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넨이야기 : 아홉번째장 ( 9-2 ) - 너무나도 슬픈 존재들
  • 조회 수: 2061, 2008-10-26 15:52:22(200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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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연못 - 두번째달:궁OST) - 들으실분만 들으세요



    부탁하나만 할게요
    나를 기억해줘요





    부탁하나만 할게요
    나를 잊지마요





    부탁하나만 할게요
    부디 죽지 말아요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할게요




















    .....내 이름 한번만 불러줄래요?












































































































    " …아아……. "






    내 두눈앞에서 이루가 쓰러졌다. 분명 살아있었는데, 내 부름에 고개를 돌렸었는데…….
    자결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어째서? 이루 스스로 자결하는 모습을 보는 동시에
    뛰어왔다. 그리고 그가 왜 자결을 했는지 알수 있었다. 그래, 알수는 있었다.
    왜 자결을 했는지 그 이유만큼은 적어도 알수 있었다.





    이루가 잡고 있는 손.
    이루가 그토록 사랑하고 오랜시간동안 기다려오던 사람.
    영영 돌아오지 못할듯 떠나보냈던 사람. 이루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자신도 자결했
    다. 어째서? 그만큼은 죽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





    아마도…….
    저기 혼자 쓰러져 있는 루시드를 세츠가 죽여서였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기에, 같이 죽는걸 택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내 앞에서 그런 모습은 안보여줘도 됬었어,이루.















    - 적어도 사람은 자결할때 그렇게 자결하지는 않는단 말이야.





















    " 이루……만족해? "






    내가 아무리 물어도 너는 대답따윈 해주지 않겠지. 응,그럴거야.
    그래도…그래도……. …이건 너무 슬프잖아.
    왜 하필 나였니. 왜 하필……내 앞에서 니가 죽는모습을 보여주는거였니.





    나는 슬프지 않을거라 생각했니?
    나는 너보다 강하기 때문에 견딜거라 생각했니? 아니야…이루……아니야…….
    나는 그 누구보다 슬픔을 견지디 못해.






    " 세츠…… "





    너희들…너무 편안하단 얼굴이잖아.
    정말로 만족한거야? 정말로? ……남은 사람들은 어쩌라고 그러는거니.
    아무리 서로만이 소중했다 하더라도……이건…너희들의 이기심이잖아…….






    " 바보같아…둘다……둘다…바보같아……. "






    눈은 계속해서 내렸다. 더불어 내 눈물도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은체 식어갔다. 어떻게 웃을수 있는걸까? 해도 두 사람은 아주
    만족하단 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르넨에서 사라진 이들의 웃음을 보았다.







    아르넨에서 영영 사라져서 두번다시 이들이 웃는걸 볼수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
    었나 보다. 적어도 이런 결말이 있기 전까진 이둘의 웃음을 보지는 못했을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겨서 같이 이 결말을 원했던건가 보다.








    그러면……괜히 죽은 루시드는 불쌍하잖아.
    루시드만 불쌍하잖아……. 자리에서 일어나 루시드에게로 다가갔다.











    " ……왜 키엔은 널 여기로 보낸걸까,도대체? "





    그래서 왜 괜히 널 죽게 만들어버린 걸까? ……참 억지다. 그치?





    ……어? 숨쉬고있어? 죽은게 아니야?








    " 루시드? 루시드!! 루시드!! "



































































































    " 리진 "
    " ……루시드? "
    " 나…안죽었었어? "
    " 세츠가 일부러 살린거 같아 "
    " ……그 바보가 "















    어두운 밤. 이루의 방에는 루시드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리진은 창문에서 폭팔음이 들리
    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시작된 전쟁. 그중 가장 평화로운 곳은 아마도 이곳인듯
    했다. 루시드는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리진이 붕대를 감아준듯 했다.




    분명 자신은 죽었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분명 세츠가 하는 작별인사가 귓가에 울렸었는데. 그건 작별인사가 아니었던가?
    내가 쓰러지기 전 그가, 세츠가 했던 세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 그래, 나는 행복했었구나… ’
    ‘ ……하지만 그 시간은 역시 거짓된 시간이니까 슬프진 않아 ’
    ‘ ……안녕,루시드 ’








    그래, 그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던것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작별인사가 아니었다.
    그는 잠시 자신을 이용했을 뿐이었다. 처음부터 그는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단지 이루의 손에 죽고 싶었기에, 자신을 죽인것처럼 위장했던 것이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체, 두 사람을 결국엔 죽게 만들었다.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이루가 왔었을텐데. 그랬다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장 하고 싶었
    던 말을 전달할수 있었을텐데.







    자신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 두 사람이 죽은 이유는 자신에게 있다해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어차피 전쟁을 하다 전사한다면, 자신도 그 두 사람과 같이 죽고 싶다.







    자신은 누구와 싸워야 할까.
    자신에게 남아있던 루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레이리아도 직접 죽였다.
    우선은 약해질대로 약해진 리진이 우선이다. 그녀는 티를 내진 않지만, 자신이 깨어나기
    전까진 많이 울었단걸 직감적으로 알수있다.






    그렇담 여기서 결정해야 한다.









    " 리진 "
    " 루시드? "
    " …넌 여기 남아있어 "
    " 왜 그런소릴 하는거야?! 나는 Blue부장이야!! "
    " 알아 "
    " 그럼 왜!? 난 강해!! 싸우다 죽는게 무섭지 않아! "









    깊은밤, 보름달은 한 창가를 비추고 있었다. 루시드는 리진의 어깨를 두 손으로 살포시
    잡은체 놓아주지 않았다. 리진은 흥분했는지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의 눈동
    자 역시 붉어진 상태였다. 눈엔 눈물이 가득차 있었다. 루시드는 말없이 그런 리진의 눈
    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참을수 없었는지, 리진은 두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렷다. 손등을 타고 맑고 투명한 눈
    물이 흐르고 있었다. 털썩, 소리를 내며 리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
    는, 스스로 자신의 눈앞에서 자결한 이루의 방엔 어두움만이 가득했다. 숨어있는걸 마족에
    게 들키기 않기 위해 불을 키지 않은점도 있지만.




    이루의 방엔 리진의 훌쩍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삼일전, 이루는 무척이나 이상했다. 아니,처음부터 자신의 길을 정했던 것이다. 그런 이
    루의 속마음을 자세히 몰랐던 자신은 너무나 평온해보이는 이루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부장인 자신에게 찾아오지도 않고, 키엔과 무슨 대화를 나누는듯 하더니 먼저 나간 루시
    드의 뒤를 쫓듯 달려갔다.






    그런 이루를 뒤늦게 쫓아갔을때, 루시드는 피를 흘린체 미동없이 쓰러져 있었고, 세츠는
    심장부분을 피로 흥건히 적신체 쓰러져있었다. 그런 두사람을 놀란눈으로 바라보던 자신은
    이내 슬픈표정으로 울고있는 이루를 발견했다.





    이루의 눈과 자신의 눈이 마주친 순간…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
    검을 들어 그는 자신의 목을 찔러 피를 토해내며 스스로 자결했다. 그리고 죽은줄 알았던
    루시드는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뇌리속에 강력히 박힌 삼일전 비극적인 일.
    이제, 혼자있는 자신의 곁에 남은건 루시드뿐이었다. 하지만,그도 떠나려 하고 있다.
    그저,죽음만 보는 자신을 또 떠나려한다. 또 슬픔을 주려한다. …또 다시 죽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그런건 싫다.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그런 현실이 싫고, 잃은 다음에야 깨닫는 것도 싫다.
    그렇게 떼쓰는 자신을 루시드는 무표정으로 오랜시간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 리진,너는 죽지마. 누군가는…우리를 기억해주어야 하잖아.
    그리고 너만큼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 과거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어. 마지막이 너야.
    너를 위해 내가 죽어, 늘 너의 기억속에 남아있을테니 죽지 말아라. 검도 들지마.





    평범한 사회로 나가서 두번다시 검도 들지 말고, 피도 묻히지 마.








    꽃집을 운영해도 좋고, 너의 성력을 앞세워 기도하는 신관이 되어도 좋아.
    교복이나 전투복은 다시 입지 말고, 하얀면티에 청바지라도 좋으니까…원피스라도 좋아.
    매일매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어줘. 울지말고 매일매일 웃어줘.














    아르넨의 리진으로 살지 말고, 보통 여자아이들과 같은 에리카 히스 루 리진으로 살아가 "


































































    루시드의 말을 듣는내내 리진은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몸 안의 수분을 다 짜내기라도 하
    려는듯, 쉬지않고 멈추지않고 울었다. 루시드는 그런 리진앞에 앉아 한참동안 그녀의 머
    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루시드의 표정도 슬펐지만, 그는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한참을 울던 리진은 여전히 울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떨리는 손으
    로 그의 교복의 팔부분 소매를 꽉 잡았다. 그럼에도 루시드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 루…시드…. …가지마……날…혼자…냅두지마…. ………부탁이야… "








    하지만, 이미 그는 리진을 위해 죽기로 결심했기에 리진의 부탁에 흔들리지 않았다.
    말없이 자신을 붉게 상기된 얼굴로 바라보는 리진을 바라볼뿐이었다. 리진,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굳게 결심한 루시드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란 것을.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말리고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붙잡고 싶었다.
    혼자 남겨지는게 두려웠기에.
    하지만 루시드는 대답하지 않는다. 자신의 부탁을 못들은척 한다.










    " …리진,울지마 "
    " …흑……흐흑…싫어……흐흐흑…… "
    " 힘든것도,슬픈것도 잠시일뿐이야. 괴로움을 이겨내지 않으면 안돼 "
    " ……몰라…그런거……모른다구… "








    다시 리진은 많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보름달은 그 깊은밤, 아주 슬픈 두사람을 오랜시간동안 비춰주었다.
    겨우겨우 눈물을 그친 리진은 두 다리에 고개를 파묻은체 들지 않았다. 아마도, 끝까지
    마음을 돌리지 않는 루시드에게 조금 섭섭한 감정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 리진 "
    " …… "
    " 대답해봐 "
    " ……왜 "






    루시드의 부탁에 리진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개를 들지 않는 리진을 바라보며 루시드는 다시 입을 열었다.









    " 내말 명심해야해. 두번다시 너가 슬프지 않으려면 검을 들지 말아야 해 "
    " …… "
    " 그럼 남은시간동안 편하고 행복하게 살수있을거야 "
    " …난 그런거 몰라 "
    "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건 너 혼자뿐일지도 몰라. 그러니 우리를 기억하는건 너뿐이야 "
    " 그런말 듣고싶지 않아 "










    리진의 말에 루시드는 잠시 말하기를 멈추었다.
    리진은 여전히 고개들지 않았다. 그런 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루시드는 무언갈 느꼈
    는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리진 모르게 레이리아가 준 마족의 힘을 발동시켜 이루의
    방 곳곳에 결계를 쳤다.







    밖에서의 외부의 침입을 막을수 있는 마법.
    루시드는 리진을 보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 너를 사랑해. 나에게 남은 소중한 사람은 너뿐이라, 제멋데로 행동하는 나를 이해해줘 "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퍼즐조각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루시드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자, 리진이 화들짝 놀란 얼굴을 들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
    다. 오직 어둠만이 존재 할 뿐이었다. 리진과 루시드, 단 둘을 비춰주던 보름달도 어느샌
    가 구름뒤로 숨어버렸다. 달이 구름에 가려져 완전한 어둠이 자신을 뒤덮자, 다 쏟은줄만
    알던 눈가가 다시 촉촉해졌다.





    그리곤, 뜨거운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 아…. ……아아,루시드……루시드!! "







    어둠속에 울리는건 리진의 외침뿐이었다.
    다시 리진에게 되돌아 오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 내가 두 번째로 만났을때의 그녀는 애달프게 울고 있었다.














    나를 보고 아까와 같은 미소를 보여주지 않는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그녀는 잃었던게 분명했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것이다. 나의 주군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담 그녀는 그들의 죽음을 본것일까?




    두개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는 정말로 현실을 깨달았던게 분명할지도 모른다. 현실.
    그 현실을 알아야만 전쟁을 할 수 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전쟁이 일어나야하는게 원래니까.
    그녀가 있는 방은 결계가 가득해 들어가기 쉽지 않았지만 나에겐 이런 결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마도 그녀의 마지막 소중한 사람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결계를 친것이리라.
    어두운 방안에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어깨.
    허리까지 오는 은빛 머리카락, 그 은빛 머리카락은 빛을 잃었다.







    “ 리진 ”
    “ ……라퀼 ”










    내 목소리를 듣자 안심이 되었는지 그녀는 울다말고 고개를 들어 내이름을 불러주었다.
    문앞에 서 있는 나를 보자마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안았다. 왠지 그녀를 안아주어야 할거 같아서.
    왠지 그녀를 다독여주고 보듬어주어야 할거 같아서 조심스레 내 두팔로 그녀의 몸을 감싸주었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더욱더 크게 들려온다.
    그리고 그녀의 눈물이 내 어깨를 적시고 있다.










    “ 어떡해…어떡해……흑 ”
    “ 말씀하세요 ”
    “ 흑…흐흑……루시드가…루시드가!! ”







    루시드.
    레이리아님과 이곳에 같이 있었던 녀석을 말하는건가.
    루를 돌봐주었다던 그녀석을 말하는 건가.














    “ 가버렸어…가지말라 했는데도, 나를 버리고 갔어!! 흐흑…어떡해…나……진짜…혼자가 됬어…… ”










    기억을 더듬어보면 지금 내 품에 안겨 울고 있는 리진은 강했다.
    우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한번도.
    그녀는 늘 씨익 하고 웃는게 잘 어울리는 강한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울고 있다.











































    “ 그럼 묻겠습니다 ”
    “ ……어? ”
    “ 그가 좋습니까? ”
    “ ……으응 ”
    “ 그럼 쫓아가시겠습니까? ”
    “ ………뭐? ”
    “ 그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대충 알고 있어요. ”
    “ ……라퀼 ”
    “ 네 ”















    그녀가 내 품에서 벗어났다.
    그녀의 눈물이 흘러 촉촉한 푸른빛의 눈동자와 나의 짙은 남색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사는게 나에게 있어서 무의미해
    그러니 그녀가 원하는걸 들어주어도 괜찮겠지, 이쯤에서 조용히 사라지는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리진은 살짝 미소짓는다.
    라퀼은 그저 무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볼뿐이다. 동시에 표정의 변화가 없던 라퀼의 동공이 커진다.
    그의 볼에 남겨진 촉감.




    리진이 발돋움을 해 라퀼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한번도,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표현을 하지 않던 리진. 볼에 입맞추고 난뒤 라퀼은 바로 리진을 바라보았다.
    라퀼은 분명 놀라있었지만, 리진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다시 진정했다.





    그녀의 푸른눈동자에서 마지막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전히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너무나도 슬픈 웃음이었다.













    “ 라퀼, 나를 도와줘 ”
    “ 알겠습니다 ”
    “ 난……루시드가 죽는걸 원치않아 ”
    “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















    “ 그런것도 있겠지만…더 이상 앞에서 누군가가 죽는걸 지켜보지만은 않을거야.
    다들 왜 멋데로 나를 두고 가는지 모르겠어……라퀼, 이루가 내 앞에서 자결했어.
    세츠는 이루에게서 죽기위해 루시드를 죽인척 한다음에…자신의 생각대로 이루에게서 죽었어.
    그리고……이루는 내 앞에서 스스로 목을 그었어…….







    내 오만이라거나, 집착이라거나…그런거 아니야. 이기심도 아니야.
    단지 죽게하고 싶지 않아. 우리가 전쟁 때문에 죽고 헤어지고…그런거 보기싫어. 겪는것도 싫어.





    그러니 루시드를 죽게하지 않아. ”











    라퀼은 말없이 리진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는 리진을 데리고 창문으로 다가섰다.
    창문에도 루시드의 결계가 쳐져 있었지만 라퀼은 손쉽게 자신의 힘으로 결계를 깨트렸다.
    리진은 놀란 눈으로 라퀼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마족이란게 실감이 났다.
    그리고 라퀼은 뒤돌아 리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리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라퀼을 바라보았다.




















    “ 리진 ”
    “ 어,어? ”






    “ 힘이 닿는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의 주군은 이미 죽어버렸으니 더 이상 지킬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에게서 은혜를 입었으니 그 은혜를 갚고자 합니다.
    저의 보은을 부디 져버리지 마십시오. ”

















    그리고 리진은 라퀼의 손을 잡았다.
    동시에 라퀼의 뒤에서 옷이 찢어지면서 무언가가 활짝 펴지는 소리가 들렸다.
    리진이 라퀼의 뒤를 바라보는 동시에 라퀼은 리진을 품에 안았다.










    밤하늘.
    밤하늘을 리진은 날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나는건 아니었지만, 높게나는 드높은 하늘 저 멀리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 세상이 이리 아름다울줄은 몰랐어
    마지막에 가서야 세상의 참된 아름다움을 알게 돼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제때제때 잡아야 한다는 것 또한 알게 되











































































































    “ 레이리아…살아있었네요? 그때…확실하게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






    어느새 내리던 눈은 멈추었었다. 하지만 바닥엔 눈이 가득 쌓여있었다. 눈이 내리고 나자 온도는 더욱더 내려가 추웠다.
    추워서일까? 이상하게 기분도 저조하고 표정은 건조하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노란색의 머리카락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는 더욱더 건조하고 차가워보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검을 들고 서 있다.





    레이리아에게 차가운 말만 내뱉는 루시드.
    그럴 수밖에 없다. 무엇하나 제대로 할수 없는 자신은 무엇하나 제대로 지킬수 없다.






    그것이 약하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 그래. 그정도 상처쯤이야 마계에 있으면 마족인 나는 자연히 낫기 때문에 ”
    “ 그래요? ……아쉽네요 ”
    “ 솔직해지는게 어떠냐 ”
    “ 무슨소리죠? ”








    레이리아가 인상을 팍 쓰며 말하자 루시드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말로 모른다는 얼굴. 그런 루시드를 바라보는 레이리아는 잠시 루시드의 뒤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바다가 아니지만, 저 수평선은 끝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전쟁에도 끝이 있는걸까? 알 수 없다.
    누가 이기는지, 누가 지는지……그리고 누가 살아남는지.









    하지만 한가지 확실하단 것은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남고 싶지도 않고 전쟁을 하고 싶지도 않다는 것.
















    “ 세츠녀석과 이루란 녀석, 그녀석들이 왜 죽었는지 모르진 않을텐데? ”
    “ ……!! ”
    “ 그리고 너가 세츠를 죽이지 못했던 것 또한 모르지 않을터 ”
    “ …… ”
    “ 이곳에선 살고자 하는 욕심이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난 살고자 할 욕심은 없다. ”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리아는 자신의 검을 들더니 획을 그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싸우진 않는다. 죽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검을 든다.
    그것은 자신만이 아닌 루시드도 마찬가지.












    “ 루시드 ”
    “ 말씀하세요,레이리아 ”
    “ 이제는 루는 존재하지 않아 ”
    “ 루는 죽었나요? ”
    “ 너는 루가 어떻게 된거라고 생각하냐? ”












    레이리아의 마지막 물음에 루시드는 대답할수 없었다.
    그저 루를 마계에 두고 왔고, 이제는 루를 죽었다라고밖에 치부할수 없었다. 분명 그때 마계에서 레이리아를 죽였기 때문에. 그때 그 몸은 루의 몸이였고, 루의 몸에서 레이리아가 각성한 것이다. 세츠와 아일린과는 사뭇 다른거지만.






    그러고보니 아일린도 세츠가 변한뒤로 보이지 않는다.
    아일린도 죽은걸까? 아니면 바뀐 세츠의 몸에서 아무리 세츠를 불러도 세츠가 대답을 해주지 않은걸까.
    그렇지만 루와 레이리아는 세츠와 아일린과는 확실히 다른 형태이다.






    레이리아는 여태 검속에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루의 몸으로 들어간거니까.













    알 수 없다.
    그 아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하지만 확실한건 레이리아는 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 루는 이 안에 존재하지만 너한테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
    “ ……무슨 소리죠? ”
    “ 너는 나와 루가 알고 있던 루시드 아 리퀴드가 아니니까. ”
    “ 난 변하지 않았어요 ”
    “ 아니. 너의 표정을 봐 ”
    “ ……? ”



















    “ 너는 소중한 것이 없기 때문에 죽음을 망설이지 않고있잖아? ”














































    레이리아의 말에 심히 동요됬는지 루시드가 잠깐 휘청거렸다. 고개를 푹 숙여 아래를 바라보았다.
    하얀 눈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직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지킬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바로 앞에서 손을 놓아버린다.








    레이리아의 말은 하나도 틀린게 없다.
    오히려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러 레이리아를 만나러 온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루를 만나고 싶어서였으리라.
    하지만 루는 없다.




















    “ 루시드 ”
    “ 이어서 말씀하세요 ”























    “ 나는 너를 죽이고 싶진 않아 ”








    그럼에도 죽이겠다는 말이겠죠.









    “ 하지만 나는 살려는 의지가 강하다. ”
















    그러니 소중한게 없어, 잃을게 없어
    죽음이 두렵지 않은 제가 당신의 손에서 죽으란 말이겠죠





















    “ 미안하지만…내가 너에게 주었던 나의 모든 힘을 다시 가져가겠어 ”
    “ ……!! ”















































    그리고 레이리아는 루시드와 마주보고 서 있던 건물을 박차고 높게 점프했다.
    레이리아가 하늘에 점프해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걸 보면서 루시드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먹구름 사이로 아침해가 떠올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아침해는 레이리아의 노란머리를 비춰주고 있었기 때문에.

























































    「 마족아이? 」
    「 …… 」
    「 말 못해? 」
    「 내 이름은 스웨니아 루 레이리아
    . 마계에서 이 아이를 데리고 도망쳤어.
    나는 지금부터 이 아이의 몸을 마족으로써의 모든 힘을 봉인할것이야. 그러니 너가 루를 보살펴주지 않겠어? 」
    「 내가 왜 그런걸 해줘야 하는거지? 」
    「 글쎄. 너같은 인간을 믿어도 좋단 느낌이 들어서일까. 루를 지켜줘라.」
    「 제멋데로인 놈이구만? 너도 루란 놈이냐? 」
    「 난 루를 지켜주는 또 한명이야. 나는 레이리아다. 」
    「 좋아,레이리아. 루를 지켜주지. 」




























































    과거는 행복했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어긋나고 어긋나버려서 다시 끼워맞출수가 없게 되버린걸까?
    레이리아는 어느새 루시드 앞에 섰고 루시드는 피하지 않았다. 레이리아는 무표정을 한체 루시드의 얼굴을 향해 손을 폈다.
    레이리아의 손에 빛이 났다. 그리고 레이리아는 그 빛을 움켜쥐듯이 손을 움직였다.





























































    「 루를 지켜주는 대신에 나의 모든 힘은 너의 그 검에 쏟아부어 주마 」
    「 아? 그럼 레이리아
    , 니 자체가 내 검에 들어온다고? 」
    「 그래. 그럼 내가 루가 위험할때마다 내 힘을 쓸수있게 해주마. 」
    「 하지만 넌 마족이잖아. 그 힘을 평상시에 쓰다가는 내가 마족으로 오해받기 쉽상이란 말이야 」
    「 아니. 내 힘은 마계에 갔을때만 발동될것이야. 너와 내 마음이 하나가 되었을때. 」
    「 흠…뭐, 나쁘진 않네 」
    「 그리고 너를 지켜주기도 할것이야. 」
    「 좋아. 」


































































    그리고 루시드는 다시 눈을 떴다.
    더 이상 자신의 몸에서 어떠한 힘도,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레이리아의 어마어마한 힘이 자신의 몸안에 있었어도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하물며, 힘이 없는 지금은 얼마나 약할까.
    레이리아의 힘을 가지고 있었을때도 한없이 약했는데.
    바로 얼마전까지 소중한 두 사람을 잃었었는데.





































    “ 내가 강했더라면 아무도 잃지 않을수 있었겠죠,레이리아? ”
    “ 아마도 그렇게 생각한다 ”
    “ 이제 나를 죽일건가요? ”
    “ 난 생존본능은 있으니까 ”
    “ 그래요…… ”
















    루시드는 레이리아의 검을 든 오른손을 잡았다.
    레이리아는 잠깐 움찔하더니 조금 놀란 표정으로 루시드를 바라본다.
    루시드의 은백색의 머리카락을 묶었던 머리끈이 풀어지면서 루시드의 은백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그의 검푸른색의 눈동자는 맑고 투명한 눈물을 가득 담아내고 있었다.
    레이리아는 멍하니 루시드의 검푸른 눈동자만을 바라보았다.
















    “ 슬퍼요 ”
    “ 무엇이? ”
    “ 무엇이냐고 하면……그건 레이리아가 잘 알거라 생각해요 ”
































    - 푸욱

















































    레이리아의 동공이 커졌다.
    그리고 레이리아는 루시드의 앞에 두 무릎을 꿇은체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루시드의 왼손에도 검이 쥐어져 있었다.








    루시드는 살 의욕이 없어보여서 방심했었다.
    힘은 없어졌어도 검술능력은 있는데. 너무 방심했었다.

















    레이리아의 배는 붉은피로 적셔져 가고 있었다.
    레이리아의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한줄기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때 루시드는 울고 있었다.



































    “ ……네녀석 ”
    “ 당신도 슬픈 존재고, 나도 너무나도 슬픈 존재에요… ”




















































    레이리아.
    살 의욕이 강하면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수 있는건가요?
    말해봐요,당신은 살 의욕이 강하다 했잖아요.


































    하지만……레이리아,
    아무리 살고 싶은 의욕이 강해도.
    생존본능이 있다 해도 말이에요.






















































































    - 내 곁에서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다 무용지물이라고 봐요.











































































    “ 루시드……난, 너한테서 죽어줄만큼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야 ”
















































    - 푸욱

















































    아아…그렇군요.
    당신은 잘난 마족님이시니까, 당신의 원래 그 힘으로 상처를 회복시키는 군요.
    나는 너무나 마음이 약한가봐요.





















    이루가 세츠를 단칼에 죽였듯, 나도 당신을 단칼에 죽였어야 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죽을이유가 없었겠죠?
    내 옷이, 내 교복이……내 피로 붉게 물들 이유도 없었을테니까요.














































    “ 루가…보고 싶어요 ”
    “ 그래 ”
    “ ……다시는 보지 못하나요? ”











    “ 하늘의 끝에서, 기억의 끝에서, 추억의 끝에서…그 아이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거다 ”













    “ ……그거 다행이네요 ”
    “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 정말 다행이구나. ”




























    당신은…못된 사람같아도.
    실은 마음이 좋네요. 입만 거칠고 겉은 무뚝뚝하고…건조하고……차가워도.
    내가 아는 한 녀석들이랑……닮았어요.












    자신의 속마음을 끝까지 내비치지 않는……그 두녀석들과.
    레이리아, 그 두녀석들도 하늘의 끝에서…기억의 끝에서……추억의 끝에서………나를 기다려주고 있을까요?
    그러면……좋겠어요. 정말로.


































































    “ 하지만 그 아이를 만나는건 나중으로 미뤄두거라, 잠시나마 난 너를 이용해야겠구나 ”
    “ ……진짜 지독하게 못된 사람이에요 ”
    “ 칭찬으로 듣지 ”


















    “ ……참 얄미운 사람 ”















    그리고 루시드가 눈을 감았다.
    루시드는 쓰러지면서 레이리아의 품에 안겼다.
    쓰러진 루시드를 안은 레이리아의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그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었다.
    레이리아는 동시에 두 눈을 감았다. 두 눈을 감은 레이리아의 몸에서 흰 빛의 기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흰 빛의 기운은 루시드의 몸으로 옮겨갔다.











    그 흰빛이 사라진 다음에 레이리아의 몸은 목 뒤까지 오는 붉은 머리에 노란눈을 가진 루로 변했다.
    그리고 루시드의 몸은 그대로였다. 눈을 뜬 루시드의 오른쪽눈은 검푸른 눈동자였지만, 왼쪽눈은
    붉은 눈동자였다.















    눈을 뜬 루의 투명한 노란색 눈동자가 흔들렸다.
    루시드는 무표정으로 루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는 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나중에 루시드를 돌려주지 ”
    “ …… ”
    “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마 ”









    루시드의 몸에 들어있는건 다름아닌 레이리아였다.
    그 증거가 눈동자였다. 루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으로 레이리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레이리아는 예전의 레이리아 와는 달랐다.






    아니, 좀전에 시리오스와 세츠보고 죽지 말라고 했던 레이리아와 달랐다.
    달랐다면 아주 처음부터 달랐겠지만.










    레이리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단 얼굴을 짓더니 자신을 노려보는 루를 향해 손을 움직였다.
    알고 있었지만 루는 피하지 않았다. 루 역시 힘이 없는 작은 마족아이였다.
    그렇기에 루시드가 루를 지켜주었던 것이다.















    루시드의 몸안에 있는 레이리아.
    레이리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레이리아의 손은 루의 목을 쥐었다.
    그리고 힘을 주었고, 루는 숨이 막히면서도 뒤로 밀리지 않으려고 힘을 주었다.
    하지만 레이리아의 힘이 더욱 우세했다.














    계속 밀리면 바로 아래로 추락하는 거였다.
    더 이상 레이리아는 루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바닥과 발이 떼어진 루의 동공이 커졌고, 반면 레이리아는 피식 하고 웃었다.




















    “ 약하면 다 죽게 되 있어 ”























































    그리고 아주 높은 아르넨의 옥상위에서 루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 루, 어지럽히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을텐데? ’
    ‘ …… ’
    ‘ 아,울지마! 알았어,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응? ’
    ‘ …… ’




























    비록 말은 하지 않았어도 루시드와 눈만 마주치면 모든게 해결됬다.
    처음에 루시드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단기간만에 루시드는 나를 이해했다.
    그리고 루시드는 그 누구보다 나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었고,
    루시드에게 있어 나 역시 그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다.








    얼마 보지 못한 시간동안 루시드를 무지 그리워했었다.
    비록 정신이 들었던건 아니지만 어두운 곳에서 웅크려 앉아 루시드를 줄곧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빛이 들어 드디어 루시드를 만나나 했지만……





































    다시 만난 루시드는 예전의 루시드가 아니었다.
    루시드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몸은 루시드의 몸이지만 속은 레이리아.




































































































































    - 루시드,우리……언제쯤 다시 만나게 되는 걸까?
    내가……먼저 죽어버려서 두 번다시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되는 걸까?
























































































































    그리고 중간쯤 떨어졌을때 누군가가 루를 받았다.
    놀란 루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을땐 은색의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리진이 보였다.
    그리고 리진과 루를 안고 바닥에 착지한 사람은 짙은 남색의 머리카락에 짙은 남색의 눈동자를 가진 라퀼이었다.















































    “ 루,어디 다친데는 없지? ”
    “ …… ”
    “ 루시드는…아직 안죽은거지? 그렇지? ”




















































    대답할수 없다.
    리진도 루랑 눈이 마주치면 어느정도 루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루가 리진의 눈동자와 마주치는걸 피했다.
    고개를 푹 숙였다.








    리진의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다.
    빠르게 왔는데. 최대한 아주 빠르게 왔는데.
    절대 늦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역시 그것은 자신의 이기심인 듯 하다.



















    “ 루시드를 찾아 ? ”
    “ ……루시드 목소리? ”


















    저 멀리 들려오는 목소리에 리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리곤 루시드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루의 표정은 아주 어두워졌다.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얼굴을 했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인지 리진은 보지 못했다.






    루시드를 찾는 리진을 조용히 부르며 라퀼은 옥상을 가리켰다.
    은백색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 루시드!! ”










    리진의 표정이 아주 활짝 펴졌다.
    라퀼은 살짝 고개를 숙여 울려고 하는 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루시드가 위에서 떨어져 아래로 착지했다.










    리진이 활짝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쉰체 루시드를 향해 달려가려 했다.
    그리고 라퀼은 동시에 손을 뻗어 리진의 팔을 붙잡았다.
    라퀼, 자신은 이 기운을 잘 알고 있다.











    외형은 루시드지만 내형은 절대로 루시드가 아니다.
    그래, 이 느낌……






















































    “ 라퀼? ”
    “ 저건 루시드가 아닙니다,리진 ”
    “ 무슨소리야? ”
    “ 루시드가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
    “ 당연하잖아!! ”









    리진이 화를 내며 라퀼에게 소리쳤다.
    위험하다. 이렇게 단순무식하게 생각하면 나중엔 정말 어이없게 죽을지도 모른다.
    라퀼은 한숨을 쉬다 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 만일 당신이 알고 있는 루시드가 맞다면 저 아이가 먼저 달려가 안겼을겁니다 ”
    “ ……뭐? ”













    라퀼의 말에 루가 움찔거렸다.
    다시 리진의 표정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퀼은 아랑곳않고 이어 말했다.



















    “ 그리고 당신도 보았듯이 루는 누군가의 공격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옥상위에서. 옥상위에는 저자밖에 없습니다. ”






















    라퀼의 마지막 말에 리진은 루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루를 향해 다가갔다. 리진이 앞에서자 루가 움찔거리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동시에 리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슬픈 미소.





















    어차피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 아닌가.
    루시드, 그는 잡지 못할 사람이다.













    리진은 두 손을 들어 무서워하는 루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루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울고 있었다. 루의 투명한 노란색 눈동자에는 투명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작은 아이도 슬펐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서.
    리진은 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 ……미안해,루 ”
    “ …… ”

































































    “ 그래, 라퀼. 이제 배신자가 되겠단거야? ”
    “ 그것에 대해선 뭐라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
    “ 없습니다만? ”
    “ 적어도 당신처럼 치사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










    그렇게 차갑게 말하며 라퀼은 오른손을 뻗었다. 라퀼의 오른손에 빛이 나더니 검이 쥐어졌다.
    그런 라퀼을 바라보는 레이리아는 재밌단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갑자기 자리에서 사라졌다.









    놀란 라퀼.
    그리고 둔탁하게 맞는 소리가 들리더니 리진과 루가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 라퀼!! ”
    “ 너는 나를 이기지 못해,라퀼 ”
    “ ……원래의 힘을 되찾으신 겁니까? ”
    “ 그러니 내가 이녀석의 몸을 차지했지 ”













    레이리아의 마지막 말에 발끈한 리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허리춤에 매달린 검집에서 검을 꺼내들고는 레이리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리진이 달려오는걸 알면서도 레이리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목에 리진의 검이 닿는 순간 레이리아가 눈동자를 움직여 리진을 바라보았다.
    피식 웃으며 입을 연 레이리아.

























    리진의 귓가에 들리는건 잔인한 말뿐이었다.
















    “ 이건 루시드의 몸이야. 그래도 벨수 있겠어? ”
    “ ……!! ”

















    그리고 라퀼이 눈밭에서 일어나 리진의 이름을 부르며 일어섰다.
    레이리아는 여자든,남자든 가리지 않았다. 리진은 레이리아의 주먹에 얼굴을 한대 맞고는
    빠른 속도로 라퀼의 품으로 날라갔다.













    “ 라퀼,괜찮아!? ”
    “ 저는 괜찮습니다. 리진은요? ”
    “ 나도 괜찮아 ”















    두 사람이 그렇게 대화할 때 레이리아는 어느덧 루의 앞에 섰었다.
    리진과 라퀼의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섰다. 하지만 움직일수 없었다.






















    “ 한발자국만 더 오면 정말로 이 아이를 죽여버리겠어 ”

















    잔인하다.
    정말로 잔인하다.







    순식간에 사람이 달라져있다.
    조금 몇일 안보았다고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수 있을까?
    리진은 몰라도 루나 라퀼은 충분히 느끼고도 남았다.







    루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레이리아를 바라보았다.
    레이리아의 손은 아까처럼 다시 루의 목을 쥐었다. 그리고 루의 발은 눈바닥과 떨어졌다.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루는 비명한번 지르지 않는다.








    워낙 말이 없는 아이여도 저렇게까지 하는데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 그만둬!! ”
    “ 레이리아, 루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
    “ 잘못? ……정말 잘못 따위 하지 않았을까? ”
    “ 무슨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
    “ 이 녀석을 거두어 들인 것은 나였는데 나를 받들지 않았어 ”

















    루가 좋아하고 따랐던건 세츠와 아일린.
    그리고 아르넨에서조차 끝까지 지켜주었던건 레이리아 자신이었것만, 루시드를 따랐다.
    하지만 그것은 억지이다.

















    “ 누가 누굴 좋아하든 그건 자기 마음이야!!
    합당한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다 해서 죽이려는건 억지야!!
    사랑을 받고 싶다면 니가 그에 정당한 태도를 보여!! ”












    결국엔 리진이 화가나 소리쳤다.
    그리고 동시에 레이리아는 루를 리진쪽으로 던졌고, 리진은 루를 받았다.








    “ 루, 괜찮지?! ”











    다급하게 되묻는 리진의 말에 루는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아팠는지 목을 손으로 문질렀다. 리진은 그런 루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은근히 그 아이를 챙기는군 ”












    레이리아의 말에 리진은 마음에 안든다는 얼굴로 레이리아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레이리아는 그런 리진이 재밌단 듯 피식 하고 비웃어주었다.
    라퀼은 리진과 루의 곁에 검을 든체 섰다.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단 얼굴로.












    “ 어째서 그렇게 그 아이를 챙기지? ”
















    레이리아는 또 다시 물었다.
    그런 레이리아의 말에 리진은 황당하단 얼굴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루를 자신의 뒤로 세우게 한뒤 오른손으로 다시 검을 쥐었다.









    레이리아는 그런 리진을 여전히 흥미진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리진은 자신의 검을 들어 대각선으로 바람소리가 나게 획을 긋더니 그 검을 치켜들어
    레이리아를 향하게 세웠다.



















    “ 루시드가 소중히 한 아이를 지켜주겠어.







    내가 이곳에 남아 너희 마족들과 싸우는 이유는 그것이야.







    아직 루시드는 살아있어. 루시드는 너에게 몸을 빼앗겼지만 우리를 바라보고있어!!
    그러니 우리는 너에게 지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루만큼은 지킬거야!!













    그래서 루시드가 나중에 슬퍼하지 않도록 내가……내가 최선을 다할거야!!







    감정없는 너같은 마족과는 차원이 틀려 ”









































    마지막 리진의 말이 거슬렸는지 레이리아는 몸을 뒤틀어 똑바로 섰다.
    그러자 라퀼이 긴장태세를 취해 공격태세로 바꾸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리진역시 다리를 벌리며 공격태세를 취했다.











    “ 난 아직 너희 조무래기들과 싸우고 싶지는 않아 ”
    “ 뭐야!? ”
    “ 그렇게 열낼 필요없어. 이곳 아르넨의 주인만 찾는다면야 얼마든지 상대해주지 ”













    아르넨의 주인이란 말에 리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분명, 저번에 카넨이 학교의 중심인물들을 모아 이야기한적이 있다.
    아르넨의 주인이라면 ‘시온 라이즈’ 그가 분명하다.







    카넨의 말이 사실로 되었다.
    지금 마족들이 노리는건 시온이다.
    그러고보니 아까 키엔하고 모두가 모일때 그 두사람만이 모이지 않았다.









    모이지 않은걸로 봐서는 공격당했을거란 생각이 쉽지만,
    레이리아가 모르는 이상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리진의 표정변화를 한눈에 알아본 레이리아가 피식 하고 웃는다.
    그리고는 한걸음씩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 넌 아르넨의 주인이 누군지 아나보군? ”
    “ ……리진 ”


















    라퀼이 리진의 귓가에 무언갈 속삭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가오는 레이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시선을 내려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두 눈을 감고 집중을 하면서 입은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기운이 느껴지자 레이리아도 다가오는걸 멈추었다.
    그리고 동시에 리진이 두 눈을 뜨고 검을 크게 휘둘렀다.










    바닥에 쌓여있던 눈들이 휘날리고 레이리아는 두 팔로 얼굴을 감싼체 두 눈을 감았다.
    엄청난 눈바람이 레이리아를 덮쳤고, 날카로운 얼음들이 레이리아를 덮쳤다.













    “ 루! ”








    리진이 루를 품에 안았고, 라퀼은 그 두사람을 안았다.
    라퀼의 등에 커다란 검은 날개가 다시 활짝 펴지고 그렇게 세 사람은 레이리아한테서
    도망쳤다.







    절대 이길수 없다.
    죽는다면, 질 수밖에 없다면 우선 모두에게 마족들이 아르넨의 주인을 노린다는걸
    알려야 한다.











    레이리아에게 아르넨의 주인이 누군지 발설하는건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도망갈 수밖에 없다.














    “ 루 ”
    “ …… ”
    “ 약속할게.
    루시드는 반드시 나중에 되찾아줄게.
    그리고 너는 내가 지켜줄게. 루시드앞에서 약속했으니까, 반드시 ”

















































































































    * 네
    이쪽팀은 도망갔어요
    그렇게 약한 팀은 아니지만
    여기서 사람들을 죽인다면
    나중에 가서는
    정말 사람들이 무지 모자를거란 생각에.













    *가리누나는
    요번주 금요일날
    온다네요.
    시험때문에.
    으으음...............
    가리 죽이는것도
    사실은 고려해봐야해요.

    그때는 아직 멀어서
    죽일거라고 했지만
    남은 편수가 있잖아요.
    80편정도가 남았는데.












    *과거는
    본편이아니어서
    그닥신경쓰진
    않았지만
    코멘트안달아주시는분들
    보면솔직히좀
    섭섭한느낌밖에안들어요

    꾸준히보신다는건
    조회수를보면알지만
    그래도섭섭해요

댓글 5

  • [레벨:3]감귤〃

    2007.10.11 23:26

    으아아 , 레이리아 무서워어 (버엉)
    아니 뭣보다 루는 불쌍하고 , 루시드는 살아나서 다행인데 막막 슬프고 ....
    아니 그냥 결론은 재밌었다구요 (중얼) 
  • [레벨:3]id: oO天留魂Oo

    2007.10.13 10:50

    이쪽팀은 작전상 후퇴.....네요.
    정말 여기저기서 사건이 터져나와요(중얼)
    시온은 무사한거겠죠? 카넨이 있으니.....
  • 이엔

    2007.10.13 20:10

    루시드 살아났잖아 ㄱ-!!!!
    뭔가.. 로미오와 줄리엣이군. <야
  • [레벨:7]id: 크리스

    2007.10.14 01:23

    어머, 레이리아 다시봤어.
    그렇게 상당히 치사하게 나올줄이야.
    다시 부활한 루도 불쌍하고 루시드도 불쌍하고.....
    이거 뭔가 좀....<
  • [레벨:1]레안

    2008.10.26 15:52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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