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 악몽 23(최유기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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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요... 당신을 잃어버리고 살아와서...
    미안해요... 현실을 외면한 채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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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그렇게 미안한건데?"
    "다요, 모두 다요..."
    "니가 왜 미안한 건데? 미안해야 할 존재는 따로 있는데 왜 니가 미안해 하는거지?"


    오정이 팔계의 어깨를 짚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렇게 자책하지 말라구!
    내가 아니었으면 너희가 이렇게 힘들어 할 일도 없었을 거 아냐...
    내가 그에게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 아냐...

    아뇨, 모든 걸 오정 혼자 덮어쓰려하지 말아요.
    오정을 잘 알았기에 오정에게 뒤를 부탁했던 겁니다.
    미련이 남는 건 오히려 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고 싶었던 건 나였다구요...
    내 욕심이 일을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거라구요...


    말 없는 말이 오가며 두 사람은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둘의 사이에는 억겁의 시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꼬르륵~끄르르륵~

    "하아~역시나 또 시작이시군. 팔계, 저 돼지 원숭이 좀 풀어주겠어?"
    "풀어요? 또 발작을 일으키면 어쩌려고 그래요???간호사들이 보기라도 하면..."
    "괜찮아, 연료는 채워줘야 할 거 아니겠어? 걸려도 상관없고..."
    "그러죠,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데..."


    팔계는 오공을 풀어 침대에 앉히곤 봉지에서 개중에 가장 커보이는 빵을 꺼내어 오공의 손에 쥐여주었다.


    "천천히, 꼭꼭 씹어먹어요. 체하면 안 되니까..."


    아니나 다를까 오공은 석달을 굶은 맹수인양 빵에 목숨을 건다.
    그 모습을 본 팔계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진다.


    "아까 말이야... 데스크에서 보니 간호사란 녀석들이 누가 저 녀석에게 갈까 내기를 하고 있더군."
    "내기를요?"
    "그래, 목숨보존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겠지. 그러다 신참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오니 살았다는 얼굴로 던지듯 떠넘겨 버리더군..."
    "세상에... 간호사들이 그럴수가..."
    "요즘은 소명의식이라는게 없으니까 말야... 다들 돈이 된다 싶으면 물불을 안 가리지. 뭐...나도 마찬가지지만 말야... 원숭이!!! 다 먹었냐??? 더 줄까???"


    오정이 봉지에서 큼지막한 과자를 뜯어 내민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팔계가 한마디 거들었다.


    "목이 메이면 안 되죠. 목도 좀 축여가면서 먹어요."
    "와, 원숭이 인기가 최곤데??? 나도 한번 아파나 볼까??? 그럼 누가 알아???너희 두 녀석이 내 시중을 들어줄지???"
    "꿈 깨세요, 오정! 그런 일이 있다면 이불 하나만 들려서 내쫒아 버릴 겁니다."
    "오옷, 지금 깔끔하게 울다가 웃는거야?? 누가 그랬더라???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고...볼만 하겠는데???"


    팔계가 장난스러운 웃음으로 받아치는 걸 놓치고 지나갈 오정이 아니다.


    "뭐, 뿔 나라고 그러죠. 그럼 오정만 더 괴로워 질걸요??? 오정만 졸졸 따라다닐테니까... 그렇죠, 오공???"
    "아, 그러니까 지난 번 부터 왜 나까지 세트인건데!!!"

    언제나 오정의 참패...하지만 오정은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들처럼 지치지 않고 장난을 걸어온다.
    이번엔 오공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일부러 더 과잉반응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효과는 있었나보다.
    오공이 넋을 잃고 두사람을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이를 놓칠새라 오정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진다.


    "뭐야, 그 얼빠진 눈초리는...먹는 거 마저 잊어버린 거냐???"
    "힉! 딸꾹딸꾹딸꾹~"


    이런...도가 지나쳤다보다.
    머리까지 벅벅 쓰다듬는 오정에 오공은 그만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오정, 너무 심하잖아요... 아픈 오공한테... 자, 물 마셔요."
    "흡, 딸꾹딸꾹~후우~"


    팔계가 오공의 입가로 물컵을 가져가며 등을 쓸어준다.


    "하아하아~"
    "좀 괜찮아요?"
    "에잉. 바보원숭이... 약한 척 하기는..."


    오정이 미안한 듯 중얼거리면서 습관처럼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뭔가가 허전하다...고 느낀 오정은 아까 팔계를 기다리며 마지막 한 개피를 피워버렸던 것을 기억한다.
    아까운지고... 반만 피우고 남겨둘걸...예전처럼 그렇게 마구 피워댈 수가 없으니...


    "오공의 딸꾹질도 그쳤으니 오늘은 이만 가봐야 겠군요. 여기에 죽치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그럴까? 바보원숭이! 또 올개. 팔계도 왔으니 다음에 볼 땐 인사라도 좀 해라~"
    "..."
    "오공, 조만간에 오공이 좋아하던 만두를 만들어가지고 올게요. 그 때까지 우리 약속 하나만 해요. 아까처럼 발작 일으키지 말기..."
    "..."


    팔계는 미동도 않는 오공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어 새끼손가락을 억지로 빼어 걸곤 오공의 뺨을 도닥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올게요. 이번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당연히 그래야지. 바보원숭이, 잘 있어라~우리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
    "갈게요."


    팔계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병실을 나왔다.



    기운내요, 오공...
    오공은 강하니까 이겨낼 수 있어요.
    이렇게 무너지면 안 돼요.

    오공...오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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