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무슨 일이야?"



아아...오늘도 아름답게 웃어주는군요...



"왜 나랑 결혼했어요?"

"달빛에 비친 네가 아름다워서..."



여전하군요...그 대답...

내 숨겨진 과거를 알고 이야기하는건가요...

내가 겨우 귀족 집안의 여자란 것으로 결혼했나요...



"진심인가요?"

"물론!!"

"내가 평민 집안 여자였다면 결혼했을건가요?"

"응!!"



자신만만하네요...

그런데 그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알 길이 없군요...



"그럼 내 이야기 하나만 들어줄래요?"

"뭔데?"



순진한 당신을 보면 나도 닮아가는 모양이에요...



"당신은 제가 순결한 귀족 집안 출신의 여자로 밖에 보이겠지만, 사실은 숨기고 있던 과거가 있답니다..."



그래도...난 순결하지 못해요...

난 더럽다구요...더러운 여자라구요...

조용하게 슬픈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요...

무서워져요...너무 두려워요...날 내쫓을까 두려워요...



"사람을 10명이나 죽였던...살인범이에요...그래요...온몸에 피가 튀고...사람을 갈기갈기 찢은...살인범이에요..."



모든 것이 두려워요...

이 세상 모든 것이 날 버릴 것 같아서...

내가 울고 있는데...

두렵고 무서워 울고 있는데...

그대에게 버려질 것 같아 울고 있는데...



-토닥토닥



"울지마...울지마...나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아...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괜히 달래는거죠...?

날 버릴꺼죠...?



"피는 씻어버리면 끝이야...사람도 한번 죽으면 끝이야...그리고 그건 과거야..."



알아요...모든 것을 알아요...

하지만 두려워요...

예상했지만 두려워요...



"지금은 나의 부인으로 살고 있어. 그리고 사람의 피는 모두 씻겨졌어. 당신은 순결해..."



아...

날 달래려고 노력하지 말아요...

결국은 버릴꺼잖아요...



"지금은 잔인하지 않잖아...순결한 나의 부인이잖아...착한 나의 부인이잖아..."



아무리 감동적으로 말해도...

속으로는 날 미워하잖아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무서워하잖아요...



"날 버릴꺼죠?"

"아니. 안 버릴꺼야. 난 당신이 귀족 집안의 여자인지 몰랐어. 결혼 후에 알았어."



거짓말...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이미 알았잖아요...



"내가 당신을 봤을 때...당신은 무슨 옷을 입었었는지 기억해?"

"아니요."

"당신은 평민이나 입을법한 옷을 입고 있었어. 달빛에 반짝이는 붉은색 머리와 아름다운 얼굴은 날 홀렸어. 그래서 당신이 평민이라도 난 결혼하리라 마음먹었어. 당신을 사랑해..."



아아...

날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군요...

날 진심으로 아껴주는군요...



"피라는 건...씻어버리면 돼...그럼 사라져..."



날 안아주는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고...

영원히 받들겠습니다...

나의 과거를 용서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