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1. Morning ~ 별칭
  • 조회 수: 511, 2008-02-06 04:16:36(2006-07-17)
  • 비는 아직 그치지않았다. 빗 속에 앉아 투덜거리던 그림자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히뿌옇게 하늘을 가린 구름들이 담배연기처럼 뭉글뭉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옛 상처가 따끔거렸다. 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아물어서 상처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담배대신 물고있던 사탕막대를 퓃,하고 뱉어낸 그는 몸을 일으켰다.
    축축한 옷이 기분나쁘다. 하지만 이 것 나름대로 좋다. 좀 이상한 생각을 하며 쿡하고 웃는다.
    주머니에서 새로운 사탕을 꺼내 껍질을 벗겨 입 안에 처넣은 그는, 흥겨운 듯 흔들거렸다.
    누가보면 술에 취했다고 할 몸놀림. 하지만 균형을 잃지는 않고 계속 흔들거린다.
    바람결에 몸을 맡긴 풍경처럼, 빗 속에서 흔들거린다. 아무런 힘이 없는 연체동물처럼.
    깊게 눌러쓰고 있던 주홍과 갈색의 실이 얽켜 체크모양을 낸 모자가 비에 젖어 힘없이 떨어졌다.
    툭,하고 빗 물을 튀기며 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바라보던 그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둡고 좁은 골목 안에서 뭔가 정신이상자처럼, 그렇게 환하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또 에스키레르한테 얻어터지겠다..."

    …웃으면서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아직 새벽이였다. 빛은 바랄수도 없었다. 구름들은 아직도 달을 놓아주지않았다.
    이 상태라면 아침이 되도 빛따위는 기대하기 힘들겠다. 벽에 기대어 사탕을 우물거리며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는 암울한 생각따위 집어치우려는 듯 고개를 필사적으로 절레절레 흔들어보였다.
    ...결정. 이 사람, [정신이상자]맞는갑따...

    무튼,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하던 그는 그저 실없이 미소지으며 사탕만 쪽쪽 빨고있었다.
    그의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서 빼꼼,하고 왠 새 한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비둘기인지 까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잿빛인 것을 보니 비둘기 쪽인 것 같았다.
    푸드득,하고 새의 날개터는 소리에 겨우 새의 존재를 눈치챈 그가 헤실거리면서 새에게 다가갔다.
    그리 조심스럽지도 않고 어찌보면 껄렁거리는 듯한 발걸음이였지만,
    새는 비에 지쳐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그를 동지로 생각했는지[정신상태가] 가만히 있었다.
    결국 새의 앞까지 와버린 그는 손을 내밀어 덥썩,하고 새를 잡았다.

    "-고기다♥"
    "꾸...꾸루루."

    새의 안색이 눈에띄게 새파래진다.[그게 보이냐?]...말이 그렇다는 거지.
    무튼 상당히 배가 고팠던 건지 털도 안뽑고 굽지도 않고 새를 입가에 가져다대는 그.
    거의 다 녹은 레몬맛사탕의 역겨울 정도로 달콤한 향내에 새가 바둥바둥 거렸다.
    …한 동안 골목 안에서는 조류와 인류의 피눈물나는[?] 힘겨루기가 계속되었다.



    "헤엑... 헤엑..."
    "꾸꾸꾸..."

    ...결국 둘 다 지켜 바닥에 널부러져있었다. 솔직히 보기에는 그가 크기도 그렇고 유리할 것 같았지만,
    웬지 모르게 상당히 지친 상태라 새와 싸워도 못이기는 상황이 되었... 가능한가, 이 거?;;[...]
    웅덩이가 여기저기 있는 흙바닥에 대[大]자로 뻗은체 숨만 쌕쌕 내쉬던 그가, 헤죽 웃었다.

    "...슬슬 올 때가 다 됐네."

    ...말을 할때는 형용사라든가 명사라든가 들어가야하는 거 아닙니까.
    그는 몸을 일으켜 아직까지도 바닥을 구르고있던 새까매진 자신의 모자를 집어들었다.
    흙탕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불구하고 머리에 쓴 그는 부들부들 떨고있는 새에게 말했다.

    "곧 해가 나올거야. 그때 또 같이 놀자~"
    "...꾸?"

    그게 노는거였냐!!! 라는 표정의 새를 보곤 다시한번 빙긋 웃은 그의 어깨에 턱,하니 누군가의 손이 올려졌다.
    그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 놀라지않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에는-

    "...네녀석이란 정말.."
    "크로아[꼬마/철없는 이라는 뜻], 안녕-"

    인디언 마냥 머리에 황금빛이 도는 깃털을 꽃은 은발머리의 여자가
    정말 지겹다는 얼굴로 우산을 쓴 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능청스런 인사에 머리에 빠직 마크를 띄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안녕이 아니잖아, 임마!!!! 그리고 내 이름은 크로하시안이다!!!"
    "에이, 그게 그거잖아."
    "틀려!!!!!!!!!!! 그럼, 네 놈은 휘란지리올이니까, 휘올[바보/환자라는 뜻]라고 불러주리?!!!"
    "와, 고마워- 안그래도 길어서 불편했는데~"
    "-크아아아아악!!!!!!!!!"

    그녀... 아니, [그]라고 결정된 크로아의 절규가 골목에 휘몰아쳤다.



    "도대체가 말이야, 22살이면서 나이는 어디로 먹은거야? 휘란지리올."
    "나이를 먹기도 해?"
    "…말을 말자."

    에스키레스- 그녀는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유는 평생 여기서 살면서도 여직까지도 마을지리를 못외운
    자신의 약혼자 때문이였다-[인정하고싶지는 않지만]
    온갖 괴물이 나돌아다니는 판국에 겨우 비에 옷을 적셨다고 꽁꽁 숨었다가 길을 잃어버려서는
    결국 감기에 걸리고 모자까지 더럽히다니. 정말 일을 만든다, 만들어.

    "에스키레스, 그리고 나말야~ 휘란지리올이 아니고, 이제 휘올이야!!"
    "…휘올?[다시한번 말하지만 바보/환자 라는 뜻];;"
    "응. 크로아가 지어줬어~"

    ...순간적으로 쿡,하고 웃어버린 그녀였다. 정말 딱이지않은가.
    내심 크로아의 작명센스를 높게 평가한 그녀였으니.
    그 별칭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 지 빙긋빙긋 웃던 그가, 문득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크로아가 그러는데, 에스키레스는 이제부터 에스[마녀/괴물 이라는 뜻]래!!!"
    "……."

    -챙. 에스의 손에서 그의 사랑하는 파트너, 적풍이 번쩍, 하고 자신의 몸매를 과시해보였다.



    "여어, 에스~ 밥은?"
    "...알아서 처.먹.어."
    "…어, 뭐... 아, 알았어."

    번쩍이는 에스의 적풍[단검]이 피를 머금고있음을 목격한 시란지리올[휘올의 형]이 식은땀을 흘리며 물러났다.
    그의 뒤로 크로아가 절규하고 있었다.

    "아아아악!!! 시올[도망자/배신자 라는 뜻]형!!!! 살려줘!!!!!!!!!"
    "휘올~~ 그런거보면 못쓴다. 이리와서 나랑 밥이나 먹자."
    "어? 알았어, 시올 형."

    ....별칭은 아주 딱딱 들어맞았고, 크로아는 그 날- 저승세계를 관광하고 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좋은 아침~"

    맑게 개인 하늘에 일출로 인해[아니면 크로아의 피로 인해] 붉게물든 창문을 향해 빙긋 웃어보이며,
    휘올은 또다시 들려오는 크로아의 절규를 감상하며 천천히 부엌으로 들어섰다.






    ...내가 무슨 짓을 해버린 걸까?;;;

    무튼 100제 시작...[철푸덕]

댓글 8

  • [레벨:24]id: Kyo™

    2006.07.17 19:30

    멋져!! >ㅆ<)/
    근데, 릴레이는?
  • [레벨:3]id: 흑마의귀폭

    2006.07.17 19:40

    마지막 저승관광에 자꾸눈이 가는이유는? ㅎㅎ
  • 까망네코

    2006.07.17 20:58

    쿄우 :)) .....뭔가 단순한 한마디지만 무서워!!!;;
    흑마 님 :)) ...헤에, 취향이 비슷할 거 같네요+_+
  • [레벨:6]id: 치아키[ちあき]

    2006.07.19 20:31

    고기다아아!!
    쿠로 소설은 재미있어요오!~
  • 까망네코

    2006.07.19 23:47

    치아키 :)) ...쓰고나면 나도 갈피를 못잡는게 내 소설이지..[버엉] 여튼 재밌다니, 고마워~[부비]
  • 스우

    2006.07.20 10:27

    글 너무 잘쓰시네요ㅜㅜ 부럽..
  • 까망네코

    2006.07.24 07:59

    스우 님 :)) 에헤, 감사드려요- 닉네임이 아주 낯익은... 분이시군요.[침묵은 뭐냐]
    옛날 쓰던 판타지소설의 주인공이 스우 님과 같은 이름이였다는...
    친근하군요-ㅂ-. 앞으로 잘부탁드려요<-
  • Profile

    [레벨:7]id: 라퀼

    2006.08.01 12:34

    우아- 왜 이소설을 못발견했던걸까나....
    휘올씨 맘에들어어어<-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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