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 악몽25(최유기 팬픽)
  • "오공, 어서 가요. 늦으면 좋은 물건들이 다 팔려버린다구요."
    "응, 지금 나가."


    오늘도 팔계는 오공과 함께 시장을 나선다.
    퇴원해도 좋다는 건일의 진단이 떨어지고 생각해보니 오공이 돌아갈 곳은 아무데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생각 난 곳은...
    오정의 집이었다.
    삼장도 없는 사원에는 그가 있을 자리가 없기에 오정의 집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신과 같이 손쉽게(?) 기억을 지울 수 없는 오공에게도 그 편이 훨씬 더 좋은 대안이라 할 수 있었다.


    "얼른 와요, 오공.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있음 얘기해요. 나간 김에 재료를 사오면 되니까..."
    "...그보다도... 조금만 쉬었다 가자... 다리 아파..."
    "그럴까요? 여기 앉아요... 이제 꽃이 피겠군요..."


    넷 중에서 체력이 가장 왕성했던 오공이 힘들다며 쉬어가자고 얘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정신적인 면을 제외하더라도) 오랜 시간을 꼼짝 않고 병실에만 감금 당하다시피하며 지낸 이력은 그의 체력을 바닥으로 내리 끌었던 것이다. 예전 같으면 백룡을 타고 단번에 다녀왔을테지만 그도 없는 현재 상황으론 터터벅벅 걸어갈 수 밖에 없다. 딱 한번, 오공을 두고 외출을 했다 큰 곤욕을 본 후부터는 (좋아서 그러는 것도 아니었지만) 팔계는 혼자 외출하는 것도 삼가해야 했다. 함께 나가면 무거운 짐을 나누어 들 수도 있었으니 일거양득의 기회이기도 했던 것이다.
    잠시 앉아있던 중 갑자기 오공은 눈 한쪽이 깜빡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 나비군요. 어딘가 꽃이 피어있는 곳이 있는 모양이예요."


    말없이 팔랑거니는 나비를 바라보는 오고으이 귓가로 팔계의 다정한 목소리가 스미어온다.


    "오공, 그거 알아요? 그 해에 처음 본 나비의 색깔로 그 해를 점쳐 볼 수 있다는 습속이 있어요. 음... 저 나비는 호랑나비이니 오공의 올 한 해는 만사형통이겠군요."
    "으응?"
    "아, 올해 오공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구요."
    "좋은 일... 그런가?"


    남의 말을 하듯 무심코 말을 흘려버리는 오공에 가슴 한켠이 싸-해온다. 더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기에 팔계는 아무 알도 할 수 없었다.


    "가자. 늦으면 물건 다 떨어진다며..."
    "그래요. 어서 가죠."
    "팔계, 그런데 오정은 어디서 일해?"
    "오정이요? 아, 요즘은 어디 공사판에서 일한다고 하던데... "
    "이따가 들를 수 있어?"
    "당연하죠. 오정이 놀라겠는데요? 오공이 찾아왔다고 하면..."

    장보기를 마친 두 사람은 오정이 일을 하는 곳으로 향했다. 도박장을 제외하곤 오정이 일하는 곳을(?) 방문해보기는 처음이기에 함께 가는 팔계도 기대가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억을 되찾기 전에도 오정이 일을 나가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오정의 장난인지건일의 장난인지는 몰라도 조작된 팔계의 기억 속에는 오정이 카드로 먹고 살던 건달같은 사람이었다는 일이 지워져 있었다. 오정이 여자밝힘증이 심한 사람이라는 것은 지워지지 않았지만...) 별 관심을 갖지 않은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이봐, 사! 누가 찾아왔는데?"
    "누가? 날 찾아올 사람이 없을텐데???"
    "둘이야. 하나는 안경을 끼고 키는 너만하고, 하나는... 네 코 높이쯤...이봐! 쳇...모자 날아가겠군..."


    안전모가 날아갈 것 같다는 말에 오정이 얼마나 다급히 뛰쳐나갔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 마치 노름판에서 빚지고 안 갚으려고 튀는 불한당 마냥 잽싸게 달려나온 오정은 둘의 인영이 보이자 가뿐 숨을 내쉬며 헉헉거렸다.


    "이런이런, 아저씨가 다 되었군요. 그것 좀 뛰었다고 헥헥거리니..."
    "시끄러!일하다 나온 거 안 보여???"
    "믿어도 돼요???"
    "무슨 장난이나구! 그나저나 웬일이야?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그래."
    "그냥 오정이 일하는 곳을 한번 보고 싶었어..."


    흠칫, 조용히 얘기하는 오공의 말에 오정이 놀란다.
    역시나... 믾이 약해져 버렸다. 예전의 오공이 아니다. 오정은 씁쓰릅하게 웃다 오공의 머리카락을 뒤흔들었다.


    "어이고, 그러셨습니까, 원숭이 도련님???"
    "원숭이 아니야..."
    "원숭이가 아니면 뭔데? 애송이냐?"
    "자자, 오정! 금나 놀리고 이거나 마셔요."


    준비해온 음료수를 따서 오정에게 건네주고 오공까지 챙겨준다은 팔계는 자신의 음료수에 손을 댄다. 오공의 키도 예전보다는 훌쩍 커버려 조금 있으면 엇비슷해질 것 같다.
    날씨가 참 좋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있는 것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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