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d snow
  • 조회 수: 765, 2008-02-10 14:49:25(2003-04-26)
  • [red snow]



    생각난다.

    끝없이
    끝없이,

    무섭도록
    아름답던 흰 눈.







    [ⅰ]



    "...삼장. 어디가...?"

    "......"

    그대로 오공의 물음을 무시한채 낡은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캄캄한 어둠. 차가운 눈이 내리는 바깥.

    오공은 잠시 삼장이 나간 문쪽을 바라보다가

    눈이 내리고 있는 창가를 보았다. 소복소복 내려

    바닥과 나무와 지붕가에 쌓이는 예쁘고 하얀 눈...

    ...하지만 어느부분인가 무서운 기운은 감돌았다...

    가만히 손바닥에 눈길을 고정시켰다. 이제 손목에 채워져 있던 족쇄도

    없고 바닥은 울퉁불퉁한 동굴바닥이 아닌 부드러운 장판이 깔아져 있다.

    자리에서 일어서도 머리가 천장에 부딪히는 일은 없었고 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날조차 그 때 이후론 존재 하지 않았다.

    ".............."

    손톱을 물어보았다.

    ..깨무는 소리가 귓가를 향해 부드럽게 흘러들어오고..

    어느새 바닥에 흥건이 고인 붉은액체가 오공에게 말한다..

    '...행복하니..?'

    입술을 움직여 .. 계속 물고 씹어보았다.

    뚝-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붉은방울..

    ".....아파...."

    물던 손톱을 거두고 ..가만히 자기 자신을 끌어안은채

    오공은 고개를 다리에 묻었다.




    [ⅱ]


    "..쿡. 중이면서 이래도 되는거야?"

    "....상관마."

    나체의 여자가 금발의 남자에게로 기대어 가슴을 그의 팔에 문질렀다.

    귀찮은 듯 그녀를 떼어내는 남자.. 하지만 여자는 별로 아랑곳하지 않은 듯

    고운피부의 손을 내밀어 남자의 뺨을 보듬듯 잡았다.

    그리고 붉은립스틱이 칠해진 입술로 남자에게 최대한 가까이 면상을 갖다대고

    유혹적으로 말했다.

    "...키스해줘..."

    "..................."

    남자는 보라색매혹적이면서...차디찬 눈동자를 반쯤 감으면서

    여자에게 입술을 대었다. 끈적한 립스틱의 진한향기와 여자의 몸에서 나는

    향수냄새가 코를 찔르고... 저절로 남자의 미간이 찌뿌려졌다.

    ..그렇게 가볍게 여자를 침대에 쓰러뜨리고..

    여자에게 들리지 않을정도의 작은소리로... 중얼거렸다.

    "....재수없어...."




    [ⅲ]


    뿌연 담배연기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두컴컴한 밤이라서 그런지 연기는 더욱 짙은색을 띄며 올라갔고

    잠시 후 공기와 섞여 사라졌다.

    양쪽단추가 2,3개씩 풀러져 있는 셔츠를 그대로 ..고치지도 않고 입은채

    피다 만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문질러 불을 껏다.

    아직까지도 눈은 내리고 있었다. 금빛머리에 흰 눈이 서려

    아름답고 화려한 금색빛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흰 눈은 그대로 사그라이

    삼장의 머리위에서 녹아내렸고 어느새 가벼운 눈이 아닌 함박눈이

    쏟아졌을때쯤... 집에 거의 다다라있었다.

    "........."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찰나..

    쉴틈없이 쏟아지는 눈 사이로 ..붉은색의 흔적이 보였다.

    살짝 무릎을 끓고 그 눈을 만져보았다.

    ...차갑다.....

    삼장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고

    무언가 희미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별로 얼마되지 않는 거리의 그 곳엔.....

    오공이 있었다.

    가만히 바위에 앉아....무언가를 먹고 있는듯했다.


    "..오공..?"

    "........"


    삼장의 목소리에 .. 씹고 있던 무언가를 내리고

    금색빛 .. 눈동자가 삼장의 모습에 동그래졌다.

    ...그리고 환한 미소....

    ...
    ...


    "..............."


    ....그랬다가 삼장의 모습을 보고 이번엔 반대로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쏟아지는 눈속에 ...거의 형체만 어렴풋이 알아볼듯한

    곳에서... 다시 잘근거리며 씹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닥으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도 함께.....

    "...오공..감기걸려....이런데서 왜.."

    "..........."

    이번엔 삼장의 동공이 오공의 모습을 보고 크게 떠졌다.

    ...눈살이 찌뿌려질정도로 찢어진오공의 손가락..

    속살이 훤히 보이고 ....피는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분명 아플텐데도...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손톱을 씹는 오공..



    [ⅳ]



    "너 무슨짓이야!"

    "........."

    삼장은 다급한 마음에 오공에게 달려갔다.

    피로 붉게 물든 손을 오공의 입에서 빼내었고.. 아직 멍해있는

    오공의 어깨를 꽉 붙잡고 소리쳤다.

    "..미쳤어?!"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들리지 않는 듯 느껴지지 않는 듯..

    초점없는 금빛 눈동자로.. 다시 손을 물려 하는 오공.

    ...삼장의 눈살이 찌뿌려지고...

    오공의 두손을 꽉 붙들어잡았다.

    순식간에 삼장의 힘에 의해 푸르게 멍드는 오공의 가는 손목..



    [ⅴ]



    "...가지마..."

    "..........?"

    ...여전히 삼장에게 잡힌 손목은 그대로인채.. 가볍게 머리를 수그려

    삼장에게 안겼다.

    순간 바람과 함께 오공의 코속으로 스며드는 진한 향수냄새..

    ..오공이 미간이 찌뿌려졌다...기분이 나쁘다..

    "....가지마...."

    "...오공..."

    삼장은 서서히 오공의 손목을 쥔 힘을 풀었다.

    어느정도 스스로 뺄 정도의 상태가 되자...오공은 그 손으로

    삼장의 옷깃을 잡았다. 향수냄새는 아까전보다 훨씬 더 진해져있었다.

    "....가지마...."

    "............."

    삼장은 살며시 오공을 두손으로 껴안았다.

    ..그리고 오공의 갈색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가만히 속삭였다.

    "...알았어..알았으니까..."

    "..........."

    ".....오공...."

    "...........?"

    삼장은 부드럽게 두손을 겹쳐 오공의 아기처럼 보드라운 뺨을 감쌋다.

    따스하게 전해져 오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삼장은 점점 그에게 다가가

    서로의 입술을 겹쳤다.

    살짝 젖은 입술에서 진득한 액체의 체취가 느껴지고..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깊게 서로를 느껴갔다.

    잠시 후 ....아쉬운듯 ...살며시 떨어지고 한순간 내뱉는 한숨같이..

    삼장이 중얼거렸다.

    "...사랑해..."

    "................"

    그리고 .. 숨쉴틈도 없이 다시 한번 꽉 끌어안았다.

    ...답답하기 까지 할 ...거리에서...여전히 초점없는 금빛눈동자의

    오공이 말했다.


    ".....거짓말......"

    ".......뭐...?"



    [ⅵ]


    "............"

    어느새 다시 내리기 시작한 함박눈은 오공의 머리를 하얗게 덮어왔다.


    추운날씨에 창백해진 ....피부에서 ..어딘지 어두운

    ..맑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제 아무데도 못갈꺼야..."

    살며시 눈이 잔뜩 쌓인 거리에 주저앉아 창백한 피부와.. 금발머리의 아름다운 사내를

    가볍게 안아들었다.













    생각난다..

    끝없이
    끝없이,

    무섭도록
    아름답던 붉디 붉은 눈.





    - e n d -








    +

    이 내용을 이해할수 없는 분이 있을까 걱정이네요^^
    ..뭐 모르는게 좋은내용일지도(?)-_-;
    결코 행복한 러브엔딩은 아니니까요;

    +





댓글 6

  • [레벨:24]id: KYO™

    2003.04.26 23:44

    해피엔딩 같아요...둘이 잘 되는...(내가 느끼기에도...)
    이럴때에는 수레국화(Corn Flower)가 좋을 것 같은...[수레국화(Corn Flower)의 뜻 : 행복감]
  • [레벨:3]세비니

    2003.04.27 01:46

    에엣;; 삼장이 오공의 손에 죽는데도 해피엔딩인가요^^;;?(쿨럭;)
  • 핫도그사마

    2003.04.27 08:57

    -_ㅜ 난 슬픈것도 좋아..
  • Angelica

    2003.04.27 13:40

    나는 죽는거 알았어요오!! [뻐걱-]
  • [레벨:1]♣-や-お-ね-♣[-ㅁ-]

    2003.05.15 15:27

    난 역시 둔해 터졌어.. ㅠ_ㅠ
  • [레벨:3]/Say[세이]

    2004.01.07 08:35

    아.. 끝없이 끝없이.... (중얼)
    감동.. 감동 대박입니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690 Angelica 1839 200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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