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정편/주제 : 불행] 새디스트 80
  • 조회 수: 896, 2008-02-10 14:49:36(2003-10-09)
  •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아 창밖을 내다보면 아직도 기다랗고 두꺼운 코트로 몸을 꽁꽁 싸맨 사람들 천지였고, 길 사이사이에 쌓였던 눈들은 게으른 사람들이 치우지 않아 꽁꽁 얼어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난 후였다.
    그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고 있자면 병원에 누워있는 백혈병이나 암같은 불치병을 가진 환자들도 미소를 되 찾을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난 병실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눈에 익은 간호사들과 인사를 하고 가끔 가다 꺽이는 곳에서 눈이 저절로 가는 창밖을 보았다. 그리고 본 것이 아까 말했던 그 것이었다.

    창밖에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몸에 오싹한 기운이 돌았다. 무섭다거나 하는 소름이 아니었다. 명색이 봄이라도 아직은 추운 날씨가 몸을 매섭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부모님의 지극정성으로 인해 목도리를 하고 두꺼운 옷등을 잔뜩 껴입은 아이들이 밖의 추위를 한 껏 크게 느끼게 만든 요인이기도 했다.

    "안녕."

    또다시 낮익은 간호사가 인사를 해오나 보다. 하고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분명 내 생각대로 간호사는 맞았다. 흰 제복을 입고 무릎까지 오는 팔랑거리는 스커트를 입은 다른 간호사들보다는 약간 젊은 간호사였다. 그녀는 다른 간호사들보다도 낮익었다. 이유라고 한다면 당연하게도 그녀는 삼장의 전속간호사였기 때문이었다. 척보기에도 경력이 낮아 보이는 그녀가 전속이 된 이유는 하나였다. 경력이 높은 늙은 간호사들을 채용하러 했으나 그녀들은 삼장의 금발머리나 보라빛 눈동자가 이국적이다라든가... 그런 외국적 경향을 무척 싫어했고 입원 당일 쓰러진 삼장과 함께 병원에 무작위로 들어오는 야쿠자집단에 놀란이유도 그 중하나였다. 처음엔 화도 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젊고 예쁜 간호사가 오히려 삼장에겐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말 놓아도 된다고 했잖아."

    "..그래도.."

    웃으며 내 어깨를 치는 그녀의 행동을 그저 웃으며 마무시킬수 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얼굴에 철판깔았다는 소릴 들을정도로 연장자에게 허물없이 대하던 나 였는데 어찌된건지 삼장을 만난 뒤론 모든것이 뒤바껴버렸다. 내 성격도. 내 주변환경도. 그 모든 것이 말이다.
    그렇게 대충 마무리인사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고 재빨리 목적지를 향해 빠른걸음으로 걸어갔다.


    "늦었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문을 열자마자 평소보다 시큰둥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온다.
    보통 사람같으면 오자마자 미간을 찌뿌리게 만드는 소리를 듣고 화를 냈겠지만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해져버린 난 화는 커녕 겨우 몇분 늦은것 같고 삐져서는 시큰둥해진 삼장이 귀엽게 느껴질 뿐이었다. (아무래도 미쳤나 보다..)


    "겨우 몇분 늦은것 뿐이잖아. 삐지지마."


    생각나는대로 흘러나온 말이기에 어느덧 바뀌어버린 삼장의 성격을 채 눈치채지 못하고 내 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막기엔 늦어 있었다. 눈 앞에는 아까보다도 더욱 미간을 찌뿌리고 있는 삼장이 자랑스럽게 가운데 손가락을 쳐들며 날 노려보며 말하고 있었다.


    "..삐졌다고? 아주 간뎅이가 부어도 단단히 부었군. 그거 나한테 한말이냐? 앙?!"


    '그래'라고 침을 뱉으며 나도 한 인상쓸수 있다 이거야! 란 식으로 말해주고 싶었지만 역시 내 간덩이는 개미만했다.


    "..아..아니. 늦어서 정말 미안해. 내가 죽을놈이야.."


    자존심버려가며 땀 뻘뻘흘리며 말하니 녀석이 버릇과도 같은 '흥' 소리와 함께 고개를 반대로 돌려버렸다. '이 때다!'싶어 녀석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리고 혀를 내밀었다. 다행히 녀석은 돌아보지 않았다. 만약 돌아보기라도 했다면.. 난 다음 날 납골당에 쳐박혀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디 불편한데는 없었고?"

    "니 녀석이 늦게 오는 바람에 사경을 헤맸어."

    "................."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손으로 입을 막았고 자꾸만 떨리는 어깨를 진정시키느라 온 신경을 한 곳에 집중시켰다.
    안그랬다간 풋..을 시작으로 엄청난 폭소가 터져나올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삼장도 아니었다.

    "..뭐야. 왜 그렇게 떨어. 춥냐?"

    "..................."

    입을 열면 웃음이 터져나올것 같았기 때문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던 나는 그대로 입을 막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내 모습에 당연히 화가 난 삼장이 미간을 찌뿌리며 날 노려보더니.. 자신의 팔을 내 뺨에 대었다.

    오싹 하는 기운과 함께 정말 추위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체온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아니 피가 흐르지 않으니까 당연하지만.. 삼장의 기계팔은 자꾸만 잊었다가 다시 깨달을 때면 그 마음의 고통은 더했다.

    여전히 아무말 하지 않은채 고개를 들어 방금전까지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고.. 두 손으로 삼장의 팔을 움켜잡았다. 눈을 내리 깔은채 조용히 말했다.

    "..아파?"

    내 뜻밖에 물음에 움찔하는 듯 하더니 .. 오랜만에 차분하게 가라앉은 그의 모습과 함께 부드러운 허스키보이스가 흘러들어왔다.

    "네가 있어 아프지 않아."

    "..내가 없으면 아파?"

    "......................"

    그 물음에 삼장은 더이상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 무언의 뜻이 무엇이었는지 난 알길이 없었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을텐데 라고 항상 이럴때마다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그 소망은 한번도 이루어진적이 없었다.


    +++

    80편끝입니다 ^-^;; 어. 어떤가요? (땀땀;)
    읽기 힘들면 힘들다고 말씀해주세요..
    왠지 저렇게 막 붙은 글은 ..인터넷에서 읽을려고 하면 눈이 아프더라고요..(경험담;)
    제가 눈이 안좋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먼산..)
    아무튼 잼있게 읽어주셨으면 고맙겠네요 ^-^;;
    담편기대해주실꺼죠> _ < ?
    좋은 하루 되세요.

    +++

댓글 8

  • [레벨:9]id: 손고쿠

    2003.10.09 18:04

    다음편 기대할께요^^..
  • [레벨:1]ForeverbewithU

    2003.10.10 00:37

    다음편 기대기대@_@

    아 세비니님^^ 근데 좀 읽기가 불편한듯 한데..ㅡㅡ; 저만 그런건가..;;;;
  • 티아쨩

    2003.10.10 22:14

    +ㅁ+
  • [레벨:2]†살인미수†

    2003.10.12 16:19

    우와..
  • 루넬

    2003.10.13 17:22

    오공의 소망이 이루어져야해..훌쩍..
  • [레벨:5]루첸

    2003.10.17 20:42

    짜..짧아요..;ㅁ;
    더 길게..;ㅁ; 슬프네요..;ㅁ; 세비니씨 최고,,
  • 윤지니

    2003.10.25 11:01

    후후후..잼나.
  • [레벨:3]티아고쿠ⓖ

    2003.10.27 16:54

    오홋+ㅁ +오랜만의 새디스트!![니가 꼬리를 안단거잖아!!]
    아아, 담편보러~~[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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