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월달 둘째주 베스트소설 두번째:// ★스트로베리밀 님)
  • 조회 수: 1088, 2008-02-10 14:49:46(2004-02-16)
  •  
    (이월달 셋째주 베스트소설 두번째:// ★스트로베리밀 님)













    클로로마이세틴40







































    걸어간다. 손에 붉은 기에 절어버린 십자가를 들고.
    붉은빛의 거리.
    붉은 달.
    붉은 피...





    걸어간다. 걸어간다.
    살풋 내려온 달빛아래 찧어지는 듯한 비명소리를 들으며.















    "참월.."



    서년은 반가움음 담아 투박하게 보이는 단검을 손에 들고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이윽고 고개를 돌려 옆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댄에게 주위를 돌렸다. 댄은 서년이 자신을 보자 입을 열었다.


    "그 칼은. 원래 너의 것이니까 다시 빼앗아 왔어."


    "...감사합니다 누님. 그대로 사라져 버린 줄로만 알았는데.."


    서년은 단검을 소중한 것을 다루는 손짓으로 허리춤에 가죽끈으로 묶어 단단히 고정시켜 놓았다. 환한 햇살이 비쳐드는 테라스로 나가니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와 피부에 부드럽게 부딪쳤다. 그렇게 바람을 즐기고 있는 사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달칵.



    "누구?"


    촤아악



    "휴식을 방해해서 정말 미안하네만. 해야할 일들이 남아있어서 말일세."


    들어온 이는 종이뭉치를 한아름이나 들고 온 가르가나닉스였다. 그 옆에는 별이 있었는데 그를 거들어 주고 있었다. 서년은 그를 보자 미간을 살풋 찡그렸다. 서류더미를 탁자에 내려놓은 다음 의자에 앉은 가르가나닉스 앞으로 댄이 다가와 말했다.



    "이 서류더미들은?"



    "아아, 그것들은....아무튼 댄 자네에게 동생을 살려준 대가로 받을 것이 있어."



    댄이 서류뭉치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자 가르가나닉스는 약간 말꼬리를 흐리더니 얼렁뚱땅 넘겨버리고는 주위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가 위의 그 말을 하는 순간 서년의 살며시 주름져 있던 미간은 더욱 짙게 주름이 지어졌다. 가르가나닉스는 서년의 노려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평히 댄에게만 주위를 기울였다. 분명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말임에도 댄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뭘 원하는 거냐 마법사."


    댄은 가르가나닉스를 마법사라고 불렀다.



    "마법사가 아니라 가르가나닉스라고 합니다."


    "이름이 쓸데없이 길어. 줄여서 가르라고 불러도 좋을까?"


    "좋으실 대로."


    하여 가르가나닉스의 이름은 줄여서 가르가 되었다.


    "전에도 너의 수하들에게 들었다. 신의 힘을 원하는 거냐. 무례하군."


    인간인 가르가나닉스가 마치 대드는 것 같이 행동하자 댄은 인상을 찌푸리며 기분 나쁜 티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무례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뿐이지요."


    "내가 힘을 보태지 않았더라면 내 동생은 깨어나지 않았어."


    "하지만 그 동안 저희가 보살펴주지 않았더라면 그의 혼은 다시 영계로 돌아갔을 겁니다."
        

    가르는 여유 만만하게 댄의 동태를 살폈다. 댄은 하는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너희들의 공은 인정할게. 그럼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지?"


    가르는 손을 깍지껴서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별 것 아니라는 투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저...그들에게서 바이블을 빼앗아 오면 되는 겁니다."



    순간 댄 주위의 기류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댄은 탁자를 손으로 내리치며 흥분한 어투로 빠르게 물었다.



    "바이블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은 듯 그녀의 눈은 동그래지고 탁자를 내려친 팔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는 여전히 여유로운 자세로 그녀를 대했다. 가르가 뜸을 좀 들이지 댄은 못 참겠다는 듯이 자신이 먼저 말했다.


    "바이블을 그 인간들이 가지고 있단 말이지? 그런 거냐?"


    "예. 그리고 저희는 그 바이블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당신이 그것을 그들에게서 가져 왔었으면..."


    "비록 내가 너희 약속을 지키겠다 고는 했으나 한 가지 만은 짚고 넘어가지. 그걸 뭐에 쓸 것인가 마법사?"


    댄은 거만한 눈빛으로 가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가르는 대답하기 곤란한지 난색을 표했고 댄의 미간은 점점 그늘이 지어져갔다. 댄으로서는 가르가 말한 것이 마음에 둘지 않았다. 바이블. 그건 창조의 서였다. 그런데 그 귀한 것을 어디에 이용한다는 말인가. 바이블은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계의 구성을 이루는 대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댄은 바이블의 이름을 쉽게 생각하고 이롭게 쓸 것인지 해로운 일에 쓸것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가르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약속은 약속입니다."


    "...치잇."


    신이 한번 약속한 것은 쉽게 파기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맹세보다야 못하겠지만 약속은 하나의 힘으로 존재해서. 특히 정신체에게 있어서 약속이란 쉽게 할 수 없고 취소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하물며 정신체들 중에서도 궁극의 서열에 다다른 신인 자가 말한 것은 그것을 파기할 경우 손실을 입을 터였다. 때문에 가르는 약간의 무례도 마다하지 않고서 함으로서 댄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알겠다."


    댄은 붉은 눈으로 가르를 잠시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서년쪽으로 다가갔다. 만족한 결과를 얻은 가르는 만연에 미소를 띄우고는 서류 뭉치들 중에서 몇몇을 탁자 위에 남겨두고는 짧은 말을 남기며 다시 문 뒤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서류들은 한 번쯤은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콰앙


    "무례하군. 무례하기 짝이 없어!"


    댄은 문이 닫히자마자 더럭 성을 내었다. 서년은 그런 댄을 보며 묵묵히 난간에 기대어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서년은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 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살아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도 느껴졌다.


    "아무튼. 저 마법사의 말대로..난 약속을 지켜야 되겠지."


    댄은 잠시 주먹을 쥐었다 펴고는 가르가 나가면서 놔두고 혼 서류들을 들어 읽었다. 댄은 서년쪽을 뒤돌아보며 말했다.


    "서년. 아무래도 가야 할 듯 싶다."


    "....그렇다면 저도 같이.."


    "아니, 넌 여기서 더 힘을 키워야지. 저 마법사 대단한 인간이다. 너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으니 잠자코 있어."


    댄은 서류를 두 번 접어서 품속에 집어넣고는 테라스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하늘로 뻗자 햇빛이 빛 무리를 이루더니 댄의 등에 날개가 돋아났다. 날개는 스스로 빛을 내고 있어서 서년은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잘 있어..."


    슈아악!


    댄은 날개를 활짝 펴더니 순식간에 저 만치 날아가 버려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희미해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서년은 멍하니 댄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다가 곧 정신을 차린 뒤에 갑자기 으슬으슬 떨려오는 몸을 부여잡고 의자에 걸터앉았다.


    "더 이상 연관되고 싶지 않았는데...악연은 악연인 것인가? 정말 질기군."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서년은 칼집에 들어가 있는 단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볼품없는 작은칼인 줄 알았던 칼이 어느새 서슬 퍼런 예기를 주위에 날카롭게 흘리는 대도가 되어 있었다. 서년은 일어서서 참월으로 몇 번 허공을 휘둘렀는데 매 순간 마다 쉬익하는 공간을 자르는 소리가 기분 좋게 귀에 와 닿았다.



    "그 때의 그 번개....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못할 걸. 큭큭큭...."



    어두워진 서년의 얼굴에서 비틀린 입술 사이로 비웃음이 새어나왔다.




    +++



    "......"


    "이히이이야야야야앗호오오!!!!!!!!!!"


    나는 죽어라고 연신 소릴 질러댔다. 이루는 뭐 씹은 얼굴이 되어 오체불만족 스럽다는 듯 인상을 팍팍 써가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아, 오렌지 인간. 아무리 노려보아도 난 꿀릴 것이 하나도 없다네. 왜냐고? 내가 드디어 네 공격을 전부 피했으니까!!!



    라고 하고 싶기는 했지만 사실은 아쿠아 덕에 겨우 이 혹독한 훈련에서 벗어 날수 있었다.



    "이건 네 힘으로 얻어낸 결과가 아니니 다시 시작..."


    "아무튼 다 피한 건 맞지?"


    "그건 아쿠아가 도와줘서 그런..!"


    "에이이. 그래 봤자 아주 간발의 차이 였어. 안 그래? 그러니까.."


    "인정 못한다!"


    "나는 인정해!"


    이루가 계속 나에게 트집을 잡자 나는 능청을 떨며 억지로 이루를 인정시키려 들었지만 그런 것에 쉽게 넘어갈 정도로 만만한 오렌지 인간이 아니었다. 아아, 물론 아주 간발의 차이라도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튼 피하긴 피한 거다. 게다가 아쿠아가 도와 준건 단 한번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자력으로 피한 거란 말이다!


    서로 계속 자기가 맞다고 우겨대는 사이 여관 문이 열리며 혈화가 죽을상을 하고는 비틀비틀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을 당했기에...................


    "아하하. 혼자서 차치하는 것은 나쁜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죠?"


    아니, 러버 당신은 왜 한 쪽 다리를 절뚝대는 것이죠? 그 헝클어진 머리는 또 뭐고..?


    "피장파장이다. 그러니까..."


    설마..아아. 설마가 사람 잡지. 그건 그렇고 러버는 전의 그 좀비화를 꾀어내었던 무기들을 혈화와 각자 반반씩 들고는 걸어오고 있었다. 러버는 얘기를 하다가 무지하게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아, 그러니까 다시 되돌려 주고 오자구요. 휴우우. 이걸 어떻게 고생해서 모은 건데! 마을 여기저기 귀중품 리스트를 뒤져가며 고르고 고른..."


    "닥치고 걸어!"


    "아아, 화내시기는!"


    귀중품 리스트? 그건 또 뭐란 건지 알 수가 없군. 아니 도대체 그 짧은 시간안에 무슨 짓을 하고 돌아온겁니까 러버! 후으. 아무튼 혈화는 러버가 자꾸 말을 하자 열이 받은 건지 한 번 큰소리를 내고는 무기들을 덜그렁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시내 쪽으로 걸어갔고 러버는 너스레를 떨며 그를 따라 자신도 시내로 걸어갔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방금 이루와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는 것조차도 까먹고는 멍해져 있었다.


    이루는 조용한 말로 침묵을 깼다.


    "왠지....좀 그렇군."


    "나도 그래."


    우리는 잠시 서로 적대적임을 잊고는 동지애를 느끼고 있었다.


    "아아, 어이! 배고프지 않아?"


    "아! 네코?!"


    놀랍게도 네코는 왼쪽 팔을 흔들며 밝은 얼굴로 우리들을 부르고 있었다. 아아, 저 팔. 마비되어서 못 쓸 줄 알았는데 정말..다행이었다. 그때 일 이후로 저 팔을 못쓰게 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말이다. 난 네코가 쾌차한 것을 보고는 기분이 좋아져서는 활기찬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아아! 마침 배에서 진동이 일고 있었는데. 아무튼 감사!"


    난 이루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설전에 들어가기 전에 재빨리 선수를 치고는 밥을 먹으러 달려갔다. 내가 달려나가고 난 뒤 한 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이루는 이를 갈며 식당으로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모두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혈은 안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천천히 수프를 떠먹고 있었고 네코는 그새 내려와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하아.."


    이대로가 좋다. 하지만 이런 평온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아무도 모르겠지. 실피마저도. 난 뒤에서 노려보는 이루를 무시하며 자리에 앉고는 밝게 웃어 보였다.


    "아아! 잘먹겠습니다!"


    언제 또 이렇게 웃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댓글 3

  • 린유z

    2004.02.17 14:22

    아,, 묘사하는 글이 너무 멋지잖아요 ;ㅁ; [발작]
  • [레벨:6]망울냥♥

    2004.02.18 14:02

    난 이런 진지한 글은 못써....
  • [레벨:4]★스트로베리밀

    2004.03.01 21:55

    핫;;뽑혔다;ㅁ;
    아런;난 뽑힌줄도 모르고 있엇............

    [멋지다니 감사합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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