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넨이야기 : 여덟번째장 ( 8-1 ) - 과거⑥ ‘ 유안,유쿠 ’
  • 조회 수: 1945, 2008-02-06 05:56:23(2007-09-30)

















  •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
    그리고 또 다른 생명은 사라졌다.
    그것은 순간, 그리고 잠깐.







    “ ……울지마,유쿠 ”
    “ ……유안 ”



    “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유는 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널 포기하지 않으셨어 ”





    하지만 엄마는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몰라,유안….
    아빠가 우리를 포기한것처럼 엄마는 나를 포기하고 싶었을거야……




      “ 비록 나는 엄마를 잃었지만 너를 얻어서 다행이라 생각해.
    오빠가 쭉 곁에 있어줄게,유쿠. 그러니까 더 이상 울지마, 너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어 ”





    진짜?
    진짜 내가 잘못한게 없어?
    너는 한번도 나를 원망한적이 없었니?


























    원망.
    슬픔.
    증오.
    그런걸 나에게 느껴본적이 한번도 없었어?









    나는 늘 미안해하고 있는데 왜 오히려 너가 미안해 하는 얼굴로 나를 위로해 주는 거야?





















































    그런 너를 나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때도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도 너를 이해하지 못해




















    “ 너도 부모님의 사랑을 받았어야 했는데…나만 받아서 미안해 ”
















































    동정따윈 필요없어,유안
    이게 내 길인가봐. 모두에게 버림받고,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그런 외로운길이 내 길인가봐.
    내가 아무리 웃어줘도 다들 나를 향해 친절한 미소 한번 지어주지 않아.
    너밖에 없어. 하지만…그게 어쨌단거야? 나는 너를 원하지 않아. 위선자인척 의기양양하지 말란 말이야.

    “ 유쿠? 어디 아파? 안색이 안좋네 ”
    “ ……조금 ”
    “ 그럼 얼른 침대가서 누워. 이러고 풀밭에 앉아있으면 어떻게해 ”

    그것도 거짓이지?
    나를 걱정해주는척 미소짓고, 나를 사랑해주는척 미소짓고…다 거짓말이지?
    너도 내가 싫은거 아니야.

    너를 믿게 하고 난다음에 나를 배신하려고.
    그래서 나를 아프게 하려고……연기 따위 하지 마,유안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건 아무도 없어
    나는 어떠한 그 말에도 속아넘어가지 않을거야……외롭더라도 차라리 혼자가 나아
    그러니까 유안, 나에게 다가오지마




    ‘ 넌 혼자가 아니야 ’


    ……누구?


    ‘ 우린 쭉 널 지켜보고 있었단다 ’


    ……누가 말하는 거야?


    ‘ 우리는 …… ’



































































    그리고 나는 그뒤 조금씩 웃을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능력이지는 후에 알았지만, 집 마당에 있는 나무들과 물들 그리고 풀들이랑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나를 좋아한다고 했다. 아주 오랜만에 지켜줄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 지켜줄 사람이 나라고 말해주었다.

    ‘ 우리들 대지는 너희를 좋아해,유쿠 ’
    ‘ 너희? ’
    ‘ 유안과 유쿠, 너희 둘다 ’
    ‘ 유안도? ’
    ‘ 물론이지. 그는 맨 처음부터 우리와 이야기를 했었단다 ’

    유안은 영특해서 불과 바람을 다스릴수 있었고, 나는 아직 어린 아이이고 생각하는것도 조금 어리기 때문에 물과 대지를 다스릴수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다스릴수 있는건 아니라고 했다. 유안처럼 금방 다스릴수 있는게 아니라며, 아직은 내가 클때까지 대지가 나를 지켜준다고 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준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아버지가 나를 미워해도, 어머니가 곁에 없어도 행복했다.
    조금씩 세상에 대해 마음을 열었고 조금씩 웃을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오는 유안을 밀어내지 않았다.

    ‘ 유안! ’
    ‘ 유쿠,엎어져 ’
    ‘ 괜찮아! ’


    어느덧 나는 유안의 손도 잡을수 있었다. 유안도 기뻐하는 듯 했다.
    유안은 위선자가 아니다. 유안은 진실된 마음으로 나를 바라봐주고 나를 사랑해준다.
    그리고 유안은 나의 앞에서 불과 바람을 다스리는걸 보여주었고, 나 역시 노력해서 조금이지만 대지와 물을 다스렸다.
    네 개의 원소들이 우리들의 주위에서 움직이며 같이 놀아주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안녕하세요,백작님 ’
    ‘ 오랜만이군 ’
    ‘ 그래서 저기 마당에서 놀고있던 아이들을 데려가란 겁니까? ’
    ‘ 그래도 아들은 내 뒤를 이어야 하니… ’
    ‘ 그러면 딸을요? ’
    ‘ 그래 ’



    나는 그 사실도 모른체 심부름을 간 오빠를 뒤로한체 아버지가 처음으로 나를 불러내셨다.
    가기 싫었다. 조금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기뻤던걸지도 모른다. 태어난지 칠년만에 아버지가 나를 불렀으니까.
    그래서 얼굴을 붉힌체 조금의 미소를 짓고선 아버지의 서재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얼굴을 똑바로 마주친 듯 했다.
    아버지의 살짝 곱슬거리는 백발에 까만 흑안……오빠가 생각이 났다.
    나는 어머니를 닮아 생머리였지만, 나의 백발이나 흑안은 아버지를 닮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오빠와는 다른 인상이었다.
    살짝 미소를 지으시지만 오빠처럼 따듯한 미소는 아니었다.












    ‘ 오랜만이구나,유쿠 ’
    ‘ ……예 ’
    ‘ 내가 미웠겠지? 하지만 그땐 너무나도 충격이 컸단다. 괜히 너를 미워했었어… ’
    ‘ ……아,아니에요! 아버지께서 저를 미워하실만한것도 당연해요 ’



















































    아버지와 나의 마음이 드디어 통한거라 생각했다.
    늘 오빠에게만 조금의 미소를 보여주셨었다. 나에겐 닿지 못할 미소.
    그 미소를 가지고 싶었다.





    오빠가 있어 행복하다.
    대지가 있어 행복하다.














    그럼에도 가지고 싶었던 것은, 닿고 싶었던 것은 아버지의 온화한미소.









    ‘ 이해해 주어서 고맙구나. 이리오련? ’













    드디어 아버지가 나를 향해 손을 뻗어주셨다.
    그리고 온화한 미소를 볼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버지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를 안아주셨다.


    오빠에게 안기는 느낌이랑은 틀렸다.
    아버지의 품은 따듯할거라 생각했지만 따듯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화감만 드는 차가운 품.







    ‘ ……그렇담 유쿠, 너는 나를 이해한단 말이냐? ’
    ‘ 네, 이해해요. 아버지. ’
    ‘ …… ’
    ‘ 저는 더 이상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아요 ’
    ‘ ……그렇담 너는 나를 위해 뭐든지 해주겠단 거구나 ’








    동시에 나를 안은 아버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움찔거렸다. 아버지는 품에서 잠깐 나를 떼어냈다. 아마도 무서워하는 내 표정을 보셨으리라.
    아버지는 그렇게 피식 웃으셨다.







    ‘ 왜 그러느냐? 너는 나를 위해 뭐든지 해주겠다 하지 않았느냐? ’
    ‘ 아…아버지? ’
    ‘ 고맙다,유쿠 ’






    아닌데.
    이런게 아닌데.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금 떨어지려는 나의 오른손을 잡고는 세우셨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저씨가 서 계셨다.
    그 아저씨는 아버지의 탁자위에 갈색의 두툼한 봉투를 올려놓으셨다.
    쨍그랑 소리가 들리는걸로 봐서는 동전소리임에 틀림없었다.





    ‘ 데려가게 ’
    ‘ 하지만 대지를 다스리는 아이라면서요? 정신이 깨있으면 조금 위험할텐데요? ’
    ‘ 그렇담 뭐, 어쩔 수 없지. 자네가 하고 싶은데로 하게 ’
    ‘ 아버지!! ’
    ‘ 너는 나와 약속하지 않았느냐? ’
    ‘ 제가 언제!! ’
    ‘ 데려가게 ’
    ‘ 아버지!! 아버지!! ’






    이게 배신의 슬픔이란 거지.
    앞에서 따듯한척, 착한척, 미안한척, 다 하더니…나를 방심하게 한거였군요.
    아버지, 아버지에게 있어서 저는 존재하지 않는 건가요?

    눈물이 가득찼다. 그리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렵게 세상에 대한 미움을 풀었는데…어렵게 세상에 한발자국 내딛었는데……














































    오빠, 어딨어? 보이지 않아…나를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












































































    ‘ 아버지!! 뭐하는 겁니까!! ’


    희미해져가는 정신속에서 숨을 헐떡거리는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빠구나. 정말 오빠가 온거구나. ……오빠는 위선자가 아니라 정말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때 오빠는 나를 업은체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오빠가 심부름을 갔을때 대지가 오빠를 불렀다고 했다. 그리고 오빠가 왔었을때 나는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 유쿠, 아버지는 잊어버려.
    안좋은 일은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되. 알겠지? 오빠를 믿어. 오빠는 유쿠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즉각 달려갈게.
    오빠는 유쿠밖에 없어. 앞으로 노력할거야. 대지가 너를 지켜주고 오빠가 너를 지켜줄거야.
    너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야. 그러니까,유쿠……오빠는 믿어줘 ’











    오빠
    미안해
    나는 오빠를 미워했어, 오빠를 거부했었어.
    하지만 ……오빠는 나를 정말로 사랑해주었던 거야. 그렇지?

    그래, 오빠 말데로야











    나는 사랑받고 있어
    오빠에게서, 대지에게서……나를 지켜주고 나를 바라봐주는 시선들이 있어







































    찰랑이는 물결너머로
    푸르른 울창한 숲 너머로
    맑은 하늘에 있는 흰구름 너머로
    따듯하게 나를 감싸주는 빛 너머로












    오빠의 미소가 보여





























    “ ……오빠 ”


    자리에서 일어났다. 깜깜한 어둠.
    그리고 옆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오빠.
    아빠를 닮은 오빠. 아빠와 똑같은 곱슬거리는 백발에 새까만 흑안.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사람과 닮았다는게 미치도록 싫지만…오빠랑 똑같아서 좋아.

    처음으로 그 사람에게 감사해
    오빠와 똑같은 머리색에 똑같은 눈동자 색을 가지고 있으니까





    오빠
    고마웠어
    늘 내 곁에 있어주어서
    늘 내 곁을 지켜주어서


    지금에서야 오빠에게 고맙단 인사를 하게 되었어











    - 파장창

    유리가 깨져 나를 덮쳤고, 순식간에 마족의 손은 나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벽에 부딪혀 목을 졸리기 시작했다.










    왜?
    왜 마족이 아르넨에 있는거지?






    “ 뭐하는 짓이야!! ”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고 어느새 나는 오빠의 품에 안겨있었다.
    마족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고 타오르는 불꽃이 희미하게 보였다.
    또 오빠가 나를 지켜주었다.







    “ 괜찮아 유쿠? ”
    “ 응, 나는 괜찮아. 그런데 왜 마족이 아르넨에 있는거지? ”
    “ ……전쟁이 시작된거 같아,유쿠 ”


















    아……
    전쟁이 시작되었구나.
    드디어 시작되었구나.





    그래서 오랜만에 과거의 꿈을 꾼 듯 해.
    다시한번 나를 돌아볼수 있게 대지가 그 꿈을 꾸게 해준거 같아.






    “ 유쿠, 오빠가 너를 지켜줄게 ”
    “ 응! 나는 오빠를 믿어! ”
















    언제나
    언제나 당신을 믿어요
    처음부터 당신은 늘 내 곁을 지켜주었어요
    그러니 나는 당신을 믿어요
    믿어도 되겠죠?

    이 까만 밤하늘속에서 당신의 온기를 느끼며 당신을 잊지 않게……믿어도 되겠지요?

댓글 2

  • [레벨:7]id: 크리스

    2007.10.01 21:39

    아까부터 내가 계속 일빠네. 다른 애들은 아직 시험기간이라서 그런가?<
    그나저나 아버지란 사람이 저러면 안되지.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인데 그런짓을 하다니.
    저건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어!!<네가 그런말 할 처지니
    드디어 전쟁 시작이네. 살아남을 수 있을라나?<
  • [레벨:5]id: 이엔[EN]

    2007.10.05 02:04

    너무하군 -_-.....
    유안하고 유쿠는 사이 좋은 남매구나.
    저런 남매도 보기 드문데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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