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강우가 자리에 앉자, 혜빈도 당연하다는 듯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 버릇없는 행동마저도 미칠듯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강우야..나 배고파..]
[그래? 그렇다면 간단한 요깃거리를 내오도록 하마.]
강우는 궁인을 시켜 먹을것을 가져오라 하였고, 곧이어 전혀 간단하지 않아보이는 음식들이 나왔다.
혜빈은 그것을 잠시 넋놓고 바라보았다.
배고픔을 참을 수 없었던 혜빈은 음식에 코를 박고 급하게 먹었다.
남이 했다면 눈살이 찌푸려졌겠지만, 혜빈이 했기에 귀여워보였다.
[혜빈....너, 내 것이 되겠느냐....?]
[뭐....뭐라고??]
강우는 혜빈의 얼굴에 떠오른 경악과 놀람이 단지 왕의 선택을 받은 기쁨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이어 혜빈의 도톰한 입술에서 나온 말은 청천벽력같은 말이었다.
[난 지훈이거야!!]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혜빈은 급하게 입을 막았지만, 이미 주워담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지훈의 것이란 말인가....]
강우는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듯 궁인을 불렀다.
[풍사와 운사를 불러오거라.]
혜빈은 불안함과 공포심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곧 이어 지훈과 성민이 도착했다.
지훈은 검은 옷으로 몸을 두르고 있었다.
새까만 옷을 입고 있었는데도 그의 몸에선 빛이 나는 듯 했다.
지훈과 성민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혜빈을 보지 못했다.
[풍사와 운사는 고개를 들어라.]
이윽고 그들이 고개를 들었다.
지훈의 시선은 혜빈에게 머물렀다.
그 순간 혜빈은 숨을 쉴 수 없었다.
지훈의 눈에는 절망과 슬픔이 가득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우는 지훈의 표정을 못 본척하고 이야기 했다.
[지금부터 이 소녀를 나의 비로 삼을 것이다. 호는 유월(流月)이 될 것이며
앞으로 이 아이의 이름을 입에 담는다면 목을 치겠다. 비가 될 때까지 궁녀의 방 중
가장 높은 선궁에 유월이 살도록 하겠다.
풍사와 운사는 목숨을 다해 유월을 지켜주길 바란다.]
잠시 넋 나간 표정으로 서있던 지훈은 슬픔이 가득 담긴 잠긴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제 목숨을 다해 유월님을 지키겠습니다..]
성민은 화가 나 죽겠단 표정으로 강우를 노려보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고,
지훈도 비틀 비틀 따라 나갔다.
강우는 지훈의 그런 행동에 왠지모를 승리감을 느꼈다.
어릴 때 부터 강우는 지훈이 가진것을 빼앗곤 했었다.
자신보다 강한 지훈이 반기를 들어 대신 왕자리에 앉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지훈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강우에게 모든 것을 바쳤고, 그것에 화가 난 강우는
더욱 화를 내며 빼앗곤 했다.
그런 지훈이 지금 모든걸 잃은 표정이 되니 강우는 지훈이 자신의 자리를 뺏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기대감이생겼다.
[야.....강우 너! 난 여기서 나갈거야!!]
[자리에 앉아라. 나의 명령 없인 누구도 나가지 못한다.]
[어떻게...어떻게 그럴수가 있냐고!!]
어디 어느곳으로 튈 지 알수 없는 수라장!? 이라는 느낌...??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