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넨이야기 : 다섯번째장 ( 5-5 ) - 다섯번째 메시지
  • 조회 수: 473, 2008-02-06 05:56:22(2007-08-23)



































  • 다섯번째 메시지.

    가끔씩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면,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향해 걸어가세요.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하기 전에,
    우선은 가장 소중한 사람을 향해 한발자국씩 걸어가세요.

    그래서 당신의 진심을 전해요.
    두번다시 이런기회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널 사랑하고
    나는 너에게 사랑받고
    내겐 지상 최대의 행복
    아름다운 습관



















    " 카넨 "
    " 왜 부르지? "
    " 너는…네이선배를 좋아했지? "

    그의 뜬금없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떠 달빛에 비춰 아름답게 보이는 백금발이 눈에
    띄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당황해하며 시선을 돌려버린다. 그럴거면서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
    겠다. 그뿐만이 아니라, 저녀석은 나와 눈을 마주치는걸 피한다.

    네이라….
    갑자기 그가 생각이 난다. 뭐, 늘 마음속에 품고 다니지만 저녀석의 늘 뜬금없는 소리를 들으면 참 당황스
    럽다. 아무리 그의 앞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나라도 그런 물음을 듣게 된다면 정말로 당황스럽다.

    " 아직도 좋아한다. "
    " 헤에? 짝사랑이야? "
    " ……결국엔 늘 장난으로 이어지는건가? "

    진지해져서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싶으면은 또 다시 저렇게 어린애다운 발상을 해버린다.
    네이는 저 아이에게서 무얼 본것일까. 나는 아직 이 아이가 진짜 회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아
    이와 같이 네이가 회장으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죽어버렸다.
    학교에 이용당한거나 마찬가지인데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아르넨을 보살폈다.
    모두가 웃을수 있게 늘 알게모르게 힘을썼고, 자신의 성력으로 아르넨의 결계를 더욱 강화시켰다.
    그치만 그가 죽고 난뒤, 이 아이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서류작성 뿐이었다.

    " 카넨은 왜 마족이 쓰는 힘을 쓰는거야? "
    " 내가 쓰는 어둠의술법을 말하는건가? "
    " 응. 마족의 힘이랑 똑같잖아? "
    " 쓰면 안되는건가? "
    " 아니,딱히. 그치만 카넨은 마족을 증오할텐데 그런 힘을 왜 쓰나 싶어서 "


    이번에 묻는 의도는 무엇인가.
    내가 대답하지 않고 물끄러미 쳐다봐서일까, 저 아이는 또 당황해한다.
    그리고는 슬쩍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 그니까, 음…카넨의 소…소중한 그사람을…… "
    " 왜 거기서 버벅거리는거냐. 소중한 사람은 맞다. 하지만 이상한걸로 생각지마라. "
    " 흥 "


    어린애다.
    처음봤을때부터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네이가 나에게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을때, 나는 저 아이를 보고 있었다.
    그때 그 아이는 모든 이들과 술래잡기인지 숨박꼭질인지를 하며 활짝 웃으며 뛰어놀고 있었다.

    그때도 어린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종종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깊숙히 생각하게 만드는 이 아이의 질문을 들으면 어린애만은 아니다.
    단지 장난끼가 조금 있던가, 아니면은 일부러 화제를 돌리려는 걸지도.




    ‘ 저 아이가 너가 대신했던 아이라고? ’
    ‘ 응. 꽤나 귀여운 아이야. 그렇지? ’
    ‘ 난 반대다. 너 외에는 아무의 명령도 듣지 않을거야. 그게 선도부장 이엔이라 할지라도. ’
    ‘ 난 정말 너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있구나. 그래서 기뻐 ’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나는 당신에게 사랑받고.
    그것이 지상최대의 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너와 나의 아름다운 습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끝끝내 죽어버렸고, 나는 끝끝내 너를 지키지 못했다.
    조금은 가슴 아픈 일이지라도, 나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울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당
    신을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것이 나의 강함.

    그것이 당신을 지켜줄수 있는 나의 강인함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나는 조금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꼭 그런것만이 강한것이 아니기 때문에.

    " 아무튼 말을 이어라 "
    " 명령조야!! 원래는 내가 명령해야 하는데 반대가 된거 같아!! "
    " 너는 아직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 칫……아무튼 네이선배가 마족들에게 죽임을 당했잖아?
    그럼 넌 마족과 같은 힘을 쓰고 싶지 않을거아냐. 틀려? 마족과 똑같은 힘이니까… "

    그런거였나.
    하지만 어찌됬든 내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능력은 그 능력이었다.
    네이가 누구한테 죽든간 나는 나의 능력을 버릴수는 없다. 단지 할수 있는건, 네이를 죽인 마족과 똑같은
    힘으로 마족을 멸하는것.

    네이가 지키려 했던 이곳 아르넨을 지키는것.
    그것이 내가 가진 능력으로 할수 있는 두가지 일이다.

    한가지가 추가되긴 해야 하지만, 아직 이 녀석은 내가 원하는걸 보여주지 않았다.
    네이와 똑같으라고 강조하는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네이가 본 이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

    " 대답 안해줄꺼야? "

    " ……마족과 똑같은 힘으로 나는 마족을 멸할뿐이고, 아르넨을 지키는것 뿐이야.
    그런거따위 생각할 시간조차 없어. "

    그래.
    나는 지금 살아서 네이가 마지막으로 내게 내린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해.
    내키진 않지만 나는 마지막 최후의 날까지 너를 지킬것이야.

    단 너가 그때까지 네이가 보았던 모습을 내게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거지.
    너의 능력은 대단하다. 회장이란 위치에 어울리는 자에 답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너는 마음이 약하다.

    " 동료 시리오스를 생각해서 물은건가? "
    " 음,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일거야 "
    " 너는 어떤가 "
    " 앙? "
    " 동료 시리오스를 만나면 죽일것인가? 살릴것인가? 아니면 니가 죽을것인가? "


    꽤나 날카로운 나의 물음에 저 아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심한말인가? 아니, 심한말은 아니다. 언젠가 저 아이가 밟고 나아가야할 과정이기에.
    다른 이들도 똑같지 아니한가?

    누구에게나 소중한 사람이 있고, 그 소중한 사람을 밟고 나아가야 한다.
    가장 큰 예로는 이루와 세츠겠지.

    그 두 사람의 비극으로 인해 아르넨은 점차 기울어져 갈것이다.
    그러기 전에 나는 너의 약한 마음을 강하게 만들어야해. 진정한 강인함을 일깨워주어야 해.

    " 내가 죽지는 않을걸? 너가 지켜줄테니 "
    "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의문이군 "
    " 음, 왜냐면 너의 은색의 눈동자는 언제나 날 바라보고 있거든 "

    ……내 눈동자가 너를 바라본다? 언제나?
    그거 하나로만 확신할수 있는가? 나는 너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지키지 않을것이다.
    네이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그만둘수도 있다.
    어차피 네이는 죽어버렸으니까.

    " 그리고 카넨은 믿음직해 "
    " 나는 짧은시간만에 너를 파악하는건 간단했다. 하지만 너는 나를 파악하기엔 부족한 시간이 아닌가? "
    " 물론 부족해. 그래도 서서히 알아가는것도 재밌지않아? "
    " 재밌다? 전쟁이 머지 않은 시간에? "
    " 여유를 가져봐. 아참, 시리오스 얘기하다가 왜 이렇게 된거지? "

    또 다시 바보같은 웃음을 짓는다.
    보여줘, 너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지?
    회장으로서의 너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지?

    왜 나는 네이가 보았던 너의 모습을 볼 수 없는걸까.
    왜 나는 그 모습에 집착하는 걸까.

    " 아무튼……시리오스는 착한아이였었어 "
    " 과거형이군 "
    " 이제는 만날수 없으니까 "
    " 만나면 어찌할거냐, 나는 그걸 물었다. "
    " 차갑기는. 길은 하나밖에 없어. 죽여야지, 어쩌겠어? "
    " 간단한 답이군 "

    다른 녀석들은 오랜 시간을 고민했는데, 왜 너는 그렇게 간단한거지?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고민을 해도 정확한 답을 다른 녀석들은 찾지 못하는데, 어째서 너는 그렇게 짧은 시
    간 안에 정답을 찾은거지?

    " 간단하지 않아.
    물론 나는 시리오스랑 함께 했던 추억을 생각하면은 정말로 슬퍼지고 울고 싶어져.
    그렇지만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니까. 부회장인 시온이 아닌, 회장인 아르카나 카토 라이즈니까.
    아파도, 슬퍼도, 괴로워도, 두려워도, 무서워도…밟고 나아가야지.
    그래야만 모두와 함께 한 추억을 간직한 아르넨을 지킬수 있잖아? "

    간단하지 않다라….

    " 나는 모두를 될수있는데로 지켜주고 싶어. 카넨도 지켜주고 싶어.
    나는 솔직히 마족하고 왜 전쟁을 해야만 하는지 모르겠어. 그저 서로의 의견을 통합하면 안되는걸까?
    서로서로 양보하고, 대화로 타협하고. 그러면 안되는걸까?
    시리오스랑 싸우고 싶지 않아. 나는 시리오스를 아직도 무지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하지만 옛날이 꿈만 같았다는게 정말로 안타까워. "

    돌아올수 없는 옛날.
    되돌아갈수 없는 옛날.

    그래, 너는 그 옛날을 버린거구나.
    집착하지 않고, 그저 앞날만을 내다보는구나.



    그것이 너의 강인함인거냐?

    " 카넨, 카넨도 조금은 감정을 뚜렷하게 나타내주었으면 해.
    행복하면 행복하다고, 기쁘면 기쁘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두려우면 두렵다고 말이야.
    네이에게 한번도 너를 좋아한다. 라고 말한적이 없지? 뭐, 그렇게 말하는 카넨이 상상되지는 않지만 말야.
    키득키득, 너도 조금쯤은 후회하는거지? "


    ……후회?
    행복하면 행복하다고 말을 하라고?
    기쁘면 기쁘다고 말을 하라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을 하라고?
    두려우면 두렵다고 말을 하라고?

    아니, 나는 그런 감정들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마족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감정따위 느끼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모든걸 버렸으니까.

    그저 명령에만 충실할 뿐이야.
    난 내 편한데로 살아갈 뿐이야.

    네이한테……좋아한다라고 말을 한적이 없냐고?
    아니, 했을것이다. 나의 뇌리속엔 그날이 아주 생생하게 기억되있으니까.

    " ……한적이 있어, 좋아한다고. "
    " 오,정말? 그럼 나는? 나는 카넨을 정말로 좋아해!! "
    " ……좋아한다고? "
    " 응, 무지무지 좋아해. 앞으로 이런 말은 절대로 아끼지 않을거야. "
    " 아끼지 않는다? "
    " 시간이 지나가면 후회가 되어버리니까! 그러니까 나는 하고 싶은 말은 다 해버릴거야! "


    시간이 지나가면 후회가 되버린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삼키지 않고 해버린다?

    하지만 나는 모르겠다. 나는 너를 좋아하는걸까?
    모르겠다. 너는 나를 좋아하는가? 그래서 정말로 그렇게 말을 하는가?

    " 왜 그래? "
    " 나는…모르겠다. 난 마족이 아닌데도 감정따위 느끼는거 흔하지가 않다. "
    "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말했을때 기분이 어땠어? "
    " 기분? "
    " 응! 막 뭔가 설렌다거나, 뭔가 꾹 참았던게 올라와서 터뜨리고 싶다던가! "
    " ……의문이 들었다. 그뿐이다. "
    " ……에이 "


    내가 저 아이를 실망하게 만들었나?
    뭐지? 왜 저 아이의 표정에 신경을 쓰는거지? 네이도 아닌데.
    나는 저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도 왜 신경을 쓰는거지?

    저 아이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어째서?

    " ……앞으로 좋아하도록 노력하겠다. "
    " 어? "
    " 앞으로 너처럼 감정을 뚜렷하게 나타낼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 헤에~ "
    " 대신에, 너도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줬음한다. "
    " 그게 뭐냐고,도대체!! 니가 원하는 모습이 뭔데,응? "
    " 나도 모른다. 분명한건 네이가 그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
    " 뭐야! "


    자연스럽다.
    이 아이와 떠들며 얘기하는데 자연스럽다.
    네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아이이지만 그래도 즐겁다.

    얘기할수 있다는게 조금은 기쁘다.
    그래, 부장급 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이 아이를 지킨다고 말을 한 이유는 이 아이가 사랑스러워서 일까?

    이 아이는 급 활발해지다가 급 우울해지고 급 장난끼가 생기는 다소 이상한 아이이지만,
    그래도 저 아이의 그런점이 좋은걸까?

    사랑스럽다라….







    ‘ 카넨, 나는 앞날을 생각하면 조금은 미안하고 안쓰럽구나 ’
    ‘ 뭐가 말이지? ’
    ‘ 내가 없으면 너는 외롭고 쓸쓸할테니까. 조금쯤은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어봐 ’
    ‘ 너가 없으면 없는거다. 그저 난 원래대로 혼자로 돌아가는것 뿐이야. ’
    ‘ 안슬프니? ’

    ‘ 하지만 난 너에게 이미 길들여진듯 하다.
    네이, 너가 없는 혼자인 나는 아마도 혼자가 싫을게 분명하다.
    너를 만나기 전 늘 혼자였는데, 너에게 너무 길들여져 혼자인게 싫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직은 너가 없지 않으니 앞날을 생각하진 않을것이야. ’

    ‘ 조금은 남에게 기대도 되,카넨. 난 정말로 너에게 사랑받아서 기뻐. ’
    ‘ ……나를 사랑하는가? ’
    ‘ 물론이야. 널 아주많이 좋아해,카넨. ’
    ‘ ……나도 널 좋아하는듯 하다. 네이. ’
    ‘ 헤에, 그말을 들으니까 너무 좋아. ’







    순간 나도 모르게 옛날생각에 잠겨버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았을때, 저 아이가 조금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지? 내가 뭐 이상한 표정이라도 지었나?
    설마 웃은건 아니겠지?

    네이 외에는 절대로 미소지은적이 없는데, 그 미소를 내가 저 아이 앞에서 지었단 말인가?
    괜찮아. 그래,괜찮아. 실수해서 지은거잖아. 짓고 싶어서 지은게 아니야.

    " 카넨… "
    " 왜 그러나 "
    " 너 웃으니까 정말 이쁘잖아!! "
    " 남자한테 이쁘다는 소리 하는거 아닌거 알고 있지 않나? "
    " 그럼 뭐 어때!! 충분히 여자같이 이쁜걸!! 네이선배는 너같은 놈이 호위해주어서 정말 기뻤겠다!! "
    " 그렇다고 말한적이 있긴 했다. "
    " 헤에~나도 그렇게 말해줄까? "
    " 거절한다. "


    내 말에 저 아이는 다시 장난끼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됬건 나와 상관없
    는 일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금새 진지한 모습을 벗어버리고 다시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돌아올수 있을
    만큼 태평한 아이다. 앞으로 마족과의 전쟁은 머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또 다른 아이도 괴로울지도 모르겠다.
    키엔 아이루스. 그는 예언을 하는자.
    한때 멸망만을 예언했던 그의 예언에 다들 무서워했었다. 이제 그의 두 눈이 필요할 때인가?

    아니, 어쩌면 벌써 우리들의 죽음을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혼자 모두의 죽음을 보면서 어떤 생각에 사로잡혔을까. 인간은 생긴것처럼 참으로 다양한 존재들이다.
    그 존재들은 무궁무진해서 각각 성격도 틀리다.

    저 아이와 나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아주 차이가 있는 것 처럼.
    무서웠을까?

    " 시온 "
    " 응? "
    " 너는 한 아이를 조금 돌봐줘야한다 "
    " 그게 누군데? "
    " 나와 같은 선도부인데, 키엔 아이루스라고 "
    " 키엔을? "
    " 그렇다. 너도 알다시피 그의 능력은 예언인데, 아마도 그 능력때문에 괴로울지도 모른다. "
    " 그렇구나!! "


    내 말에 고개를 세차게 두어번 끄덕인다.

    " 카넨, 마족과의 전쟁은 몇일남은걸까? "
    " 글쎄다. 당장 오늘 새벽이나, 지금이라도 일어난다해도 이상할건 하나도 없다. "
    " 그렇지? "
    " 그렇다. 그러니 넌 학교를 지킬 방법만을 생각해라. "
    " 그러다 죽으면!? "
    " 니 말데로 나는 너를 지킨다. 네이의 명령이니까. "
    " 서운한걸? "


    서운해도 어쩔수 없어, 라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겨우 삼켰다.
    왠지 그렇게 차가운 말만을 툭툭 내뱉으면 이녀석은 네이와 달라서 정말로 상처받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 아이의 말에 나는 다시 눈을 감을 뿐이었다. 심히 깊은 밤인데도 유난히 오늘따라 일찍 자지 않고
    나랑 재잘재잘 떠들거린다.

    그치만 귀찮지는 않다.
    그저 그렇게라도 그 아이를 상대한다는게, 이야기 한다는게 조금 재밌기 때문이다.
    내 말에 여러번의 이상한 표정을 짓고 엉뚱한 말도 하고 사뭇 진지한 말도 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그아이
    의 모습에 여러번 흥미를 느낀다.

    결국엔 다시 실망해버리지만.

    " 카넨 "
    " 뭐지? "
    " 만약에 내가 무섭다고 말한다면 너는 어떤식으로 위로해줄까? "

    장난스런 웃음을 입가에 가득 문체 나를 바라본다.

    " 뭐가 무섭다는 거지? "
    " 나는 실은 무지 약하거든 "
    " 그건 알고있다. "
    " 나쁜……나는 이루가 무지 강하다고 생각하걸랑? "
    " 그것도 알고있다. "
    " 아무튼간, 그녀석은 이미 갈 길을 정했다구. "
    " 너도 정하지 않았나? 시리오스를 죽인다고 했잖아? "
    " 그게 무서워 "


    무섭다?
    그러니까 도대체 뭐가 무섭다는 거지?
    왜 자꾸 말을 빙빙 돌리는 거야. 내가 미간을 조금 좁히자 저 아이는 또 바보같이 헤실거린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 ……내가 죽일때 그녀석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

    ……죽음을 맞을때의 표정이란 건가.
    내가 보았던 네이는 웃고 있었다. 끝까지 여유로웠지. 네이는 원래부터 그렇게 될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 인간은 죽음앞에선 나약해지는 동물이다. 네이는 무슨 생각을 가졌던 걸까.
    그것이 그의 강함인가?

    하지만 내가 알고있기로는 시리오스는 처음부터 마족이었으니, 그도 그렇게 될건 알고 있을것이다.
    친한 친구와의 싸움. 한명이 살아남고 한명이 죽어야만 하는 싸움.
    그렇게 따지자면 마족인 시리오스가 방해물인 저 아이를 죽여야 하는게 원칙이겠지만,
    저 아이는 이미 네이의 뜻과 모두의 뜻을 알고 있으니 오히려 시리오스를 죽이려 한다.

    그렇군.
    그래서 시리오스의 모습을 보기가 두렵단건가.

    " 그런거 까지 신경쓸 겨를이 있나? 뭣하면 내가 대신 죽여주도록 하지 "
    " 너가? "
    " 그래, 너는 뒤에서 그저 내가 죽이는것만 봐. 친구의 죽음을 보는건 예의일테니. "
    " 쿡쿡 "
    " ……? "


    웃는다.
    갑자기 내 말에 웃는다.
    두 손을 내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모르겠다.
    내 말이 웃기게 들렸는가?
    아니면 나의 말이 신용이 가질 않는다는 건가?

    " 의아한 표정 짓지마 "
    " 그런 표정을 안 지을래야 안지을수가 없다. "
    " 나를 위로해 준거잖아? "
    " 방금 내뱉은 말이 위로해준건가? "
    " 응. 나를 위해서 행동하겠단 거잖아? 게다가 뭔가가 산뜻해 "
    " 이해할수없군. 친구를 대신 죽여준다는 말이 산뜻하다니 "
    " 그 말이 산뜻한게 아니라, 그냥 니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아져 "

    정말 저 아이는 이해할수 없는 말들만 내뱉는다. 내가 머리가 나빠서 저 아이의 말을 못알아 듣는다는건
    아니다. 성적도 상위권이고 천재라고도 불릴만큼 어느정도 똑똑하다. 그렇담 저 아이가 바보다.
    뭐, 다들 저 아이를 보고 바보바보라고 하는데 사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 카넨, 이번 전쟁에서 우리가 지면 어떻게 되? "
    " 아르넨은 마족의 손에 넘어가는 거겠지 "
    " 마족은 왜 아르넨을 노리는 건데? "
    " 그건…… "
    " 응? "


    순간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러고보니 나도 모르잖아. 네이는 절대로 아르넨을 마족에게 빼앗기면 안된다는 말만 했지, 그 이상의 어
    떠한 것도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왜 아르넨을 빼앗기면 안되는 건지.

    그런 중요한걸 여태 묻지않고 가만히 있었던 나도 참 바보같다.
    ………어떻하지?

    " 너도 모르는거야!?! "
    " 시끄럽다. "
    " 아무튼 아르넨을 넘기면 안되는건 확실하지? "
    " 물론이다. "


    그런데 정말로 마족은 왜 아르넨을 노리는거지?
    무엇때문에 10년동안이나 마족인 시리오스와 라퀼을 이곳에 두었던걸까.
    라퀼은 이미 죽었고, 시리오스는 아직이다.

    " 아르넨이 넘겨지면 어떻게 되? "
    " 나도 잘은 모른다. 이번일이 세상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수도 있는거고 "
    " 흐응… "
    "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아르넨을 넘기지 않는다. 이 목숨들을 바쳐서라도. "
    " 나도 살아남아야해? "
    " 너는 회장이니 물론이다. "
    " ……에,그래 "


    왜 또 기운이 없어지는거지?
    나를 비롯한 모두가 저 아이를 목숨걸고 지킬텐데 그런게 싫다는 건가?
    죽지않아서 좋을텐데 왜 갑자기 저렇게 시무룩해지는 걸까.

    " 왜 그러지? "
    " 뭐가? "
    " 갑자기 기운이 없어졌다. "
    " 당연한거 아냐? 정말 카넨은 무정하구나 "
    " 내가 뭘 "
    " 나 혼자 살아남는단 얘기잖아. "
    " 넌 회장이다. 아르넨의 주인이란 말이다. "
    " 나도 모두랑 함께하면 안되!? 나 혼자 살아남아서 어쩌라고!! 모두가 없잖아! "
    " 왜 나에게 화를 내는가? "
    " ……미안 "


    혼자라….
    나도 네이를 만나기 전까지 혼자인게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네이가 없어지고 나서 저 아이곁에 섰다. 혼자란건 생각할수도 없다,더이상은.

    " 하지만 역시 아르넨을 지킨다해도 모두의 웃음은 지킬수 없으니까 무서워 "

    " 혼자 살아남는게 무섭단 건가? 혼자 살아남아서 아는 사람 한명도 없이 회장자리를 지켜야 하는게
    무섭단 건가? 부서지고 부서져버린 아르넨에 혼자 서 있어야 한다는게 무섭단 건가?
    나는 모르겠다. 아르넨을 지키면 그걸로 만족한다. 더이상 니 말데로 모두의 웃음소리를 들을수는 없겠지
    만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 너가 기억하고 아르넨이 기억한다.
    그 이상은 아무렇지 않다. "


    내 말에 저 아이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언젠간 앞서나아가야 할때. 언젠간 혼자 살아남을수밖에 없을
    때, 그때 저 아이는 모든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졌었는지. 우리가 왜 너를 지키려
    했었는지. 단순히 아르넨을 지키고 회장을 지키려하는 것만이 이유가 아니란걸 알았으면 한다.

    그 언젠가가 올때 우리는 죽는거 따위 두렵지 않다고 생각할것이다.
    누구나가 추구하는 목표가 있고, 누구나가 소중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지키고 싶은것이 있기에.

    " 역시 카넨은 친절해 "
    " 시끄럽다. "
    " 우리 카넨 쑥쓰럼도 잘 타네? "
    " 그만자라. 내일 새벽부터 또 정리해야할 일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
    " 야,그런건 서기인 유안이나 다른 회장부회장들한테 돌리면 안돼!? "
    " 그들은 많이했다. "
    " 너 지금 일부러 그러는거지!! "
    "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
    " 얌마!! "


    잠깐이라도 저 아이랑 함께하면 조금은 즐겁겠단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문득, 저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나올때는…….
    시리오스 때문이 아닌,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주 나쁜 생각이겠지만,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를 보고 싶었다.



























































    전쟁이 시작된지 몇일이 지난후 나는 네이의 명을 따라서, 그리고 내 뜻데로 너를 지켰다.
    우리는 너에게 두려움을 주지 않기 위해 다음날 아침에 웃으며 보자고 너를 애써 안심시켰다. 그리고 우
    리는 그날밤 전쟁을 했고, 나는 끝까지 너의 방앞에서 마족들과 싸우며 너를 지켰다.

    그리고 나는 그날 내 목숨이 다한걸 느꼈다.
    힘들었지만 나는 혹시나 너가 깨어있을까 하는 생각에 너의 방으로 들어갔다.
    너는 세상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나를 위해 너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 눈이 먼저 감겨왔다.
    그때 나는 눈을 감기전 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여주었다.



    ‘ ……무슨일이 와도…무슨일이 닥쳐도……너가 견디지 못할 일은 없을거야……
    내가……모두가……니 곁에…있을거니까……널…지켜줄거니까……
    살아라…살아서……우리들의…소중한……추억이 담긴……아르넨을 지켜……명심해……
    넌…절대로……혼자가…아니야…… ’



    나는 죽기직전까지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너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너는 내가 죽은다음에야 잠에서 깨어나 울어주었다.



    나의 두번째 소중한 사람은 너가 되었고,
    나의 두번째 주군은 너가 되었다.



    나는 살면서 두명의 주군을 만났고, 두명의 소중한 사람을 만났다.










    나는 너희들을 만나, 너희들을 지킨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들이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생각한다.







    --------------------------------------------------------------------------------------------------






    어찌됬든 25편까진 왔군요.
    아직 116편으로 보면 반도 안온거지만,
    그래도 열심히 써나갈거에요.
    그럼 이만.

댓글 6

  • 갈갈

    2007.08.24 01:20

    근데 맨끝에 누구의 생각인데-_-?; 카넨? 아닌것같고..누구냐-_-;
    카넨이 네이를 진짜로 사랑?-_- 아니면 그냥 좋아하는건가..ㄱ-
    카넨멋있얼-_-//////////////////
  • 이엔

    2007.08.24 14:47

    이거이거
    나중에 카넨 죽는거 아니야?
  • [레벨:7]id: 크리스

    2007.08.24 20:32

    오우, 카넨 당신 웃으니까 예쁘잖아<
    자주 웃으라구<
    근데 어째 카넨이 죽을 것 같애.
    그렇다과 설마 진짜로 죽는건....<
  • 리이넨

    2007.08.24 21:54

    카넨 죽어요?? 왠지 마지막 부분이 카넨이 말하는 것 같아서;;
    에에-키엔씨도 힘들겠어요 모두의 죽음을 보고 있으니.....
    그런데 정말로 모두를 죽여버리는건 아니지요?
  • 체리 보이 삼장♡

    2007.08.25 20:04

    근데카넨이누구캐릭인가요 .................
    막 시온이 시리오스 너무좋아해여 ......... <-님
  • [레벨:3]감귤〃

    2007.08.27 23:18

    어이쿠 , 카넨 어떻게되는거 ?
    하나둘 죽으니깐 무서워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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