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넨이야기 : 네번째장 ( 4-3 ) - 항상같은자리
  • 조회 수: 440, 2008-02-06 05:55:29(2007-08-11)




































  • 슬프다.
    무엇이 그토록 슬프냐고 묻는다면 당연하지 않는가.
    아무도 믿지못한체 홀로 강해져야하는 이 현실이
    그토록 슬프지 않던가?

    더 이상 새는 지저귀지않고
    바람은 머물지않고, 하물며 이제는 햇빛조자 비추지않는
    홀로남은 붉은대지위에 홀로남은 대지의 아이들은
    좌절할뿐이니, 참으로 기이한 운명을 타고 났도다.

    서로를 향해 검을 들고, 검날은 그들의 목숨을 노리니
    어찌 슬프지 않다하리.

    더 이상 행복했던 옛날로 돌아갈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슬프도다.
































































    " 레이,뭐하는 거야? 다들 수련하러 나갔는데, 왜 아직도 안나오는거야? "
    " 카이 "
    " 응? "
    " 난 싸우는거 싫어 "


    레이의 황금안이 살짝 흔들렸다. 레이의 말에 카이의 황금안도 살짝 흔들렸다.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이야기도 오가지 않았다. 테라스에 나와 의자에 앉은체 조용히 한가롭게 햇빛을 쬐는 레이는 어딘지 모
    르게 굉장히 슬퍼보였다. 유난히 다른 레이의 그런 모습은 꼭 부숴질듯이 위태로워 보였다.

    말이없던 카이는 자신이 열고 들어온 문을 닫고는 레이의 테라스로 천천히 들어왔다. 그리고는 레이의
    앞에 마주보고 앉았다. 레이의 황금안과 카이의 황금안이 마주쳤다. 그러자 기다렸단 듯, 카이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오빠가 지켜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
    " 그게싫어!! "
    " ……레이? "
    " 어째서 오빠는 남을 지켜준다는 말을 쉽게 내뱉는거야!? "
    " 그게 아니잖아 "
    " 뭐가 아니란건데!? 오빠를 포함한 모두를 이해할수 없어! "
    " 레이! "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뛰어나간 레이. 카이는 멍하니 레이가 나간 문만을 바라보았다.
    레이가 나간 문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카이는 자신의 갈색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조금은 안타까운 표
    정을 지은체 중얼거렸다.

    " ……아직도구나 "













    한편, 얼굴을 붉힌체 조금은 화가 난 얼굴을 하곤 레이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쪽으로 꺽어 뛰어내려갈때 푸른색의 머릿결과 푸른색의 눈동자를 가진 이루를 보았다. 레이
    를 본 이루의 표정이 찡그려지자 레이가 달리는걸 잠깐 멈추고는 이내 계속 달렸다.

    " 너도 수련 땡땡이냐!? 거기서!! "
    " 뭐야!? "


    이루의 말에 레이는 당황하고 기가 막혔지만, 자신을 향해 죽어라 뛰어오는 이루의 무서운 표정을 보자
    마자 무서워서 달리기 시작했다. 의도한 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이는 죽기살기로 뛰었다.
    그러자 더 열이 난 이루도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 꺄아아,그만오란 말이야!! "
    " 수련 땡땡이 치지 말란 말이야!! "
    " 그게 아니래도! "
    " 아니긴 뭐가아…야야!!앞에,앞에!! "
    " 뭐? 꺄아아 !! "

    뒷문으로 나와 숲으로 달리던 레이가 계속 뒤돌아서 이루한테 사정을 얘기해도 이루는 듣지 않았다.
    그러다 앞을 미처 보지 못한 레이는 숲의 길을 벗어나 아래로 굴렀고, 이루도 어쩔수 없이 덩달아 뛰어
    내려 굴렀다. 구르는 도중에도 이루는 손을 내밀어 겨우겨우 레이의 허리를 팔로 안았다.

























    " 아야… "
    " 내려와라 "
    " …… "


    이루의 말에 레이는 흠칫 놀라며 말없이 내려왔다. 레이는 팔만 살짝 긁히고 교복도 살짝 군데군데 찢어
    진것만 빼면 괜찮았다. 반대로 레이를 안고 굴렀던 이루는 얼굴 여기저기에도 긁혔고 교복도 군데군데
    찢어져있었다. 이루는 자신의 팔꿈치를 들어 보면서 레이를 째려보았다.

    그러자 레이가 고개를 홱 돌린체 막무가내로 걷기 시작했다. 당황한 이루가 얼른 팔꿈치를 내려 레이
    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발이 꺽이는 소리가 나더니 이루의 비명이 숲을 울렸다.

    " ……괜찮아? "
    " 참괜찮다. "
    " 그래? 그럼 이만 실례 "
    " 야!! 반어법이잖아!! 두고가지마!!! "


    뒤돌아서 매정하게 걷는 레이를 겨우겨우 붙잡고선 이루는 자신의 발을 보았다. 그리고는 굴러떨어진
    위를 바라보았다. 까마득했다. 이 다리로는 다시 기어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그나저나 학교에 이런곳이 있는줄은 미처몰랐네 "

    이루가 중얼거리며 말한걸 들었는지, 레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다 뒤돌아 놀란 얼굴로 이루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괜히 쫄아버린 이루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자, 레이가 입을 열었다.

    " ……물 소리 나지 않아? "
    " 아서라. 우리 학교에 분수는 있어도… "
    " 이리와봐! "
    " 야, 발! 발!!! "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레이가 막무가내로 이루의 팔을 잡아 당겼다. 그러자 자연스레 꺽인 발로 땅을
    밟은 이루는 마구 소리지르기 시작했고, 레이는 거슬린단 표정으로 이루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루도
    레이를 째려보며 절뚝 거리더니 이내 귀찮은지 한쪽발로 껑충껑충 뛰며 레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걸어서 정말로 푸른 하늘이 잔잔한 호숫물에 비치는 곳에 다다랐다.
    학교에 오래 살았어도, 이런데는 정말로 온 적이 한번도 없었다. 물론 위에서 떨어진적이 있어야했지만.
    마치 다른세계에 온듯했다. 군데군데에는 유적지 비슷한게 있었다.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이끼가 가득 껴 있었고, 덩쿨들이 자라고 있었다.
    놀란 눈으로 여기저기를 바라본 이루가 결국엔 이끼를 밟고 물로 떨어져버렸다. 이루가 호수에 떨어지
    면서 호숫물이 레이한테 튀겼다. 튀긴 정도가 아니라 완전 뒤집어 쓴 정도였지만.

    " ……미안 "

    레이는 그런 이루를 무시하고는 자신의 젖은 교복을 손으로 짜면서 유적지로 걸어갔다. 정말이지, 한번
    도 이런곳이 있단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이곳 아르넨에 있으면서도 단 한번도 여기를
    보지 못했었단건 말도 안되었다.

    레이를 따라 유적지로 같이 올라간 이루. 건물은 낮고 좁아서 들어가도 금방 밖으로 나왔다.

    " 이건 고대어인가? "


    이루가 한 비석을 발견하며 말했다. 그러자 레이는 이루가 발견한 비석을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이도 고대어를 읽을수는 없는지 이내 비석에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는 건물안을 찬찬히 살펴
    보기 시작했다.

    " 이루 "
    " 어? "
    " 이거……피지? "
    " 뭐? "

    레이의 물음에 놀란 이루가 벌떡 일어나 레이가 발견한 벽에 묻은 피를 보았다.
    족히 오래되서 굳고 마른 피라 색깔도 변질되었지만 분명히 피가 맞았다. 건물도 무너진게 그렇고, 여기
    를 오랫동안 방치한것도 조금 마음에 걸렸는데 그렇다면 여기서 싸움이 일어났다는 걸까?

    갑자기 무언가 무서워졌다.
    살아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그전에, 왜 이런 곳이 아르넨 학교 안에 있는걸까.
    그렇다면 여기는 아르넨이랑 관련된 곳일까?

    " 레이, 우리 여기서 그만 가자. 왠지 무섭다. "
    " 이루……여기…싸운 흔적이 많아 "
    " ……하하,뭐? "

    평소에 겁이 있는것도 아니었지만, 여기를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무언가가 오싹하고 소름이 끼쳐왔다.
    더군다나 레이 말데로 자세히 보니 싸웠던 흔적이 많았다. 군데군데 튀긴 피와 아직도 존재하는 옛날
    침대엔 시트를 걷어내면은 피가 한가득 고였던 흔적이 있었다.

    벽에는 마물들의 손톱자국이 보였다. 마물이 이곳에서 난동을 피웠다면, 그런 마물들을 다스릴줄 아는
    마족들도 이 싸움에 끼었다는건 당연지사. 이들이 노렸던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여기는 도대체 뭐였던 걸까.

    " 돌아가자,레이. 여기 돌아가서 모두에게 알려서 같이 오는게 나을거 같아. "


    하지만 레이가 돌아가려 하지 않자, 결국엔 이루가 "빨리!" 라고 소리쳐서 레이가 뒤돌았다. 그리고
    레이가 자신의 손을 잡은 이루의 손을 오히려 당겼다. 이루가 소리지르려 하자, 레이가 다른 손을 들어
    이루의 입을 막았다. 그리곤 조용히 이루의 귀에 속삭였다.

    " ……마족이야 "
    " ……!! "

    혹시나 하고 이루가 속으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마족들이 여기서 원하는걸 가져가지 못했다면 늘 여기와서 수색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불안함.
    그리고 아직도 찾지 못했다면 지금 이시간에도 나타날수 있단 불안함.

    " 뒷문으로…… "
    " 틀렸어,이루…사방에 있어 "


    레이의 표정도 서서히 불안한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음만 같아선 이루는 싸우고만 싶은데, 다리
    를 접지른 바람에 그럴수도 없었다. 괜히 나섰다가는 죽기 쉽상이다. 점점 마족과 마물들이 아래로 내려
    오더니 기어코 착지했다. 그리고 어떤 마족의 지휘하에 다른 마족들이 유적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
    다.

    이곳으로 들어온다면 정말로 큰일이었다.

    " 이루, 여기 지하가 있어! "
    " 어? "

    그리곤 마족이 문앞에 다다른 동시에 두 사람은 비석이 있던 곳 아래로 들어갔다. 레이가 빨리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 들어온 마족한테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 비석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비석이었는데 그 아래
    를 보니까 조그마한 홈이 파져 있었다.

    혹시나하고 레이가 그 홈에 손을 끼워 들어올리자 정말로 들어올려져, 그곳이 지하인걸 알아낸것이다.
    그리고 내려가니 끝도없이 계단이 주루룩 수놓아져 있었다. 두 사람은 조심스레 뛰어내려갔다.
    조금이라도 마족들로부터 벗어나야 했다.

    " 레이, 저 마족들 말이야…여기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거 같은데, 아직도 못찾았으니 온거겠지? "
    " 응 "
    " 여기는 족히 몇백년은 된듯하고, 저들은 여기에 지하가 있는걸 모르는거 같아 "
    " 응 "
    " ……그럼 여기 지하가, 저들이 찾던 게 있다 라는 말이 되는거지? "

    이루의 말에 레이의 표정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이루가 뒤돌아 쳐다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앞서가던 이루는 한 방문을 열었다.
    계단의 끝에는 갈색문의 낡은 문이 있었다. 워낙 오래된 곳이라 문은 잠겨져 있었지만, 이루가 발로
    한번 차자 열렸다.

    " 힘은 무식하게도 좋네 "
    " 칭찬이야,욕이야? "
    " 글쎄 "


    이루의 말에 레이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먼저 그 문으로 들어갔다. 이루는 혹시 모르기 때문에 들어와서
    는 문을 꼭 닫았다. 들어와보니 한 책상이 있는데, 책상위에는 지금것으로 보이지 않는 깃펜과 책이 보
    였다. 역시나 고대어였다.

    " 이 고대어를 어떻게 하란거야? "
    " 쿄우가 풀수 있을지도 몰라. "
    " 쿄우가? "
    " 응. 같은 선도부로 얼마 안되었을때, 종종 쿄우는 심심하면 고대어책을 본적이 있는게 기억나 "
    " 헤에, 그럼 저들이 노리는건 이 책이야? "
    " 그럴거같아 "
    " 이제 어떻게 나가지? "


    이루의 말에 레이는 조금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어디로 나가는 출구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저 마족들이 갈때까지 기다려야 할듯 싶었다. 두 사람은 웅크리고 앉았다. 레이는 무릎에 고개
    를 파묻었고, 이루는 그런 레이를 바라보았다.

    " 너 근데 수련 왜 땡깠어? "
    " 아니라니까! "

    이루의 말에 레이가 고개를 들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러자 이루가 피식 하고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의 얼굴이 조금은 붉어지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
    다. 아까처럼 고개를 파묻지는 않았다.

    " 카이랑 무슨 일 있었어? "
    " 응 "
    " 싸웠어? "
    " 싸운건 아닌데, 내가 화냈어 "
    " 왜? "

    이루의 물음에 레이의 표정이 한순간 슬퍼보였다.
    그러자 이루가 씨익 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 말하기 싫음 안해도 돼 "

    그리고는 두 사람 사이에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이루는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연습용 검을 빼들어 검날
    의 이곳저곳을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상태를 보는듯 했다. 검을 본 레이가 다시 침울한 표정을 짓더
    니 입을 열었다.

    " 검좀 치워, 난 검이 싫어 "
    " 어째서? "
    " 그럼 넌 검이 좋단 말이야? "
    " 좋은건 아닌데…우리는 검을 쥐고 살아야하잖아? "


    이루의 말에 레이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루는 의아한 얼굴로 그런 레이를 바라보았고, 레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 사실 아까 검 때문에 싸웠어. 니 말데로 수련 땡깐건 비슷할거야.
    검이 들기 싫다고 카이한테 말했어. 그러니까 뭐란줄 알아? 걱정하지말라는거야.
    무슨일이 생기면 나를 지켜주겠데. 그래서 이해할수 없다고 화를 낸거야. 그러다 널 만난거고 "


    레이의 말을 들은 이루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 왜 널 지켜주겠다는게 이해할수가 없어? "
    " ……그럼 넌 이해가 되니?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는 말과 같은데 이해가 되!? "


    레이의 말에 이루의 미간이 좁혀졌다.

    " 나는 리진을 지키는 호위기사야. 나는 리진을 지킨다는 기사의 서약을 했고.
    뭐, 이건 틀리지 모르겠지만 난 기사의 서약을 한걸 후회하지 않아.
    리진을 지켜줄거라고 스스로 다짐했으니까. 누군가가 하라고 해서 지키려는게 아니야.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게 어때서 그래? 카이는 널 소중히 하고 있는거잖아.
    그런 말 쉽게 들을 수 있는게 아니야.
    그렇다면 넌 소중한 사람이 없다던가, 너가 죽는다는게 무서운거네. 그렇지? "


    이루의 말에 레이의 황금안이 살짝 흔들렸다. 이루는 한숨을 쉬며 그런 레이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조금 자기가 한 말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 그런 행복한 말을 들었는데 왜 너는 이해할수 없다고 하는걸까?
    난 너에 대해 그다지 잘 아는것도 아니고, 너와 얘기를 맨날 하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어.
    하지만…역시 내가 보기에는 너는 겁이 많은거 같아.
    사실은 너를 지키다가 카이가 죽는게 무서운거잖아. "

    이루의 말에 레이는 다시 고개를 무릎에 파묻었다.
    레이의 볼을 타고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이루도 눈을 감고 벽에 기대었다.
    한 한시간정도 흘렀을까. 레이가 입을 열었다.

    " 너는 검에 피를 묻힐수있어? "
    " 물론이지. "
    " 만일 세츠여도? "
    " …… "


    세츠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이루가 눈을 떠 파란눈으로 레이의 황금안을 직시했다.
    가만히 있던 이루가 한숨을 쉬더니 자신의 날이 반짝거리는 견습용 검을 바라보았다.

    " 죽일거야. "
    " 너한테 소중한 사람이잖아 "
    " 라퀼처럼 변해있을께 뻔하잖아? "
    " …… "
    " 어차피 우리 모두 다 옛날로 돌아갈수 없잖아.
    세츠를 마계에 놓고왔다던 루시드의 말을 들었을땐 정말 화가났었어.
    하지만 일어났어. 이제는 슬프지도 않고 화도 나지 않아. 원래 있을 곳에 있으면 되는걸거야.
    추억이 있다면 그 추억으로도 나는 충분해. "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레이를 일으켰다. 영문을 몰라하자, 이루는 그저 피식 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검을 들어 문쪽을 노려보았다. 이루가 레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 그 책을 들고…문 뒤로 숨어. 내가 나오라 하면 나오는거야. 말 잘들어. 착하지? "


    이루의 말에 레이의 심장박동수가 이상하게도 빨리뛰기 시작했다.
    상대는 저번에 상대했었던 마족이었다. 하지만 뭔가가 불길한 기운이 엄습했다.
    그리고 이루가 빤히 바라보는걸 다시 느끼고는 책을 들고는 문 뒤로 갔다. 동시에 문이 열리면서, 레이
    의 모습은 문 뒤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 인간!? "
    " 훗 "


    놀라하는 마족을 비웃으며 이루는 견습용 검을 휘둘렀다. 마족들이 소리를 지르며 소멸하기 시작했다.
    마족들은 계속해서 내려왔고, 이루는 숨을 몰아쉬며 쉬지않고 검을 휘둘렀다. 자연히 이루의 교복에는
    마족의 피가 튀겼고, 이루의 몸에도 자연스레 상처가 생겼다.

    더 이상 마족이 내려오지 않자, 이루가 레이를 불렀다. 그리고는 레이의 손을 잡고 껑충껑충 한발로 뛰
    며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중간에서 또 다시 마족을 만났고, 이루는 레이를 자신의 뒤에 세운체 검을
    휘둘렀다.

    " 인간 두명이 아래에 있어!! "


    마족들의 전달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 퍼졌다. 이루는 미간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올라갔다.
    내려갈때는 쉬웠지만 올라갈때는 너무나도 숨이 벅찼다. 안그래도 계속 올라오면서 끝도없이 마족들을
    상대했는데. 이루는 올라가면서 계속 레이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아무래도 레이가 무서워하는걸 잘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겨우겨우 위로 올라왔을때, 이루는 피식 하고 웃을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천천히 올라왔다.
    이미 건물은 통째로 날아간 뒤였고, 주변은 마족들이 검을 세운체 서 있었다.

    " 너희들은 포위당했다. 아래에서 무얼 가져왔지? 내놔 "
    " ……이루 "
    " 아까 내가 한말 기억하지?레이 "


    ‘ 어차피 우리 모두 다 옛날로 돌아갈수 없잖아. 추억이 있다면 그걸로도 나는 충분해 ’


    그랬다.
    마족들을 지휘하던 자는 다름아닌 이루의 절친한 벗우였던 세츠였다.
    예전에 알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라퀼처럼 변해 있었다. 차가운 기운이 냉랭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
    다. 그리고 자신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레이는 그렇다쳐도 이루도 알아보지 못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라퀼은 옛 기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일린을 죽이지 않았던가.
    세츠도 마찬가지다.

    " 오랜만이다. "


    이루가 태연하게 피식 웃으며 인사했다. 하지만 세츠는 그다지 반응이 없었다.
    그가 기억하는지 기억안하는지도 모른다. 아까 세츠를 죽일거라던 이루는 죽이지 않는다.
    그는 모순됬던 것이다.
    아마도 이런데서 세츠를 만날줄은 몰랐겠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한것 뿐이겠지. 설령 미래에 세츠를 만난다해도 그는 과연 죽일수있을까.

    " 말해. 그 인간여자가 들고 있는 책이 우리가 찾고 있던것. 얌전히 내놓는다면 순순히 보내주겠다. "

    세츠의 말에 이루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레이의 손을 끌어 자신의 뒤에 바짝 세웠다.
    세츠가 왼손을 내밀었고, 이루는 검을 한번 크게 휘둘렀다. 덕분에 세츠를 비롯한 모든이들이 물러서야
    했다. 세츠의 인상이 찌푸려지자 이루는 재밌단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 마족의 말을 어찌믿지? 심성이 고약하고 아주 얍삽한 놈들인데? "
    " 그럼 죽어라 "
    " 배신자가 죽어야 하는게 진리 아닐까? "


    그리고는 세츠의 검을 막았다. 자신의 검을 막자 조금은 놀란듯한 표정을 짓는 세츠.
    당연지사, 세츠는 이루를 모르지만 이루는 세츠를 가장 잘 안다. 늘 심심하면 검수련을 했던 그들이다.
    당연히 세츠가 어찌 검을 휘두를지 이루는 한눈에 봐도 척이었다.

    그렇기에 세츠가 아무리 강해도 이루는 그의 공격패턴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유리했다.
    세츠는 이루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걸 알았는지, 곁눈질로 마족을 보며 소리쳤다.

    " 난 이녀석을 상대하고 있을테니, 너희들은 인간여자를 붙잡아! "
    " 뭐야!? 비겁한자식아!! "
    " 누군가가 그러더군. 마족은 심성이 고약하고 아주 얍삽한 놈이라고 "
    " ……너어!! "


    이루는 검을 다시 한번 크게 휘둘러 세츠를 물러서게 했다. 동시에 레이를 들어안더니 부숴진 유적지를
    밟고는 높이 점프했다. 하지만 이루의 행동은 잘못됬던 것이다. 마족들이 단번에 공중으로 떠올랐고,
    이루를 향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놀란 이루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호수로 빠져버렸다. 물에 빠지면 움직이기도 힘들고 몸이 무거워져
    더욱더 불리하다. 되도록 이루는 호수바닥으로 헤엄쳐 바닥을 밟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적어도 마족
    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면 호수를 이용해 가는게 훨 나았다.

    물은 깊고 물위에 비춰지는것은 하늘이니 그것을 이용하는게 유리했다.
    레이는 숨이 막혔지만, 이루가 참는데까지 참기로 생각하고는 두손으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 푸하! "
    " 하아…하아 "
    " 잘 참았는데,그래? "
    " 우리 이제 학교로 돌아가? "
    " 어, 가능하면 빨리 가야겠지. "


    그리고는 숨을 조금 몰아쉬고는 다시 일어났다. 레이를 데리고는 재빨리 숲으로 들어갔다.
    숲은 길이 없는 무성한 수풀만이 가득했지만, 때와장소를 가릴때가 아니었다. 무작정 위로만 올라갔다.
    뒤에서 마족들이 발견한 소리가 들렸고, 더욱더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루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르게쉬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조금은 걱정하는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레이를 보며 피식 웃었다.

    " 내가 다리만 접지르지 않았으면 괜찮았을텐데.
    내가 한발로만 껑충껑충 뛰어서 금방 마족들에게 걸려버렸잖아? 그러니까 두발로 뛸게.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그 책 나한테 줄래? "


    레이가 책을 조심스럽게 건네자 이루가 피식 웃었다.

    " 그런데 접지른 발로 어떻게 뛰겠단 거야? "
    " 뼈가 삐뚫어진거 같거든. 원래 리이넨씨한테 친절히 치유마법을 받을까 했는데…이런건 아프잖아 "


    그리고는 자리에 주저앉더니 자신의 발을 만지작 거렸다.
    레이는 설마하는 얼굴이었고, 이루는 조금은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루는 단 한번도 아까처럼 비명
    을 지르지 않았다. 레이는 아주 기겁한 얼굴이었다.

    아까도 뼈 소리는 들었지만, 스스로 뼈를 맞춘 이루한테 더 기겁한 것이다.

    " 뛰자!! "


    그리고는 아까보다는 뛰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하지만 얼마안가 마족들에게 포위당했고, 또 세츠도
    서 있었다. 이루는 세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책은 나한테 있는데 이녀석은 보내면 안되려나? 그래도 이녀석은 여자니까. "
    " 좋다. 가라 "
    " 이루!? "
    " 빨리가서 애들을 데리고 오든지 해. 버틸테니까 빨랑가 "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뛰어가기 시작했다. 레이의 모습이 안보일 즈음에야 이루는 책을 입에 물었
    다. 그리 두꺼운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입에 무는게 가능했다. 그리고는 세츠를 보며 씨익하고 웃었다.
    그런 그의 태도가 상당히 마음에 안들었는지 별로 안남은 마족들을 움직이게 했다.

    그걸 바랬단 듯 이루는 조금은 더 가벼운 몸으로 마족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족들은 다 해치웠어도, 마물들이 남아있지 않던가. 이루는 아차한 얼굴이었다. 마물들은 비정상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조금은 고전했다.

    그리고 실처럼 가느다란 하얀색의 줄 모양의 마물이 공중에 높이 뜬 이루의 발을 잡았고, 이루는 그대로
    바닥으로 세게 처박혔다. 동시에 마물들이 바닥에 쓰러진 이루를 향해 공격을 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일어설수는 없었지만, 이루는 재빨리 몸을 뒤틀어 검으로 자신을 향해 입을 벌려 공격
    하는 마물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대로 두동강이 난 마물의 피가 이루에게로 튀기면서 마물은 소멸되었고, 자신의 발을 꽉 붙잡은 마물
    역시 베어버렸다. 이제 그 많던 마물들도 전부 다 소진하자 세츠만이 남았다.

    " 이제는 죽겠군 "
    " 내가? 너한테? "
    " 그럼 누구한테 죽지? "


    세츠가 검을 들고 이루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이루는 피식하고 웃었다.
    기진맥진 한듯 그저 자리에 누워있을 뿐이었다. 세츠가 검을 높게 쳐들었을때, 이루가 입가에 서린 미소
    를 싹 지우고는 세츠를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움찔한 세츠.
    그리고 재빨리 이루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츠의 배를 발로 찼다. 뒤로 나가 떨어진 세츠의 배 위에 올라
    앉은 이루.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 말이야, 내가 조금은 힘들거든? "
    " 뭐? "
    " 니하곤 싸우고 싶지않아. 마지막이니까 그냥 돌아와라,얌전히 "
    " 하? "
    " 내가 준 피어싱을 왜 빼가지고 귀찮게 하냐? 혹시나해서 유안한테 받았던 또 피어싱이 있거든? "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피어싱을 꺼냈다.
    저번에 스스로 세츠가 뺐던 피어싱과 똑같은 색과 똑같은 모양이었다. 그 피어싱을 말없이 바라보는 세
    츠. 그리고 이루가 씨익 하고 웃으며 말했다.

    " 이거 끼면은 이제 더 이상 안힘들어도 되거든? "
    " 웃기지마 "
    " 내말들어 "
    " 난 인간의 말 따윈 듣지않아 "


    그리고는 검으로 이루의 어깨를 찌른뒤 다시 검을 빼내면서 뒤로 물러섰다.
    이루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손에 들렸던 피어싱을 세츠에게 던졌고, 세츠는 반사적으로 받았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린체 피어싱을 보다가 이루를 보았다.

    " 그거 잃어버리지마 "
    " …… "
    "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언제든지 기다릴테니까, 너무 늦지 않게 날 찾아와… "
    " 너… "


    그때였다.
    갑자기 차원의 문이 열리더니 레이리아가 나타났다. 루시드의 호위기사.
    노란색의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 세츠의 동공이 커졌고, 이루의 동공도 커졌다.

    " 세츠, 뭐하는거냐? 이 녀석 상대하기가 그렇게 힘이드나? "
    " …… "
    " 왜 안죽이는데? "
    " 지금 하려 했습니다만. "


    상당히 조금은 반항적인 말투로 세츠가 대답했다. 그리곤 피어싱을 레이리아 모르게 주머니에 넣고는
    검을 든체 자세를 가다듬었다. 이루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일어설 힘이 없었다. 그리고 검을 들수 있는 오른쪽 어깨까지
    당해버렸다. 정말로 끝이었다.

    그리고 세츠는 앉아있는 이루의 심장을 찔렀다.

    " …. ………. "


    뒤로 쓰러진 이루는 손을 든체 눈을 가렸다. 입에선 피가 뿜어져 나왔고,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세츠는 자신의 검을 뽑으면서 뒤돌아섰고, 레이리아가 있던 차원의 문을 통해 돌아갔다. 그리고 레이리
    아 역시 차원의 문을 열고 돌아갔다.




























    " ……바보같은자식 "


    이루의 낮고 낮은 중얼거림만을 지나가는 바람이 들었을 뿐이었다.
































    ‘ 이루, 기달리지마 ’

    심장을 찌른척 했다.
    자신의 심장옆을 찔렀다. 피가 붉게 물들어지는 바람에 레이리아는 심장이 찔린거라고 생각할게 분명했
    다. 그리고 세츠는 자신을 살렸다. 붉은피가 점차 교복을 붉게 물들였다.

    아득한 정신.







    아득한 정신일때 귓가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가의 치유하는 손이 느껴졌고, 누군가가 자신을 보며 울은것도 들렸다.
    하지만 그게 누군지는 전혀 모른다. 이어서 누군가가 자신을 업었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그때 너가 왜 그말을 했는지 늘 생각했지만
    역시 나는 너의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뒤로 다시 만난 너는 여전히 피어싱을 하지 않았고,
    나는 너를 향해 검을 들어 이번에는 내가 너를 찌를수밖에 없었다.

    너는 나보고 기다리지 말라고 했고,
    나는 너보고 늦기전에 돌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너는 내 앞에서 동료를 해하였고,
    나한테서 죽기를 원했다.
    그리고 나는 차가운 말만을 내뱉었다. 너의 심장을 도려내듯이.

    그날 너는 울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고,
    죽어버린 너를 보았을때 비로소야 나는 후회했다.

    그리고 죽어버린 너를 보며 끝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













    ‘ 사랑해 ’




































    --------------------------------------------------------------------------------------------





    네에
    조금 비중이 없던
    크리스누나의 캐릭을 써봤어요/ㅅ/

    앞으로 비중이 없던 캐릭들을
    저렇게 올릴 생각중.









    p.s
    나 님들때문에
    개인소설방 못만들잔아효.......
    우형이
    소설방이 너무 한산해서
    만들어줄수가 없데잖아!!!!
    어쩔거야!!!!!!!

댓글 6

  • [레벨:24]id: Kyo™

    2007.08.11 13:41

    세츠... 무의식 중에 그런걸까?
    그렇다면 조금은 기억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거네?
    그나저나 얼른 이루 데리러 와야 할텐데ㅡ
    ps. 미안해; 소설 쓰기가 조금 귀찮아요;;;
  • 이루

    2007.08.11 14:43

    헬랭 - 그런거냐 . 힘내라 - 앞으로 열심히 노력할께 [ ... ] 인물만 다 받아지면 [ ... ]
  • [레벨:7]id: 크리스

    2007.08.11 21:24

    오랜만에 우리 쌍둥이들이 나왔네?
    아이구 좋아라<
    이루는 죽다 겨우 살아났고.
    근데 그 책은 대체 뭐야?
    마족하고 관련이 있는건가?
  • [레벨:8]id: 가리*

    2007.08.13 10:32

    ........세츠도 원래 착해 (소설속)
    이루랑 레이둘다 안죽었네-_-다행 ..
    너인물들 죽이지좀마..-_-불쌍해
    해피엔딩을 기대하고있으마 ㄲㄲㄲㄲㄲㄲㄲ
  • [레벨:5]id: 이엔[EN]

    2007.08.13 14:01

    결국엔 모두 돌아오는건가 - - ?
    레이는 사춘기같아 -_-!! <
  • 체리 보이 삼장♡

    2007.08.15 19:26

    어이쿠 세츠 나중에 후회할짓하는구나 <-
    무튼 개인소설방에 너무 집착하지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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