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월달 넷째주 베스트소설 세번째:// 린유z 님)
  • 조회 수: 900, 2008-02-10 14:49:47(200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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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월달 넷째주 베스트소설 세번째:// 린유z 님)













    만월, 그리고‥ for. 유에












































    칠흙같던 어둠 속,

    그저 시리도록 슬픈 빛을 뿜어내고 있던 만월.





    세상에 소리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에 첫발을 내딛은 눈들은 조용히, 그리고 아주 천천히 대지를 하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저 하얀 눈처럼, 깨끗해 질 수만 있다면. 그의 푸른, 마치 달빛을 그대로 닮은 듯한 눈은 그 모습을 놓치기 싫다는 듯 좀처럼 돌려지지 않았다.

    "에? 눈오네-"

    그의 뒤에서 가는, 그렇지만 활발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푸른눈은 유리창에 비친 한 갈색머리 소녀를 향했다. 소녀는 생긋 웃으며 두 손에 찻잔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의 옆에 앉은 소녀는 검은, 장난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찻잔을 불쑥 내밀었다.

    "...?"

    그의 푸른눈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시원한 미소를 짓고서는 그 소녀는 찻잔을 들어보이며 그 의아함을 풀어줄 말을 도톰한 입술에서 내뱉었다. 아주 간단명료한.

    "마시자구."

    "...풋."

    피식 웃은 그는 찻잔을 받아들었다. 온기가 살며시 그의 손을 건드렸다. 기분 좋은 향기. 거실로 퍼져나가는 은은한 향을 음미하던 그의 입이 열리며 차가움이 묻어나는, 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디서 본것 같지 않아?...이 광경."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잠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뭔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아 하는 조그마한 탄성과 동그랗게 떠졌다. 곧이어 도톰한 입술은 비죽 튀어나오며 새침스럽게 변했다. 그리고 삐친 듯한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퍼졌다.

    "체에- 뭐야! 우리 만났던 날, 벌써 까먹은거야? 유에는 바보야-"

    유에라 불린 군청색의 머리를 가진 그는 조금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뭔가를 회상하는 듯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붉디 붉은 입술이 움직이며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맞아, 생각났다. 그때도 바보처럼 울고 있었지, 아마?"

    "에엑- 뭐야!"

    "...토마토냐, 세이."

    그녀의 볼은 빨개지며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장난스런 유에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시선은 하늘로, 아니 정확히는 하늘의 만월으로 향했다. 뭔가를 회상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때도..."



    누군가의 회상이 그려졌다. 하얗고 하얀 대지에. 그때도 지금처럼, 만월이 뜬 밤이였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던 그때.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고, 만월은 그저 묵묵히 둘을 지켜볼 뿐. 조그마한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왠지 모를, 하지만 뭔가 익숙한 느낌에 데려와 버렸던, 지금도 소녀인 그녀.

    '왜 우냐?'

    귀에 들리던, 지금도 생생한 목소리. 눈의 차가움이 묻어나는 듯한 저음의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건- 눈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미소를 지은 얼굴.

    '...아?'

    눈물로 얼룩진 얼굴, 그리고 동그랗게 떠진, 이 밤의 색깔을 닮은 눈. 그 눈에 자신이 비쳤다.

    '가자,'

    그리고 마주잡힌 두 손 사이로 회상이 끝났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과거, 그리고 깨달음. 달에 비친, 외로운 속삭임. 그건,

    "...유에?"

    "아?"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마 깊어져버린 생각에 세이의 말을 못들었으리라. 그녀의 뾰루퉁한 얼굴에 유에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세이."

    "왜."

    퉁명한 목소리. 유에의 푸른 눈에 고개를 돌리고 팔짱을 낀 그녀의 모습이 비쳤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은 그는 이미 식어버린 찻잔을 들고는 일어났다. 기모노 자락이 펄럭였다. 유에의 행동을 보고 있던 세이가 약간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

    "...어디좀 가게."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가 가려는 곳이 어딘지 알고 있기에, 슬픔이 순식간에 목 위까지 올라왔다. 애써 표정을 가다듬고는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세이는 일어나며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유에에게 다가갔다. 언뜻 들리는 일어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유에는 애써 울음을 참고 있는 세이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세이, 벌써 잊어버린건가?"

    "...?"

    갑작스런 엉뚱한 그의 말에 눈물이 어린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런 세이에게 짐짓 인상을 쓴 유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

    잠시 멍하게 있던 그녀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웃는 얼굴로 외투를 걸친 그녀가 서있는 유에를 지나 현관으로 걸어갔다. 문앞에서 살짝 고개를 돌린 세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맛있는거 사가지고 올게. 내가 좋아하는것만 사와야지-"

    "...킥, 그래라."

    유에에게 혀를 낼름 내밀던 세이는 황급히 문을 나서곤 문을 닫았다. 문에 등을 댄 그녀의 몸이 천천히 허물어졌다. 문을 등지고 털썩 주저앉은 그녀의 눈에서 참지 못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혹시나 집안의 유에에게 들릴까, 숨을 죽여가며 우는 세이의 머리 위에 눈송이가 내려앉았다.

    "...후우."

    조금전까지만 해도 세이에게 미소짓고 있던 유에의 얼굴에 씁쓸함이 비쳤다. 식어버린 찻잔을 손에 들고는 입에 가져다 대 차를 한모금 마신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식어버린 차는 쓰고, 차갑기만 했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떠오른 자조적인 웃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입안의 차의 향이 사라질 때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릴듯 안들릴 듯한 조그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너를 통해서 봤던것, 그건..."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외로운, 차가운 밤. 그리고 울고 있던 쓸쓸한 눈. 그 눈 안에서 자신은 자신의 과거를 보았다.

    "...나였을지도."

    순간의 정적, 그리고 하얀 벽을 물들인 적혈. 마지막으로 희미하게 떠올린 기억. 문 밖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흐느낌. 또 하나의 슬픔. 슬프리만치 뇌에 각인되어 버리는 그 장면을, 만월은 보고 있었다.





댓글 3

  • 린유z

    2004.03.01 13:53

    으하하 ;ㅁ; 이 소설을 뽑아주다니 , 센츠 , 사랑해버릴테ㄷ ,, ( 밟힌다 )
  • [레벨:9]ねこ[네코]

    2004.03.01 14:46

    아, 진짜, 왠지 분위기가 멋지....;ㅅ;/
  • みつき유에

    2004.03.01 22:05



     에헤 , 빠가녀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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