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의 십자가-Frozen Cross 제1장.알고 있던 것, 모르고 있던 것, 알아야 하는 것 1-1
  • 조회 수: 1205, 2008-02-06 04:16:58(2007-09-25)
  • 시간날 때 찔끔찔끔 딕플에다 써 놓은 게 벌써 엄청난 분량이 됐네요. 더 이상 딕플 메모장 용량이 못 견뎌서 여기에 옮겨 놓습니다. 제 소개는... 겨울바람 녹화했던 사람이라고 하면 좀 아시려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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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의 십자가-Frozen Cross

    제1장. 알고 있던 것, 모르고 있던 것, 알아야 하는 것

    Reminiscence

    “으앗, 뜨거!”
    소년은 얼른 쇳덩어리에서 손을 뗐다. 짧은 새카만 머리칼과 똑같은 색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느닷없는 비명소리에 대장장이는 담금질을 하다 말고 그의 아들을 돌아보았다.
    “이 녀석, 나가서 놀랬더니 또 여기 왔어?”
    소년은 멋쩍은 듯이 히히 웃어 보였다. 대장장이는 그런 아들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키이스, 대장장이 일이 그렇게 좋아 보이냐?”
    소년은 똑같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염이 무성한 대장장이의 얼굴과 솜털이 보송보송한 앳된 소년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닮아 있었다. 대장장이는 담금질하던 집게를 놓고 우람한 팔로 아들을 안아 올렸다.
    “너는 분명히 훌륭한 사람이 될 거다. 이 아빠의 아들인데 뭔들 못하겠니?”
    그리고는 호탕하게 껄껄 웃어제꼈다. 소년은 아버지의 그런 얼굴을 가장 좋아했다.

    덜컹.

    그 때, 문득 입구 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장이 양반 있습니까?”
    소년은 일순 아버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보았다.
    “접니다, 러퍼드 씨.”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목소리. 대장장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들을 내려놓았다.
    “키이스, 잠시만 기다리거라. 금방 돌아올 테니까.”

    대장장이는 입구로 향했다. 손때 묻은 진열장에는 검과 도끼, 갑옷이 은은한 빛을 발하며 놓여 있었다. 추억, 아들과 아내와의...
    거기에 한 사나이가 서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돈은 지난번의 두 배를...”
    “다시 한 번 말하겠소.”
    대장장이는 그의 말을 잘랐다.
    “북주 전체를 준다고 해도 안 팔 거요. 그만 돌아가시오.”
    키이스는 먼발치에서 아버지와 마주선 사나이를 보았다. 그리 큰 키는 아니었지만 깡마른 체구 덕분에 몸이 길어 보였다. 둥근 안경은 날카롭게 빛났고, 그 속의 눈은 뱀처럼 가늘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을 텐데요. 또 거절한다면 강제로 가져가겠다고.”
    사나이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대장장이의 팔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
    “오늘은 기다려 드리도록 하죠. 다른 볼일이 또 있으니까. 하지만 다음번에는 준비해 놓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나이는 문 밖으로 몸을 홱 돌렸다.
    “정말로 강제로 가져갈 테니까.”

    텅, 하고 문이 닫혔다. 대장장이는 창밖으로 멍하니 사나이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소년은 아버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불안과 분노, 두려움이 섞인 표정이었다. 소년은 아버지의 이런 표정을 가장 싫어했다.

    대장장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소년을 돌아보았다.

    “키이스, 아빠랑 강가로 놀러 나가자!”
    “아빠, 일 안해도 돼?”
    “오늘 같은 날은 쉬어도 돼. 가자!”

    대장장이의 억센 손이 소년의 고사리같은 손을 잡았다. 구름 몇 조각이 떠 있는 하늘은 은은한 붉은색으로 채색되고 있었다.
    “이것 봐. 하늘도 우리보고 좀 쉬라고 이렇게 좋은 날씨를 만들어 놓은 거야.”
    둘은 식료품점 앞을 지나쳐 강 쪽으로 향했다. 그 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고개를 돌릴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고운 목소리를 가진 건 그 여자밖에 없었으니까. 대장장이는 소년을 번쩍 들어 목마를 태웠다.
    “키이스, 오해하지 말거라. 이건 도망치는 게 아니다. 아빠는 너를 살리기 위해서 뛰는 거야.”
    “이 양반이 정말, 거기 안 서요?”

    그녀는 따라오면서 계속 뭔가를 퍼부었다.
    “당신 지금 밀린 주문이 얼마나 있는지 알기나 해요?”
    라느니,
    “키이스, 너 엄마가 내 준 숙제 다 안 했지?”
    라느니,
    “오늘 저녁거리로 스테이크를 사 왔는데!”
    라느니-
    대장장이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멈추어섰다. 소년은 그의 덥수룩한 수염을 꼭 잡아서 겨우 떨어지는 걸 면할 수 있었다.
    “키이스, 오늘은 엄마가 너무 애타게 부르니까, 어흠, 돌아가도록 하자.”
    “스테이크 때문이 아니고?”
    “으음... 그 탓도 있고!”
    대장장이는 입을 크게 벌리며 웃어 댔다. 소년은 아버지의 표정이 돌아온 것에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저녁 노을이 짙어지는 하늘. 구름은 황홀한 오렌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덜커덩, 쾅-
    키이스는 굉음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눈을 비비며 바지를 찾아 입었다. 소리는 대장간 쪽에서 들려왔다. 묘한 불안감을 느끼며 그는 대장간으로 통하는 문을 잡아당겼다.
    콰르르르-
    “으아앗!”
    뿌연 먼지와 나뭇조각들이 엄청난 기세의 바람과 함께 몰아쳤다. 작은 키이스의 몸은 가볍게 날아가서 탁자에 부딪쳤다.
    “아야야...”
    키이스는 뒤통수를 문지르며 먼지 속을 주시했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음산하게 울렸다.
    “분명히 말씀드렸을 겁니다. 다음에는 강제로 가져가겠다고.”
    어제의 그 뱀 같은 사나이. 먼지 속에서 둥근 안경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대답하는 목소리는 소년의 아버지였다.
    “쿨럭, 큭- 대체 그걸 가져가려는 이유가 무엇이오? 당신은 그것을...큭...쓸 수도 없을 터인데!”
    그의 가슴에서 검붉은 피가 방울져 떨어지고 있었다. 소년은 사람의 진득한 선지피를 처음 보았다.
    “아, 저는 멍청한 세인들과는 격이 다르거든요. 이미 그 정도 문제는 해
    결했습니다.”

    쿨럭, 큭, 큭-

    대장장이는 고통스럽게 웃었다. 입가로 핏물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꼼짝도 못 하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키이스의 눈은 벌써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내가 보기엔 너도 멍청하긴 마찬가지다. 네놈이 하려는 일이 그렇게 쉽게 될 줄 아는가!”
    순간 사나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는 천천히 대장장이에게로 다가갔다.
    “하기야,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눈 깜짝할 새 사나이의 손바닥이 대장장이의 가슴을 향했다. 키이스는 그의 손에서 파란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쾅-

    “으윽!”
    대장장이는 볼품없이 내동댕이쳐졌다. 모루에 커다란 몸이 부딪히자 대장간 전체가 울렸다.
    “용을 죽일 수 있는 게 그것뿐인 건 아니겠지요. 게다가 그걸로 용을 죽일 수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아직 한 번도 써 본 일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사나이는 예전처럼 몸을 홱 돌렸다.
    “그럼 잘 계십시오, 러퍼드 씨.”

    대장장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도 알 방법이 없었다. 나무 선반이 툭,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그 위에 있던 칼이 모루에 부딪히며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키이스의 세 번째 생일날, 대장장이가 벼린 작은 사냥칼이었다.
    키이스의 눈에는 이 모든 풍경이 굴곡져 보였다. 따뜻한 물방울이 하나, 그리고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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