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련한 선울림」part 1
  • [레벨:7]id: 라퀼
    조회 수: 519, 2008-02-06 05:54:34(2007-05-13)
  • " 기분나쁜 선울림 "


    남색머리칼을 가진 남자가 낮게 읊조렸다. 눈끝을 살짝 찡그리고는 손가락 하나를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이내 활짝 웃는 사이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의 눈앞에는 한 아이가 동그란 유리관 속에 미동없이 서있었다. 남자가 유리관으로 다가가 표면을 쓰다듬자 유리관이 사라졌다. 소년은 몸을 지탱하고 있던것이 사라진탓인지 힘없이 쓰러졌고, 앞에 있던 사내는 그를 가볍게 받아들었다.


    " 쿡- "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공기를 타고 울려퍼졌다. 그에 반응해 소년의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각각 깊은 초록색과 노란색의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초점없던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한곳으로 맞쳐졌고, 조금씩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 아아- 아직은 깨어날 시기가 아니랍니다. 조금 더 자두도록 하세요. 이제부터는 많이 피곤해질지도 모를일이니까요- "


    짙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덮고는 그가 말하였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던 소년은 이내 추욱 늘어져 버렸다.


    " 다음에 깨어날때는 따뜻한 침대 위에서가 좋겠지요- 세츠 아일린... 멈추어버린 시간의 인형씨 "


    그는 이미 움직임이 사라진 아일린을 가슴깊이 안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짓하자 붉은색 머리카락의 청년이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 기분이 좋아보이네요? "
    " 이 기분나쁜 울림들을 잠재워 줄 아이가 이제, 곧 완연히 깨어날것이기 때문이지요. "


    남색머리칼의 남자가 붉은색 머리칼의 사내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하였다.


    " 이제 그 눈동자 좀 보여주시겠어요? 카리 아이루스 "
    " 그건 안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라퀼 "
    " 왜요? 매일 도망가기만하고 "
    " 내 눈을 뽑아버릴거잖아요? 당신은 흑익의 라퀼 또는 눈수집가 라고 불리우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앞못보는것은 사양입니다 "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카리가 말하였다. 그에 라퀼이 조금은 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제가 아무리 신비로운 색을 지닌 눈동자를 좋아한다지만 그렇다고 생기를 잃어버린 눈동자는 보고싶지 않다구요. 아아- 나쁜 카리군. "
    " 아하하, 그래도 안돼요- "
    " 그럼, 나쁜 카리군에게 벌입니다. 이 아이를 방에 데려다두고 나중에 이 아이가 깨어나면 돕도록 하세요. 인.간.계에서- "
    " 킥- 그런벌이라면 나쁘지 않겠군요. "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이내 그는 가볍게 부복하고는 아일린을 안아들고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본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의자에 몸을 깊숙히 늘어뜨린 라퀼의 방에는 약간의 흐트러진 공기만이 누군가 다녀갔음을 알려줄뿐이었다.


    " 즐겁고 행복한 꿈은... 여기까지... "



                                               *     *     *



    ' 깨어나세요- '


    웅웅거리며 무언가 귀찮게 귓가를 맴돈다. 짜증나는 웅얼거림의 소리. 잠시간 고개를 흔들고는 눈을 떴다. 눈에 보이는건 침대위에 떠있는 은빛의 구 하나. 그리고 온통 검은색의 벽들뿐.


    " 악취미... "


    누군지 몰라도 참으로 악취미라는 생각에 무심코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옆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킥킥- 그건 나도 동감이야 "


    난데없이 등장한 카리는 가늘게 웃으며 말하였다. 분명 이방은 카키색의 벽지와 멋진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던 곳이었다. 그런곳을 순전히 ' 세츠 아일린 ' 그에게 침대가 필요할것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라퀼이 방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래봤자 쓰이는건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것이 분명함에도 말이다. 카리는 그가 누워있는 침대맡으로 다가갔다.


    " 보아하니 지금은 ' 세츠 ' 인가보지? "


    카리가 헤실 웃으며 말하였다. 그에 기분나쁘다는듯 세츠는 미간을 찡그리며 몸을 반쯤 일으켰다.


    " 넌 뭐지? "
    " 너라니- 나는 너보다 나이가 많다구~ "


    약간은 능글거리는 듯한 말투로 카리가 말했다.


    " 난 너처럼 허여멀건한 녀석들은 상관안해 "


    잔뜩 찡그린 얼굴로 세츠는 카리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카리가 세츠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감싸고는 옆에있는 벽으로 내리쳤기 때문인다.

    퍼억!


    " 크윽... "
    " 말조심하라고- 꼬마. 이제 갓 깨어난녀석이 버릇이 없군. 너는.. "
    " 병신 "


    퍼억!

    아까와 같은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카리가 말을 잇던 도중 세츠의 욕설에 카리가 다시한번 세츠의 머리를 벽에 내리쳤기 때문이다. 답지않게 생각보다 강한 근력을 가진 카리로 인한 두번의 연이은 충격때문인지 세츠는 이번에는 신음소리조차 흘리지 못하였고, 몽롱한 정신만을 겨우 붙잡고 있을 따름이었다.


    " 이제, 얌전해졌군. "


    카리가 다시 웃어보였다. 그는 세츠를 침대에 뉘이고는 그 옆에 걸터앉아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서서히 세츠의 눈이 감기었다.


    " 꼬마야. 어줍잖은 반항따위 사절이야. 난 어차피 네 주위에 있을테니 힘을 길러. 쯧, 그전까지는 반항할 생각따위 꿈도꾸지마라. 오늘은 푹쉬어둬- 내일이면 모든것이 시작될테니까. "


    카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정적만을 남겨둔채 그곳을 나왔다. 그는 이마에 손을 얹고 싸늘히 웃어보였다.


    " 하마터면 머리를 부서트릴 뻔했어- 킥. "


    얇은 핏줄들이 튀어나온 그의 오른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 미안 가리누님. 카리군이.. 왠지 변태같이 보이네...<
    어제는 서울에 다녀와서 못올렸어 미안해, 세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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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이엔

    2007.05.13 23:36

    어라, 나 이거 신청 했나. . .
    카리라고 하니까 가리를 외국발음으로 한것 같아가지고, 진짜 웃겨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역시 라퀼상 소설 잘써 -_-d
  • [레벨:24]id: Kyo™

    2007.05.14 09:45

    어이쿠, 무서우시네 ^-^
    그치만 너무 기대되는 소설!
    역시 라라는 글솜씨가 끝내준다니까! (반짝반짝)
    다음 편, 기대하고 있을게~
  • 세츠군z

    2007.05.14 22:01

    나.......왠지 웃겨<
    " 말조심하라고- 꼬마. 이제 갓 깨어난녀석이 버릇이 없군. 너는.. "
    " 병신 "
    여기서 맞았으면서 또 욕하는 세츠가 너무 웃겨<
    헙,여기서내가주연!?!?!?!?!?!?!!?!?<<<<<<<
    하하하/ㅅ/라퀼누나는약속잘지켜서난괜찮아요~
    천천히올려! 기대할게~ -_-카리무섭다..
  • [레벨:8]id: 갈갈이

    2007.05.15 07:10

    이엔-_-......야 나도 솔직히 웃겨!!!-_- 근데 어쩌라고 이미 신청한걸 .................................ㄱ-..............
    세츠 버르장머리가 없음 ㄱ- 대갈통을 그냥 -_-
    키르 근데 이소설 나도 모르게 왠지 웃겨-_-?!!!<
    아무튼 내가 왜 변태처럼 보이는데 -_-;!!?
  • 도둑

    2007.05.15 11:18

    역시 세츠의 건방짐은 하늘을 찌르는군혀
    개인적으로 카리라는 발음이 좋던데<
    ㅉㅉ 세츠야 갱생해라 ㄲㄲㄲ`ㅂ'
  • 세츠군z

    2007.05.15 16:32

    ...........아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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