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장지구(天長地久) 十 붉은달의 밤
  • 도둑
    조회 수: 367, 2008-02-06 05:51:10(2007-01-20)






  • 光風轉夜露華微(화창한 바람 이는 밤, 이슬 희미하고)
    零落春紅欲滿衣(떨어지는 꽃잎은 옷에 수북 쌓인다)
    감회이수(感懷二首) - 이제현(李齊賢)
















    상계엔 매우 아름다운 곳이 있다. 어느 한 궁전.
    그 궁전은 황금과 대리석으로만 만들어 매우 크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 궁전의 왼쪽으로는 요지(瑤池)라는 아름다운 연못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취수(翠水), 산밑에는 약수(弱水)라는 강이 흐르는데, 수만미터에 이르는 높은 파도가 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곳에는 천상계의 절세 미녀가 살고 있다.
    서왕모(西王母). 상계에 사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존경 할 수 밖에없는 존재다.
    그녀의 모습은, 크게 틀어올린 머리 우에 화려한 관을 쓰고 있고,
    금빛 나는 비단옷에 봉황을 수놓은 가죽신을 신고 있다.
    그리고 손에는 천제보다도 더 위대한 존재로부터 받은 만능부적이 있다.


    상계의 최고위(最高位) 여신.
    그것이 바로 서왕모. 그런 그녀가 갑자기 그녀의 보좌를 불렀다.





    "구천현녀(九天玄女)를 불러오너라."


    "예."





    구천현녀(九天玄女). 서왕모의 부관이다.
    그녀 역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검붉은색의 머리칼.
    허리까지 오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틀어올려 서왕모가 준 비녀를 꽂고 다니며,
    그녀의 눈은 서왕모의 옷색보다 연한 황금색의 눈을 지녔다.
    붉은색의 옷에, 금빛실로 연꽃을 자수해놓은 옷을 입고 다녔다.
    구천현녀는 서왕모가 내려준 직책. 그녀의 본 이름은 천해 하연(天海 下姸).
    본디, 하늘과 바다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육지도 아닌, 바다도 아닌, 하늘도 아닌, 그런 곳에서 태어나, 천해 하연이다.




    "부르셨습니까, 서왕모님."




    검붉은 머리칼을 늘어지며 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왕모는 살짝 일어나, 하연에게 다가갔다. 비밀 엄명을 내리기 위해서다.
    비밀 엄명일때만, 서왕모가 직접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내가 이번에 내릴 임무는, 지금 중계로 내려간 그들을 도우라는 것이다."


    "그들이라면, 사방신과 그 보좌들을 얘기합니까?"


    "그래, 듣자하니, 천녀도 같다고 하지않느냐. 우리 딸이 고생하면 안되지 않느냐?"


    "알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임무가 끝나면, 너의 소원 한가지를 들어주마."


    "감사합니다."




    이런 속삭임의 대화가 끝나고, 하연은 일어나, 중계에 갈 준비를 하였다.
    마침, 중계엔 적월이 떠있는 날. 상계인들 몰래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소원은 뭐라고 빌어야 하나?"




















    "오늘은 적월(赤月)이군."


    술을 마시던 연원이 말했다. 같이 술상대하고 있던 천월도 비죽 웃는다.
    적월은, 중계와 상계가 이어지는 통로. 그래서 몰래 빠져나오려는 상계인은 적월에 나와 적월에 들어간다.
    분명, 오늘도 누군가가 빠져나와 중계여행을 하겠지. 라는 생각에 비죽웃었다.
    물론, 반대로 천월은 몰래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뿐.



    "흐음, 그런데 천녀한테 안가봐도 되나?"



    뜬금없이 연원이 말했다. 그러자, 천월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 됬어, 이 사람아. 류월보다 더 싫어. 술이나 마시자구."



    하지만, 그런 천월의 소원이 무시되었는지, 천녀가 어디선가 나타나,
    천월을 끌고 가버렸다. 연원은, 그런 둘을 보며 피식 웃고는, 일어서 적월을 보며 산보를 하였다.
    중계에서 본 적월은 꽤나 낭만적이었다. 상계와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아익인으로서 커다란 날개로 여러 하늘을 날아보고 여러 풍경을 보았지만,
    이렇게 중계에 와서, 인간의 모습으로 상계를 올려다보는것도 참 아름다웠다.
    그렇게 감상하며 걸을때였다. 월광 속에서 누군가가 있다는걸 보았다.
    그 월광 속에선, 한 아리따운 여자가 내려왔다.



    그 모습은, 월궁인들중 가장 아름다웠던 월궁인의 공주, 월궁항아보다도 어여쁜 모습이었다.
    적월이 비추어주는 월광 속에서 살포시 내려앉아 복숭아 나무들은 그녀의 강림을 축복하듯이,
    복숭아 꽃잎을 흩으러, 그녀의 주변엔 꽃잎이 정령처럼 떠돌아다녔다.
    꽤나, 아름다웠다. 그녀의 모습은.



    "당신은…?"



    처음엔 아름다움에 넋이 나갔었지만, 이내 연원은 그녀가 누군지 알아챘다.
    검붉은 머리칼과 진홍색의 옷에 금빛실로 자수되어있는 연꽃무늬의 도포.
    한눈에, 최고의 여신인 서왕모의 오른팔, 구천현녀라는걸 알 수 있었다.
    구천현녀라면, 서왕모 밑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야하는데, 이곳에 있다니, 알 수 없는 일이다.
    구천현녀인 하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주작님. 저는 천해 하연. 서왕모님의 명령으로 여러분을 보좌하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구천현녀가 강림한 이유를 눈치챘다.
    현화천녀는 서왕모와 천제의 딸. 애지중지하던 딸이 중계에 왔으니,
    걱정이 되어, 자신의 오른팔을 보냄으로써 딸을 보좌하게 하는 것이었다.
    연원도 빙긋 웃으며 자기소개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구천현녀님. 저는 주작 칠성의 대장이자, 남쪽의 수호신을 맡은 연원이라고 합니다."



    주작 칠성. 상계에서 관리하는 별들 이십팔수 중, 남쪽에 있는 칠성을 주작 칠성이라고 한다.
    주작 칠성은 정(井)·귀(鬼)·유(柳)·성(星)·장(張)·익(翼)·진(軫)이 있다.
    여기서, 천화는 정(井)을 관리하는 일성이다.
    그 외에도, 동쪽은 청룡 칠성. 북쪽은 현무 칠성. 서쪽은 백호 칠성이다.
    각각의 군사들은, 일성인, 유하는 각(角), 진하는 규(奎), 유이는 두(斗)를 관리한다.



    "예, 연원님. 이제 저를 일행에게 데려다 주시겠습니까? 임무를 전하고, 같이 동행해야하니깐요."



    하연이 말하자, 연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연원이 앞장서서 일행에게 가고 있었다.
    복숭아 나무를 지나가고, 물가를 지나가고, 술을 마시던 곳을 지나가고,
    꽃잎이 흩어진 곳을 지나가고, 월광이 그윽하게 비추어진 곳을 지나가고,
    등불에 불을 붙여 빛나는 도시의 거리를 지나, 일행의 숙소에 도착했다.
    마침, 모두 한 자리에 있었다.



    "이봐, 연원. 어디 갔었던거야? …얼래? 현녀가 왜 여깄냐?"



    현녀는 구천현녀의 별명으로, 본디 현무인 천월과 안면이 있는 사이다.
    흑을 상징하는 사람들로서 자주 보고, 또한 꽤 친한 사이다.
    천월이 취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묻자, 현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천월…, 여전히 바보같이 행동하는군요. 저는 서왕모님의 명령에 따라 여러분을 보좌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연이 말하자, 천월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킥, 우리보다는 천녀를 보살피러 온거지. 서왕모님, 옛날부터 딸자랑만 해댔으니깐."



    그 얘기를 들은, 천녀가 천월을 밀으며 말했다.



    "어쩌라고 몽달귀처럼 생긴 놈아!"
    *몽달귀:결혼 못하고 죽은 총각귀신.


    천녀의 말에, 천월이 발끈하며 말했다.



    "아니, 왜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보고 몽달귀라고 합니까?!"



    그렇게 시작한 말싸움은 끝이 없었다.그 모습을 본, 하연은 내심 걱정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바보 천월이 있다면, 천녀의 심심풀이 상대로 딱이니깐.

    속으로 안심하고, 자리에 털석 앉았다. 이제 막 중계에 강림해서, 중계의 공기가 익숙치 않은 것이다.
    상계에서 중계로 올땐, 적월을 이용한 방법말고는 제법 복작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짜증나는 단계가, 중계의 공기에 익숙하기 위해서,
    어떤 향을 맡아야하는데, 그 향이 얼마나 지독한지, 그 냄새가 싫어서 중계를 안 갈 정도이다.
    그래서, 적월을 타고 내려올때가 많은데, 그것은 조금 위험해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적월을 타고 내려오면 매우 힘든데, 거기에 중계의 공기마저 탁해,
    도력이 상위급이 아니면, 중계에 올 생각은 하면 안된다.



    여튼, 이러한 고난때문에 자리에 앉아 쉬는데, 달콤한 복숭아 향내가 나며, 술잔이 나왔다.



    "중계에 공기가 아직 익숙치 않겠군요."



    연원이었다. 나름 신경써주는 연원의 노력이 보였다.
    그렇게 나름, 연원과 친해지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린다.
    어릴적부터 총명하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온 서쪽의 수호신.
    현녀는 류월을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백호를 처음보는 현녀로서, 류월이 생각보다 매우 어렸기 때문이다.
    본디,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하연인지라, 류월을 보고 호감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현녀님, 처음뵙겠어요. 류월이라고해요."


    류월의 인사에, 현녀는, 눈을 깜빡 거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나누었다.



    "아, 예! 저는, 구천현녀의 천해 하연이라고 해요."



    인위적으로 만든 미소와는 다르게 밝아보이는 미소였다.
    류월은 하연의 소개를 듣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현녀님, 그럼, 천해님이라고 불러야돼요, 하연님이라고 불러야돼요?"


    류월이 묻자, 하연은 방긋 웃으며,



    "하연누나라고 불러도 돼요."



    하연의 말에, 류월은 살짝 놀라며,



    "아, 그래도 괜찮아요?"



    하연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네, 저도 류월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응! 하연누나."



    현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귀여운 소년을 연신 쓰다듬었다.
    예전에 있던 동생과 조금 닮아서 그런지, 더 귀여워보였다.
    물론, 하연의 동생은 오래전에 죽었다. 무엇으로 환생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때부터 어린아이를 보면 그냥 돌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쉽지만 그녀는 '가정을 돌보는 여신'이 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류월이 더 귀여워 보일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붉은 달의 월광로(月光路)는 서서히 닫혀져 갔다.





    ---------------------------------------------------------------------------



    아힝, 힘들어요 ㅠ<
    여기서 구천현녀는 새로 신청한 치아키님입니다<<
    도교의 신들을 먼저 공부하고 쓸걸 그랬나봅니다.
    이렇게 소재가 좍좍 나오는데..<
    그래서 알아서 짬뽕 시키기로 했습니다.







    호칭이 햇갈리는 분들을 위해서)


    현무,몽달귀신,바보,북쪽의 수호신,현무칠성의 대장→천월

    주작,주작칠성의 대장,남쪽의 수호신→연원

    청룡,동쪽의 수호신,청룡칠성의 대장→신휘

    백호,서쪽의 수호신,백호칠성의 대장,꼬맹이,소년→류월

    현무의 군사,두(斗)의 관리자→유이

    주작의 군사,정(井)의 관리자,암호해독가→천화

    청룡의 군사,각(角)의 관리자,자연에게 사랑받는 아이→유하

    백호의 군사,규(奎)의 관리자,월궁인→진하

    천녀,현화천녀,서왕모의 딸→현화

    구천현녀,현녀,하연→천해 하연



    아, 길다.-_______-

    드디어 10편이다. 혼자 자축, 와~

    최근쓴것 중에서 가장 오래썼어, 와~

    다음편은 두번째 설정 및, 뭐 그런 스폐셜!!(날로먹는편)

댓글 5

  • [레벨:24]id: Kyo™

    2007.01.21 02:53

    와아~ 10편 축하드려요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네요 >ㅆ<)/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중입니다 +_+)
  • 이루[痍淚]군

    2007.01.21 11:06

    헉 벌써 10편!? 올....................
    치아키누나가 신청했구나, 대단하다.............
    치아키누나랑 틀린 성격[...]
    음, 그럼 체리엄마도 이쁜거니까 체리도 이쁜거겠네? 헉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1.22 00:26

    푸하하. 오라방 은근히 웃겨!!<-칭찬이야;;
    흐음. 그나저나 이루군? 뭐가 내 성격이랑 틀려 응응?
    그나저나 오라방 10편 축하!!!<<
    나 또 누구 소설처럼 나오자마자 죽는거 아녀?<<
  • 체리 보이 삼장♡

    2007.01.22 18:30

    유시너죽는다-ㅅ-...<-
    벌써 10편이에염/ㅅ/ 도둑오라버니 열심히에염/ㅅ/ <-
    치아키언니도 나온다아 /ㅅ/ , 막막 수고해염/ㅅ/
  • 2007.01.26 19:14

    헤에, 10편이구나아아 ........(버엉)
    아키아키도 나오는구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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