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 악몽27(최유기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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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동안 넌 거짓의 시간을 보내왔다...그런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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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초반기라고는 하지만 저녁바람은 겨울의 그것 못지 않다.
    홧김에 집을 박차고 나온 오정은 하릴없이 마른 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문득 담배가 고프다는 생각에 주머니를 뒤졌지만 나오는 것은 빈 담배곽뿐...

    "제길!!!"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오랜만에 옛 아지트에나 놀러갈까..
    담배곽을 던져버리려던 오정의 손이 멈칫한다. 갑자기 팔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몇번이나 얘기해요? 나참, 당신은 방마다 쓰레기통을 놓은 내 성의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군요...




    "흥, 웃기는 일이군. 이 천하의 사오정 님이말이야... 고작 쓰레기 하나 때문에..."



    확실히 변한 것은 나다.
    나를 변하게 한 것은 그들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난 영원히 어머니와 형에 대한 죄의식으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야 했겠지.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들은 남을 위해 무엇을 하리라는 목적의식 따윈 없으니...
    그냥 그곳에 있었을 뿐이다.

    "어, 비 오잖아???"


    어느새 흠뻑 젖어있다. 뭐야, 이만큼이나 왔는데도 몰랐다는 거야?
    피식 웃으려던 오정의 몸이 멈칫하며 굳어진다. 가만...그럼 집에 있는 두 녀석들은...
    특히나 오공은 삼장이 그렇게 된 이후 그 녀석의 대를 잇듯 비오는 날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그런 날이면 오정이 팔계를 놔두고 오공에게로 달려가게 만들었으니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오정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집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오정의 뒤로 굵은 구두자국이 깊이 패이고 있었다.


    "헉헉헉..."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남정네가 벌컥 문을 열어제친다.
    예상외의 조용함.
    두려움에 헐떡거리는 소리대신 팔계의 조용한 목소리가 그의 방에서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정은 소리를 죽인 채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오공을 재우고 있는 모양이다.

    "잠이 안 와."
    "그럼 눈이라도 감고 있어요. 그리 오래 갈 비는 아닌 것 같으니 일어나면 화창한 햇살을 볼 수 있을 거예요."
    "..."

    뭔가를 묻는 듯한 오공의 눈동자에 팔계는 오공이 덮은 이불을 정돈하며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 창문으로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잠시 저 모습이 현재의 자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비오는 밤이 싫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요. 물론 즐길 수는 없겠지만..."

    팔계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공의 눈동자가 유난히 동그랗고 크게 보인다.



    "...어쩌면 이건 자학이고 변명일지도 몰라요. 그 밤은 내게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다시 모든 것을 돌려주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싫어할 일 만은 아닐 것 같드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구나... 그치만 팔계..."
    "네, 왜요?"
    "비만 계속 오고 날이 개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지금처럼 말이야..."

댓글 2

  • [레벨:1]해피스톤

    2012.08.24 19:21

    소설 잘 쓰시네여
  • [레벨:1]오징어빨개

    2012.09.14 23:18

    정말 늦은 답변이네요. 고맙습니다. 전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최유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일 뿐이랍니다. 현재 흘러가는 줄거리와도 전혀 맞지 않고 그냥 제 상상만으로 쓴거라 여러가지 허접한 면도, 부족한 면도 수두룩하니 많지요. 그래도 잘 봐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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