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rmHeart - this world storys(4)
















  • “ 왜 나는 늘 당신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거죠? 당신의 눈엔, 난 보이지 않는건가요? ”
    “ ……시온 ”
    “ 사랑해요, 사랑한다구요. 당신은 왜 내 사랑을 의심하는거죠? ”
    “ ……미안해요, 난…난 이미 이루를 사랑하고 있어요 ”

    성스러워 보일 정도의 밝은 백금발의 머리색에 녹색눈동자를 가진 시온은 하얀색의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이내 그는 절망하듯이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은체 주저앉았다.
    반대로 백금발색과 비교되는 갈색머리를 가진 여자, ‘크리스’는 미안한 얼굴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 난 , 내 사랑을 아무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늘 거짓말만 하는군요 ”
    “ ……시온? ”
    “ 난 이미 알고 있어요. 이루와의 강제약혼 때문에 날 버리는 거잖아. 내가 모를거 같아, 크리스? ”
    “ …하지만 어쩔수 없는거잖아요. 내가 그 자리에서 이루를 거부했다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 ”
    “ 차라리 영향이 미치고 나서 당신과 떳떳하게 사랑을 할수 있으면 난 그게 더 좋다고 !! ”

    시온이 벌떡 일어나더니 검을 빼들었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크리스.
    두사람의 얼굴은 비장해보였다.
    시온의 왼쪽눈동자에서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한줄기의 눈물이 턱끝을 타고 떨어질때 시온이 미소를 지었다.
    떨어지지 않던 시온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 ……사랑했는데, 많이…많이 좋아하는데………크리스 ”

    그리고 시온이 쓰러지면서 그 뒤의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놀란얼굴을 하는 크리스.

    “ ……이루, 어째서 당신이 !! ”















    - 벌떡
    너무놀란 나머지 옷깃을 붙잡고 거친숨을 몰아쉬며 이내 벽에 기대었다. 무슨꿈이었을까. 그아픔…,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루’라는 애가 그 차가운 느낌이 든 검으로 날 찔렀다. ……너무나도 아팠어. 찔린게 아팠던게 아니라, 내가 ‘시온’이란 그 남자애가 되어서 ……‘크리스’라는 사람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친한친구라고 느껴졌던 ‘이루’에게 죽었으니까.
    후……이런걸 걱정하다니, 성천월. 바보가 다 되었구나. 벌써 7시 30분이네, 얼른 준비하고 나가야겠다.
    .
    .
    .
    교복을 입고 넥타이를 묶으면서 계단을 내려가는 나의 발걸음이 멈추는 동시에, 1층에선 어디에서나 에이스인 우리형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고는 계실까…, 내가 얼마나 압박감에 시달리는지.
    학교 선생님, 그리고 주위의 친구들……다들 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있다. 학교의 영광이 내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나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 부모님. 나보고 무리하실 것 없다고 늘 좋은말로 고분고분 대해주시지만, 그럴수록 난 화가났다. 형을 뛰어넘을수 없다는 강박감과, 왜이렇게 나는 공부를 못하는 자책감, 그리고……형을 미워하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시달림.
    난 이제 고등학생 1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나서 첫 모의고사때 전교2등을 했다. 그렇게 노력해서 겨우 전교2등에 올라섰다. 전교1등은 한 여자아이가 했었는데, 걔와나의 평균차이는 0.1밖에 차이나질 않았다. 나의 실수로 인해서, 난 전교 2등이란 자리에 올라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나와형의 다른점. 형은 늘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런 경계심을 가지지도 않은체 행복하게 잘 살고있다. 좋은 친구들, 든든한 후원자인 부모님, ……형은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작지만, 그런 미세한 부분까지 발견하고 판단하는 형. 그것이 나와 형의 다른점이다.

    “ 어머, 천월이도 빨리 일어났구나. 아침먹어야지? 오늘 아침은 천월이가 좋아하는… ”
    “ 괜찮아요,엄마. 난 오늘 아침 별로 생각없어요 ”
    “ 그래도… ”
    “ 천월아, 학교에서 무슨 이지메같은거 당하는건 아니지? ”
    “ 걱정마. 형은 대학생이라서 좀 늦게가겠구나. 그럼 저 먼저 학교갈게요. 잇다봐형, ”


    나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남에게 간파당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나의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을 자신은 있다. 그렇게 철저하게 개인주의와 이기적인 나는, 모순된 모습으로 사람들앞에 나선다.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그렇기 때문에 주위사람들은 다 나를 착한애,모범생,……그렇게 바라본다. 실제로 내가 어떤 마음을 품고있는지도 모르면서.
    친절한형, 친절한 부모님, 보통 평범한 가족과 다를게 없다. 저 평범하고 착한가족틀에는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 겉으론 밝은 이미지지만, 속은 어두침침한 내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들어 자주 생각한다, 죽고싶다고…

    죽고싶다고 생각이 들만큼, 내가 그렇게 어리석었던가……. 그치만 더 이상 여기에 있을수 없다. 언제나 에이스인 형과 달리, 난 조금이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곧바로 아래로 추락하기 십상이다. 그런 형을 내가 어떻게 뛰어 넘을수 있지?
    언제까지나 모범생인척 연기하고, 언제까지나 말잘듣는 아들인척 연기하고, 형을좋아하고 형을 존중해주는 착한 남동생인걸 연기해야 하는거지? 속터져, 답답해.
    누가 날좀 구원해줘, 누가 내 손을 잡아줘……

    “ 여보세요? 선생님, 저 천월이요. 네, 성천월이요. 1학년 7반……. 오늘 제가 몸살이 난거 같아서, 학교를 못가겠더라구요. 네…방금 어머니께서 죽 끓여주셨어요. 어머니께서 전화하신다는거, 그냥 제가 잘 말씀드리겠다고 전화했어요. 네네, 그럼 오늘하루만 빠질게요. 죄송합니다, 네 - ”

    나는 남이 그렇게 쉽게 믿을수있을만큼 신뢰도가 높다. 선생님들도 다 내말이면 이해해주시고 믿어주시고 경청해주시니까. 처음으로 ‘땡땡이’란걸 쳐보네…….
    난 발걸음을 돌려 옥상위로 올라갔다. 맑은하늘, 눈부신태양. 그치만……그런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너무나 답답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사춘기인가, 요즘들어 자꾸 이세상이 아닌 다른세상으로 가고 싶단 생각이 든다. ‘다른세상’…?
    그래, 이왕이면 오늘 꾸었던 꿈.

    “ 그러고보니 오늘 꾸었던 꿈은……무엇을 말하는 걸까 ”

    어느 영화에서 본 장면인가? ……아니다, 난 기억력이 좋기 때문에 그런장면이나 그사람들의 이름을 모를리 없다. 더군다나, 난 그 아픔을 알고 있지 않은가? 설마, ‘시온’이란 남자애가 ‘나’?
    솔직히 꿈에서 난, 제3자의 모습으로 그들을 지켜본게 아닌 ‘시온’으로서 모든걸 듣고 지켜보았다. ……뭐지,? 그냥 단순한 전생? 아니면 그냥 꿈일뿐인가?
    ……잠도 별로 못잤는데, 옥상문이나 잠그고 저기 그늘아래가서 한숨 자야겠다.


    “ 다녀왔습니다 ”
    “ 천월이 학교같다왔구나, 오늘은 좀 일찍왔네? ”
    “ 아, 오늘 담임선생님이 아프셔서요, 저 방에좀 들어갈게요 ”


    역시 집에 들어오면 느껴지는 이 위화감 때문에 기분이 나빠. 다들 나에게 잘해주시는 부모님들이지만, 나에게 잘해주는 형이지만, 난 그런게 싫어. 단지 나도 일등하고 싶은마음에, 형처럼 되고 싶은마음에…….
    교복을 벗지도 않고, 침대위에 몸을 던졌다.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 그렇게 어두운 내방에서 한동안 누워있었다. 베게가 축축해지는걸 느껴보니, 나답지않게 울고있던거 같다. 그리고 한 여섯시쯤 되었을까, 형이 들어온 소리가 들렸고, 부모님이 또 환호하시는걸 보면 무슨 상을 탔나보다.
    더 이상은 안되겠어……, 난 뭘 위해서 사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죽어버릴래.
    힘겨운 몸을 일으켜, 내방 책상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하얀색 편지지를 꺼냈고, 볼펜을 집어들다가 난 내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연필꽂이에 꽂혀져 있던 커터칼을 들었다.

    - 드르륵

    너무나도 조용했던 내방엔 크게 들려졌다. 조금 놀랐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커터칼을 집어들어 손가락에 쓱 그어버렸다. 잠시 느껴졌던 아픔. 이내 그걸로 피를 한두방을 흘리다가, 그냥 손으로 갈겨쓰기 시작했다.

    ‘미안해요,난더이상힘들어서못있겠어요’

    그리고 애써 손을 휴지로 대충 휘감고 계단을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형이 날 보며 웃으며 말했다.

    “ 천월아, 형 미국유학 결정됬어 ! ”
    “ ……진짜? 축하해,형 ”


    미국유학……, 형이다니는 대학교에서 형이 얼마나 뛰어나는지를 보여준 결과. 난? ……난아니다, 난 정말로 형이랑 틀려.

    “ 나, 잠시 친구가 참고서 빌려준대서 나갔다올게요 ”

    ……가슴이 욱씬거려. 난 언제부터 이렇게 강박감과 압박감에 시달린거지? 그리고, 자책감에 빠진거지? ……어느덧 정신을 차렸을땐 우리집 옥상이었다. 주택이어서 별로 높지 않은데……, 역시 커터칼 가지고 오길 잘한걸까.
    커터칼로 동맥을 긋긴 힘들지만, 출혈과다로 죽을수 있다고 그러니까…….

      - 촤악

    미안해요……, 이렇게 나 키워줬는데 난 아닌거같아요. 난 진짜 가족이란 생각이 들지도 않고……늘 바보같은 생각만 하고…
    미안해요, 정말로 다 미안해요…….
    그렇게 피가 많이 흘렀고 지친나머지 옥상에 쓰러지다시피 누웠다. 밤하늘에 별들이 왜이렇게 오늘따라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걸까…. 그리고 서서히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눈을 감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내 몸이 떠오른거 같았다.
    그럼에도 난 눈을 뜰수가 없었고, 누군가가 나를 꼭 껴안는 느낌이 들면서 무어라고 중얼거리는 동시에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시온 」



댓글 7

  • 도둑

    2007.01.01 19:45

    어이쿠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컴퓨터하게 된 바보<
    서둘러 읽고 답변 올립니다;;
    다음 내용이 무척 궁금하네요!! 다음은 누가 자살을..<
  • [레벨:7]id: 크리스

    2007.01.01 20:21

    음......설마 다음에 나 아냐?
    내가 시온 다음에 적었으니까......
    근데 커터칼로 팔 긋는 거 꽤 아플거 같은데...<-
  • [레벨:5]id: 이엔

    2007.01.01 20:36

    으아.. 혈서?
    그나저나 전교2등하면서 자살하다니. 난 어쩌라고. [그늘]
    게다가 저건 삼각관계잖아!!<
  • Sinbi★

    2007.01.02 11:37

    오호,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자살이군. <야
    하긴 아무래도 성적땜에 그럴수도 있겠지?
    다들 자살해서 그 세계로 이동하는구나ㄱ-
  • 2007.01.03 18:07

    전교2등 ................ (울먹)
    그나저나 정말 저런상황이면 답답해서 어떻게살아 (...)
  • 이루[痍淚]군

    2007.01.03 21:59

    헉 , 전교 2등 인데 자살 orz [ ... ]
    나는 어쩌라는거 , 그전에 - 차례차례 하나씩 죽어나가네 그럼 이제 ... 몇명남은거지 [ ... ]
  • Profile

    [레벨:7]id: 라퀼

    2007.01.04 17:37

    우와- 길다- 그런데 전교2등...
    확실히 잘난 형 밑에 있는건 안좋지.. [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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