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기]시계
  • 짹깍.

    톡.

    틱-

    짹깍.

    톡.

    틱-




    소름끼칠정도로 정확한 박자로 자신만의 소리를 내는 시계들이
    방 한가운데 정말로 죽었다 라고 하면 믿을 만큼 창백한 얼굴을 한 채로 누워있는 소년을 향해
    일제히 비명을 지르듯 소리내었다.


    무언가 하나가 빠진듯한 공허함이 더욱 시계바늘 소리가 커지게 하였다.


    그러다 그 감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며 열렸고
    이내 그 아름다운 금갈색의 눈동자가 자신의 방 천정을 향했다.


    아직은 조금 어지러운 시선에 눈을 깜박이며 미간을 잔득 구겼지만
    항상 있는 일 인듯 이내 다시 눈을 감았다.




    "배...고프다."




    예의 그 말투가 분명 웃음을 자아낼 만큼 귀여웠지만, 그 표정만은 그렇지 못하였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일제히 쏟아져 들려 오는 시계바늘이 시끄럽다.

    어렴풋이 보인다.
    나만의 태양빛이.

    그 아름다운..
    마치 마력을 모아놓은 듯한 보랏빛.





    푸힛--
    가벼운 웃음이 그의 창백한 입가에 걸렸다.
    몇일이나 먹지 않았는지 입술을 마르고 푸르게 변해 있었다.




    이 모습을 네가 본다면 뭐라고 할까?
    '이 바보 원숭이!!'라며 그 하리센으로 때릴까?

    그 보라색의 눈을 치켜뜨고 버럭 소리칠까?
    그리고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줄까?

    아아--너라면 분명 그럴꺼야.
    곁에 없어도 알수 있는...

    너의 모습이 나의 눈 안에 선명히 그려진다




    짹깍.

    힘조차 들어 가지 않는 손 끝으로 통해져 오는 바닥에서 온기라고는 눈꼽 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


    톡.

    살짝 다시 떠진 눈 안으로 언제 닦았는지 알수 없는 먼지가 가득 끼인 창으로 들어온 태양빛이 눈부셨다.
    태양빛을 자세히 보고 싶다.


    틱-

    바싹 마른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려는듯 웅얼 거렸지만, 이미 말라버린 입안에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말하기를 더욱 갈망한다.


    언젠가 생각해보았던.
    '빛이 없는 지하에 있었더라면...'

    지금 또다시 그걸을 절실히 느낀다.
    '내가 빛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렇다면 분명 이리도, 이다지도 그리워 하지도, 갈망하지도 않을 터인데..


    피식-

    자조섞인 웃음이 입가에 걸려졌다.

    앳되보이는 얼굴과는 달라보이는 그 미소만이 마치 딴 세계마냥.




    저, 있잖아. 시간이 멈추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시계가 필요 없겠지?
    그러면 더이상 시끄럽지 않겠지?

    쓸대 없는 생각들이 가득차올라서 줄곧, 줄곧 혼자서 저 빛을 보며 슬퍼했어.
    초침이라던가, 분침이라던가, 한시간 가량으로 넘어가는 시침이라던가.
    그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딴 생각을 하고 있거든.

    자꾸만, 너의 그 예쁜 태양빛의, 달빛의 그 머리카락이 눈에 선해서
    나도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막 나와.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라는 그 말한마디가 자꾸만 가슴을 후벼파서,
    이상하게도 식욕도 없고, 움직이기도 싫어져서는...

    다른사람에게서 들었을땐 몰랐는데 왜...왜그럴까?


    저, 있잖아 넌 알고 있니 시계야.

    나를 왜 피하는건지,
    더이상 만나주지도,
    그 따스한 손으로 쓰다듬어 주지도,
    보듬어 주지도 않는지를.


    짹깍.

    톡.

    틱-


    시계야.

    시간을 멈춰 주지 않겠니?


    짹깍.

    톡.

    틱-


    행복했던 시간으로 되돌아가서 멈추어줘.


    짹깍.

    톡.

    틱-


    아니야, 그냥 내가 멈춰 버릴래. 더이상 그 빛을 볼수 없다면.


    짹깍.

    톡.

    짹깍.

    ...

    ..

    .







    이제는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차가운 방안에 갈색 머리칼을, 그 머리를 바닥에 댄체.

    눈을 감고,
    미소를 띄우지 않고,
    창백한 모습으로,

    잠을 자듯이 누워 있었다.

    잠을 자듯이.

    아주, 깊은 잠을 자듯이.


    툭.툭.툭.

    시계바늘이 고장난듯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재자리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 방 안만 마치 그대로 멈추어 버린듯, 시계도 움직이지 않고, 공허하게 텅빈 그 공간 안에있는 소년 역시 움직이지 않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허허허--오렌만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여전히 모자라는 모모의 글을 읽어 줘서 감사해요~ㅇㅅㅇ

댓글 1

  • [레벨:3]ANI[...]。

    2004.07.20 20:41

    아.앞으로 기대할게요.
    삼장이 또 오공에게 상처를 주었군요-.
    부끄럼쟁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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