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피린[aspirin] - 24







  •    "  ....우욱, 팔계에에.. "


    늘어지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분명 오정이리라.


    오랜만에 맘 편히 공부하려 했는데, 오늘도  실패군- 이라고 생각하며 팔계는 대문쪽을 바라보았다.
    기운이 없는 듯 대문에 늘어지 듯 기대어 있다가 소파에 털썩 엎어져 버리는-앉는다기보다는-오정의
    빨간 머리카락에 오정을 마지막으로 본 지가 언제였던가, 곱씹어 보기 시작했던 팔계는
    귓가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현실로 되돌아왔다.


       "   나, 해장국 좀 끓여주라. "
       "   술 마셨어요? "
       "   어제 미인씨랑 한 잔~ "
       "   .....원조교제? "
       "    어이; "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늘은 영락없이 시중을 들어줄 상이다.

    콩나물을 사 놓았던가- 콩나물 국이나 끓여줄까 해서 팔계는 거실과 통해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원룸 형식으로 이어져 있는 구조 탓에 부엌에서 끄적거려도 등 뒤의 시선이 느껴진다.
    저 사람은 자기 시선이 이렇게나 노골적인 건 알고 있을까. 여자 꼬시기를 밥 먹듯이 하는 인간이라설까-선입견이다;-
    괜시리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오정 탓으로 돌려버린다.  


       "  이 두꺼운 책은 뭐야? 엑.. 영어 투성이. "
       "  의학서적이예요. 알바다 뭐다 학교 공부엔 통 신경쓰지 않은 것 같아서. "
       "   ...헤에, 맞다. 너 의대생님이셨지. "
       "   무슨 불만이라도? "
       "   여어, 있을리가. 존경스러운 걸. "


    반 쯤 끓여진 콩나물 국의 냄새가 집안에 풍긴다. 냄새 좋고-
    비 오는 날에 묘하게도 어울리는 메뉴라고 생각하며 팔계는 간을 맞췄다.
    등 뒤에서 웅얼거리는 듯한 오정의 콧노래 소리가 적막했던 집안을 울린다.


    혼자 궁상맞게 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팔계의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상대는 오정. 오공이 집에 잘 들어오지 않은 몇 일 동안 이렇게나 외로움을 타게 된걸까.
    팔계는 고개를 좌우로 조금 흔들며 밥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   근데 같이 마신 미인은 누구예요? 그 사람한테 가서 끓여달라고 하지. "
        "   아아, 강류. 학교 가신다는 데 막을 수 있어야지.  "
        "   .............  "


    왠지 울컥. 울컥울컥울컥.
    국자를 놀리던 손을 멈추고 팔계는 갑자기 치밀어 오른 화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화가 난다기 보다는 화가 난다는 것에 당황한 게 더 맞는 설명이리라.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이 사람이 이렇게 제멋대로 군 건 한두번도 아닌데. 쿵쾅쿵쾅 울려대는 심장.


       "   이렇게나 매달리는 데 모른다니깐, 그 공주님은. "


    가뜩이나 화나는데-왜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염장을 지르시는 군요. 오정.
    팔계는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간이 반 쯤 맞춰진 맛난 콩나물 국에- 설탕과 맛소금을 가득 부어버렸다.
    -그 순간 무슨 맛일까 심히 걱정스럽긴 했지만-


        "   오정, 한 방울도 남기지 말아요. "
        "   에? "
        "  한.방.울.도. "
        "   아, 으응.. 알았다구; "



        ----------



        "   너도 내가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냐? "
        "   당연하지. 너 바보냐? "
        "   ....죽을래. "
        "   아니, 싫어. "
        "   ................  "


    교실에서 줄담배로 3개피를 연달아 뻑뻑 피워대고, 수위한테 걸려서 한 소리 듣고-무시해버렸지만-
    비 오는 데 혼자 궁상맞게 집에 가려니-그 때서야 후회했다-오정이 맘에 걸리고, 결국 해아 녀석을 호출.
    해아 녀석의 집은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눌러 앉아있기 좋은 곳이었다. 시끄러운 여동생을 빼자면-오공과였다-


    오공과 싸운-결과적으론 그랬다-얘기를 늘어놓자니 해아녀석이 비죽히 웃는다.
    뭐야, 그 웃음은. 샘통이라는 거냐. 열화가 북받쳐 면상이라도 한 대 쳐주고 싶지만, 여긴 저 녀석의 홈그라운드.
    -X개도 50%는 먹고 들어간다고- 결국 담배나 뻑뻑 피우는 수밖에.

       ....그 대신 카펫에 담뱃구멍을 내 버렸지만. 아마 비싼 거였지, 저거.


    역시 심했나. 울먹이던 오공의 얼굴이 눈앞에 선하다. 우는 것보다 더 뜨끔하달까.
    그와 동시에 오공의 발차기에 맞았던 복부가 욱씬거린다.
    역시 바보녀석이었음에 틀림없음을 증명한다. 흉터있는 곳을 차면 어쩌란 말이냐.

      
       "  머리 아파. "
       "  벌 받아도 싸지, 강류는. 그 순진한 녀석한테. "
       "  너도 놀려먹었잖냐. "
       "  ...............비가 안 그치네- "


    저 자식이-빠직-화제도 돌릴 겸.
    녀석의 목에 아직도 간간히 비치는 키스마크의 주인공을 캐물어 볼까, 하고 입을 떼려는 순간,
    방문이 왈칵- 열리며 뭔가 작은 물체가 튀어나왔다-이 표현이 가장 적당-

    이 시끄러운 생물체는.. 분명.


       "   강류 오빠 왔네! "

       "   .........시끄러워, 꼬마. "

       "   이린, 오빠 방엔 노크 하고 들어오랬잖아. "

       "   에헤헷. 미안미안-
           엣? 강류오빠 담배핀다. 냐하하핫. 미성년자 주제에. "

       "   죽어볼래. "


    여기서도 조용히 쉬긴 글러먹었군.
    이복동생이라 그런지 해아와는 영 다르게 수다쟁이인 이린에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벌써 가려느냐고 물으려는 듯이 해아의 입이 조금 열렸지만, 나는 녀석의 말을 가로채며 입을 열었다.


        "   비도 오고, 가련다.  "
      

    망할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우울한 회색빛에 잠겨버린 회색빛 도시들에 염증이 느껴진다.
    오른쪽이 허전한 듯 하다. 허전한 팔은 습기많은 공기를 가르며 흐느적거린다.
    분명 전에는 이렇게 허전하지 않았었는데, 의아함이 느껴졌다.


    따뜻한 것이 항상 옆에 있었다.
    귓가에 들리던 것은 도시의 소음이 아닌 맑고 경쾌하게 재잘거리는 목소리.

    그제서야 오른쪽은 항상 오공이 옆에서 걸었던 곳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친다.
    ..바보같군, 이라는 생각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머리가 아프다. 지끈지끈.
        혼자 터덜터덜 걷는다는 게 이렇게 외롭게 느껴질 줄이야-평소에는 귀찮은 게 없어서 혼자가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 소중한 건 없어져 봐야 소중한 줄 안다구. ' 라고 배웅하던 해아녀석이 읆조리던 말이 떠오른다.
    그게 무슨 궁상맞은 소리냐.. 라고 넘어갔는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몸으로 실감할 줄이야.
    <소중>인진 모르겠지만 오공이 지금의 나한텐 담배와도 같은 <습관성 물질>인 것은 분명했다.


          "  ...역시, 내일 사과해야 되려나. "




        ------------



        "   바부팅- "

    탁- 괜한 발길질에 애꿎은 돌멩이 하나가 빗물로 젖은 질퍽한 땅에 튕겨져 나간다.
    그걸로는 굳은 맘에 풀리지 않는달까. 오공은 우산 아래서 입을 비죽거리며 다시 발로
    옆에 굴러다니는 캔을 걷어찼다. 시끄럽게 챙-하고 굴러가는 소음은 장대같은 빗소리에 묻혀버린다.

        
       "   .....멍청이. "


    누구한테 투덜거리는 지-뻔한 거 아닐려나-우산 아래의 오공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마지막에 강류의 배를 걷어 찬 것을 떠올리며 오공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그렇게 그 자리를 피했지만, 내일 강류 얼굴을 어떻게 마주대할려나-뒷감당이 안된다-


        "   그치만, 그 때의 강류.. 딴 사람 같았는 걸. "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구- 라고 오공은 복잡한 마음을 자기합리화 시켰다.

    항상 강류와 함께 하던 등하교길이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다. 집으로는 점점 가까워져 오고.
    배는 고프고, 팔계는 집에 있을려나.. 등등 복잡한 생각들을 잊어버리려 딴 생각을 애써 끄집어대던 오공은
    골목 어귀에 누군가가 삐딱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강류랑 마주칠까봐서 늘 오던 길과는 다른, 돌아가는 약간 먼 길을 택한 건데.
    오공은 좁은 골목입구를 막아 선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검은 우산 아래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낮선 교복을 입고 있는 걸 봐선 타지[他地] 사람인가- 막연히 추측할 뿐.

    가뜩이나 이런 날엔 유난히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기는 건 왜일까.
    기억속의 머피의 법칙을 뒤적거리며 오공은 짜증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로선 한시바삐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 뿐.


          "   저기요, 비켜 주시겠어요? "
          "   ...............  "


    슥- 하고 그의 우산이 치켜올려졌다. 투둑- 빗방울이 그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오공은 자신의 몸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감지했다.


    저 유유자적한, 비틀린 미소를 어디선가 보았을까. 과거의 잔영에 오공의 동공은 크게 열렸다.
    뜻을 읽을 수 없는, 더 없이 아름다운 황금빛과 푸른 빛이 자신을 향한다고 느꼈을 때 그의 입이 열렸고-
    결코 낮설지 않은 허스키 보이스에 오공은 그만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    ..... 오랜만. "
          


      ===========





         -ㅂ-이상한 데서 짤라버리는 데에 맛들려 버렸습니다<-악취미.

       독각시의 이름을 애초에 사이연- 이라고 짓지않은 것에 엄청난 후회를 하고 있는 중...
       으윽; 이름만 보자면 이 글 주인공들은 국적불문-_-;

                염이라고 할까, 호무라로 할까-_-고민하고 있는 터라 이름을 넣지 않았습니다-_-v[퍽]
      
    염씨는 쓰는 게 왠지 조심스러워져서-_-;[편애모드]
    아아♡ 호무라 군의 그 낭창낭창한 허리선이란..//////[변태]


                  개학입니다아-_-;삶의 의욕 게이지 0%<-........
         요즘 버닝중인 다모의 이서진 파고들기에나 전념...-_-;

         오랜만이라서-_-뭐가 뭔지 모르겠음-
       여기다 올리면 되는 걸까나~

        아참 또 하나 커플링-_-말인데요.
       메일링 집계로 결정 끝났습니다; 한 발 늦게 등장하신
       호무라 군 덕분에 염삼 추종 메일이 날아들고 있지만-_-;
       ............이미 게임오버.


        커플링은 아스피린 완결 나는 날 아시게 될겁니다[웃음]






댓글 9

  • ㄷИㄴ1얼♡

    2003.08.25 20:19

    재미있어요 [탕]
  • [레벨:5]플로랜스

    2003.08.25 20:23

    염이다아 염이다아아아아~+_+[퍽;;;]
  • ㄷИㄴ1얼♡

    2003.08.25 20:31

    호무라~~~~~~~~~~~~~~~~~~~~~~~~~~~~~~~~~~
    염불;;
  • [레벨:9]네코메이

    2003.08.25 23:30

    아. 다행이군요. 이미 게임오버라니-_-[휴우]
    염삼이 되는줄 알고 깜짝;
    ..그나저나 삼장, 오공에게 [습관성물질]이라고 표현한 것이 참으로 .... 인상깊었습니다-_-a
    다음편을 재촉&기대 합니다>_<//
  • [레벨:7]id: 크리스

    2003.08.25 23:41

    오~드디어 염이 나왔군.
    이제 어떻게 될지가 궁긍해 지는군요........
    담편 빨리~플리츠~
  • 매일준혁

    2003.08.26 01:13

    흐흐 습관성 물질....=ㅂ=
  • [레벨:1]조윤정

    2003.08.26 21:16

    어억-0-.점점30으로 되가고있는 느낌이-0-,,,ㆀ[내심 53을 바라고 있었다-_-]
  • [레벨:1]땡중

    2003.09.06 12:15

    역시 레드클리프님 잘 쓰시는군요 ^^
  • [레벨:3]愛〃Ruzi

    2004.01.14 00:26

    호무라군이다~ 그치만 염삼에게 30이 빼앗긴다면 큰일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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