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악몽19(최유기 팬픽)
  • "어서 와요. 아직 진료를 시작하려면..."
    "오늘은 진료를 받으러 온 게 아닙니다."
    "호오, 그런 것 같군요. 기억이 모두 돌아온 겁니까???"

    움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팔계가 입을 열었다.


    "...모두는 아닙니다."


    호기심에 가득찬 눈을 하며 일어난 건일이 차를 내왔다.
    로즈마리의 향이 팔계의 콧가를 간질여 왔다.
    팔계는 로즈마리가 정신안정에 좋다는 효능을 머릿 속에 떠올리곤 역시 직업은 못 속인다는 생각을 하며 인사치례를 잊지 않았다.


    "아, 고맙습니다. 향기가 좋군요."


    ...라고 말을 꺼낸 팔계는 잠시 숨을 고르며 머릿 속에 있는 말들을 정리한다.
    하고 싶은 말들은 너무 많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건일은 그런 팔계의 마음을 짐작했는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공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하, 사오정군이 얘기해주지 않던가요??? 오공군이라면 3058호로 가시면 될 겁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그것뿐인 것은 아닐텐데요??? 좀 더 자신을 위한 생각을 해보세요."
    "......왜 그러신 겁니까??? 왜 잊어선 안 될 것들을 잊게 하신 겁니까???"
    "훗, 세상은 그런 겁니다."
    "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일 뿐이니까요."
    "조작된 현실마저도 진실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조작된 현실이라... 그런게 있기나 했던 건가요???"
    "예?"


    마치 고양이 앞의 쥐가 된 느낌이다.
    고양이는 능글능글 웃으며 궁지에 몰린 쥐를 양발로 가지고 논다.
    쥐는 고양이의 발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할 뿐 물 생각을 하지 못한다.
    쥐는 고양이의 입에서 비린내가 난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당신이 내게 상담을 하며 악몽에 관한 얘기를 했었지요? 그건 당신 내부에 있던 기억의 몸부림이었지요. 그렇지만 당신은 어땠습니까? 당신을 괴롭히는 꿈의 한조각이라고 생각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요???"
    "..."
    "당신에게는 그것이 진실이었을 겁니다."
    "!!!"


    팔계의 몸에 한겨울 알몸에 찬물을 끼얹은 듯 소름이 끼쳐왔다.
    팔계는 그 말을 고스란히 다 수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지금 혼란스러운 자신을 추스리기에도 벅차다는 것이 맞는 말일게다.
    차를 한모금 마신 팔계는 가만히 건일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목숨을 구해주신 분에게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정리해서 표현해 내기가 무척 힘들군요. 배은망덕이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아뇨아뇨, 미안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 사는 일에 정답이 있었던가요???"
    "죄송합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까지 도리도리 돌려 말하는 건일을 보며 남은 차를 모두 마셔버린 팔계는 입
    안에 남아있는 로즈마리의 향을 음미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만 가봐야 겠습니다. 제가 너무 시간을 뺏었군요."
    "저팔계씨!"


    지금껏 미소 띈 얼굴로 마주 차를 마시던 건일이 별안간 목소리를 깔며 입을 연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들면 눈코입이 없는 달걀귀신이 나를 쳐다볼 것 같다.
    그만큼 건일은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다가가고 싶지도 않았고...
    얼른 빠져다나고 싶다.






    "저팔계씨!"

댓글 1

  • [레벨:1]해피스톤

    2012.08.24 19:04

    ㅎㅎㅎ무서우면서도 무섭지 않은 건 뭘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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