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어, 오랜만- "
" 아, 오정. 왠 일이예요? "
" 그냥- 근처에 나왔다가, 알바는 잘 되는 모양이군. "
" 그럭저럭요. "
" 그럭저럭-의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
좁은 편의점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근처 여학교 학생들을 등 너머로
가르키는 오정의 손가락에 팔계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 행동에 얼굴이 붉어진 여학생들이 삽시간에 빠져나가자, 가게안은
놀랄만큼 조용해졌다.
" 대단하군- "
" 뭘요,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점차 익숙해져서. "
" 네가 당황스러워 하는 것도 있었냐; "
" 저도 인간이예요. "
" 아, 잠깐 잊고 있었.. "
오정은 시원스런 미소를 지으며 붉은 머리카락을 긁적거렸다.
더운 탓에 묶어올린 헤어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팔계는
차가운 음료캔 하나를 오정에게 건넸다.
" 마셔요. "
" 여- 고마워. "
" 가격은 700원입니다. "
" ..........................쳇. "
툴툴거리며 팔계에게 돈을 건넨 오정은 차가운 음료수를 목으로 넘겼다.
더위에 갈라져 버린 목구멍으로 차가운 것이 흘러들어간다.
가게안에 추울 정도로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이 기분좋다고, 문득 생각했다.
" 하아, 오공은 어때? "
" ...오공이 뭘요? "
" 사랑의 라이벌-이 하나 더 늘었거든.. 홍..뭐였는데.. "
" 알고 있었어요? "
" 눈치가 빨라서 말야. "
" 당신이란 사람은 눈치가 빨라서- 싫어요. "
" 어이;; "
팔계의 씁쓸해지는 얼굴에 오정은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 흐음, 너- 오공 좋아하는 것 아니었어?
가끔씩 시선이 굉장히 애처로워 보여서, 그런 줄 알았구만.
생각보다 반응이 영... "
" 좋아한다기 보다는... 지난 추억의 잔영.. 이랄까요? "
" 뭔소리야.. 그건. "
" 글쎄요.. "
오정은 피식 웃으며 팔계의 볼을 늘였다.
아야- 하며 팔계의 항의성 섞인 눈빛이 돌아왔지만, 오정의 넉살이
어디 그런 것에 끄덕할 종류의 것이었던가.
" ..이렇게 보면, 소심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라니깐. "
" 아프니깐, 놔주시고 말하시면- 안될까요? "
"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
" 이대로 있으면, 질투나니깐.. 방해 나 해 볼까.. 생각중이예요. "
" 에??? "
순간, 식은땀이 나는 것 같다고 느낀 오정이었다.
-----------
" 배고파아-!! "
" 시끄러워. 팔계는 어디다가 버리고 온 거야? "
" 아르바이트 갔나봐- 없어어어어. "
" 쳇... "
강류는 투덜거리며 부엌쪽으로 향했다.
도대체 오공에게 왜 밥을 차려주어야 하냐는 갈등이 뇌리를 강렬히[;;]
스치고 지나갔지만, 분명 이대로 있다가는 오공의 칭얼거림에 시달릴 거라는 생각에 강류는 몸서리를 쳤다.
일단 부엌으로 향했지만, 뭘 해야 할지.
일단은- 냉장고를 열자, 횡한- 썰렁한 냉장고.
이럴때, 오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오정의 요리는 분명 맛있었다-
강류는 피식 웃었다. 대충 한 켠에 띄이는 3분카레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
이 것, 산 지 한달은 넘은 것 같은데.
-오공과 처음 만났을 때 편의점에서 산 것-
잠시 고민하던 강류는 괜찮겠지- 란 생각에 가스렌지에 물을 올려놓았다.
- ♬
시끄러운 벨 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다.
이 시간에 올 한가한 인간은 분명 오정이라고 생각하며- 강류는 밥 할
사람이 왔다는 생각에 왠지 즐거워졌다.
" 강류, 내가 갈까? "
" 됐어- 내가 열게. "
철컥-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오정이 아닌- 다른 인영.
무심히 자신을 내려다 보는 심홍빛 눈동자에 강류는 몸이 굳는 걸 느꼈다.
" 홍해아? "
" .....들어가도 돼? "
" 마음대로. "
강류는 머리를 긁적이며- 홍해아를 거실로 들여보냈다.
앞서있는 홍해아의 등 뒤로 보이는 오공의 얼굴이 굳어졌다고 느낀 것은
자신의 착각이었을까.
털썩- 자연스럽게 오공옆의 소파에 앉아 자신을 말없이 바라보는
홍해아의 눈빛에 얼굴이 굳어왔다. 체육창고에서의 고백이 겹쳐지는 것
같아 강류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번 고백후로는 처음 마주하는 자리.
갑자기 사라진 행동에 맘 같아서는 주먹이라도 한 방 먹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몸은 움직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이런 관계를 굳히고 싶진 않다는 생각에- 강류는
한숨인 듯, 긴 숨을 내쉬었다.
" ....어디 틀혀박고 있다가- 온 거냐. 뻔뻔스럽긴. "
젠장, 어색해- 란 생각을 하며 강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만나면 해 줄 말이 많았는데, 지금으로선 이런 말 밖에 해 줄 수 없다.
다행이도 평소와도 같은-자신으로서는 이것도 꽤 용기를 낸 것이었지만-
말투에 빙긋이 웃는 홍해아의 표정에 묘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 밥이나 줘. 배고파. "
평소와 같은 말투, 눈빛에- 강류는 묘하게 안심이 된다고 생각했다.
원래대로, 녀석이 돌아왔다- 는 생각에 강류는 얇팍한 미소를 지으며
거실 테이블에 놓여있는 지갑을 들여올렸다.
" 엣, 어..어디 가려구? 강류- "
" 카레가 하나뿐이야. 오공 넌 여기 가만히 있어. "
" 그, 그치만... "
" ....괜찮아, 그렇지? 홍해아? "
" 그럼- 마음 놓고 다녀오라구. "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씩, 하고 웃는 홍해아의 건너편으로 보이는
오공의 얼굴빛이 약간 창백해 보인다고 생각은 했지만, 강류는 괜찮겠지-란 생각에 오공에게 다시 한 번 시선을 준 채, 현
관쪽으로 다가섰다.
아직, 홍해아가 오공에게 했던 일들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여기까지 와선 섣불리 그런 반감을 보일만큼 멍청한 녀석
은 아니란 생각에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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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숨막힐 것 같은 침묵.
에어컨을 틀어 놓아서, 덥다기 보다는 서늘할 정도의- 과다한 전력낭비가
소모되고 있는 집이었지만-강류는 더운 거라면 질색이었다-오공은 손바닥에 땀이 배여드는 것을 느끼며, 옆에 말없이 앉
아있는 홍해아쪽으로 곁눈질을 했다.
역시- 말 없이 TV속의 어지러운 영상들을 바라보고 있는 홍해아의 시선도 자연스레 오공쪽으로 향했다. 차가운 심홍빛
눈동자에 오공이 움찔한 순간, 홍해아의 입이 열리며- 싸늘한 어조의 말이 마치 기계처럼 흘러나왔다.
" 이봐, 너 말야.. "
" 에?? 에엣;; 으응?? "
" .........강류, 좋아하지? "
" 에??? "
순간 얼굴이 붉게 물들은 것 같다는 생각에 오공은 자신의 볼을 무의식적으로 감쌌다.
그 행동에 피식- 하고 비웃는 듯이 오공을 바라보던 홍해아는 무표정한 태도로 말을 이어나갔다.
" ....난 네가 싫어. "
" 홍해... "
"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
" !!! "
" ...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얽히는 것도- 정말 싫어. "
" 하지만......!! "
" 하지만, 뭐? 고백할 용기도 없는 겁쟁이 주제에. "
" ...........그건.. "
신랄한 비난에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가슴의 아릴듯한 고통에 그것의 고통은 배가 되어, 심장을 찌른다.
마치- 상처받기 싫어서, 싫어서- 숨겨두었던 마음을, 용기없는- 행동을 비웃는 듯이.
" 고백할 용기조차 없다면, 그 녀석 곁에서 꺼져-
....... 강류, 그 녀석은- 그런 약한 마음으로 간단히 함락할 만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깐. "
" ..................!! "
" 왜, 벌써 가려구? "
" 그만... 가 볼께. "
현관을 박차고- 오공은 강류의 집을 뛰쳐나왔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듯한 홍해아의 비웃는 듯한 낮은 웃음소리에-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용기도 없이, 이리저리 휘둘려지는, 약하디 약한- 이 마음은 어쩌면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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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과 수행평가의 압박에서; 30분간 탈출하여 써내려간, 급한 글.
-_-으음, 나모에서 쓰니깐 보기 불편해서 안되겠어요.
모두들, 시험준비는 잘 되어가시는지[웃음]
역시- 클리프는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쉽지는 않군요. [하아]
해리포터 영문판 입수! 미국에 유학 간 사촌언니- 땡스.
.....으음, 해석을 열심히 한 결과, 반은 해석 완료.
.주인공 중 누가 죽는다고 해서, 반신반의 했건만- 이럴수가.
여전히 롤링의 상상력은 뛰어나군요. 그녀의 펜에 존경을-
수행평가의 압박과 기말고사.모두들, 힘내시길-_-;
커플링은 그 동안 반만 집계한 커플링으로 어떻게, 쓰기는 합니다만-
다는 못봐서, 언제 반전이 이루어질지는..글쎄요[웃음]
제대로 써서 올리는 것은 아마 시험 후가 될 듯 싶습니다.
민§라파엘님, 글 잘 읽었습니다. 아핫- 고마워요[읽고 계실련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감상 아직까지 미룬점 죄송합니다.
시험 끝나면- 장문의 감상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고마워요[생글]남의 글에 제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건, 미묘한 기분이랄까요.
雨 완결여부를 물어보시는 매일준혁님께.
네, 완결났습니다. 최종화는 32편이죠. 에필로그까지 포함해서.
으음, 우니동에는 다 묶어서 내야될 듯 싶습니다.
완결은 피비동에 있습니다만. 피비동 완결란에도 아직.
.... -_-글하고 사이트하고 연관짓는 건 싫어요.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길.
[벌써 20편이군요;]
* 우니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8-20 20:12)
다음편기대하고,몸조심하세요!
클리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