 있는 상태였어요. 승리는 군인들의 몫이었죠. 시민은 군인들의 기세에 눌려 점차 밀리고 있었구요. 그중 한 명의 여자가 덜덜 떨며 바닥에 쓰러 않아 있었어요. 그녀는 바로 앞에서 천천히 다가보는 대통령을 보며 목이 찧어져라 외쳤어요.

    "죽어버려!"

    그러자 호위대원 들은 잠시 흠칫하는 표정을 드러내었어요. 그 여자의 눈이 너무도 표독스러웠기 때문이었어요. 그 여자는 평소라면 자신이 풍겨 내지도 못할 살기를 그들에게 내뿜고 있었어요. 그러나 대통령은 너무나 태연하게 그 여자에게로 다가갔어요. 한 손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총이 들려 있었죠. 대통령이 다가오자 여자는 벌벌 떨었어요.

    "아..아아...!"

    대통령은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머금고는 그 여자의 머리에 총구를 겨냥하며 말했어요.

    "난 말입니다. 사랑하는 국민들을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죽여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지막 가기 전에 인사말로 해드리겠어 아주머님."

    그리고는 그는 아주 작에 중얼거리며 방아쇠를 당겼어요.

    "나 말고는 다 벌레 같은 것들. 죽여도 상관없어."

    타아앙!!


    비서는 고래를 돌리며 그 장면을 보지 않으려 했어요. 후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대통령의 하얀 코트 밑자락에 검붉으면서도 선명한 빨강을 하고 있는 피가 묻었어요. 대통령은 손을 툭툭 털며 그 자리에서 일어나 피가 묻은 코트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어요.

    "갈아입어야겠어."

    그러고는 그는 다시 비서 직과 호위대원들을 이끌고 탑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여자는 머리가 관통 당해서는 피와 뇌수를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어요. 그 모습을 다 보고만 쿄주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여자에게 다가가 아직도 시퍼렇게 뜨고 있는 그녀의 눈을 손으로 감겨주었어요. 쿄주의 눈에는 공포와 증오와 동정심이 한데 모여 복잡한 관계를 이루며 그를 덜덜 떨게 만들었어요.

    그는 더 이상 이런 모습을 보기가 싫었어요. 어릴 적 자신의 붉은 드레스의 추억 속 어머니의 기억마저 떠오르고 말았죠. 그리고 그 여자의 얼굴을 천천히 보던 그의 얼굴은 순간 굳어버리고 말았어요. 그 여자는 바로 그의 어머니와 같던 이였어요. 피가 들러붙어 끈적해지고 더러워진 빛 바랜 금발이라도 분명 머리카락은 금발이었고 눈하며 코하며 입하며 모두가 그가 기억하던 사람의 모습이었어요.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머리에 구멍이 나있다는 것과 계속해서 비린내를 풍기는 피가 넘쳐흐르고 있었다는 거죠.

    그는 결국 이성을 잃어버리고는 한 군인의 총기를 빼앗아 그것을 들고는 한 번도 총을 사용한 적도 없는 주제에 마구 사람들을 향해 쏘아댔어요. 그러나 그는 군인들만을 향해 그것을 쏘았어요. 그러자 서너 명의 군인들이 그의 총에 맞아선 앞으로 고꾸라져 쓰러지고 있었어요.

    "저런...내 소중한 보물인 군인들을 죽이다니. 저놈을 잡아다 고문 실로 데려가!"
    대통령은 군인들이 죽어나가자 화나 나서는 비서에게 소리를 지르며 명령했어요. 비서는 싫은 기색이었지만 그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속으로 후회를 하기 시작했죠. 속으로는 사람들이 죽어 가는 모습에 울분이 터지는데 겉으로는 따를 수밖에 없는 위선적인 자신이 너무나 싫어지기만 했습니다. 그녀는 군인들을 시켜서 쿄주를 고문 실로 데려가라고 일렀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죽었다는 분노 때문에 살인을 했다는 충격에 총을 떨어트리고 바닥에 주저앉은 쿄주를 일으켜 세워선 고문 실로 데려 갔습니다.

    "이, 이거 놔! 난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야. 너희들이... 너희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다치고 죽게 했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쿄주는 끌려가면서 퍼뜩 정신을 차리곤 악을 쓰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우악스럽게 팔을 잡아끌고 가는 군인들의 힘에는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발악하는 것은 단지 고문 실로 끌려가는 시간을 좀 더 느리게 하는 효과밖에 없었지요.

    고문 실에 당도한 그들은 쿄주에게 수갑을 채우고 밧줄로 기둥에 묶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상관이 오기를 조용히 기다렸죠. 대통령은 끌려가는 쿄주를 보고 있었기에 그가 잡히자마자 새로운 외투를 걸치고는 고문 실로 향했어요. 비서는 이번 일로 생겨난 일들 때문에 그 자리에 없어서 그는 홀로 자유로이 그곳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가 내려가는 와중에도 쿄주의 고함소리가 울려서 그의 귀에 들리고 있었죠. 군인들은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습니다. 대통령은 입을 비죽이 웃으며 고문실 문을 열었어요.

    "...넌...!!"

    "아아. 친애하는 국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군인들을 죽인 게 너지?"

    쿄주는 세게 맞아서 눈앞이 하얗게 변한 상태에서도 그를 알아보는지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어요.
    대통령은 쿄주에게 웃으며 다가갔어요. 그리고는 순식간에 얼굴 색을 바꾸어서 쿄주를 노려보았죠. 쿄주는 순간 그의 시선에 움찔 해 버렸어요.

    "...크윽. 망할 자식. 뭐가 친애하는 국민이냐!"

    "이런. 섭하군. 난 그들이 반란을 일으키지만 않았으면 조용히 살았을 사람이야."

    "하핫. 조용히 살아간다고? 그런 말도 안돼는...!"

    쿄주는 입에 고인 피를 뱉으며 말했어요. 그러자 그때 대통령은 어느새 가져온 건지 예의 그 총을 꺼내 들고 있었어요. 쿄주는 그가 자신을 향해 그 총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는 깜짝 놀라버렸죠. 설마 했는데 죽어버리는 신세가 될 줄이야. 그는 눈을 꼭 감아버렸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다급히 들려왔습니다.

    "각하! 멈춰요! 멈추란 말입니다! 아까 그 일 만으로도 이제 살인은 충분하지 않나요?!"

    대통령은 귀찮다는 듯이 뒤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는 자신 앞에서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비서를 보며 빈정거렸습니다.

    "직. 너는 항상 대드는 거냐? 그러다간 정말 잘릴 수도 있다고.."

    그러자 그녀는 비명을 토해내듯 말했어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하지 않다구요! 그저 각하께서 이제 그만 해주시길 바라는 겁니다!"

    대통령은 비서의 말을 들으며 빙글 돌아서서 다시 쿄주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내렸던 총을 다시 올려 그를 향해 총을 겨누었죠. 비서는 깜짝 놀라 그에게 그만두라고 소리쳤어요. 그러자 대통령은 비서에게 지나가는 듯한 말로 말을 했어요.

    "이봐 비서. 나와 내기를 해보지."

    "예?"

    "자. 봐. 내가 이 총을 겨누어서 당기면 저 녀석이 죽을까? 아니면 내가 죽을까?"

    비서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쪽도 죽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소중한 이었고. 시민도 소중한 이였습니다. 그녀는 갈림길에 서버리고 말았어요. 계속해서 위선적인 가면을 쓰고있을 것인가. 아니면 드러낼 것인가. 그리고 그녀가 말을 하지 않고 있는 사이 대통령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아앗...!!"

    타앙!

    "...."

    "이런 아쉽게도 다리에 맞아 버렸군. 그럼 아무도 죽지 않은 거잖아? 아..."

    쿄주는 다리에 총을 맞자 하도 아파서 그 아픔을 잊어버린 것인지 멍하니 대통령을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그리고 대통령도 멍하게 쿄주를 바라보고 있었구요. 그리고 천천히 그는 자신의 어깨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어깨는 총에 맞아 피가 흥건히 젖어있었어요.

    "날 쏜 거구나 직. 그래..넌 날 원망하고 있었겠지..?"

    대통령이 뒤를 보자 총을 겨누고 덜덜 떨고 있는 비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대통령의 멍한 눈길을 보고는 피하려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죠. 대통령은 다시 웃기 시작했습니다. 아프지도 않은지 그는 멀쩡하게 말을 했습니다.

    "이봐 직-. 내가. 단 1분의 사각을 주지. 그 동안에 도망치지 않는다면 너희가 앞으로 살아날 가망은 없다."

    "!!"

    비서는 그 말을 듣고는 서둘러 총을 품속에 집어넣었어요. 그리고는 묶여있는 쿄주를 풀어내 서둘러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죠. 그녀는 총을 쏴버린 후부터 이미 이런 것쯤은 모두 감수하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황급히 밖으로 나가자 서년은 미친 듯이 웃어 제겼어요.

    "아하하!! 그래. 도망쳐라! 도망쳐서 더 날 즐겁게 해보라구! 아하핫...이거야 원. 재미있는 장난감이 또 하나 새로 늘었군..."
      
    군인들은 미쳐버린 대통령을 보고는 질린 기색이었습니다. 그리고 1분이 자나자 그들은 대통령의 명령대로 도망쳐 버린 반역자 둘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야만 했습니다. 대통령은 마이크에 대고는 크게 외쳤습니다.

    <지금 반역자 둘이 도망쳤다! 여자 한 명과 다리 부상을 입은 남자 한 명! 크큭. 누구라도 그 둘은 잡는 이에겐 포상을 내려주겠다!>

    그리고 그 방송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은 저마다 거리에 나와서 그 반역자 둘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섰습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반역자를 잡아서 가져다 바치면 분명 자신에게 부와 명예가 들어올 것이리라고 희망에 부풀어올라 있어 정신없이 이곳 저곳을 수색했어요.

    대통령은 치료를 받고는 홀로 사무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어요. 그 곳에는 도망치고 있는 쿄주와 직이 보이고 있었어요. 그는 코웃음을 치고는 붕대로 감긴 어깨를 움켜쥐다가 붕대를 풀어버렸어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의 상처는 모두 나아 있었어요. 그는 혼자 쓸쓸하게 중얼거렸습니다.

    "난...죽지 않아. 그렇지 형? 하하하..."

    한 편, 도망친 쿄주와 비서. 그러니까 직은 이미 수색이 끝난 한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번 수색이 긑난 건물은 여간해선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조금은 마음 편히 그곳에서 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쿄주가 다리에서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고통스러워하며 점점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직은 다급해서 병원에 가볼까 하고 해봤지만 그곳은 대통령이 손을 쓰기에는 아주 적당한 곳이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총을 들고 약국을 습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하아. 하아. 학....직..."

    교주는 고통을 참아내며 직을 불렀습니다. 직은 고개를 돌려 쿄주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다리는 대충 천으로 감겨져만 있어 너무도 안쓰러워 보여 직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쿄주는 가쁜 숨을 다잡으며 직에게 약국으로 가는 지름길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직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그곳을 떠나 약국으로 들어가 총을 발사하며 붕대와 약을 손에 한 아름이나 들고 와선 다시 그 낡은 건물로 들어왓 습니다.

    "자아. 쿄주! 조금만 기다려요.."

    직은 서투른 솜씨로 여차여차 해서 다리에 박힌 총알을 빼내고 소독을 하고 약을 바른 뒤에 붕대를 감았습니다. 모든 과정이 쿄주에게는 고통일 뿐이었지만 전보다는 나아져 한 결 평온해진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직의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대통령이었습니다.

    "아, 아니 왜 저기에..?"

    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 광경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는 내려두었던 총을 쥐고는 다시 일어났죠. 그녀는 그를 죽일 작정이었습니다. 몇 번이나 그를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 난 뒤에 직은 거침없이 그런 생각을 해버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그가 미쳐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아이들과 함께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장난 중에서도 치사한 장난을 치고 있었지요. 굶주린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가 지고 오고는 주는 척 하다가 다시 빼앗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떨어진 부스러기 하나라도 고개를 숙이며 주워 먹었습니다. 대통령은 그 모습이 우스워서. 재미있어서 견딜 수 없는 듯 아이들을 경멸 섞인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다들 벌레 같이 들어 붙는군. 우습기 짝이 없어! 나에게 대들던 그 때는 언제고 이렇게 비굴해 졌지? 응?"


    직은 그 모습을 보고는 "아아"하고 신음을 흘렸습니다. 그녀는 그저 지금 웃고있는 대통령을 보면서 그대로 서 있기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곧 깨져버릴 평화 였죠. 대통령은 직을 발견 고는 아이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습니다.


    "저 여자를 이 돌로 때려서 죽이면 이 음식들을 모두 주마."


    그러자 아이들은 저마다 길바닥에 있는 돌을 주워 직에게로 함성을 지르며 달려나갔습니다. 직은 당황해서 그 아이들을 밀쳐내려고 했지만 아이들은 직에게 돌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직은 참다못해 총을 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총에 맞은 한 아이가 쓰러져 버리자 아이들은 겁을 먹고는 주춤거리다가 쓰러진 아이가 피로 물들어 버리자 겁을 집어  먹고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것 보라고. 아무리 소중해도 너에게 대드니까 죽여버리는 거지? 위협이 가니까 말이야..."


    대통령 카셀은 직을 실컷 비웃으며 이미 죽은 아이의 몸을 발로 차며 직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습니다. 직은 그의 웃음소리를 듣자 충격에서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린 듯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아악!!"


    직은 총을 땅 밑에 떨구며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는 절규했습니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면 지를수록 대통령은 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직의 마음에 비수를 꽂으려 했었던지 그녀를 향해 날카롭게 외쳤습니다.
    "아하핫! 직! 넌 나와 별 다를 바가 없어. 알고 있어? 너도 마찬가지라고! 아하하핫!!"


    "시, 싫어어어!"


    가엾게도 그녀는 절대 사실을 부정하려 들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그와 같아진다는 생각에 더욱 절망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경멸해 마지않던 그를 닮아가다니. 그녀는 이번에도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때. 쿄주는 다친 몸을 이끌며 직을 찾으러 나왔다가 갑자기 터진 총성 때문에 혹시나 직이 다친 것일까 하고는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현기증을 이겨가며 직이 있는 곳으로 몸을 이끌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허겁지겁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아...아아!! 이 아이는...!"


    쿄주는 죽어있는 아이를 보며 탄식했어요. 그의 앞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그 아이는 바로 그가 오래 전부터 보아온 고아 소년이었는데 가끔 씩 그 아이를 만나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족같이 지내오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이제는 시체가 되어 버리다니요. 그는 모든 것이 꿈인 것 같았습니다.


    "아...저기 쿄주..이, 이 아인.."


    대통령은 그런 쿄주를 보며 넌지시 말했습니다.


    "그 아이가 누구에게 죽었는지 아나?"


    "물론 너에게 죽은 거겠지!"


    "이런. 잘못 짚었어. 그 아이는 바로 내 전비서였던 직이었다고. 하하핫! 정말 아이러니 하지 않나? 믿었던 이가 배신을 하다니!!"


    대통령은 사건의 진상을 쿄주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손에 들었던 음식을 바닥에 패대기쳐서는 발로 꾹꾹 밟았어요. 음식은 짓눌려서 본래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쿄주는 점점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는 직을 서글픈 눈으로 동정을 구하듯이 그녀를 바라봤어요.


    "직. 정말.. 당신이 그런 건가요..?"


    직은 쿄주와 마찬가지인 눈빛을 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소리를 지르다 쿄주가 묻자 정신을 차린 건지 눈가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눈물은 너무도 투명해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나. 난. 그러지 않았어요."


    "정말인가요? 당신을 믿어도 좋을 까요?"


    쿄주는 떨리는 눈으로 직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직은 눈물을 소매로 닦은 다음 정말 아쉽고 슬프다는 기색으로 땅에 떨어트린 총을 다시 품속에 집어넣고는 쿄주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고개를 숙였어요.


    "난.. 당신과 이제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군요. 미안합니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 했지만 그 모습이 보이기 전에 뒤돌아 서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쿄주는 당황해서 그녀를 향해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며 싸늘한 말 한마디만을 내뱉었습니다.


    "각하. 꼭 제 손으로 죽여드리죠."


    "직! 어디가는 겁니까!"


    대통령은 우습다는 듯이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직을 손가락 질 했어요.


    "그래! 위선적인 가면 속에 가려진 네가 날 죽일 수 있는지 보자고!! 꼴 좋군. 꼴 좋아!"


    그는 직과 쿄주가 각자 따로 행동하게 된 것이 뭐가 그리고 재미있던지 한 동안 웃다가 망연자실하게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쿄주를 잠시 보다가 자신도 다시 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혼자 남겨진 쿄주는 다시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총과 칼을 가지고는 속으로 흐느껴 울며 내일을 기약했어요.


    "아앗! 당신은!"


    타아앙!


    탁탁탁


    "비켜! 다들 비키란 말이다!"


    두두두두두둑.


    투캉!


    "하아. 하아."


    콰아앙!


    "당신을 죽이러 왔습니다. 각하! 이제 죽어주시죠!"


    이른 아침. 새벽에 직은 탑 안으로 잠입해 들었습니다. 그녀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탑 꼭대기로 올라와서는 대통령 카셀이 있는 방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혼자서 옷을 갈아입고 있던 카셀이 이미 직이 올 줄 알았다는 듯 옷매무새를 빠르게 다듬고는 의자에 앉아 여의 손에 깍지를 끼고 팔꿈치를 탁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는 직을 향해 단조로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자아- 직. 이번에도 내기를 할까? 내가 죽을지..아니면 직 네가 죽을지?"


    "물론 답은 각하께서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직은 이제 마음을 굳힌 듯이 총을 카셀에게 똑바로 겨누며 떨지도 않고는 그를 죽일 기세로 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우연찮게도 쿄주도 피투성이가 되어 탑 위로 올라와 대통령이 있는 곳으로 들어왔습니다. 쿄주의 눈동자에는 검은 머리카락을 열어진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며 대통령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쿄주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몰리자 히죽 웃었습니다.


    "아아. 다들 반갑군."


    그는 한 쪽 손을 들며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도 총을 들어 대통령에게 총을 겨눴습니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충을 들이대고 있는 두 명을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쳐다보고는 등받이를 돌려 떠오르는 해를 향해 얼굴을 돌렸습니다.


    "자아. 두 분은 악을 처치하실 용사 님이시고. 난 이제 죽어버려야 할 악의 대마왕이라도 된 건가? 아아. 정말 웃겨.."


    그는 손을 들어 햇빛을 따라 손을 움직이는 듯 하더니 갑자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해를 등지고 쿄주와 직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두 팔을 벌리고는 아이처럼 장난스럽게 말했어요. 그는 정말 아이처럼 보였지만 그의 붉은 눈동자 속에는 진한 슬픔이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날 쏴서 죽여봐. 내가 죽을까? 아니면 죽지 않을까. 난 지금 내기를 하고 있는데 알고들 있는 거야?"


    "..미친놈."


    그가 팔을 벌리고 있자 등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어서 그는 뒤에서 마치 후광이 비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은색의 머리카락에 하얀 옷 때문에 마치 천사처럼 보이기도 했지요. 쿄주는 그런 그를 보며 욕설을 했습니다. 그는 이마가 까져서 흐른 피가 시야를 방해하자 천으로 쓱쓱 닦고는 총을 손으로 움직여 철컥하는 소리를 냈어요.


    "어서 쏴보라고!"


    대통령이 광기에 젖어 펼친 팔을 더 높이 들어올리자 쿄주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그래! 어디 한 번 죽어보라고!"



    타아아아아앙!!!!!!!!!



    『안녕, 반가워. 네 이름은 뭐니?』


    "크...쿨럭...."


    "가, 각하!"


    대통령은 그대로 가슴에 총을 맞고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쓰러지자 직은 그만 총을 떨어트리고는 그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직이 그의 뺨을 세게 때려 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너무도 조용한 고요가 주위에 맴돌고 있는 가운데 쿄주는 아직도 화약 냄새가 나고 있는 총을 탁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아아. 이제...."


    "꺄아악!!"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총에 맞아 쓰러졌던 대통령은 움찔 하더니 몸을 들썩였습니다. 때문에 직은 깜짝 놀라 뒤로 엉거주춤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습니다. 그리고는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었습니다. 쿄주도 좀 놀란 듯 그 광경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봤습니다.


    "아하하..난 죽지 않는 건가?"


    비칠거리는 몸을 곧추세운 대통령은 주춤 주춤 창가로 다가갔어요. 그리고는 문을 활짝 열어 상쾌한 봄바람이 방안내에 가득 들어차게 했습니다. 그는 폐부 깊숙이 그 바람을 들이마시고 있었어요. 쿄주는 얼얼한 표정으로 그에게 대꾸했답니다.


    "너 대체 뭐지? 분명 가슴을 맞았는데!"


    "난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던 한 소년이었어."


    대통령은 자신이 카셀이라는 어린 소년이었을 적 추억을 되살리며 몽롱한 눈빛으로 쿄주를 바라보았어요.
    쿄주는 그의 시선이 마치 지금껏 보아왔던 어떤 모습보다 더 위험해 보여서 몸을 잔뜩 긴장했습니다.


    "..넌 지금 소년이 아니다. 그리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고? 그러기엔 너무 글러먹었군."


    "글러먹었어? 글러먹었다?"


    대통령은 히죽히죽 웃음을 터트리며 점점 뒤로 몸을 열려진 창가 가까이 다가갔어요. 그는 귓가에서 끓이지 않는 웃음소리라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그리곤 둘을 향해 비명을 토하듯 말했어요.


    "그래..난 그럴지도 몰라. 아니. 그렇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잘 있으시라고 두분 용사님. 난 이제 역사의 뒤로 퇴장해 주지."


    "이봐 그게 무슨 말..!"



    사라락-



    『넌 죽지 않아. 넌 죽지 않을 거라고 내가 계속 주문을 외워 줄게.』


    "아아..날고 있구나.."



    『피로 뒤범벅이 된 이 의자 아래에는 은빛 머리카락이..』



    대통령은 그대로 하얀 옷자락을 펄럭이며 하얀 햇살이 막 대지를 하얗게 비추려 할 때 창가 뒤로 쓰러져갔어요. 그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항상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마치 새가 날아가듯이 높은 탑 아래에서 날아올랐습니다. 그 새하얀 백색의 새는 바람에 나부끼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어요. 그리고 모든 것이 정지 된 듯 싶었을 때.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 새하얀 새는 붉게 물들어 버렸어요.


    "..........이, 이게 뭐야..?"


    쿄주는 난간을 손으로 쥐어 잡으면서 허망하고 허탈해서 대통령 카셀이 자살해 버린 창가에서 멍하게 태양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울분을 토했죠. 그는 자신이 죽이고 싶어하던 이가 죽어버려 기뻐 해야할 텐데도 오히려 화가 치밀어 오른 듯 난간이 부르르 떨 정도로 세게 쥐고 있었습니다.


    직은 그런 쿄주를 불안한 눈치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쿄주는 직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어느 샌가 꺼내들은 것인지 날카롭게 날을 벼린 칼을 들고 다가왔습니다.


    "난 말이지. 당신도. 저 카셀도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어."


    "무, 무슨...쿄주!"


    "그러니까..둘 다 죽여버리겠어. 어차피 당신도 저 놈과 똑같은 부류일 뿐이잖아? 아무리 우릴 감싸안아 준다고 겉으로는 말해도 속으로는 버러지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지 않아? 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그리했다면 예전에 죽었어야 했었어. 카셀에게 대들다 자리를 파직 당하고 우리들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점점 야위어 가는 그렇게 되었어야 했어!"


    "아니야! 제발. 그만 뒤 쿄주!"


    "몰라. 뭘 그만 두라는 거지 직?"


    쿄주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꺼내 들어서 울부짖고 있는 직의 목을 향해 빠르게 내리찍었습니다. 그러자 곧 피가 사방에 튀고 비릿한 혈향이 방안 가득 들어차 코끝을 자극했습니다.


    타앙! 타아앙!


    "아...아아!"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져야했던 직은 그대로 서있었고 반면 쿄주는 복부가 뚫려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있었습니다. 직은 너무나 본능적으로 자신이 쏴버린 총구를 보며 손을 떨었습니다. 그녀에겐 유혈이 낭자 하는 광경이란 전혀 익숙하지 않던 것이었어요.


    쿄주는 고통을 참아가며 직에게 피 범벅이 된 손을 뻗어 자신의 입가를 직의 귀에 가까이 대곤 소곤거렸습니다.



    "아하하. 정말...웃기는 세상 아닙니까?"



    직은 굳어버려선 쿄주의 마지막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질 못했습니다. 쿄주는 씁쓸히 웃으며 직을 잡았던 손을 떼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점점 꺼져 가는 정신을 느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도 끝까지 말을 이었습니다.



    "크윽..이 나라는 이미 파멸했어요...흐으윽. 헉헉. 당신은 살아 남을 것 같군요. 그래서..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다시 새 나라를 만들고..시민을 위하는...쿨럭쿨럭! 하하. 사실은 나 옥수수 밭을 만들어서 살고 싶었어요."


    정신이 가물가물해서 쿄주는 말을 제대로 잇지는 못했지만 직은 충분히 이해했다는 듯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제 쿄주가 숨을 거두자 직은 홀로 남겨져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웠어요. 그리고는 사무실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방송실로 들어가 마이크를 들고는 방송을 시작했어요.


    <지금 이 시각부터 여러분은 자유입니다. 예에. 그 악독한 미치광이 독재자가 죽어버린 탓에 여러분들은 이제 자유의 몸이 되셨습니다. 여러분 들 중 누구든지 지도자가 될 수 있으며 그 지도자로 뽑힌 이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 말도 안 되는 카셀 대통령의 독재를 잘 견디어 주신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과 격려의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그럼 모두들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직은 이제 기운이 다 빠져 버렸는지 다시 창가 쪽으로 나와서는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의자에 몸을 눕히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고는 두 손을 모아 배 위에 돌려놓고는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이제..쉬고 싶습니다 여러분..."


    그리고는 직은 그 더 이상 그 의자에서 눈을 뜨고 일어나지 않았어요...





댓글 4

  • 직냥a[狂風]

    2004.02.28 00:26

    아아 이 소설 굉장히 마음에 들었지 ;ㅁ;// 멋졌으/
  • 린유z

    2004.03.01 13:50

    아 ,, 멋져요 ! ;ㅁ;
  • [레벨:9]ねこ[네코]

    2004.03.01 14:46

    독재자.....[머엉] 어쨋든 분위기 상당히 멋졌지;
  • [레벨:4]★스트로베리밀

    2004.03.01 21:50

    아았!뽑힌게냐!;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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