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장지구(天長地久) 十八 치유가(歌)
  • 도둑
    조회 수: 635, 2008-02-06 05:52:51(2007-02-19)









  • 雙燕呢喃報午晴(짝지은 제비 재잘거리며 갠 낮을 알리는데)
    庭花爛熳綴紅英(뜰의 꽃은 난만하여 붉은 꽃봉우리 엮었도다.)
    희청(喜晴) - 김시습(金時習)



















    "네가 류월이구나. 반갑구나. 내 이름은 유성(柔珹)이라고 한단다."


    내 앞에 이제 스승님이 되실분이 서있다.
    현재 백호. 백호가 되기전엔 상계와 중계에 꽤나 이름 날린 무인.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무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길고 하늘하늘 늘어뜨린 그분의 머리카락, 무인보다는 착실한 주군의 이미지가 더 맞았다.
    나는 공손히 그에게 9번 절을 했다. 제자가 스승을 모실때 해야되는 절이다.
    내가 9번 절하자, 유성님이 나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따뜻한 손. 정말 유성님의 손은 따뜻했다.


    "어린나이에 대단하구나. 하지만 불쌍하기도 하구나."


    갑자기 뜬금없이 나에게 불쌍하다고 했다.
    왜? 나는 여지껏 못난게 없다. 능력,자질에서도 최고이며,
    현재는 최고의 권력을 따기 위해서 수련중.
    뭐가 불쌍하다는걸까?


    "어린나이에 어미의 품에서 나오다니…."


    그러면서 유성님이 나를 품에 안았다.
    그제서야 나도 애써 냉정해지려고 다짐한 마음이 다시 풀어졌다.
    우욱…. 그래도 10년은 버틸줄 알았는데…. 벌써 풀어지는구나.
    유성님은 날 안아주고, 나와 같이 산책을 해주었다.
    아무리 냉혹했던 무인이라도, 나에게 있어서 부드러운 스승님이었다.




















    "그게 아니다! 궤도가 틀렸지않느냐!"


    본격적인 백호의 수업이 시작되자, 유성님이 엄격해졌다.
    그래도, 다행히 다른사람들처럼 못하면 죽여버리는 그런 사태는 없다.
    나는 유성님의 말에 검의 궤도를 다시 틀어서 공격을 했다.


    '쐐애액'


    날카롭게 뭔가 잘리는 소리가 들리며, 유성님의 옷깃이 잘렸다.
    으악! 어떻하지?! 옷깃을 잘라버리다니, 화내실꺼야!
    나는 엄청 혼날것을 예상하고 다가오는 스승님을 보며 겁을 먹었다.
    그러자, 스승님이 손을 들었다. 엇, 나를 때리려나보다!
    나는 겁먹고 눈을 질끈 감았다.


    '스윽스윽'


    "잘했다. 류월아. 방금 공격은 매우 훌륭했어."


    스승님의 말씀에 눈을 떴다. 스승님의 부드러운 미소를 보자,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옷깃을 자른게 너무 마음에 걸려서 옷깃을 힐끗 보자,
    유성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단다. 이런 옷은 많이 있으니깐. 이런걸로 내가 혼낼것 같니."


    아, 다행이다. 하긴, 스승님은 그런걸로 혼내지 않아.
    나도 빙그레 웃었다. 내가 빙그레 웃자, 스승님은 나를 번쩍 안아들었다.
    번쩍 안아든 스승님때문에 나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으아아…, 창피하다구! 얼굴이 화끈화끈해지네.
    스승님이 나를 내려주며 말했다.


    "하하, 우리 류월이 다 컸네? 이제 제법 무거워졌구나."


    스승님의 말에 나는 한번 더 빨개졌다.
    무거워졌다니! 지금이나 예전이나 몸무게는 별로 변화없는데!
    나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유성님의 뒤를 따라갔다.



















    "예?"


    갑작스러운 스승님의 말에 너무 놀래었다.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것도 너무 갑작스러운 통보에,
    이제 곧 헤어져야하는 사실에 나는 너무 놀래었다.
    물론, 언젠가 이런 일이 올지는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아직 그 분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유성님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오늘 새로운 사방신의 거행식이 있을거란다. 축하한다. 류월아."


    하지만, 나의 눈에서는 눈물만 방울방울 나왔다.
    천제도 삼황오제도 너무하다. 이런 이치를 만든 그들이 너무하다.
    내가 백호가 되면, 그 뒤에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실을 나는 안다.
    눈물을 흘리는 나를보고, 유성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벌써, 알고 있었니?"


    스승님이 나에게 물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물론 나에게 비밀이어야 하는 이야기지만, 예전에 들었다.
    슬프다. 스승님과 헤어지는게 싫었다. 나의 하나뿐인 스승님을 이렇게 보내기 싫다.


    "스승님…. 헤어지기 싫어요…. 스승님이 사라지는 의식따위 제자는 할수없어요."


    내가 울면서 말하자, 유성님은 짐짓 엄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너는 백호가 될 아이다. 이정도 헤어짐에 눈물을 흘리면 어떻하냐!"


    스승님은 호통을 치다가, 결국 스승님도 눈물을 흘렸다.


    "류월아, 나의 하나뿐인 제자야. 만나서 기뻤어. 냉혹한 내가 이런 부드러운 미소를 가지게 된건 다 너 덕분이다."


    우리는 의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렇게 부등켜 안고 울었다.

















    사방신이 될 사람들과 사방신이 모였다.
    각자 자신의 방위에 서있었다. 그리고 사방신이 될 사람들은 앞에, 사방신은 뒤에 서있었다.
    천제가 손을 번쩍 들자, 진이 생기며 빛이 현란히 내뿜었다.
    그리고 천제의 주문에 사방신은 하나의 빛이 되었다.
    빛이 된 사방신들은 각자 자기의 후계자에게 힘을 주고 소멸하였다.
    힘을 받은 나에게 엄청난 힘이 들어왔다.
    감당할수 없을것 같은 그런 엄청난 힘이었다. 내 어깨가 너무 무거워졌다.


    "이로써, 사방신 의식을 끝내겠다."


    천제의 말이 끝나자, 모두 천제에게 인사를 한뒤 사방신 회의소에 도착했다.
    서로 모르는 사이이니, 인사라도 하자는 의미에서다.


    "저는 연원이라고 합니다. 주작이신 화랑(火娘)님의 뒤를 이었습니다."


    남색의 머리칼을 가진 연원이라는 사람은 매우 부드러운 표정을 가졌다.
    스승님과 비슷한 그런 표정이었다. 그의 소개에 이어 내가 소개를 하였다.


    "류월이라고해요. 백호이신 유성님의 뒤를 이었습니다."


    내가 인사를 하자, 연원이 말을 걸었다.


    "최연소 사방신이 나온다고 했는데, 류월님이시군요."


    연원의 칭찬에 나는 괜히 부끄러워서 수줍게 말했다.


    "예. 어쩌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검은색 머리칼을 가진 남자 둘중, 짧은 머리를 한 남자가 소개했다.


    "신휘라고 하오. 청룡 청무(靑霧)님의 뒤를 이었소."


    딱보기에도 딱딱한 말투의 신휘는 그렇게 말하고 제자리로 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현무의 뒤를 이은 사람이 나와서 인사했다.


    "천월. 현무 투오(鬪烏)님의 뒤를 이었다."


    천월이라는 사람은 예의라곤 눈꼽만치도 없었고, 우리를 경멸하는 눈빛이었다.
    같은 사방신이면서 왜 저러는지 그때도, 나중에도 알수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의 성격이 바뀌고나서 지금을 회상하면 너무 많이 변화한걸 알수있다.
    천월의 인사를 끝으로, 천월이 홱하고 나갔다.
    정말 재수없는 사람이다. 저렇게 예의가 없는데 현무라니.
    연원과 신휘와 나는 좀더 담소를 나누고 헤어졌다.



    나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류월님! 더이상 업무는 없습니다."


    한 시녀가 그렇게 말하고나서야 나는 일이 끝났다.
    다행히 유성님이 틈틈히 일을 해주셔서 일이 빨리 끝났다.
    밀린 일도 없이, 일을 하다보니 다해버리고 놀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놀 사람은 별로 없다. 연원과 신휘도 지금 업무땜에 바쁘다.
    연원의 스승님이었던 화랑은 원래 업무를 안하고 항상 땡땡이를 쳤다.
    그러다보니 연원이 해야되는 일이 지나치게 많은거고,
    신휘가 담당한 동쪽은 워낙의 사건이 많고, 돌봐야될게 많기 때문에 업무를 꾸준히해도 많다.
    그래도 다행히 청무님은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서 신휘의 일이 조금 줄었다.
    천월은 모른다. 아무리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가 인사하고 지내는건 연원 이외에는 못본것 같다.
    쳇! 어쨌든, 결국 혼자서 서쪽에 있는 들판에 가보기로 했다.






















    이 들판엔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서쪽에서도 조금 먼곳이라서.
    나는 들판에 있는 꽃들을 하나하나 따며 지나갔다.
    들꽃이 참 이쁘게도 폈다. 들판의 풀들과 예쁘게 어우러져있다.
    나는 그렇게 한참 꽃을따고 있는데, 자욱한 피냄새를 맡았다.
    인상을 찌뿌리게 되는군. 나는 꽃을 두고 그 피냄새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당 …신은 누구시죠?"


    그가 날 베려고 하였지만, 내 입에서 나온건 그 말 한마디였다.
    왠지 그가 날 베지 못할것 같은 감이 갑자기 살았다.
    그리고 나온 말이, 당신은 누구세요? 라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최대한 유성님과 같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류월이라고해요. 당신은요?"


    나의 질문을 들은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진하, 진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눈이 점점 풀리며 그는 끝내 기절하였다.
    그가 기절하고 나서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만약 그가 날 정말로 베었다면 큰일이 났을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나의 감이 나를 살렸다. 나는 그를 살려야되었다.
    나는 그를 나의 성으로 데리고 갔다.



















    "류월님. 이쪽 업무가 남았습니다."


    "응응! 거기다 둬, 진하!"


    나와 진하는 어느샌가 주종관계가 되었다.
    기절한 그가 일어나자마자 다짜고짜 나를 주군으로 삼겠다고 했다.
    두번정도 거절했지만, 고집이 왜이렇게 쎈지, 결국 내가 항복하고 받아들였다.
    그 뒤, 진하는 정말 나를 많이 챙기고, 아꼈다.
    내가 맨처음 봤을때와 달리 그는 좀더 부드러워졌다.
    진하를 보고 있으면, 어쩌면 스승님도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나는 지금의 진하도 좋다. 신뢰 할수 있는 친구였다.
    나는 그를 신하보다는 친구라고 하고 싶다. 소중한 친구.
























    "진하. 나의 소중한 사람아. 제발 그만 일어나."


    류월이 진하 옆에서 그를 간호하며 말했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보면, 사랑하는 연인이 다친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천월이 모포를 그의 어깨에 걸치고 갔다.
    물론, 하나뿐인 자신의 모포지만. 그래도 류월이 많이 안쓰러웠나보다.


    "류…월님."


    진하의 눈이 스르르 떠지며 많이 갈라진 목소리로 류월을 불렀다.
    류월은 정신을 차린 그를 보고 또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진하! 일어난거야? 응? 일어난거야? 흑… 다행이다…"


    눈물을 터뜨린 류월을 보며 진하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가 한일도 류월을 위해서인거지만, 다른 의미로는 류월에게 걱정만 끼친거다.
    진하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류월을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결심을 한듯 말했다.


    "전 류월님의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억지라도 살아서 곁에 있겠습니다"


    류월은 그 말을 듣고 마음 한구석이 바람이 지난간것처럼 시원했다.
    그는 이런 말을 듣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떠나지 않겠다는 그 말. 많이 듣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이 떠나는건 두번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진하가 어느 순간 떠날것 같아서 두려웠었다.
    진하의 한마디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류월은 눈물을 머금은채 미소를 지었다.


    "절대 내 곁을 떠나지마…."


    부등켜 안고 있는 두사람을 보며 안부인사를 하려던 일행은 무안해졌다.
    현화는 나중에 오자고 하며, 둘을 지켜보았다.


    "쳇, 이 여행. 연인 만들어주는 여행이야?"


    그렇다고 하면 어쩔래.




    ---------------------------------------------------------------------------


    와! 드디어 끝!! 다음편부터는 연원 스폐셜!!
    나 칭찬해줘열<< 이렇게 열심히 쓴적없어 ㅠㅠㅠ

댓글 9

  • 이루[痍淚]군

    2007.02.19 11:02

    아현무진짜재수없다<
    "쳇, 이 여행. 연인 만들어주는 여행이야?"
    그렇다고 하면 어쩔래. ,,,, 아놔, 진짜 이거 너무 웃겻어 ㅠㅠ
    하하하하하하 연원은 누구랑 이어질런가.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2.19 14:28

    칭찬해줄께에에-!!<-타앙
    세츠처럼 마지막... 부분 웃겼어.!!(뒹굴뒹굴)
    근데.... 홍랑은.. 어찌된거..? 왜왜 그랬는지..
    나중에 이유 나오나.?(ㄷㄷㄷ) 무튼 ..
    지금 사방신들도 나중에 의식치를때
    사라지는거야.?!! 그런게 어디있어?!!!<<
  • [레벨:9]id: 손고쿠

    2007.02.19 16:05

    연님 만들어주는 여행....목적은 그거였습니까..
    의식..한대에 1명입니까
    다음 후계자가 사방신이 되면 스승은 사라지는..
    잔혹한 의식이군요..
  • [레벨:24]id: Kyo™

    2007.02.19 17:42

    다행이다, 살아나서 ;ㅁ;)
    하하, 연인 만들어지면 좋지요 >ㅆ<)/
    그건 그렇고, 참 너무한 의식이네요 ;ㅁ;)
  • [레벨:5]id: EN

    2007.02.20 00:05

    진짜 열심히 쓴다,
    나 감동이잖아, 이거 <찔리는중이었다
    류월도 되게 착하구나 - -;;;
    그 스승도 되게 . .. . 음, 그래. <이봐
  • 체리 보이 삼장♡

    2007.02.20 08:56

    꺅 천월은 사람된거구나 지금 ... <-
    무튼 류월도 아픈애였어 그렇구말구 <-
    쿄언니말대로 의식 너무해요 ........... <-
  • [레벨:2]天花검은천사

    2007.02.20 11:37

    연인을 만들어주는 여행 > < 꺄아 (<)
    마지막 말 .. '그렇다고 하면 어쩔래' 인상깊다 (<)
  • 2007.02.20 21:44

    푸핫 , 마지막에 웃기다 (...)
    연인만들어주는여행 .... 푸하하하 ㅜㅜ
  • Profile

    [레벨:7]id: 라퀼

    2007.04.08 17:18

    여..연인 만들어주는 여행.. (쿨럭)
    사방신이 되려면 스승을 없애야한다니,,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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