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장지구(天長地久) 一 「어느날」
  • 도둑
    조회 수: 253, 2008-02-06 05:50:21(2006-11-21)



  • "月入濁水月無影(달이 흐린 물에 드니 그림자가 없고)
    風觸頑石風無聲(바람이 단단한 돌에 부딪히니 소리가 없구나.)"


    "그대 답지 않군. 그래."



    시린 푸른 달빛 속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이 보인다.
    짙은 남색의 머리칼, 시린 달빛에 비치는 짙은 남색의 눈. 그런 그의 모습은 달빛에 비치어 더욱 시려보인다.
    그리고 환한 달빛이어도 까만 머리칼을 가진 소년이 돌아본다.
    한가롭게 노래나 부르고 있다가 그의 친우가 오자, 조금 반가운 기색이 보인다.



    "아, 연원(燃湲) ."

    "천월(天月). 그대답지 않게 그런 노래를 부르는가?"

    "시끄럽네. 나라고 맨날 책이나 읽을 줄 아나?"




    '피식 -' 연원은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비록 그가 현무라고 해도, 이렇게 같이 이야기나 하면, 사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물론, 연원 자신이 주작이어서 그런건 아니다. 솔직히, 이 천계(天界)에서는 그런 신분 별로 신경 안쓰니깐.
    어찌되었던, 항상 쓸쓸히 지내는 천월을 위해, 연원이 몸소 나온것이다.
    '영광으로 알도록 -'이라고 말해봤자, 코웃음만 칠테지만.











    "정말 평화로운 밤이군. 그치?"


    연원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천월은 고개를 끄덕인다.
    천월은 그의 이름에 달이 들어가서 그런지, 달을 무척 좋아한다.
    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낮엔 어떤 고양이 귀가 있는 아이에게 쫓길테니깐.
    그들의 평화를 아는듯, 바람도 시원하고 부드럽게 불었다.


    "아, 정말. 그 빌어먹을 꼬마녀석. 왜 졸졸 쫓아다니면서 날 괴롭히는거야."

    "자네가 좋은가보지."

    "그게 좋아서 쫓아다니는걸로 보이나? 정말."


    하고는 아까 옥가락지가 빼앗긴게 그렇게나 분한지 입을 부풀린다.
    여기서 빌어먹을 꼬마는 류월이라는, 사방신의 백호이다.
    색이 상극이어서 그런지, 둘은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다.


    "그러지 말고, 우리 같이 술이나 한잔 기울지, 그래."

    "술도 잘 못하는 사람이…."

    "괜찮아,괜찮아. 나도 과실주라면 마실수 있으니깐."


    하고는 천월은 빙긋 웃는다. 그의 긴 앞머리 때문에, 눈을 볼수 없어, 오로지 입으로만 표정을 확인할 수 있다.
    저렇게 빙긋 웃으니, 어찌 또 술을 마시지 아니할까.
    연원은 언제 가져왔는지, 품에서 도주(桃酒:복숭아술)를 꺼내었다.
    담근지 얼마 안되서 그렇게 취할수 있는 술은 아니었다.


    "역시 달빛엔 술이 최고라니깐."

    "무슨 애주가처럼 말하는군. 항상 자네 약한 술에도 취해서 내가 맨날 업고 가지 않는가."

    "누가 들으면 맨날 업혀가는줄 알겠네, 그래."


    하고는 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이곳은 천계(天界). 너무 평화로워서 따분한 그런 곳이다.




















    "천월, 밖에 류월 왔는데."


    현무쪽 군사인 유이(幽悧)가 말했다. 그의 얼굴은 마치 재미있는 광경을 본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가 있었다.
    천월은 물론, 그런 그의 미소가 싫었다. 류월 ….
    류월. 그가 가장 싫어하는 아이들 중 하나이다.


    "천월. 오늘은 뭐하고 놀까."

    "꺼져라, 꼬마. 너같은 털날리는 호랑이와는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아."

    "…진하(晋河)! 천월이 나 괴롭혀!"


    진하는 백호쪽 군사이다. 하지만 그의 힘은 무척 강하다.
    원래 소수족인 월궁인(月宮人). 월궁인은 강한 마력과 힘을 가지고 있어, 함부로 덤비질 않는다.
    어쩌다 그런 월궁인이 백호의 군사가 된지는 아직 모르나, 어찌되었든 충성을 다하기에, 백호를 함부로 할수 없다.
    천월도 이런 그 때문에 류월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알았다, 알았어. 그런데 왜 나하고 놀려고 하지? 연원도 있고, 신휘도 있지 않은가?"


    신휘(晨輝)는  사방신의 청룡이다. 무척이나 정치를 잘하기에, 동쪽의 청룡이 지배하는 곳은 모두 평화롭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선 되려 냉정하게 구는 자이기에 때문에 류월도 함부로 다루지 못하나 보다.


    "연원은 가끔 놀아. 하지만 연원은 나한테 자상하게 해주는데, 천월만 나 괴롭히잖아!"

    "……. 그래서 뭐하고 놀자는 거냐."


    간신히 말을 꺼낸 천월은 이내 곧 후회했다.
    류월이랑 놀아봤자, 그에게 득이 될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숨바꼭질. 연원하고 신휘하고 음, 다 불러서 하자!"

    "군사까지…?"

    "응!"


    천월은 속으로 조소를 날렸다. 자신만 당하는게 아닌게 기쁜건지, 재빨리 그들에게 갔다.
    유이는 반강제로 끌고 오고, 그리고 주작과 청룡을 끌고오니, 자연스레 군사들도 따라온다.
    이윽고 커다란 복숭아꽃이핀 나무에 모이기로 하는데, 저 멀리서 주작과 청룡 그리고 그들의 군사가 온다.
    주작의 군사는 은색의 머리칼과 은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로, 도력증진 부적으로 붉은 십자가가 얼굴에 새겨져 있다.
    주작과 같이 깡총깡총 뛰어온다.
    또한, 신휘와 그의 군사 유하가 걸어온다. 청룡족이란걸 증명하는듯, 푸른빛의 머리칼과 눈을 가진 귀여운 소녀다.


    "이걸로 다 모였군. 자, 그럼, 누가 먼저 술래 할까?"

    "전 천월을 추천합니다."


    현무쪽 군사인 유이가 대뜸 말했다. 그러자, 모두 만장일치로 그를 술래로 정했다.
    물론, 천월은 반박했지만, 이미 모두 흩어지고 없었다.


    "…쳇, 이래나 저래나 항상 나만 당하는군."


































    천월이 숫자를 세는동안, 유이는 그만의 비밀장소로 간다.
    시원한 물가인데, 이곳은 경치도 좋지만, 사람들은 잘 안오는 장소이다.
    그래서 그는 달려와서 숨는데, 누군가와 부딪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둘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야야…."

    "앗, 유하? 뭐야. 너도 이곳을 안단 말야?"

    "무슨 소리야. 여긴 내 관할구역인데. 아야야. 좀 일으켜줘."


    유하가 손을 내밀자, 유이는 코웃음을 치며, 머리에 꿀밤을 놓는다.
    그러자 유하는 유이를 째려보며, 혼자 일어나 옷을 털었다.
    유이와 유하는 그곳에서 숨게되는데, 유이가 심심했는지, 유하를 짖궃게 장난치게 된다.


    "하지마! 진짜 이러다 들키면 어쩌려구 그래?"

    "솔직히 여긴 잘 안오는 곳이라구."

    "정말! 그냥 내가 다른델 가지. 정말!"


    약간 화가 났는지 휙 가려는 그녀를 유이가 무심결에 잡자,
    서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함께 연못에 빠진다.
    그 덕에, 유이와 유하는 쫄딱 젖고 말고, 다시 서로 싸우려고 할때,
    천월에게 걸려, 다시 나무로 가게된다. 물론, 가면서 싸우며 갔다.












    신휘는 딱히 비밀장소나 그런데 숨는게 아니고, 그냥 책을 읽으며 걸어갔다.
    그러다, 편안해 보이는 바위가 보여, 거기서 독서에 심취한다.
    딱히 읽을게 없어, 다른 기술이 적힌 책을 읽는데, 중간중간 암호를 풀어야 읽을수 있는게 있었다.
    그래서 고민하며 읽고 있을때였다.


    "합장을 하고, 붉은 기운을 내뿜으면 화공을 배우게 되느니라."

    "……!"


    매우 어려운 암호여서 끙끙 거리는데, 어떤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녀는 주작의 군사, 천화였는데. 그녀는 본디 암호나 고어를 해독하는 자였다.
    물론, 그녀에게 이런 암호는 식은죽 먹기보다 더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잘 모르는 신휘로서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제법 잘 해석하구나. 나도 막혀서 쩔쩔매고 있는데."

    "에, 그런가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시지 마세요~ 이런 암호는 이것과 이것을 바꿔서 읽으면 되는데요, 그리고 한자일 경우, 공통적인 부분을 하나씩만 빼면…."

    "정말로 해석이 되는구나. 제법이구나."

    "와 - 칭찬 감사합니다! 신휘님이 칭찬해주실줄은 몰랐어요."


    신휘와 천화에 다시 정적이 돌았다. 그냥 그 바위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냥 풍경을 구경하고 있다. 산새도 울고, 작은짐승들도 운다.
    그러다, 천화가 옥가락지를 떨어뜨리게 된다.


    "앗…!"


    나뭇잎들과 풀들 사이에 가려 보이지 않는지, 천화는 무릎을 구부려 한참을 찾는다.

    그러다, 보다 못한 신휘가 같이 찾아주려는데, 그의 발밑에 있는 옥가락지를 주어, 건네 주려고 하는데,


    "거기 둘! 찾았다!"

    "앗! 도망가자!"

    "잠깐! 이건 술래잡기라고!"


    하고는 둘은 저 멀리 뛰어가버렸다.


    "… 나중에 건네주지 뭐."


    라고 말하고는, 복숭아 나무 밑으로 간다.


















    그리고 제일 처음에 주최했던, 류월은 배꽃이 흩날리는 곳에서 놀고 있었다.
    원래 자주 오는듯, 그는 나무에 오르고,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술래 잡기를 하는건지, 마는건지….


    "진하! 진하! 이거 봐라! 이제 이화(李花)가 활짝 폈어!"

    "정말, 아름다군요."

    "그치? 어, 어라?"


    '으득-'


    "류월님! 위험합니다!"

    "으앗!"


    류월이 장난을 치다, 결국 나무에서 떨어졌다.
    원래 천인이라 심한 상처를 입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픔은 느끼고, 살짝 상처를 입기도 한다.
    다행히 류월도 무릎만 살짝 다친것 같다.


    "아야야…. 진하…, 나 아퍼!"

    "죄송합니다. 제가 치유술을 배우지 못해서…."

    "나도 할 줄 모르는데!"

    "아, 그럼 잠시만…."


    진하는 자신이 하고 있던 긴 머리띠를 푸르고, 류월을 무릎을 지혈하고 정성스레 묶어주었다.
    그리고는 등에 업고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데, 그제서야 천월이 나타났다.


    "아 - 너무 늦잖아. 바보 천월."

    "시끄러! 어라, 다친거야? 가서, 신휘한테 부탁해!"

    "됬어. 난 이 머리띠만으로도 충분해."


    하고는, 진하에 등에 기대, 다시 복숭아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다 찾았는데, 연원만 아직 찾질 못했다.
    게다가 벌써 다들 헤어지고, 가버렸는데, 연원만 나오지 아니한다.
    천월은 온 천지를 다 돌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주작의 군사도 어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척마저 감춰버렸다.
    천월은 망연자실하고 복숭아 나무 밑에 기대어 앉았다.


    "… 체엣, 연원자식. 어디 숨어서 이 난리람. 이제 슬슬 나올때도 됬잖아."


    천월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달이 떠있다.
    그는 빙그레 미소를 짓고는,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月入濁水月無影(달이 흐린 물에 드니 그림자가 없고)
    風觸頑石風無聲(바람이 단단한 돌에 부딪히니 소리가 없구나.)
    樹木然後風振蕩(수목이 있어야 바람이 진동하고)
    水泉然後月分明…(물 흐르는 샘이어야 달빛도 분명하다…)"




    '피익─'


    "……!"



    그가 노래를 부르자, 풀피리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천월은 놀라서 소리가 들리는 복숭아 나무를 보니,
    나무 위에서 여유롭게 풀피리를 부는 연원이 보였다.
    그제서야, 천월은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을 깨닫고는, 올라갔다.


    "도대체, 여기 있었으면서, 말도 안하는가?"

    "밤이 되면, 여기서 자네랑 도주나 한잔 하려고 했지."

    "나참, 만약 내가 안찾고 그냥 갔으면 어쩌려고 했나?"

    "자네라면 날 찾을줄 알았으니깐, 이러고 있었지."


    천월은 졌다는 표정을 하고는 다시 술을 기울였다.




















    이곳은 천계(天界). 너무 평화로워서 따분한 그런 곳이다.

    그런 천계의 어느날의 일상이었다.




























    ---------------------------------------------------------------------------



    무지무지 길다!!!!<

    내 기준에선 매우 긴거야 ㅠㅠ 엄청 쓴거라고!!

    그러니깐, 결론은 힘들어-ㅛ-<

댓글 8

  • 체리 보이 삼장♡

    2006.11.21 19:52

    언니미워;ㅅ; !!
    작성다하고나니까 비밀글이라니.. .;ㅅ; <-
    그래도 자주 읽을께요오 //ㅅ
  • Profile

    [레벨:7]id: 라퀼

    2006.11.21 21:10

    내가 봐도 길다아~ 수고했어 (토닥토닥)
    그런데- 노래가사가 멋지다아- 주인님이 직접 지은건가?
    분위기 정말 평화로워보인다아- 나른해져어<
  • しずく

    2006.11.21 21:51

    언니.............................................풉<<<<
    ㄱ-우와,진짜형답지않게짱길다짱길어.
    진짜당신사랑해,완전사랑한다
  • [레벨:5]id: 이엔

    2006.11.21 22:58

    한자..[피토] 술래잡기를 할정도로 한가한게 왠지 부럽다- -;;
    아하하; 진짜 길어. 음. 본받아야되나-_-.....<
    수고했어, 정말 잘 쓴다!... .아, 나는 뭔가...라는 생각이;
  • 유쨩〃

    2006.11.22 08:05

    헤에, 재밌어 (생긋)
    길어, 유는 길다고 생각해 !
    다음편도 기대할께 ♡
  • Sinbi★

    2006.11.22 16:56

    우와길어요진짜!!! 너무멋진걸요 ㅠㅠ그
    평화롭지만뭔가있을것만같은분위기..? (..)
    다음편기대할께요!!
  • [레벨:9]id: 손고쿠

    2006.11.22 16:58

    군사까지 숨밖곡질을..
    ...너무 평화롭다고 밖에...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1.20 13:01

    우와우와..
    군사랑 숨밖... <-퍼어억
    으흥.. 류월이 대단한 인물이나 보네..?'
    아님 말구.. (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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