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어증 [ DEAR - CHERRY ]
  • [레벨:7]id: 라퀼
    조회 수: 971, 2008-02-06 04:16:58(2007-09-17)



  • cherry boyz - 소중한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나는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실어증이라고들 하지요.
    인간이란 말로부터 모든 비극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말을 언어를 잃어버렸습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그 비극으로부터 벗어날수있을테니까요.
    상처주지도 상처받지도 않을수 있을테니까요.


    “ 오늘은 날씨가 아주 맑아요 ”


    그녀가 창문을 열고서 웃으며 말하였습니다.
    하얀 침대에 기대어 앉아 병든 병아리마냥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는 달리 생기가 넘치는
    그녀는 언제나 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 근래 비가 많이와서 푸른 하늘 보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정말 새파란 하늘이에요. ”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합니다. 시원한 바람이 그녀를 지나 향기로운 풀내음을 머금고 들어옵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눈을 맞추고 입을 엽니다.


    “ 늘 누워있기만 해서는 더 약해진다구요. 오늘은 같이 나가는게 어때요? ”


    특별히 그러겠다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나를 조심스레 일으키더니 휠체어에 앉힙니다.
    확실히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기에 그런것일까. 그녀가 이끄는대로 몸이 움직입니다.
    우리는 산책로로 나왔습니다. 그녀가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 나,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이 말을 할때까지 기다릴거에요. 그 언젠가를.. ”


    그녀가 대뜸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뒤로젖히고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 언젠가 말해주세요. 사랑한다고...... ”


    저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수밖에 없습니다. 날이 서서히 추워져 우리는 다시 병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녀는 산책로에서 말을 한 그뒤로 아무 말도 하지않습니다. 면회시간이 끝나고 그녀가 병실을 나갔습니다.
    한마디를 남기고서 말입니다. ‘ 사랑해요 ’ 라고...

    그 날이 지나고 그녀는 그때와 같은 말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전과 같은 날씨에 대한 이야기나 그날 있었던 사사로운 이야기들을 했을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요..

    아,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리 마음이 저리고 아픈가 봅니다. 말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녀가 기다리는 그 말을. 하지만 10여년간 하지 않던 말을 이제와서 하려니 쉽지가 않았습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말을 하지않아 좋았는데 이제는 말을 하지못해 고통스럽습니다.
    사람에게 말이 필요하다는것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 아.. 아- ”


    조금씩 나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녀가 없을때마다 나는 연습합니다. 말을 하는 연습을..


    “ 아.. 나아.. 사라..ㅇ.. 해요...”


    하루가 지날수록 명확해지는 목소리. 조금더.. 조금 더 연습하면 말을 할수 있을까요. 그녀가 원하는 그 말을?


    “ 사랑.. 해요 사랑해요. ”


    이제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나의 목소리를.
    이제 곧 그녀가 올 시간입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립니다. 그녀가 기뻐해줄까요.

    한시간이 지났습니다. 어째서 그녀가 오지 않을까요. 어서오세요. 당신이 원하는 말을 들려줄게요. 어서..

    하루가 지나버렸습니다. 그녀는 오지않았습니다.
    나, 그토록 연습했는데.. 그녀에게 무슨일이라도 생긴걸까요. 내일이면 오겠죠. 오늘은 너무 바빴나봐요.
    가끔 그럴때면 못올때가 있었으니까 그런가봐요. 어쩌면 좀더 명확하게 말을 할수있도록 연습할 시간을 준걸지도 몰라요.
    난 열심히 말하는 연습을 했어요. 하지만 다음날이 되어도 그 다음날이 되어도 그녀는 오지않았습니다.
    그녀대신 문을 열고 들어온건 나의 어머니와 그녀의 어머니였죠. 어째서 당신들은 검은 옷을 입고 계시는 겁니까. 네?


    “ 잠시.. 같이 갈곳이 있단다.. ”


    어머니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나를 차에 태우고 어딘가로 갔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어느곳에서 나는 휠체어에 옮겨져 비석들이 즐비한곳중 어느 한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왜 이곳에 온것일까요. 지인중 누구 한분이 돌아가신걸까요. 그런걸까요.


    “ 아이가... 그 아이가... 죽었단다.. ”


    하.. 하하... 어머니가 농담을 하세요. 무슨.. 무슨...................!!!!

    나는 휠체어에서 일어섰습니다. 하지만 이내 앞의 비석으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내 아래에 보이는 검은 비석. 그녀의.. 이름이 쓰여져있는....


    “ 기다린다면서요.. 기다린다고 했잖아요.. 내가 말할때까지 기다릴거라면서요!!
    나 이제 말할수있어요. 할수있다구요. 일어나봐요. 날 봐요.
    나 이제 말할수 있어요. 나 이제.. 말할수있단말이에요...
    나 이제.. 말할수 있는데.... 기다린다면서........ 흡.. 흐읍... ”


    기다린다면서요.........


    “ 나 이말.. 이제 할수있는데....... 나... 당신.. 사랑해요...”




    사랑해요








    생일 축하해요- 시간 빠르네요
    1년전 생일 축하해주던 기억이 나는데 벌써 1년이 지나버리다니 말이에요 (웃음)
    해피엔딩의 소설이면 좋았을것을 새드엔딩쪽으로 가버렸어요,,
    비도 오고해서 그런가봐요,, (허공)
    생일 축하해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
    Profile

    - 친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기본적인 예의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 
    - 초면에 경어사용은 기본입니다. 서로의 허락하의 평어가 아니라면 평어는 쓰지도 받지도 않습니다.

     

댓글 2

  • [레벨:3]감귤〃

    2007.09.17 01:47

    헤에 , 멋져라 ♡ 
    추천:1/0
  • 체리 보이 삼장♡

    2007.09.17 15:40

    에비 ;ㅅ;
    멋있어요 슬프기도 하고 ;ㅅ;
    무튼 고마워요 사랑해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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