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보세요, 신교황청입니다 ~ 28 ~ 땅거미는 사라졌다


  • 여보세요, 신교황청입니다 ~ 28 ~ 땅거미는 사라졌다



    이를 악물고 말을 모는 네코의 등 뒤에는 이미 축 처진 시체가 된 카디스가 앉아 있었다.
    구교황청을 향해 가는 사람은 네코, 유우카, 국왕 루첸, 대주교, 그리고 몇몇 사제들 뿐.

    대다수는 포로로 잡힌 모양이다.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네코의 압도적인 분위기 때문이랄까.
    땅을 치며 절규하던 그녀였지만, 더 이상의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앞을 향해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신교황청은 정말 순식간에 해체되었다.

    남은 특수부대원은 유우카 하나 뿐.
    네코는 그에게 승산 없는 싸움을 피하라고 말했고, 유우카 역시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신교황청 본부(일까)는 무너졌다.

    이게 바로 패전의 느낌이란 걸까?
    왠지 가슴이 아릿했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
    한없는 나락으로만 빠져드는 듯 하다.

    “ 대주교 ”
    “ ㅡ 네 ”

    여교황의 목소리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한없이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아 버렸다고나 해야 할까

    “ 구교황청까지는 얼마 정도 더 걸리지? ”

    갈라진 그녀의 목소리는 흡사 마녀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그녀의 몰골 역시 여느 폐인과 못지 않았다.

    네코는 도저히 교황으로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길을 가는 어느 사제도 사제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 ... 앞으로 세 시간 정도... 라고 해야 할까요 ”
    “ 그런가 ”

    진진은 내심 그녀가 걱정 됬다.

    든든한 버팀목이 사라진 상태다.
    그것도 간신히 친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상대를.

    여교황은 지금 상당한 패닉을 안고 있을 터였다.
    작은 파문은 큰 물결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녀가 신교황청을 포기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 일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걱정은 두려움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나 진진은 여전히 침착함을 잃지 않은 채 묵묵히 말을 몰았다.

    “ 여교황 ”
    “ ...... ”
    “ 짐이나 그대나 비슷한 상황이로군 ”

    무표정의 루첸은 왠지 근엄해보였다.
    가장 국왕다운 표정이랄까.

    하지만 그녀 역시 같은 패닉을 안고 있었다.
    여교황의 목소리는 마치 중얼거리듯, 아주 작았다.

    “ ...... 저나 국왕 폐하나 다시 일어서야만 합니다 ”
    “ 짐도 같은 생각이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일어날 것이다 ”
    “ ... 교황 성하,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

    유우카의 물음에 여교황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별 도리가 없는 것일까.

    “ ... 복수를 생각하는 거라면 그만 둬 주십시오 ”

    현상황에서 가장 침착한 대주교 진진이 말했다.
    복수라는 것은 어리석은 자가 만들어내는 환상일 뿐이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만들어 내서 좋을 일은 없어.

    “ 대주교, 나는 분명 졌다 ”
    “ ...... 그렇습니다만 ”
    “ 졌다는 걸 인정 안하는 게 아냐... 다만 아직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 뿐이다 ”
    “ ...... ”

    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모두들, 각자의 미래를 생각하며 구교황청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와 여교황의 밝은 갈색 빛 머리카락이 날렸다.

    그리고, 흐르는 바람결에 눈물 몇 방울도 실려갔다.




    “ ... 케사르, 케사르 ~ ”
    “ ... 음? 뭐, 뭐냐, 감히 어딜! ”
    “ 쉿 - ”

    조심스럽게 케사르를 들어올린 밀의 얼굴은 장난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케사르는 졸린 눈을 비비며 물었다.

    “ ... 무슨 일이지 ”
    “ 지금, 아마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을 거야 ”
    “ 뭐...? ”

    ( 콰당 ㅡ )

    “ 아야얏... 무슨 짓이냐, 네놈! ”

    벌떡 일어나려던 케사르.
    그러나 그의 다리는 평소처럼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 ... 무슨 ...! ”
    “ 독... 상태를 봐서는 다행히 다리만 마비된 것 같아 ”
    “ 이 연기가... ”

    케사르가 은빛 연기를 붙잡으려는 듯이 허공에서 손을 놀렸다.
    연기는 방 안 전체에 퍼져 있었다.

    “ 아마, 미향을 피운 것 같아 ”
    “ 미향? ”
    “ 응... 동양에서 들여온 향의 일종이지 ”
    “ ... 그런데 넌,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
    “ 쭈욱, 자고 있지 않았으니까. 이 연기가 방에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온거야 ”

    케사르가 얼굴을 찌푸렸다.

    “ 웃기는 군... 네놈처럼 잠이 많은 녀석이? ”

    밀이 빙긋 웃었다.

    “ 나도 할 때는 한다구. 읏샤 ㅡ ”
    “ ... 쳇 ”

    케사르는 하는 수 없이 밀에게 안겼다.

    “ 기왕이면 여자인 편이 너나 나나 좋을 텐데 ”

    케사르의 투덜거림에 밀은 미소 지었다.

    “ ... 아니. 나는 케사르를 안게 되어서 영광인걸 ”
    “ ...... 바보 자식. 사내 자식을 안는 게 뭐가 좋다고 ”

    케사르의 말에 밀은 웃었다.

    “ 아하하... 역시ㅡ 그런가? ”

    이윽고, 두 사람의 그림자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 우니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19 19:09)

댓글 5

  • [레벨:9]id: 손고쿠

    2004.08.25 04:11

    세시간이나 더 걸어가다간 나중에 모두 지쳐 버릴껀데
    조금 쉬었다 가지 그려지요^^
    사내끼리 않는거 별이상치 않는강[퍽]^^;;;
  • [레벨:7]id: 크리스

    2004.08.25 08:19

    결국 신교황청은 헤제됬군.
    그 빌어먹을 제 3의 세력 때문이야!!!!
    지들이 먼저 잘못해 놓고 신교황청에게 뒤집어 씌우고!!!!!
    내가 제 3의세력을 무참히 밟아줄테다-_-[퍽!]<-꺼져
  • xpzh유

    2004.08.25 11:28

    그러게..네코누나,힘내-!
    후아..여자의 몸으로 남자를 등에 메고 가는건 힘들겠다.
  • [레벨:5]플로렌스

    2004.08.25 20:04

    이럴수가...신교황청이 해체되고 말다니...
    이 소설의 제목이 '여보세요, 신교황청입니다' 인데!!!!;ㅁ;!!!!
    허엇-! 그 3세력이란 자식 씨를 말려버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ㅁ;!
    그리고 밀 님과 케사르님... 같이 있는모습이 참 오랜만이군요~좋아요 왠지...[얼레?]
  • [레벨:9]ねこ[네코]

    2004.09.18 03:11

    어라, 혹시 두분 그렇고 그런관계;?! [어이;]
    그나저나 이거 너무한거 아닙니까=▽=a;; 아빠를 잃은것도 슬픈데 신교황청이 해체되기까지; 훗, 신교황청이 해체되었으니 이 소설도 이제 슬슬 끝나가는.... [엉;?]
    대략 플로와 비슷한 심정입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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