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그 화창하던 날의
그 아릿하고
그 암울한 조각을
가지고 있다.
.....말해줘 그게 진실이 아니라고.
* Episode 03. 밤비 ............ 라퀼 리크로이드, 레인 크루버.
무심코, 고개를 돌아보았을 때 타인과 눈이 마주치면 아주 조금 민망한.지금 라퀼의 상황도 그러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이 씨익 멋쩍게 웃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돌리는 것과 달리, 라퀼과 눈이
마주친 소녀는 그 눈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소녀의 은빛 눈과는 달리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이 어디선
가 많이 본 듯하여서, 그냥 라퀼은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녀의 붉은
입술이 열렸다.
" 기다렸어. "
라퀼은 아직도 그 날의 소녀를 잊지 않고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온몸이 근질거리면서 민망해지는
기억이었다지만 그 은빛 머리칼과 은빛 눈동자는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머릿속에 떠올라왔다. 제기랄. 거
친 욕설을 내뱉고서 습관처럼, 오후 5시에는 소녀를 만났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는 라퀼의 앞에 어
디선가부터 '그녀' 가 느껴졌다.
" ..... 찾았다. "
라퀼의 남색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은빛 긴 머리칼, 은빛 눈동자. 세계에서는 이단아로 불리는 머리칼.
분명 그녀였다. 기다렸다던, 자신을 기다렸다던, 그러나 한번도 다시 마주치지 못했던. 살짝 묶인 그녀의
머리칼역시 맞았다. 그날 그대로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저기요. "
" .............. "
라퀼이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 ... 저기요? "
그제서야 그녀는 라퀼을 알아보았다. 그리고는 라퀼을 그냥 그렇게 꽉 안아버렸다.
" ........ 밤비는, 어디 있어? "
그녀가 라퀼을 놓아준 후 내뱉은 첫마디였다.
[ 밤비는 키가 작았어. 밤비도 너처럼 눈이 남색이었고 머리도 남색이었어. 남들은 검정색이라고 했
지만 나는 늘 남색이라고 우겼어. 물론 깊은 바닷빛과 까만 밤의 빛깔을 같긴 하지만- 어쨌든 크레파
스를 보면 남색도 따로고, 검정색도 따로잖아. 밤비가 누구냐고? 밤비는 까만색 마이에 회색 바지에 빨
간 넥타이를 매는 학교를 다니는 아이였어. 밤비는 날 사랑했어. 나도 밤비를 사랑했지. 그런데 밤비는
어딜 갔을까. .................. 밤비, 나의 밤비. ]
" 저기요, 근데 왜... 그 밤비란 사람을 여기서 찾아요? "
" 밤비랑 머리색이 같아서요. "
" ... 저기요, 저는 그 밤비란 사람을 전혀 모르거든요. 저는 라퀼 리크로이드구요, 올해 열 아홉이에요.
당신은 당신 멋대로 말만 하고 있잖아요. 왜 나와 당신이 또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 관련
이 없는 것 같으니 이만 돌아갈께요."
"... 밤비. "
".............에? "
" 네가, 밤비잖아."
라퀼은 엉뚱하단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부드러워보이는 인상과 달리 엉
뚱한 말만 내뱉고 있는 그녀가 어이없어서, 한 5분간 그대로 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번에도 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내이름은 레인 크루버, 라퀼 씨보다는 한 살 어려요. 그리고 밤비... 밤비는 나랑 동갑이고, 라퀼 씨랑
닮은 것은 아니지만, 그 뭐랄까... 오오라? 그런 게 닮았어요. 아, 나는 오오라가 보이거든요. 하여튼 그래
서 라퀼 씨를 착각했나봐요. 미안해요. 밤비라고 착각해서."
[ 밤비는, 자기가 심장이 아프다고 했어. 심장이 아파서 저 멀리멀리에 날아가야 한다고 했어. 나는 밤비
를 놓아줄 수가 없어서 그래서, 겉으로는 온갖 쿨한 척 다 하고 겉으로는 온갖 멋진 척 다 해냈지만 속으
로는 울고 있었어. 내 가슴은 너무너무 아팠고 내 머리는 지끈지끈 울렸어. 밤비는 너무너무 심장이 아파
서 나랑 말도 할 수 없었어. 날 사랑한다고 했지만 얼마 사랑하지 못했어. 그리고 밤비는, 나의 밤비는.
잃어버렸나봐. 이젠 없어 밤비는. 밤비는 날 떠났어. ....... 나의 밤비는, 나의 밤비는. ]
"...밤비가 보고 싶어요. "
"....예?!"
서럽게 울어제끼는 레인을 어찌할 수 없었는지 라퀼이 가만히 있다가, 자신이 지니고 다니는 손수건을 꺼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곤 애써 씨익 웃었다.
" 그 밤비란 분이, 사랑하던...사람이었어요?"
" ...네 아주 많이요. "
" 아주...많이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거에요? "
" ...네, 이젠 없어요. 정말로. 내 심장을 파먹은 것처럼 아픈 걸 보니까. "
과거의 추억에 얽매여 사는 사람이 , 가장 보기 않좋다고 들었는데, 난.
라퀼이 조용히 생각하며 은빛 머리에 은빛 눈동자를 가진 이지적인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냥 계속 쳐다보
면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이 어떻게 비추어질지... 모르겠다고. 그 추억의 한 자락을 붙잡고 사는 그
녀가 안쓰러워서, 라퀼은 그녀가 그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 ......밤비와 당신의 빛깔이 같아요. "
"...예? "
" 당신, 지금은 이렇게 친절해도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내 눈엔 보여요.
당신에게서는 왠지 모를 보랏빛, 그치만.. 맑지 않은 보랏빛이에요. 까만색 물감을 한두 방울 풀은 듯한."
" ....... 저기, 그런 것..."
" 당신의 오오라, 밤비의 오오라에요. 물론 밤비는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맑았지만. "
미친 거 아냐, 이거.
라퀼은 그녀에게 느껴졌던 그 동정심마저도 사라진 채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오오라는 또 뭐고 저건
또 뭔지, 밤비고 뭐고 이거 미친거 아냐?
" 밤비는, 지금 이 세계에 없어요. "
" 아 예. 그러니까 밤비는 죽었죠. 저는 이만 일어날께요. "
" ..... 리크로이드 군. "
" ............?!"
" 사람이 이러니까 우스워보이나 보죠? 이게 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나봐요. 그죠?"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에 라퀼이 또다시 표정이 굳어졌다.
" 믿든 안 믿든 우린 한 배를 탄 거에요, 어쩔 수 없는거에요. 색이 보인다는 건 우린 이 세계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 밤비처럼, 우리도 밤비를 따라가야 한다는 거. "
------------------------------------------------------------------------
뭔말인지 참-_-; 거기다 또 짧기까지 -_-; 연애전선은 절대아니고
미친사람도 아닙니담ㅠㅠㅠㅠㅠㅠㅠㅠㅠ (.....)
하여튼 밤비는 가상인물이고 새벽이라 쵸큼 제정신이 아니라는점
이해부탁드려열ㅠㅠ 아놔 음악 열심히 자르다가 이러니까 챰 (...)
아참, 다음편부터는 본편시작입니당 드디어!!!
슬슬 머리아파지기 시작하겠네열 ㅠㅠㅠ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새벽이에요 :) (....)
너무재밌쪄 > <앙
나도 올려죠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