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련님..?? 팔계 학생이 글쎄...
며칠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를 않고...
..그나마 죽이라도 끓여주면 몇 숟가락 뜨다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또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어가버리니......"
핸드폰을 통해 들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듣자 삼장의 미간이 약간 좁혀졌다.
흐음-짧게 대답하고 핸드폰 플립을 거칠게 닫아버리는 동시에
손목의 시계를 쳐다보자 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은 6시 13분..
살짝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입을 여는 삼장이었다.
"..지금 당장 집으로 향해-."
"예?? 그게 무슨...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으시다고..."
"입닥쳐! 당장 돌려서 집으로 가-."
"예..?? 예!!!!"
곧 날렵한 선의 리무진은 방향을 틀어 지시한 방향으로 향했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품 속에서 말보로를 꺼내 입에 물며
신경질적으로 라이터를 딸깍거리다가 겨우 불을 붙혀 독한 연기를 마시면서
살며시 눈을 내감아버린 삼장은.. 무엇을 생각하는걸까-.
.....가정부의 말은 사실이었다.
삼장이 형식적으로 몇 번이나 노크를 해도 속에서는 그 흔한 대답조차 없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냉기, 아니 마치 오한같은 차가움 속에
사람이 있으리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였다.
........방안 가득히 있는 어둠에 쉽게 적응되지 않아
불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찾으며 벽을 더듬거렸지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손을 내리고는 침대쪽으로 걸어가는 삼장이었다.
..그렇게 침대로 가까이 다가가서야 이불을 목까지 올리고서는
베게속에 고개를 묻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여린 숨을 내쉬는 팔계가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침대 한켠에 기대앉아서는 손을 뻗어
팔계의 머리카락 속을 살며시 헤집었다.
마치 실체가 없는 물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아귀에서 흐트러지며
흩어지는 듯 하면서도 그대로 있는 느낌은 삼장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지만
삼장의 손은 얼마가지 않아 팔게에게서 떨어져갔고,
또다시 허전한 느낌에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려다가
팔계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고는 담뱃갑을 품 속에 넣어버렸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자는줄로만 알았던 팔계가 어느새 눈을 뜨고
멍한 눈길로 삼장을 응시하고 있었던게...
그렇게 고요한 적막은 계속되었고,
삼장이 입을 엶으로 인해서 침묵은 끝이 났다.
".....뭐야, 단식 투쟁이라도 하겠다는거야..?"
한없이 냉정한 말이었지만, 차갑기만 한 말투였지만-.
자신을 부르는 나즈막한 목소리가 믿지 못할 정도로 감미로워서-
마치 인형같기만 하던 눈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생기를 되찾아간다.
...상처받은 젖은 눈이 어둠 속에서 애처로운 빛을 냈지만..
눈빛이 원하는 걸 들어줄 정도의 상냥함은 아직 삼장에게는 무리인가보다-.
"뭐든지 먹고 속이나 채워-. 이러고 있는거 보기만해도 짜증나니까."
팔꿈치를 들어올리는 삼장의 손에 의지해 몸을 일으켜 세우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목을 부둥켜안는 팔계의 힘에, 두사람의 중심이 한꺼번에 무너져
침대로 넘어뜨려졌다.
있는 힘껏 삼장을 끌어안고 있는 팔계의 팔..
순간적으로 당황한 삼장이 손목에 힘을 주고 겨우 자기 상체를 지탱해,
목을 둘러감은 양팔에 안겨 당혹어린 얼굴만 팔계의 어깨 밖으로 내어놓고 있다.
".......늘.................그렇지......?"
말을 마치자 마자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난.....당신에게........아무것도 아닌거지....?!?!"
점점 아이처럼 들썩여지는 팔계의 어깨...
".........단순한.........장난감인...거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위태로웁게 말을 하는 팔계였다.
아니, 그건 말을 하는게 아니라-. 신음을... 토하는거였다-.
그렇게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방울에도..
삼장의..차가운 표정은... 한치도 변화가 없었다.
"....할 말 다 했으면......비켜-."
그렇게 팔계를 올려다보던 삼장이 약간의 힘을 주자
아까의 완력은 어디로 간건지... 곧 팔계는 쉽게 밀쳐져버렸고,
차가운 말 한마디를 던지고 삼장은 돌아서버렸다.
".........1층에 식사준비하고 있어.. 당장 내려와..."
그리고.. 그렇게 또다시 어둠속에 남겨져 하염없이 눈물만 떨구고 있던
팔계의 눈에 비추어진건..
어둠속에서도...... 찬란히 빛을 내는.....
날렵한 선의...........투명한....... 유리 인형-.
순간 팔계는 무슨 생각을 한건지.....
유리인형을 벽을 향해 냅다 집어던져버렸고-.
1층까지도 들리는 요란한 유리의 파열음에 놀라
2층으로 달려와 팔계가 있는 방의 문을 열어제낀
집사와 가정부의 앞에는...........
....산산조각나버린 유리 파편쪽으로 다가가....
다리에 파편이 박혀 피가 나는 중에서도...
이미 피투성이가 되버린 오른손에 가장 큰 조각을 움켜쥐고
핏방울이 맺혀흐르는 조각을 왼쪽 손목을 향해 내려치는 팔계가 있었다-.
문을 통해 들어온 빛을 날카롭게 반사해서
더욱 예리하게만 보이는 유리파편이 스팩탈한 궤도를 그리며
그렇게 팔계의 흰 손목으로 향하고 있었다-.
============================[개솔잡솔]=============================
핫도그사마님께서 페르시안 표지 그려주셨어요^-^
너무 이쁘죠? 정말... 소설보다 표지가 더 예쁘면 어쩌란건지;;
* Angelica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5-16 16:37)
* 우니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5-21 20:20)
ㅋㅋㅋㅋ역시 리카글빨 알아줘야해....
언니가 1빠...맞냐????ㅋㅋㅋㅋ
다꺼 안올리기만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