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 악몽8 - 오정의 이야기 두번째(최유기 팬픽)
  • =============================================

    아무 감정도 싣고 있지 않는 목소리는 다시금 느릿느릿 말을 이어나간다.

    =============================================

    담배를 한모금 뿜어내며 건일이 얘기한다.


    "후우~ 내가 물어보지. 그는 어떤데?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뭐야, 내가 먼저 물었다구... 훗, 안 그래도 아까 저녁 때 말실수를 해서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잠시 놀라기도 했었지."


    가세가 약해진 빗줄기가 안쪽으로 튀어들어온다.

    어찌보면 세상을 달관한 것처럼 보이는 두 남정네들만이 비를 안주삼아 담배를 태우고 있을 뿐이다.


    "일은 좀 어때?"

    "뭐 그럭저럭...여지껏 백수로 살아온 놈이 뭘 알겠냐? 그냥 처음부터 배운다고 생각하고 다니는 거지... 바보원숭인 어때? 아까도 시끄

    러웠다면서..."

    "아아, 별 거 아냐. 언제나 곁에 있었던 존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 것에 대한 충격이랄까... 뭐...그런 존재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은 모르겠지만..."


    자신을 두고 하는 얘기인 걸 모를 오정이 아니다.


    "하아, 그런가?"

    "이만 들어가 봐야겠어. 나도 봉급쟁이 인생이라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순 없으니..."

    "그럼 그러던가..."


    다 타버린 담배꽁지를 어디론가에 던져버리곤 기지개를 편 건일이 말했다.


    "아참, 지하매점에서 뭘 좀 사가지고 가는게 좋을거야. 아까부터 공복을 호소하더군."

    "엉? 아깐 아무 소리도 없더니..."

    "지쳐서 말을 못한 거겠지. 참, 그쪽 말이야... 저 녀석이 왜 그렇게 먹을 걸 밝히는지 생각해 봤어?"

    "무슨 소리야?"


    문간에 기대 선 건일이 또박또박 말하며 비릿하게 웃는다.


    "애.정.결.핍!!!그건 변태물귀신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럼 이 몸은 바빠서 이만..."

    "이...이봐! 어이! 쳇..."


    뒤돌아 손을 흔들며 걸어가는 건일의 모습을 보며 오정은 매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애정결핍이라... 그랬던 거였나?"

    어디선가 잡다한 심리테스트 책에서 본 기억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다.


    애정결핍증(a love deficiency disease)

    첫번째. 손톱 물어뜯는 습관

    두번째. 다리를 떤다

    세번째. 상대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상대를 소유 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네번째.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

    다섯번째. 스킨쉽을 좋아 한다.

    여섯번째. 팔짱 끼는 것을 유난히 좋아 한다.

    일곱번째. 자책한다.

    여덟번째. 장난을 많이 한다.

    아홉번째. 부드러운 것을 좋아 한다.

    열번째. 사람들과 잘 어울리다가 혼자 있으면 급격히 우울해 진다.

    나에게 해당되는 건 무엇일까 ?


    사람들은 뭔가가 부족하면 그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어느 한가지에 집착을 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 한가지가 오공에게 있어서는 음식이었던 것이고 오정에겐 여자였던 것이다.


    "... 다 합쳐서 삼만팔천오백팔십원 입니다."

    "..."

    "손님?"

    "아, 미안. 얼마라고?"

    "삼만팔천오백팔십원이라구요."

    "아, 여기. 포인트도..."

    "적립해 드릴까요, 차감해 드릴까요?"

    "깍아서..."

    "예, 알겠습니다."


    예전의 오정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포인트 카드에 대해선 팔계에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오정이었지만 실제로 직접

    사용하게 된 건 얼마 되진 않았다. 두 사람의 병원비를 대랴 생활비를 부담하랴 여기저기 들어갈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기에 오정도

    점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돈은 써본 사람이 더 잘 안다고 어떤 면에 있어선 팔계보다 더 지독해진 오정은 요즘들어 그 좋아

    하던 담배도 점점 줄여가고 있는 추세였다.


    "바보원숭이, 오래 기다렸냐? 미안, 배고팠다면서... 말을 했어야지... 돼지원숭이가 속이 비면 얘기가 안 되지..."

    "..."


    바리바리 싸들고 온 봉지에서 빵을 하나 꺼내 오공이게 뜯어주니 썩은 동태마냥 생기가 없던 눈에 조금이나마 빛이 돈다.

    한달을 굶은 사람인양 달려드는 오공을 바라보며 오정을 씁쓸한 미소를 짓고만다.


    "예전엔 음식을 가지고 무던히도 싸웠었지. 그 때난 음식을 더 먹어야 한다는 생각보단 너와 투닥거리는게 좋았었어. 웬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너무 무리를 했던 것일까?

    볼이 미어지도록 빵을 우겨넣던 오공이 가슴을 부여잡고 켁켁거리기 시작했다.


    "쿠헉...우우...켁켁켁..."

    "그러게 이 바보원숭아! 꾸역꾸역 우겨넣지 말란 말이야! 목멘다고 몇번이나 얘기해!"


    괴로워하는 오공의 등을 쳐주며 물을 먹여주는 오정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꼭꼭 좀 씹어먹으란 말야! 니가 한두살 먹은 어린애냐?"

    "아, 하아하아..."


    오공은 또다시 필사적으로 입을 놀리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이...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보여 오정은 그만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새벽 세시.

    너무 많이 지체한 것 같다. 오정은 오공의 손을 잡으며 따스이 얘기했다.


    "이만 간다, 바보원숭이! 너무 많이 먹지 말고, 꼭꼭 씹어먹고...??? !!!!!!"


    오공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오정의 표정에 난감함이 깃든다.


    "이러지마라, 정말 가봐야 하는 거 알잖아..."

    "..."


    서로 맞잡은 손에 힘이 쥐여지는 듯 하더니 스르르 풀려버린다.

    병실을 나서는 오정의 등을 바라보는 오공의 눈빛은 흡사 어미를 잃어버린 강아지의 눈빛, 그것이었다.

    오공을 떼어놓도 오는 오정의 마음도 가볍지만은 않다.

    오정은 억지로 억지로 도리질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집에 도착해갈 무렵...

    오정의 눈에 무언가가 바닥에 쓰러져 뒹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오정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며 쓰고 있던 우산을 내팽개치고 그에게로 달려간다.


    "팔계! 팔계!"

    "오...정..."

    ====================
    네, 이번편은 오정군 개과천선 프로젝트였습니다.^ㅜ^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notice [레벨:16]우니 14415 2011-02-24
notice 운영자 19951 2004-04-29
notice 우니 20994 2003-08-16
notice 버닝 19722 2003-07-16
[레벨:1]오징어빨개 845 2012-02-15
3675 [레벨:1]오징어빨개 1129 2012-02-15
3674 [레벨:1]오징어빨개 810 2012-02-15
3673 [레벨:1]오징어빨개 1056 2012-02-15
3672 [레벨:1]오징어빨개 1424 2012-02-15
3671 [레벨:1]오징어빨개 907 2012-02-15
3670 [레벨:1]오징어빨개 895 2012-02-15
3669 [레벨:1]오징어빨개 989 2012-02-15
3668 [레벨:2]id: HiMe☆ 1239 2011-09-08
3667 [레벨:1]id: 레몬양♡ 1275 2011-08-26

SITE LO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