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7의 감각" -어느 계절에-
  • 조회 수: 1771, 2008-02-26 03:34:35(2008-02-26)
  • -어느 계절에-

     

    '오늘은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비가 많이 오겠습니다.

    외출하시는 분은 우산을 반드시 지참하시고...오후 늦게는 비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5일쨰인가..아니..6일쯤 된 것 같다.

    매일 같이 퍼붙고 있다...마치 누군가가 몹시 슬퍼 하는 마냥..'

     

    "쳇...또 비군..."

     

    거실 쇼파에 누워 TV를 보던 태건은 신경질 적으로 tv를 끄고 리모컨을 내던졌다.

    tv소리로 소란스러웠던 집안은 고요해 졌다. 창가에 스치는 비바람 소리만이 들리뿐이다.

    언제부터였을까..?집안이 이렇게 고요하고...적막감이 감도는것은..

     

    "아..오늘도 학교갈 기분은 아니군.."

     

    샤워를 하려던 태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버렸다.

     

    "모두 많이 걱정하구 있어..내일은 꼭 학교오기다? 알았지?"

    "어..알았어..갈께.."

    '미안 하게 되버렸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팔베개를 하고 누은 태건은 눈을 감았다.

     

    상처를 입은 것은 항상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다. 그때마다 왜 내가 아닌지 궁금했다.

    상처받은 것은 항상 내가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였다...

     

    “엇 태건아~!! 엄~~청 오랜만이다!!”

    “이자식..죽은줄 알았잔아!!”

    “아..미안 몸이 좀 불편해서..”

    “어이..태건씨!!..얼굴보기가 많~이 힘드네? 어때? 푹~쉬고 오니까 아주 좋아 죽겠지?”

    “너무 그러지마. 태건아 신경쓰지마, 반가워서 저러는거야.”

     

    가지각색으로 반가움을 표시한다. 정말 좋은 친구들이다. 남부럽지 않은 다정하고 화목한 친구들 사이에 있지만...왠지 쓸쓸하다.

     

    오랜만에 학교를 나왔지만 모두가 어색해 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일” 때문인 것 같다. 모두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 담임 선생님 또한 평소처럼 대하신다. 어색하다...꾸중을 들어도 한 참 들어야 하건만...

     

    딩~동 댕~동...(종소리)

    그는 책을 읽는 것도, 공부를 하는것도 아니면서 방과 후의

    도서실 창가에 선 채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여름이 오기 전에 그는 부활동을 그만 두었다.

    중학교 3학년

    여름....

    특별한 계절이 되었을 여름

    남자 농구부 소속에 포인트가드라는 포지션으로 주전 선수였고 부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두었다.

    재미없다거나 따분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뭐..생각만큼 키가 자라지 않은 것이 이유라면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만..

     

    농구에 푹 빠져 살았던 어린 시절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사실 그 시점에서 이미 글렀던 것이다. 그가 부활동을 그만 둔 가장 큰 이유는 ‘그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

    왠지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로 그만두니 뜻밖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요컨대....심심했다. 친구들은 모두 은퇴할 때가 얼마 남지 않은 부활동에 열심히다.

    반면 줄 곧 농부밖에 모르던 태건은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서실에 온 것은 에어컨이 있으니까 더위를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망할...학교.....”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세상의 기온은 마치 하늘에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해마다 상승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놈의 중학교는 환경 생태학을 강조하면서 절전을 한답시고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았다. 태건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체육관에서 농구에 여념이 없던 작년 여름에는 추워서 덜덜 떨만큼 에어컨 바람을 쏘이고 있었는데...

     

    딸랑..딸랑...

     

    “......!!”

     

    가슴이 조금 덜컥 내려 앉았다.

    하지만 그것은 창문 옆에 매달링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며 낸 소리였다.

    그 방울 소리가 아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여름풍경. 아름다웠다.

     

    “내일이라....”

    자신의 귀에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중얼 거렸다.

    본인에게 그런 의식은 없었고 표정도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심하게 떨고 있었기에 비록 크게 소리내어 말했다해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내일이 오늘보다 좋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산다.

    부활동은 지루하지도 따분하지도 않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계속했어도 그럭저럭 즐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그곳을 싸움터로 삼고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 뛰고 있는 녀석들과 같이 있을 순 없었다.

    그 상태로 계속 있다가는 그들의 진지한 열의에 찬물을 끼얹어 버릴 것 같았다..

    때문에 그만 두었다.

    뭔가 할 일이 있을 거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다.

    난 도대체 뭘하고 싶은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도 해봤지만 아무 생각도 떠로르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날까만 하루하루 허무하게 흘러갔다.

    시간의 흐름은 느리지만 순식간에 지나간다.

    찰나적인 속도로 가버린다.

     

    그런데..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이제 곧...

     

    -죽을 모양이다.

     

    그렇게 ‘말했다.’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notice [레벨:16]우니 14414 2011-02-24
notice 운영자 19951 2004-04-29
notice 우니 20994 2003-08-16
notice 버닝 19722 2003-07-16
3616 [레벨:7]id: 라퀼 2047 2011-02-23
3615 [레벨:1]id: serecia 1828 2011-02-23
3614 [레벨:7]id: 라퀼 1751 2011-02-23
3613 [레벨:1]id: serecia 1644 2011-02-23
3612 [레벨:7]id: 라퀼 1549 2011-02-23
3611 [레벨:3]id: sweet♡ 1743 2008-02-28
3610 [레벨:3]쿠제 히데오 2122 2008-02-27
[레벨:1]치키아 1771 2008-02-26
3608 [레벨:1]원탁의 달빛사악 1758 2008-02-24
3607 [레벨:1]치키아 1906 2008-02-15

SITE LO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