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기] 체스
  • 유메
    조회 수: 250, 2008-02-06 03:59:00(2005-01-04)
  • 제 글 보신 분은 아실지도-ㅁ- 전 절대적핫카이편애모드 입니다;;
    그래선지 늘 핫카이를 끼고 이야길 만들어버리죠//ㅁ// 뭔가 므흣-

    고죠, 핫카이 커플은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듯한 분위기를 잘 만들어 낼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_-♡ 뭔가 고죠의 약간 둔팅이 같은 모습과 핫카이의 앙탈진 모습이 좋은 구도를 만들어 낸다는

    쿨럭/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것도 -_- 므흣-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체스>>



    며칠째 강행군 속에서 모두 녹초가 되서 도착한 마을에서 일행은 쓰러지듯이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 부시럭

    어둠 속에서 눈을 뜬 핫카이는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잠이 오질 않는 건가? 3시.
    잠은 충분히 잤다고 생각된 핫카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정리했다. 아직 깜깜한 밤. 백룡이 고개를 들고 핫카이를 쳐다보았다.

    “깨운 겁니까? 죄송해요, 계속 자도 괜찮습니다.”

    핫카이의 부드러운 미성에 백룡은 다시 몸을 말고는 잠을 청했다.

    새벽이다. 이런 식으로 혼자 맞는 새벽은 흔한 일이었다. 다들 잠이 많은 편이었고 산조 또한 같은 방이 아닌 이상 - 더구나 누군가와 같은 방이면 더더욱 - 지금쯤 꿈나라일터. 물론 자신과 같은 방을 쓰고 있는 고죠의 늦잠은 말할 것도 없지. 어젯밤에 길거리로 안 나가고 얌전히 여관에서 잠을 청한 것만 해도 그에겐 신기한 일일 수 있겠지만.

    “오늘 아침으론 뭘 먹을까요? 흐음...”

    “이봐, 핫카이...”

    “엇.”

    의외의 일. 그가 일어났다. 뭔가 혼자 중얼거리던 핫카이는 자신의 반대편 침대에서 부스스한 얼굴을 드는 고죠를 바라보며 가볍게 볼을 긁적였다.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 아직 새벽이니 더 주무셔도 괜찮아요.”

    “그럼 넌 왜 이 시간에 깨서 그러고 있는 건데.”

    “잠이 깨버렸으니까요.”

    “흐음... 정말이지 - . 넌 예전부터 가끔 그랬잖아? 밤에 한번 깨면 다시 잠 안 오는 체질.”

    “체질이라기보다 습관이라고 해 두죠.”

    고죠도 잠이 완전히 깨버린 듯 탁자에 올려진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헤에... 아직 깜깜하구만.”

    “네. 3시 정도 밖에 안 됐으니까요. 고죠도 깨신 겁니까?”

    뭔가 잘되었다는 투의 말에 고죠는 뿌연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솔직히 말해서 한숨도 안 잤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같은 방을 쓰게 됐고 핫카이 역시 피곤한 얼굴로 자고 있었고, 그 얼굴을 훔쳐보는 일이 고죠에겐 하나의 즐거움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부시럭거리면서 몸을 뒤척이는 핫카이 때문에 놀라서 자기 침대로 허겁지겁 돌아갔던 것이다.

    “아-, 음 뭐 일단은.”

    -치직..

    대충 담배를 눌러 끈 고죠의 눈에 우연히 무언가가 들어온다. 나무판에 검고 흰 사각형이 교대로 그려진.

    “헤에, 저거.. 체스 맞지?”

    “네. 할줄 알아요? 고죠.”

    “아니 아니, 카드라면 또 몰라도 저건 머리 쓰는 게임이잖아? 할 수 있나보지?”

    “네. 꽤 좋아해요. 뭐 원하신다면 직접 가르쳐드릴 수도 있는데.”

    우리같이 여행하는 녀석들이 체스같이 우아한 게임을 배워서 언제 어디서 하겠다는 거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잠깐. 방금 저 녀석이 직.접. 가르쳐 준댔잖아?
    묘한 부분에서 설렘을 느끼며 고죠는 바로 자리를 잡아 앉았다.

    “어차피 잠도 깨버렸고, 한수 배워볼까?”

    “훗- 네.”

    둘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창 밖으로 어스름 달빛이 방 안을 내려 비추었다. 달을 등지고 앉은 핫카이의 표정이 잘 보이질 않는다.

    확실히 핫카이는 가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저 망할 땡중이랑 의외로 속궁합이 맞는 건지도 몰라- 라면서 고죠는 입술을 살짝 물었다.
    자신과 몇 년이나 동거를 하고, 핫카이의 세세한 버릇이나 습관 같은 것들을 가장 잘 하는 건 자신일텐데 가끔 보이는 이 녀석의 표정이나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은 나보다는 산조와 코드가 맞는 듯하다구.

    “칫.”

    “고죠?”

    게다가 고쿠의 어리광이며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들은 배실 배실 거리면서 잘도 받아주지. 나와 항상 싸우는 고쿠의 편을 들어주는 녀석이고, 늘 나에겐 못마땅한 눈초리로 「고죠가  참아요-」라는 식의 말을 하기도하고.

    “고죠.”

    “으,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예요-.”

    왠지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여행을 시작하고는 자신은 손해본 것만 같아서 울컥해버린 고죠였다. 그런 고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핫카이는 작은 말통에서 작고 동그스름한 말을 하나 꺼내서 올렸다.

    “이건 폰. 체스에서는 제일 낮은 계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첫 수에서는 한 칸, 혹은 두 칸을 움직일 수 있지만 다음부터는 한 칸씩밖에 움직일 수 없고, 전진하는 것 밖에 모르죠. 하지만 대각선으로는 상대방의 말을 잡아먹을 수도 있어요. 또한 반대편, 즉 상대방의 진영 끝까지 하나의 폰이 도달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다른 말로 바꿀 수가 있죠.”

    “헤에, 전진밖에 못하는 녀석이구나 이거.”

    “예. 그래서 전 묘하게 마음에 드는 역할이에요. 아하하 - 후퇴가 없거든요.”

    “흐음. 그리고?”

    핫카이는 통에서 또 다른 말을 하나 꺼내서 또 설명을 이었다. 방 안에는 설명을 하는 핫카이의 목소리와 되묻는 고죠의 말소리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언가 지루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또 분명 어디선가 끊임없이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듯한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이게 비숍. 대각선으로 칸 수에 제약 없이 움직일 수 있어요.”

    “흐음, 그래.”

    “다 이해하고는 있는 거죠?”

    “다, 당연하지!”

    식은땀이 묘하게 얼굴을 타고 흘렀지만 밤이라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고죠는 조금 소탈하게 웃어버렸다. 사실은 앞에 앉은 이 녀석의 가늘고 흰 손가락과 목소리에 취해서 잠이 오고 있다는 - .

    “그리고 이게 바로 퀸이죠. 여왕입니다. 무적이라고 할 정도로 상하좌우, 대각선으로 무단대로 움직일 수 있어요. 하지만 퀸은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약점이 되기도 하니까 잘 사용해야 해요......”

    “......”

    핫카이는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조금 꺽은 체 어느새 잠에 빠져버린 고죠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자신이 잘 때 늘 곁에서 바라보던 사람.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내 손가락만 쳐다보며 옅게 웃음 짓던 사람.
    날 살려준 사람. 그리고... 날 살아가도록 해 준 사람.

    “그리고 이게 킹입니다.”

    완전히 잠들어 버렸는지 더 이상 핫카이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는다.

    “상하좌우, 대각선으로 한 칸씩 밖에 움직일 수 없어요. 상대방의 킹을 잡으면 게임오버 - 가 되는 겁니다. 꽤나... 소심한 킹이죠.”

    - 달칵.

    킹을 제자리에 놓은 핫카이는 양 손을 모아 쥐었다.

    “절 닮았어요.”

    되돌아 올 음성이 없다는 걸 알지만 부드러운 음성으로 자장가를 부르듯 혼자 중얼거린다.이제 달은 창문 너머 멀리 옮겨가 버렸고 방 안은 고요한 가운데 나지막한 음성만이 이어졌다.

    “소심하고 겁 많아서 조금씩 밖에 움직일 수가 없어요. 하지만... 퀸은 다르죠. 퀸은... 당신을 닮았어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죠. 하지만 역시 퀸의 본목적은 킹을 지키는 것. 그러기 위해서 기꺼이 퀸은... 자신을 희생하는 일도 있죠. ... 당신이 그렇듯.”

    손을 뻗어 그의 붉은 머리칼을 만져본다. 피처럼 붉은... 그러나 이젠 익숙하다 못해 사랑스러운 빛깔.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날 보고 있다는 걸 제가 깨달은 순간부터인지.. 그 훨씬 이전부터인지. 하지만 분명히 당신은.. 고죠는 절 보고 있죠?”

    부드러운 살결. 색색거리는 숨결이 느껴진다.

    “먼저, 말해주세요.”

    핫카이의 손이 거두어진다. 그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예쁘게 올라간다.

    “당신이 먼저 말해줘요. 난 말하지 않을테니까. 고죠 당신이 어떻게 말해 주는지 보고나서 말할래요.”

    -덜컥

    이불을 가져와 고죠의 어깨에 둘러주는 그의 손길이 무척이나 애달프고 조심스럽다. 혹시나 깨지 않을까 -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정신을 차려보면 그의 생각으로, 그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머릿속을 처음엔 부정도 했었다. 그렇지만-

    “어쩌면 당신은 제게 큰 강점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만큼이나 큰 약점이 되는 지도 몰라요. 그래도 전 당신이......”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는 핫카이. 그는 다시 조심스럽게 그의 볼에 손을 가져갔다.

    “그래도 전 당신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이 좋습니다.”

    허리를 굽혀 그의 얼굴에 난 흉터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에 닿는 느낌이 너무 부드럽고 달콤했다. 이 사람에겐 아픈 상처일텐데..

    “고죠가 먼저 말해주는 거예요. 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시구요.”

    해가 조금씩 뜨고 있다. 다시 아침이 시작되면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일상이 되겠지만. 그는 고죠의 앞에 놓인 체스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바보군요. 왜 뻔히 들통 날 거짓말을 하는 건지...”

    그런 핀잔을 자는 고죠에게 놓으면서도 핫카이는 흐뭇한 얼굴을 보이며 그의 자는 모습을 다정스럽게 지켜보았다. 아아 - 역시 이 사람, 날 사랑하는 거구나, 라는 식의 확신을 가지게 된 얼굴.

    “고죠, 전 당신이 체스 하는 거 - 3년 전에 이미 봤다구요. 쿡- ”  








        

댓글 4

  • 법사*≠∞

    2005.01.04 19:18

    음..ㅇㅅㅇ
    퀸이 오정이고 킹이 팔계라..
    정말 대단해요 ㅇㅅㅇb
  • genjo sanzo

    2005.01.05 12:41

    오오, 멋있어요~+_+///
    앞으로도 더 좋은소설 기대하겠습니다~
  • 『후예』

    2005.01.06 11:12

    >ㅁ
  • [레벨:3]id: 이쁜론♡

    2005.01.11 15:50

    = v =대단해여~당신같은 사람은 당장 나랑 친구로~!!<-얌마!

    대략 하카이랑 오정커플을 별로 않 좋아 하지만..이 글은 맘에들어!<-대략 막내가 하카이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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