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March 2nd(3)
뚜벅.
뚜벅.
옥상 위에는, 담배연기가 진하게 흩날리고 있었다. 진한은 미간을 찌푸리곤 옥상 위에 서있는 그를 가만
쳐다보다가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알 수 없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키 작은 걸로 봐서 선생님은 아닌 거 같고, 누구시죠."
그는 키작다는 말에 움찔하더니, 고개를 돌려서는 피식 웃었다. 그는 담배를 제멋대로 집어던졌고, 진한
이 어어, 그러면 화재의 위험이 라고 하는 것도 듣지 않았다. 진한의 남색 눈동자가 그를 응시하고 있었
다. 그것도 아주 깊게. 그 역시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는, 오히려 더 기분나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하, 그 1학년 문제아님."
"........... 뭐에요. "
"뭐, 안좋은일 있었나봐?"
"상관할 바 아니죠?"
유진이 진한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처음보는 사람에겐 귀여운 이미지를 유지하는 그였지만서도, 지금같
이 기분이 다운되어있는 시기에는 그닥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사실 연휘학원에 입학하
면서부터 기분은 늘 좋지 않았다.
이유없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을 하는데도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유진으로써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정말로 핑계 아닌 그냥.
"소문 많이 들었는데."
"아하."
"어차피 같은과고 하니까 잘지내보자구요. 과도, 클래스도."
".....아.예"
그리곤 정적이 감돌았다.
"자, 연휘학원에서는 마치는 시간이 따로 없어요. 아시다시피 연습실이 밤 12시까지 개방되기 때문에.
연습실은 학생카드를 긁어야 들어갈 수 있구요. 음... 유진 군은 잠깐 나 좀 보고 가구요. 다들 내일 아침
에 봅시다. 끝 ! "
새은이 웃으면서 아이들(뭐, 고작 여섯명이라지만)을 돌려보낸다. 유하가 자신도 신입생인데 왜 안 남기
냐는 투로 서 있는데, 새은이 어서 가라며 손짓한다. 유하도 오늘 전과는 다른 생활에 피곤했던 터라 가
방을 챙겨 돌아가는데 유진이 교실앞으로 걸어나온다.
"내려갈까요, 아니면 여기서 얘기할까요?"
새은의 목소리는 여전히 밝았다.
"요즘 뭐, 기분 안 좋은 일 있나봐요. 연휘학원에 오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아뇨. 그런 거는 아니구요."
"원래는 밝고 귀여운 학생으로 들었는데, "
"음. 뭐 제가 좀 그래요."
유하가 멈춰서서 듣고 있다는 것은 모른 채 두 사람 다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옥상에서 안좋은 일도 있다고 들었는데, 뭐 .... 우리 앞으론 잘해 봐..."
"선생님-"
새은의 말을 뚝 잘라버린 채 유진이 아까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새은을 쳐다보았다. 새은은 당황한 표
정이 역력했다. 애써 웃음지으려고 애쓰는 새은이 유진을 가만 쳐다보며 말했다.
"응?"
"...... 그러니까아, 한번만 봐 주시면 안되요오?"
".......하하하하, 뭐라구?"
................. 쟤, 이중인격잔가봐 하고 유하는 생각했다.
분명 자신의 이미지로는 이름부터 맘에 안 드는 성질나쁜 학생이었는데, 왜 저렇게 돌변한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표정으로 저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새은이 당황한 건 사실이었다.
"앞으로는, 안 그럴께요. 그러니깐, "
"............흠. 가봐요."
"선생님, 믿을께요?"
씨익, 유진이 웃었다. 새은이 그제서야 뭔가 잘못 걸려든 듯한 느낌을 받았는지 저, 저기 하며 유진을 불렀지만 들은 체도 안 하고 유진은 교
실을 빠져나갈 뿐이었다. 새은은 하아, 한숨을 쉬었고 유하는 뒷문 쪽으로 들려오는 발걸음에 당황해 빨리 교실에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앞을 은세가 막지 않았더라면. 나름 그 계획은 성공이었다.
"뭐해, 연습 안 하고?"
"........예?"
"뭐야. 지.금.까.지.들.었.구.나? 뭐래, 뭐래 담임이?"
"..............에?"
바이올린 케이스를 맨 소년은 자신의 뒤쪽을 응시하며 일부러 강조해서 말하고 있었다. 유하가 힉, 하며
고개를 돌았을 땐 회색 머리의 소년이 거기에 서 있었다. 뭐, 별 내용도 없었는데 내가 당당해야지. 유하
가 애써 고개를 돌리고 걸어가는데, 은세가 또 여유롭게 말한다.
"이중인격자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이야, 유하야?"
"...........내, 내가 언제 그랬어...요."
"그런가? 흐음. 난 왜 그 말이 들렸을까나. 잘가! "
난 한 적도 없는 말인데, 유하가 울상을 지었다. 은세는 여유롭게 바이올린 케이스를 매고 자신의 과 쪽
으로 걸어갔다. 유하가 재빨리 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 너 이름이 유하랬지?"
어느새 자신의 앞에서 씨익 웃고 있는 유진을 보며 유하가 하하하, 웃었지만 속으론 이미 울먹거리고 있
었다. 내가 뭔 죄가 있다고, 난 그냥 걸음이 느린 것 뿐인데(언제부터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내일은, "
".......응?"
"초콜렛 사다줘. 이왕이면 비싸고 단 걸로. 초코케익도 좋아. 쓴거 사오기만 해봐. 알았지이-?"
씨익.
".....에?"
"이중인격자라 그랬다며, 잘못했지?"
"..................저기, 난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데- "
"...정말?"
"그럼, 난 저사람한테 한마디도 안 했어. 그냥 나 혼자 그렇게 생...."
"아하,"
".........."
평소엔 나도 이러지 않았는데, 나도 남 약점 질질 끌어서 단거 사다달라 했는데. 유하는 강적을 만난 기
분이었고, 자신의 앞에 있는 유진은 바로 그 강적이었다. 내가 왜 쓸데없이 말을 또 많이 했을까. 원랜 이
러지 않았잖아. 이유하, 넌 나름 황녀잖아 후우. 한숨 쉬는데 앞에서 유진이 계속 말을 잇는다.
"뭐, 그럼 사탕도 괜찮아. 잘가-! ..... 안사오기만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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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절대로 저 사람하고 얽히지 않겠다고, 유하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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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편은, 정시유진 편이랄까. 라고 해도 맞을 만큼 ㄱ- 분량이 많네요.
원래는 어제 쓰라고 협박문자도 들어왔지만 전 원래 하루 늦습니다 < 헛소리
아, 엄마가 너 소설도 쓰냐고 물어봤었음. (...)
아무튼, -_- 너 문자 잘씹드라.............응?
나 처음에 , 다른 소설인줄알고 '유진이누구야' 이러다가 다시 정신차려서, '아,나지!!' 라고 생각<
-_-유하불쌍하다.....이엔저자식은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