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on - ⑨
  • [레벨:24]id: Kyo™
    조회 수: 316, 2008-02-06 05:51:59(2007-01-27)
  • Rubil의 조직원들이 다녀간 후, 아주 평온한 시간이 흘러갔다.
    다만 세츠가 튀어 나와서는 텐츠키에게 엄청난 화풀이를 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 듯 하지만.

    " 악! 짜증나! "
    " 자자, 세츠도 그만 진정해야지~ "
    " 아일린 이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냐고!! "
    " 헹, 평소 행실이 바르면 아일린이 널 못 나오게 하겠어? "
    " 다시 한번 말해 보시지? "

    다들 아시다 싶이 세츠는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다.
    그리고 지금 세츠는 아까 자신을 부르지 않은 아일린때문에 화가 극도로 나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텐츠키가 '쓸데없는 말'이라는 기름을 부었으니,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 으아악! 형! "
    " 너 잘 걸렸다! 네 놈을 먼저 작살내 주마! "

    지금 자세를 설명하자면,
    텐츠키가 엎어져 있고, 텐츠키의 등에 세츠가 올라타서 오른쪽 팔은 뒤로 꺾고, 왼쪽 팔은 발로 밟고 있고,
    남은 왼손으로는 텐츠키의 다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 세츠, 이제 그만하고 이리와. "
    " 아까 왜 나 안 부른거에요! "
    " 괜히 집 안에서 난리 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아일린도 그렇게 생각했을거야. "
    " 그치만 그런 녀석들정도면 가볍게... "
    " 안돼, 세츠는 귀여운 아이로 남아 있어야 해. "

    알렌은 세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야기 했다.
    세츠의 얼굴이 아주 잠깐 발그레, 해졌지만 정신 못 차린 텐츠키가 또 다시 '쓸데없는 말' 기름을 부었으니...
    결과는 뻔할 뻔자인 게 아닌가.

    " 이거 풀어!! 세츠! 얼른!! "
    " 닥쳐, 망할 자식아. "

    이번엔 때리지도 않고, 텐츠키를 줄로 묶어서 배란다에 매달아 놓은 것이다.
    텐츠키는 바락 바락 소리 질렀지만, 세츠는 들은척 만척이다.
    세츠는 텐츠키를 아예 무시해 버리고, 알렌 옆에 앉았다.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가라 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저기, 형. 물어볼 게 있는데. "
    " 뭐가 궁금한대? "
    " 형하고 엘하고 왜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아? "
    " 아, 그게... "

    알렌이 머뭇머뭇거리자, 세츠가 더욱 집요하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 그때 알렌 형, 정말 무서웠어. 숨쉴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무서웠어. "
    " 아, 그랬어? "
    " 아일린이 완전히 겁먹어서 자꾸 숨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될 정도로... "

    세츠가 여기까지 이야기 하자, 알렌은 웃으면서 다시금 세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세츠는 기분이 좋아진 듯, 얼굴에 화사하게 웃음꽃이 피어났다.

    " 망해줄까? "
    " 응? "
    " 나하고 엘의 관계 말이야. "
    " 응! "



    알렌이 하급 조직원 시절, 주 업무가 외부 임무는 아니였지만 뛰어난 실력 덕분에 외부로의 외출을 자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엘을 처음 만난 그 날도 외부로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 저기. "
    " 네? "

    다른 동료들의 심부름도 겸해서 해주느라 무거운 짐을 잔뜩 들고 있던 알렌은 말을 걸어오는 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을 걸어온 이가 알렌이 안고 있던 짐 중 일부를 들어주었다.

    " 알렌 디 슈나이져, 맞죠? "
    " 아, 네. "
    " 저는 디시드 엘, 당신과 한 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

    엘의 첫 인상은 좋다고도 할 수 없지만, 나쁘다고도 할 수가 없었다.
    높이 올려 묶은 검은 머리칼과 은 십자가 귀걸이, 검은색 둥근 사각형의 안경까지.
    도저히 이런 조직에 들어올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이나 대학교수가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어았다.




    " 어라? 그럼 처음엔 얼굴 안 가렸어? "
    " 응. 그냥 안경을 쓰고 있었을 뿐이었어. "
    " 그렇구나. "



    두 사람은 성격이나 행동이 많이 달랐지만 싸울 때만큼은 죽이 잘 맞았다.
    싸울 때를 비롯해, 평소에도 두 사람은 자주 붙어 있었고, 조직 내에서 두 사람의 뛰어난 실력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왜냐하면 아직 16의 나이에 어른도 능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승진도 늘 함께였기 때문에, 두 사람이면서도 한 사람 같이 행동할 때가 많았다.

    " 요즘 외부 임무가 많아졌지? "
    " 그러게 말이에요. 피곤이 다 가시지도 않았는데... "
    " 그래도 수당은 많이 나오잖아. "

    함께였기에 즐거웠고, 함께였기에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알렌과 짝이 잘 맞았던 엘의 행동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 것은 whole이 되고난 후였다.




    " 형도 whole였던 적이 있는거야?! "
    " 그럼 당연하지. 남들보다 시기가 빠르기는 했지만. "
    " 난 바로 Top에 올라간 줄 알았는데. "
    " 후후,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



    whole 간부가 된 두 사람은 평소와 다름없이 외부 임무에 발탁되었다.

    " 자, 그럼 오늘도 일하러 가야지~ "
    " 그렇게 즐거워? "
    " 당연하지! 그런데 그 가면은 뭐야? "
    " 거리 돌아다니다 가게에서 우연히 본건데, 너무 예뻐서 샀지 뭐야. "

    간부가 된 직후부터 엘은 가게에서 샀다는 가면 하나를 애지중지하였다.
    흰색의 가면이었는데, 왼쪽 눈 주변에 검은색의 꽃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면 아주 평범한 가면이었다.
    알렌은 그 가면이 그리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엘이 애지중지하는 가면이라 뭐라할 수는 없었다.




    " 그게 언제야? "
    " 음, 한 2년 전? "
    " 오래 됬구나. "
    " 아무래도 그렇지. "



    그 이후, 두 사람의 사이는 급격히 멀어져 갔다.
    임무도 같이 하는 일이 드물어졌고, 평상시에 붙어 있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서로에게 말도, 인사도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지 엘은 본부 내에서도 안경 대신 가면을 쓰고 있었다.
    엘의 안경이 교정용이 아닌 장식이었음을 알고 있던 알렌으로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 엘, 이제 안경 안 써? "
    " 안경은 좀 불편해서요. 제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고... "
    " 아, 그래? "
    " 알렌도 얼굴을 가리는 게 어때요? 의외로 적이 많던 것 같던데. "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 듯이, 엘은 이제 알렌에게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여전히 알렌은 엘을 친구처럼 생각하고 있었지만, 엘은 그렇지 않은 듯 했다.




    " 갑자기 왜 태도가 변한 걸까? "
    " 나도 그걸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 "



    두 사람이 완전히 갈라지는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알렌이 외부로 파견 나가 있는 사이, 엘이 본부 내의 조직원 여럿을 살해한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조직원끼리의 싸움은 금지였고, 특히나 Top 외에는 본부내 소지가 금지되어 있는 상황에서였다.
    알렌이 본부로 돌아왔을 때, 본부는 거의 초토화가 되다 싶었다.

    " 이, 이게 무슨... "
    " 아, 벌써 돌아오신건가요? 너무 일찍 오신 것 같네요, 알렌. 조금만 더 늦게 오셨으면 이런 일은 안 보셔도 됬을 텐데. "

    수십명에 달하는 피해자들 중, 절반 정도는 무기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신입들이었다.
    사망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치료를 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거야, 엘! "
    " 쓸모 없는 사람들이 이 본부 내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 안 하시나요, 알렌? "
    " 그렇다고 이렇게 무자비하게 죽여?! 조직원끼리의 싸움은 금지라는 거 몰라서 그러는 거야?! "
    " 원래 이 세상은 서로를 죽이면서 살아가는 겁니다. 이 정도 일로 왜 그렇게 흥분 하시는 겁니까? "
    " 이 정도의 일? 웃기지 좀 마시지! "

    그 날, 알렌은 자신의 손으로 엘에게 상처 입히고, 본부 내에 마련된 독방에 가두었다.
    엘은 1년이 조금 못 되는 기간동안 독방에 갇혀 있었고, 독방에서 나와서는 다시금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알렌도 엘도 서로에게 아는 체 하지 않았다.




    " 어쩐지 기분이 좀 찜찜하다. "
    " 그치? 나도 그 기분이야. 엘이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
    " 그런데 그 사람은 날 알고 있던데, 어떻게 된거지? "
    " 이거 말하면 안되는데... "

    알렌은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지만 세츠는 상관없다는 듯, 자신만 알고 있겠다면서 간절히 부탁했다.
    알렌도 간절한 부탁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나즈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너도 그 사건 피해자였어. "



    엘을 독방에 가두고 부상자들을 골라내고 있을 때, 알렌의 눈을 믿을 수가 없는 일이 있었다.
    어른들 사이에서 이제 겨우 10살을 넘었을까, 하는 어린애가 피를 잔뜩 뒤집어 쓰고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 야! 이 어린애 먼저 치료해! 얼른! "
    " 네! "

    당시 아일린의 부상은 크지 않았지만, 어린애인만큼 정신적 타격이 컸을 것이다.
    결국 「R」의 도움으로 기억을 왜곡 시키기로 한 것이다.
    「R」은 최면술로 아일린이 다친 이유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그렇게 기억을 왜곡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아일린은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기억하였다.

    " 일단 그 일은 마무리가 됬다. "
    " 그런데 왜 엘이 그랬는지 들으셨습니까? "
    " 아니, 듣지 못했다. 도통 입을 열 생각이 없는 것 같더군. "

    그리고 그 일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고, 기억하는 사람은 몇명되지 않았다.




    " 그런 일이 있었구나... "
    " 엘은 아마 그 사건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공격하는 널 보고 아일린과는 다른 존재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
    " 아... 난 아일린이 다치는 건 싫으니까... "
    " 그 이후로는 엘하고 이야기한 적은 없어. "
    " ...... "
    " 그리고 그 녀석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날의 일은 왜 그런건지, 생각만 해도 이상하게 살기가 제어가 안되더라구. "

    저녁 놀이 하늘을 붉게 물들여 갔다...

    ─‥─‥─‥─‥─‥─‥─‥─‥─‥─‥─‥─‥─‥─‥─‥─

    네, 9화입니다a
    쓰다보니 과거편이 좀 길어졌어요 =_=)
    덕분에 10화는 시작도 못하고 있... <-따악!
    10화, 얼른 써서 올릴게요 (도주)

댓글 8

  • 이루[痍淚]군

    2007.01.27 08:40

    꺆꺆것봐!!누나는두편다못올려흐어어엉<
    그래도한편이라도올렸으니까뭐;ㅅ;이번편은 좀 길다 !!
    풉.......바보텐츠키,그러게 왜건들여<
    깔깔매달아놨데;ㅅ;!!!(통쾌)
    근데 팔 꺽이면 아프겟다 ㄱ-............풉<
    엘은 나쁜걸까나...
  • [레벨:24]id: Kyo™

    2007.01.27 08:55

    세츠)) 미안;; 자버렸지 뭐야 ㄱ-) <-추워서 몸 녹이다가; 지금 10화 쓰고 있으니까, 얼른 쓸게!
  • Profile

    [레벨:7]아이리스

    2007.01.27 11:24

    흐음..저런 과거의 비리가 있었구나 ;ㅂ;..

    엘은 그럼 나쁜사람인가??..
  • [레벨:5]id: EN

    2007.01.27 17:49

    헐, 그딴녀석들이라니,
    도끼병 세츠같으니. .<퍽
    엘도 무슨 사연 있던걸수도 있고, 그런거겠지ㅡ <
  • [레벨:9]id: 손고쿠

    2007.01.27 18:28

    엘씨도 무슨 사연이 있었겠죠..
    말하기 힘든 무언가가...
  • [레벨:7]id: 크리스

    2007.01.27 18:38

    헐, 그럼 그때일로 서로 으르렁 거리는거야?
    만날때마다 살기를 뿌려대면은 다른 사람들은 견디기가 힘들텐데<-
    근데 엘 녀석은 왜 그랬대?<-
  • [레벨:8]id: 갈갈이

    2007.01.28 00:09

    푸하하 쓸데없는 말에서 웃었다-_-ㄲㄲ
    난 9화가 내가 예전에 봤던 화인줄알고 이때까지 안읽었어
    늦게 읽어서 미안해-_-~
  • Profile

    [레벨:5]id: 제네시스

    2007.01.28 23:33

    음....심각한 내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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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4]id: Kyo™ 316 2007-01-27
3834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565 2007-01-26
3833 이루[痍淚]군 327 2007-01-26
3832 [레벨:24]id: Kyo™ 348 2007-01-26
3831 [레벨:24]id: Kyo™ 314 2007-01-25
3830 이루[痍淚]군 319 2007-01-25
3829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384 2007-01-25
3828 이루[痍淚]군 618 2007-01-24
3827 [레벨:24]id: Kyo™ 322 200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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