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제 : 어째서 마음은 언제나 믿을 수 없는 것을 가장 의지하는 거야?
  • [레벨:24]id: Kyo™
    조회 수: 835, 2008-02-06 04:16:53(2007-03-21)
  • 크레테 왕성

    " 무엇하느냐! 왕자를 지하 감옥에 가두거라! 어서 끌어내지 못하겠느냐! "
    " 어마마마!! 어마마마!! "

    냉정하게 소리 친 그녀의 이름은 '희나'
    크레테 왕국의 왕비이자, 끌려나간 왕자 '테루'의 어머니이다.
    선왕은 이미 세상을 등졌고, '희나' 혼자서 이 크레테 왕국을 지켜왔다.
    생각 외로 살벌한 그녀의 성격때문에 크레테 왕국은 지금까지 살아 남아 있었다.
    군사 훈련도, 정치도 그녀의 손을 거쳐서 잘못된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 사실은 공주 '루아'와 '레아'를 봐도 알 수 있었다.
    절대 성사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대국(大國)의 왕자들과의 결혼.
    그러나 희나 왕비의 수려한 말솜씨와 고상한 행동거지가
    마음에 든 대국의 왕비는 단 한번의 면담으로 결혼을 허락하였다.
    그만큼 희나 왕비의 존재는 이 크레테 왕국에서 매우 컸다.

    " 왕자에게는 이틀에 한번만 식사를 가져다 주고, 음식도 빵과 물 2잔으로 제한하거라! "
    " 마마, 그렇게 혹독하게…. "
    " 대신, 한가지만 묻겠소. "
    " 예, 마마. "
    " 대신은 저 아이가 지금 이대로 두었을 때, 이 나라가 어떻게 될 거라 보시는가? "
    " 그, 그 것이…. "
    " 작은 잘못도 이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걸 왜 모르시오? "
    " ……. "
    " 저 아이는 이 나라의 국법을 어겼습니다. 음식을 주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판입니다! "
    " 송구하옵니다. "

    희나 왕비의 정치는 혹독하거나,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다.
    다정하면서도 엄격했다.
    지킬 것은 지키는 정치였다.
    그렇기 때문에 희나 왕비는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검소하고, 백성의 마음을 잘 아는 왕비가 그녀였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이가 있는데, 그가 바로 왕자였다.



    " 젠장! "

    지하 감옥에 갇힌 테루는 계속 분을 삭히고 있었다.
    테루의 잘못은 단순했다.
    자신을 모시는 시녀가 자신의 물건 하나 훔친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것이다.

    " 테루. "
    " 미루 형ㅡ? "

    테루와 같은 짙은 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미루'라 불린 남자가 테루가 갇힌 감옥 앞에 서 있었다.
    수수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왕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아니, 왕비와 너무나 닮아 마치 왕비가 남자처럼 변장한 것 같기도 했다.
    미루는 테루가 갇힌 감옥 앞에 털썩, 앉았다.

    " 너, 이번엔 단단히 혼날 것 같더군. "
    " 에에!? "
    " 밥은 이틀에 한번, 그 것도 빵과 물로. 그리고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어. "
    " 형이 어마마마께 말씀 좀 잘 해줘! "

    테루는 다급한 목소리로 미루에게 애원했다.
    그렇지만 미루는 고개를 저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그거 알아? "
    " 뭘? "
    " 대신이 말리려고 했다가 목이 날아갈 뻔 했어. "
    " ……!! "
    " 그러니까 얌전히 벌이나 받아. "
    " 너무해! "
    " 법에도 나와 있잖아? 범죄를 저지른 자를 숨긴 자는 감옥에 갇힌다. 알겠지? "
    " ……쳇!! "

    테루는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벽을 주먹으로 쳤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희나 왕비의 화를 돋우는 일이었다.
    물론 미루는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테루는 자신의 동생이니까, 적어도 죽이고 싶지는 않기때문이었다.
    미루가 감옥을 나간 후, 테루는 털썩, 누웠다.

    " 젠장, 난 잘못한 게 없단 말이야. "
    - 내가 도와줄까?
    " 누구야! "
    - 나는 이 곳에 사는 유령.
    " 유령? 웃기지 마, 내가 유령따윌 믿을 것 같아? "

    그 순간, 테루의 눈 앞에 희멀건 연기 같은 것이 생겨났다.
    시간이 가자 차츰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고, 좀 더 불투명해졌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오싹한 기분은 떨칠 수 없는 것이었다.

    - 자, 이래도 못 믿겠어?
    " 너, 너는 뭐야!? "
    - 너한테만 보이는 유령이라니까.
    " 나, 나한테만? "
    - 그래.

    유령은 히죽, 웃어보였다.
    테루는 그 웃음을 보면서 다시금 등골이 오싹해졌다.

    - 널 여기에 가둔 어머니가 밉지 않아?
    " …… "
    - 참고로 말해두지만, 난 네 마음 속을 읽을 수 있어.
    " 미워… 엄청 미워… "
    - 그래, 그러니까 내가 도와줄게. 어머니를 놀래켜 드리자!
    " 가능해? "
    - 물론이지!

    테루는 유령이 하라는 데로 손을 뻗어 이상한 문양을 바닥에 그린 다음, 유령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유령은 히죽, 웃으면서 테루의 손을 타고, 테루의 몸 속으로 쉽게 들어갔다.
    테루는 유령이 들어오는 강한 충격으로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 아, 이거 너무 쉬운걸? 큭큭… 기다리라고, 희나. 니 아들을 이용해서 널 죽여줄테니까… "



    쨍그랑!

    " 마마! 큰일났습니다! "
    " 무슨 일입니까? "
    " 테루 왕자님께서 난동을 피우고 계십니다! "
    " 뭐라고요!? "

    희나 왕비는 급히 밖으로 나왔다.
    그 곳에는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있는 테루가 있었고,
    테루 주변에는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진 군사들이 있었다.

    " 테루! 이게 무슨 짓이더냐! "
    " 큭, 뭘 모르나보군. 희나, 날 잊은 모양인데. "
    " …가야! "
    " 그래, 너하고 왕비 자리를 놓고 싸우다 부정을 저질렀단 이유로 지하감옥에 갇혀서 죽은 가야다! "
    " 너… 왜 이제 와서… "
    " 네 아들이 널 무척이나 미워하더라고. 그걸 살짝 이용해 봤지. 역시 남자애는 달라. "
    " 네 이년! "
    " 흥, 과연 네가 네 아들을 죽일 수 있을까? "
    " 너어! "

    희나 왕비는 옆에 있던 검 한자루를 들고, 테루 아니, 가야에게 다가갔다.
    가야는 두 자루의 검을 다시금 고쳐잡고 공격태세를 취했다.
    두 사람의 대립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마저도 긴장케 만들었다.

    " 가야, 이제라도 내 아들을 놔주면 그냥 모른척 해주지! "
    " 싫어, 네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
    " 가야! 당장 나와! "

    희나 왕비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가야에게 검을 휘둘렀다.
    가야는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그녀는 이 승부에서 자신이 이길 확률이 거의 없음을 깨달았다.

    " 그래…. 결국 네 아들까지 죽이시겠다? "
    " 우선시 되는 것은 이 왕국. 그 왕국에 해가 되는 존재라면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살려둘 수 없지. "
    " 한마디로 말해서 넌 어머니로서의 자격을 포기하시겠다? "
    " 어머니이기 전에 여왕이니까. "

    희나 왕비의 굳은 의지에 가야는 멈칫했다.
    가야의 의지가 아니였다.
    테루의 의지였다.
    테루의 정신이 어머니인 희나 왕비의 말을 듣고 깨어나는 것이었다.

    " 이, 이런…. 테루 이 자식…! "
    " 남의 아들을 그런 식으로 막 부르면 안 되지 않겠어? "

    희나 왕비는 다시 한번 더 가야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대로 내려 그으면 검은 그대로 테루를 죽일 지도 모른다.
    챙그랑!
    테루가 들고 있던 검이 희나 왕비의 검은 막아 내었다.
    가야의 의지였는지, 테루의 의지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죽지는 않았다.

    " ……. "
    " ……. "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희나 왕비는 검은 내려 놓고 테루를 와락, 끌어안았다.
    여전히 그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꼭 껴안은 두 사람 사이에서 조금씩 살기가 사라져 가고 있을 뿐이었다.

    - 이, 이런…!
    " 어… 머… 니…. "

    테루의 정신은 이미 가야를 내쫒아 냈고, 테루는 울컥, 눈물을 쏟아냈다.
    희나 왕비는 그런 테루를 가만히 보듬어 주기만 했다.

    - 어째서… 어째서…!
    " 그거야, 사람이니까요. "

    미루는 헤실, 웃으면서 가야에게 답해주었다.
    가야는 미루가 자신을 볼 수 있음을 알고 다시 이용할 생각으로 다가갔지만, 빙의할 수 없었다.

    " 저에겐 오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거에요. "
    - 시끄러!

    가야가 무리하게 빙의를 시도하려고 하자,
    미루는 이상한 글씨가 그려진 종이를 꺼내어 가야에게 던졌다.
    그러자 가야의 주변에 불씨가 생겨나더니 가야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 어째서… 어째서… 언제나 믿을 수 없는 것을 가장 의지하는 거야?! 응!?
    " 말했잖아요, 사람이기 때문이라니까요. 그리고 가족이니까. "

    가야가 불에 타 사라질 때까지, 미루는 웃으며 가야를 바라보았다.

    " 사람이라서… 가족이라서… 그래서 믿는 거에요…. 원래 그런 생물이에요, 사람은…. "

    미루는 천천히 희나 왕비와 테루에게 걸어갔다.

    ─‥─‥─‥─‥─‥─‥─‥─‥─‥─‥─‥─‥─‥─‥─

    스케일이... 좀 컸던듯?
    아님 말구요 (외면)
    어느새 5화...인가?
    어쩄든, 우어어~
    피곤하다 (털썩)

댓글 1

  • genjo sanzo

    2007.06.11 00:25

    이거 혹시 시리즈물 ?
    그럼 첫번째 게시물부터 ~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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