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on - 12
  • [레벨:24]id: Kyo™
    조회 수: 394, 2008-02-06 05:52:50(2007-02-12)
  • 텐츠키는 힘이 빠진 자신의 오른쪽 발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그렇지만 번번히 발목 아래로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이런 제길... 도대체 무슨 짓을 해 놓은거래... "

    이제는 하다못해 왼쪽 발로 오른쪽 발을 건들여 봤지만, 감각 신경도 마비 됬는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 아, 젠장... "

    텐츠키가 한숨을 내쉬며 다리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그만두고, 옆에 쓰러져 있는 아일린을 깨우려고 했다.
    손을 내리자니 앉을 만큼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힘도 안 들어가는 몹쓸 발로 서 있는 건 더더욱 무리.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양 팔로 쇠사슬에 매달려 성한 발로 여기 저기 때려보니 의자가 하나 있다.
    다행이도 의자는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고, 좀만 노력하면 될 것도 같았다.
    찰칵.

    " 응? "
    " 고생하는 게 너무 안쓰러워서. "

    아까 그 여자, 또 왔다.
    이번엔 아까 여자가 들고 있던 등과 똑같은 모양의 등 세개를 벽에 걸어 주었다.
    그러자 바깥처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밝아졌다.
    여자는 등을 건 다음 의자를 텐츠키에게 가져다 주었다.
    텐츠키는 의자에 털썩, 앉아 기지개를 쭉- 폈다.

    " 어때, 볼만 하지? "
    " 응, 괜찮네. "

    텐츠키는 여자에게 반앙하기 싫어진 건지, 귀찮은 건지, 뭔지 알 수 없지만 고분고분히 여자의 말을 들어 주었다.
    여자도 그런 텐츠키가 싫어지는 않았는지, 방 구석, 벽에 건 등으로도 가시지 않은 어둠 속으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텐츠키의 팔이 툭- 하고 떨어졌다.

    " 그 정도로 고분고분 해졌으니까 풀어줘도 괜찮을 것 같아서. "
    " 오, 쇠사슬은 떨어졌네. "
    " 족쇠는 계속 차고 계셔. 그리고 여기서 도망치려는 미련한 짓은 삼가 해주고. "
    " 근데 너희 정체가 뭐야? "
    " 정체? 어느 쪽을 말하는 건데? "

    여자의 의미심장한 말에 텐츠키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여자도 자신이 한 말이 뭔가 이상했음을 알아 챘는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 됬다, 우리 정체따윌 생각하기 전에 저 도련님 먼저 깨워라. 뭔 도련님이 저렇게 잠이 많아? "
    " 그러지. "
    " 그럼.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순식간에 여자의 기척은 사라졌다.
    모습은 분명 텐츠키 앞에 있는데... 무생물과 같이, 단 한줌의 기척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 이 기술은, 너희도 Rubil도 배울 수 없는 거니까 포기하시고 다음 지시까지 기다려. "

    여자가 다시금 입을 열자, 기척도 되살아 났다.
    완전히 살아난 건 아니였지만, 기척이 없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희미하게 되살아 난 것이다.

    " 뭐? 다음 지시는 또 뭐야? "
    " 시끄러, 닥치고 주무셔요. "

    여자는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살포시 올려준 뒤, 다시금 기척을 지우고 어둠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텐츠키는 여자를 빤-히 처다보고 있었지만, 그 기술이 무엇인지도, 여자의 정체가 뭔지도 알 수가 없었다.

    " 이 꼬맹이는 언제 일어나. "
    " 나 일어났으니까 닥쳐. "
    " 뭐냐, 세츠냐? "
    " 아일린은 깊이 잠들었어. 아무래도 한동안 일어나지 않을 모양인가 봐. "
    " 불면증 환자가 치료 끝내고 자는거냐? "
    " 아일린에 대해서 쓸데없는 말하면 나한테 죽을지도 몰라요, 세이씨. "

    세츠가 존댓말을, 그것도 이름이 아닌 성을 부르면서 이야기 할 때는 정말로 입닥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정말로 목이 날라갈지도 모르니까.

    " 여기가 어딘지는 알겠어? "
    " 알면 이러고 있을까. "
    " 하긴, 행동파 텐츠키가 이러고 있는데는 이유가 있겠지. 발은 괜찮아? "
    " 별로. "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이렇게 밀실에 갇혔다는 사실은, 두 사람만이 이 세계에 있다고 생각 될 정도로 함께 있다는 사실은, 본부가 아닌 곳에서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 여기를 강행돌파 할까, 아니면 가만히 있을까? "
    " 그냥 있는 편이 좋겠지. "
    " 그래, 그래. "

    두 사람은 어색한 침묵으로 이야기를 끝 마쳤다.





    " 후, 이 놈의 기억은 왜 이렇게 뒤죽박죽이야. "

    키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푸른빛이 감도는 타이트한 흰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가 어딘가를 찾고 있었다.
    골반까지 내려오는 갈색의 긴 머리칼은 아름답게 웨이브가 져 있었고, 손에는 진검인지 가검인지 알 수 없는 칼 한자루가 들려 있었다.

    " 길이라도 물어봐야 하려나... "
    " 아가씨, 뭘 그렇게 찾으시나? "
    " 네? "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은 뒷골목 패거리.
    Rade나 Rubil 같이 조직으로 뭉쳐진, 그리고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 단순히 사람들을 겁주고 돈 빼앗기를 좋아하는 그런 패거리인 것이다.
    그녀는 생각하면서 걷다가 그만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 실례 했습니다. "

    그녀는 꾸벅, 인사를 하고 뒤돌아 가려고 했지만, 패거리 중 가장 몸집이 큰 남자가 그녀의 팔을 붙잡아 끌어 당겼다.

    " 이, 이거 놔! "
    " 에헤, 꽤나 부잣집 아가씨인 것 같은데~ 어디 돈은 얼마나 있수? "

    히죽거리며 건들거리는 남자들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녀의 인상은 눈에 띄게 찌푸려져 있었다.

    " 뭐야, 기분 나쁘다는거야? "
    " 그럼 나쁘지, 안 나쁘겠어? 이딴 썩은 몰골을 보고 기분 좋아할 사람이 어딨겠어? "

    그녀의 싸늘한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남자들은 잠깐 넋을 놔 버렸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서는 그녀의 팔을 세게 붙들었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 이거 놔. 안 놓으면 나도 어떻게 될 지 몰라. "
    " 헹! 여자 주제에 무슨! "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남자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 뭐, 뭐야?! "
    " 말했지, 손대지 말라고~ "

    능글맞게 웃은 그녀의 손에는 피가 질척하게 배어있는 장검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 응? 무슨 피... 크헉...! "

    남자들의 몸 여기 저기서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하나둘씩 픽픽, 쓰러져갔다.
    피바다가 되어버린 땅 위에 서 있는 것은 그녀 뿐.

    " 인간의 피 위에 설 수 있는 존재는 신뿐이야. 미천한 인간이 감히 신에게 손을 대다니, 너무 어리석어. "

    ─‥─‥─‥─‥─‥─‥─‥─‥─‥─‥─‥─‥─‥─‥─‥─

    너무 늦어버렸네요a
    죄송하구요~
    짧아서 죄송해요~

댓글 9

  • 이루[痍淚]군

    2007.02.12 22:58

    우와........세츠무서워무섭무섭무섭<
    저여자도 좀 무서운걸. 그때 그 공원살인사건은 혹시 저여자인가!?!?!
    사람의 피 위에 설수 있는건 인간뿐이라니................
  • [레벨:7]id: 크리스

    2007.02.12 23:01

    어머, 저 여자는 두 여신중 한명의 환생인가?
    과연 누굴까나?<-
    그나저나 둘이 빠져나가려면 시간이 걸리겠네.
    몸이 저 상태니 말야<-
  • 이엔

    2007.02.12 23:22


    미천한인간이.. [..............]
    아까 그여자랑 미천하다 했던 그여자랑 둘다 여신의 환생,
    뭐 그런건가? 아니면 한명만ㅡ?
    ... ...아무튼 무서우신분들이랄까 ,허허.
  • [레벨:9]id: 손고쿠

    2007.02.12 23:52

    인간의 피위에 설수 있는자는 신뿐이다..?
    정정 한다면..인간의 피위에 설수 있는자는 인간..<
    흐음- 아무튼 1차경고 무시한 아저씨들..안녕히주무세..<
  • 도둑

    2007.02.13 14:51

    으어어억.... 세츠 무섭다;;<
    그런데 그여자의 정체는?! 이쁜가?!<
    밀실에 갇혀있을려면 여자랑이 낳은데!!<
  • 2007.02.13 23:32

    ....... 세츠랑 저 마지막에 나온여자 무셔 (...)
    꺄하하하, 저사람들 너무 아파보여 <<
    재밌게보고갑니다아아 -
  • Profile

    [레벨:7]아이리스

    2007.02.14 23:45

    헉..미천한인간..(.,..)
    으음..오랜만에 보는 쿄언니의 글 /ㅅ/
    역시..재밋어재밌어!!
    납치된 세츠군과 텐츠키군은..살아돌아올수 있을까? < /
  • [레벨:8]id: 갈갈이

    2007.02.18 12:21

    헐 순간이동이다-_-;!!!!
    세츠 욕쟁이임-_- 아일린 꺠어나라
    쿄우 , 나도 늦게 읽었으니까 쌍쌍이야 푸하하ㅏㅏ..<
  • Profile

    [레벨:5]id: 제네시스

    2007.03.06 21:22

    음...여자가 상당히...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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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6 [레벨:3]id: 우드스탁 287 200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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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4 이루[痍淚]군 530 2007-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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