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nderland , Episode 2
  • Sinbi★
    조회 수: 243, 2008-02-06 05:50:20(2006-11-15)



  •     * Episode 02. 유일무이한 자
                - 세츠 아일린, 유쿠 마로니에, 이엔 리프크네




    비가 내렸다.
    비탈리의 샤콘느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지, 그렇다면 그 곡이 지금 내 상황에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하고- 유쿠는
    혼자 읖조렸다. 인간 아닌 다른 생명으로써 인간을 위해 애도하는 것은, 지금의 세이넬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인간
    이 모든 것을 지배하려고 칼을 갈고 있는 이 때에- 드래곤, 지상 최고의 생물에게 주어진 임무와는 핀트가 어긋나 있었다.


    ............................이엔, 세츠. 그 이름을 조용히 읖조리곤, 그냥 하늘을 쳐다보았다. 빗방울이... 떨어졌다.


    *


    잃는다는 것이 이토록 애닳는 일일줄 몰랐다.
    열 다섯(물론 인간의 나이로)이 되어 유쿠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깥세계로 나오는 일이었다. 세이넬 공국의 변두리 마을에서
    그를 만났다. 하얀색 뿔테안경을 쓰고 있는 소년, 씨익 미소지을 때 그려지던 반달에 폭 빠질듯한- 이엔 리프크네는, 그렇게
    유쿠의 일행이 되어주었다.


    - 저기, 나랑 같이 안 갈래?
    - ... 어딜?
    - 그러니까.... 모험?
    - ...............


    대답이 없는 이엔이 불안해서, 유쿠는 최대한 불쌍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이엔을 쳐다보았다.


    - 있지, 나 세이넬도 잘 모르고 그러니까. 니가 도와주면 안될까?
    - 너랑 나랑 만난지 10분도 안 됐거든?
    - 앞으로 알아가면 되지, 그렇잖아? 그러니까 가자가자가자!


    지잉, 드래곤만이 감지할 수 있는 인간의 오로라가 느껴졌다. 보랏빛...? 아니, 이건 무척이나 희귀한 색. 드래곤에게도
    존재하지 않는- 나의 색이 조금 섞인, 아름다운 보랏빛. 유쿠는 생긋 웃고 다시 한번 이엔에게 말을 걸었다.


    - 있지, 같이 안 갈래?
    - ... ........


    그리고 정확히 한시간 후 이엔과 유쿠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



    - 묘인족 마을?


    묘인족이라면 분명 달의 여왕에게서 축복받은 아름다운 종족이었다. 요새는 인간들이 마구 살육해대는 대상이라며 이엔이
    기분나쁜듯 말했지만. 유쿠가 족장에게서 명령받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크리시아 제국으로 가야 했고, 최단거리가 바로 이
    묘인족 마을이었다. 일반 마을과 다름없는 평화로운 마을에 들어섰을 때 두 사람의 눈에 보인 것은 처참한 핏빛 뿐이었다.


    - 미쳤어.....


    평화를 사랑하는 드래곤족인지라, 유쿠는 그 장면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엔 역시 평소의 나른한 표정은 싹
    사라진 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나뒹구는 그 많은 것들이, 지독한 피비린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면서 살아갔을 존재들일테지. 하아, ................. 고요 속에서,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이게 다.. 인간들의 짓이란 말야?
    - 부끄럽지만, 그럴 거야.
    - ... 신이 있다면 이 상황을 보고만 있을까. 평화롭게 공존해야 되는 게 법칙 아냐?


    평소의 표정은 사라진 채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이엔을 쳐다보는 유쿠였다. 이엔이 섬칫 놀라며 말했다.

    - ...유쿠?
    - 있지, 나는 지금 드래곤, 즉 여섯 별의 사절로써 크리시아 제국을 방문하는 거야.
    - .......
    - 그런데 과연 우리가 인간과 대화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잔인한 인간이라면 언제고...
    ....또다시 슬레이어를 보내 우리를 죽일지도 모르지.
    -  ... 유쿠.
    - ................이 광경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았을 그 사람들이 경멸스러워.



    유쿠의 눈에서 조심스러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드래곤의 눈물이 - 대지에 떨어져서, 그만 폭풍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세찬 비바람이 어디였을지 모를 곳에서 다가와 두 사람을 사납게 휘저었다. 이엔이 애써 유쿠를 부르려 했지만, 유쿠는 들었
    는지 어쨌는지 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격렬한 폭풍이었다. 책에서만 읽었던 그 분노일까. 이엔이 힘겹게 자기 몸을
    지탱하려고 애쓰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폭풍은 멈추었고, 유쿠가 피로 범벅이 된 마을의 한가운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세츠가 있었다.





    - ... 뭐?


    오드아이의 묘인족 소년은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눈물을 떨구고야 말았다. 나이는 유쿠와 동갑일 것 같았는데- 둘 다 작은
    체구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결론은, 인간들의 작전에 넘어간 묘인족들이 자신을 제외하곤 전부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 그럼, 너 갈 곳이 없겠네..?


    소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 그럼... 같이 갈래?


    *



    세 사람은 늘 함께였노라고, 유쿠는 믿고 싶었다.
    두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지금 크리시아 제국에 당도한 사람은 유쿠 혼자 뿐이었다. 두 사람은 묘연했고, 어디에선가 두 사람
    닮은 이들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믿고 싶지 않았고, 믿으려 들지도 않았지만 계속되는 비보에 마음은 불안해지기 시
    작했다. 크리시아 제국과 유스 공국의 경계선에서 두 사람은 마법처럼 사라졌다. 세츠도, 이엔도. 그리고 지금은 비가 오고 있

    다. 크리시아 우기가 시작이니까, 거의 한 서너 달은 지났겠다.


    평소 조근조근하고 말도 잘하고 얻을 게 있으면 어떻게해서든 얻어냈던 여자애는, 그냥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피를 타고
    난 드래곤으로 바뀌어 있었다. 두 사람의 오로라는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희귀한 것들이었기에, 수많은 보석에 눈이 멀어 자

    신이 이엔, 세츠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쉽게 구별할 수 있었지만- 유쿠는 입술을 꼭 깨물고, 다시 발길을 돌려 오늘 밤 머물게
    될 여관으로 향했다.


    - ...?!


    하늘빛 섞인 보랏빛. 분명 이엔이었다. 그리고 온기를 띈 연두빛, 분명 세츠였다. 두리번거렸지만 그 오로라는 찾을 수가 없
    었다. 설마.................................. 유쿠가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을 떠올리며 오로라가 느껴진 쪽으로 뛰어갔다.



    이계의 결계.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닌 드래곤조차 가까이하지 못하는 곳에 어떻게 저들이.... 혼란만이 가득한 머릿속을 애써 정리
    하려 애썼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더이상은 찾을 수 없다, 이제 저들이 손 뻗기 전에는 내가 저들을 잡을 수 없다고- 이젠 정
    말 잃은 거라고. 죽은 것보다 더한 고통일 거라고. 지금까지 지낸 많은 날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혼란, 그리고 분
    노. 결계를 열었을 그 인물에 대해 느껴진 그 분노.


    유일무이한 자. 지금 유쿠는 그를 이길 수 없으니- 훗날을 기약하여야만 한다.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샤콘느의 찢어질듯한
    바이올린 소리처럼 잔인한 인물. .................. 유일무이한 자.



    *

    ------------------------------------
    세츠, 이엔, 유쿠가 일행으로 여행하던 중 알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유쿠 홀로 남았다는 설정임미다.
    비탈리의 바이올린 샤콘느!! 진짜 슬퍼요 꼭 들어보세요 ㅠㅠㅠㅠㅠ
    쵸큼 내용이 이상해진거 같애요 ㅠㅠ 원래 의도와 달리 (.....)
    뭐 의도도 별로였지만 (.....)

댓글 6

  • [레벨:5]id: 이엔

    2006.11.15 17:09

    소설 잘쓰세요!!
    그럼 이엔하고 세츠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건
    이계의 결계안인건가요? 아, 유쿠는 어떻게 될라나, [웃음]
    수고하셨습니다 ^ ^
  • しずく

    2006.11.15 22:06

    ㄱ-이엔웃지마짱무셔
    임마좀많이많이좀써시캬
    잘썼음잘썼음니가최고작가짱먹으셈
  • [레벨:3]id: 루넬

    2006.11.15 22:48

    전 소설 잘쓰는 사람을 무지무지 사랑한답니다..(와락)
  • [레벨:2]天花검은천사

    2006.11.16 10:43

    저도 소설 잘쓰는 사람을 무지무지 사랑한답니다 (와락)
    내용 괜찮아요 !! 수고수고 ~~^0^*
  • 유쨩〃

    2006.11.17 00:07

    엣, 유 혼자요?!?! (울먹)
    무서워어어- <<<<<<<<<
    그나저나 너무 재밌어요, 다음편 기대할께요♡
  • Profile

    [레벨:7]id: 라퀼

    2006.11.18 22:09

    샤콘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듣고 있는 곡이라는..
    다만 다른것은 바흐의 샤콘느 라는점이려나아- 그리고 다음곡은 비탈리의 샤콘느...<<-
    유 혼자 남았네에.. 이계의 결계라.. 세사람이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나 역시 다음편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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