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악몽20(최유기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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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작된 현실마저도 진실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조작된 현실이라... 그런게 있기나 했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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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팔계씨!"

    지금껏 미소 띈 얼굴로 마주 차를 마시던 건일이 별안간 목소리를 깔며 입을 연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들면 눈코입이 없는 달걀귀신이 나를 쳐다볼 것 같다.
    그만큼 건일은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다가가고 싶지도 않았고...

    도망가고 싶다.


    "저팔계씨!"
    "예."

    달걀귀신이 말을 한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것 한가지는 동의하실 겁니다. 앞으로의 삶이 당신의 꿈처럼 악몽 같은 거라는 것 말입니다. 그건 당신의 손도 말해주고 있지요."


    팔계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본다.
    짧기만 했던 생명선...
    화남이 허락만 해준다면 좀 더 자신을 위해 살아보고 싶어했던...
    생명선이 짧다는 소리에 다리를 다쳤던 오공이 매직으로 길게 그어주었던...
    건일이 언제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른 후 자신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손금은 인간의 운명을 말해준다고들 하는데 그것이 요괴인 자신에게도 그것이 적용이 될는지...
    실제로 자신이 노력만 한다면 손금이 변한다는 말도 팔계의 손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사자후같은 건일의 한마디...이젠 알 것 같다...
    훗,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더니...
    건일의 말은 요괴인 팔계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오래 살거라는 말이었지만 반면에 그만큼 힘든 일도 많을 거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나처럼 그렇게 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묻지요. 왜 그렇게 저희에게 잘 해주셨던 겁니까???"
    "이유를 알고 싶으십니까?"

    얼굴이 없을 것만 같던 건일이 고개를 들며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을 씩 지어보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비밀입니다~"


    팔계가 나간 후 건일은 컵을 설거지통에 가져다 놓곤 창가에 몸을 기대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불현듯 예전의 일이 떠오르고 있었다.

    ~내기해 볼까요? 달이 지고나서 떠오르는 태양을...

    "크크크, 왜 갑자기 당신 생각이 나는 건지 모르겠군,광명...당신 말이 맞았어. 역시 그들은... 태양이라... 당시 난
    그 말을 부정하고 싶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봤지. 하지만 내가 결정적으로 부족했던 건 연륜이었더군..."

    똑똑똑~

    건일의 입 가에 서린 미소가 채 다 가시기도 전에 노크소리가 나며 간호사가 들어와 말했다.

    "선생님, 오늘도 일찍 나오셨군요. 세미나 가실 시간입니다."
    "네네, 알았습니다. 곧 나가지요."

    가만있자, 세미나 서류를 어디다 뒀더라?
    여기였던가? 아닌데? 여긴가?

    "아, 여기있군. 늦겠다. 얼른 가야지."

    화일을 챙겨들은 건일은 자신의 방 문패를 재실에서 세미나로 옮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저멀리 붉은 머리를 한 청년이 양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문득 건일은 가장 일상적인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일상적인 일이라...

    "이런이런...이래서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는 거로군요. 한동안은 또 이걸 가지고 씨름해야 겠는 걸요???"

    갑자기 폐등성에서 아웅다웅했던 일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건일은 웬지 자신도 늙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피식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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