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넨이야기 : 일곱번째장 ( 7-4 ) - 과거④ ‘ 리이넨, 루이넨 ’
  • 조회 수: 1812, 2008-02-06 05:56:23(2007-09-30)











  • 어렸을땐 무지 행복했었다. 내 기억상으론. 그 일이 오기 전까진 나도, 누나도, 엄마도, 아빠도, 우리 모두 다 웃으면서 지냈었다. 무엇부터 어긋났었던 걸까? 처음부터 우리 가족은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신에게 묻고 싶다.
    우리 가족은 신을 믿는다. 신을 사랑하고 신을 존경하는 우리 가족인데, 왜 신은 우리 가족의 길을 슬픈길로 인도해버린걸까?



    신이시여, 저의 물음이 들리시나요?









    오랫동안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기억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기억하지 못했어도 몸이, 기억이 스스로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주 안좋은 과거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슬픈 일이기에 부정했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에겐 누나가 한명 있었다.
    누나의 이름은 ‘리이넨’…. 관습에 따라 누나는 엄마의 성을 따랐고, 나는 아빠의 성을 따랐다.
    그래도 이름은 비슷했다. 내 이름은 루이넨이고 누나의 이름은 리이넨. 성은 틀려도 이름이 비슷하니까 잊어버릴 일은 없을거야…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누나와 나는 한번 헤어졌다가 십년을 다시 같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누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닮은점은 무지 많았었는데 왜 알아채지 못했던걸까?

    ‘ 리이넨 다시 에실레스 ’‘ 루이넨 신 레디아스 ’













    절대로 잊지않을 소중한 이름.




















    “ 루이넨! 빨리와,빨리! ”
    “ 기달려,누나! ”


    걸음이 느렸다. 물론 어렸기 때문에 걸음을 제대로 걸을수 없었다.
    반면 리이넨누나는 늘 빨리 앞섰다. 그래서 속상해서 울은적도 수도없이 많았다.
    하지만 걷다보면 앞에서 누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수 없다면서, 웃으면서 손을 뻗어주었다.

    “ 어쩔수없구나,정말? ”
    “ 흐아아앙 ”
    “ 남자는 너무 많이 울면 안돼 ”
    “ 흐윽…흑 ”
    “ 누나가 손 잡아줄게. 같이 걷자,루이넨 ”


    정말로. 아주 정말로 소중했었다.
    누나가 잡아주었던 손. 늘 내 곁에서 내 손을 잡아줄거라 생각했다. 한번도 사라진단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나의 안이함 때문에 우리가족은 파멸로 걸어간걸까?



    무엇 때문에 평범하디 평범한 우리 가족은 그렇게 산산조각 났었던 걸까?
    무엇 때문에 우리들은 부서져버렸던 걸까?











    ……누나, 리이넨누나…….




    오랫동안 불러보지 못했던, 소리내어 불러볼수 없었던……소중한 이름











    “ 루이넨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누나가 좋아? ”

    누나가 짖궂게 물었다. 가장 짖궂은 질문이 누가 좋아? 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들에게 모든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 그들에게 나의 사랑을 주었다. 누가 좋냐는 물음엔 쉽게 대답할수 없다.
    그것이 사랑을 받았단 증거.

    그럼에도 누나는 짖궂게 장난친다.
    그럼 뒤에 의자에 앉아계신 아름다운 엄마와 멋있는 아빠는 부드러운 미소만 지어준다.
    곤란한 나는 장난끼 가득한 누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엄마의 까만 머리카락과 동공과 구별되지 않을만큼 아주 까만 눈동자.
    멋있고 자상한 아빠의 까만 머리카락과 동공과 구별되지 않을만큼 아주 까만 눈동자.
    ……그리고 누나의 장난끼 가득 담긴 초롱초롱한 까만 눈동자와 누나의 눈동자속에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








    그것은 기억될수 없었던 걸까?
    그것은 추억될수 없었던 걸까?















    “ 히잉, 그런거 묻지 말란 말이야!! ”
    “ 고민했구나? 루시드! ”
    “ 세상에서 누나가 제일 미워!! ”































    아니야
    누나, 나는 진심이 아니었어….
    세상에서 누나가 제일로 밉지 않았어…….
    엄마도, 아빠도 밉지 않아…….















































    진실은 누나를 무지무지 사랑해
    엄마랑 아빠도 무지무지 사랑해



    ……밉다는 소리 하지 않을테니까, 내 곁으로 돌아와줘요








































































    “ 루시드…… ”
    “ 누…나……누나…리이넨누나!! ”
    “ 아직도……세상에서…누나가……제일로………미워? ”


    아니야…
    아니야,누나……
    세상에서……누나가……제일로…안미워……







    “ 누나는…루시드가…세상에서……제일좋단다…… ”



















    나도 세상에서 누나가 제일로 좋아
    그러니까 눈 감지 말고, 그 장난끼 가득하던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나를 봐줘














































































































    그리고 그 순간 나의 기억에서 묻혀져버렸다.
    두 번다시 기억이란 저장된 공간에서 그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것도 있었겠지만, 현 생활에 만족해서였을수도 있다.








    포기했었다.


    어차피 생각하고 싶어도 생각나지 않을 기억이라면 잊자고……아주 나쁜 생각만 했다.














    “ 루시드, 오늘 바람이 좋죠? ”
    “ ……기분이 좋아보이네요, 리이넨씨 ”


    아르넨 학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세상에서 나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소중한 누나.




    ‘ 리이넨 다이 에실레스 ’











    그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 루시드, 당신은 왜 검을 드는 건가요? ”


    기억나지 않았을때.
    기억하기를 포기했을때.
    이곳에서 행복해지려고 했을때.

    문득 나의 몸에 난 상처를 치유마법으로 치유해주면서 누나가 물었다.




    왜 들었는가.
    기억은 안났지만 어렴풋이 과거에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그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다음 살아남은건 나 혼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검을 들었다.







    만일 이곳에서 행복해진다면
    만일 이곳에서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면
    잃지않기위해
    지켜주기위해

    그래서 검을 들었다.





    “ 지켜주기 위해서, 잃지않기 위해서, 꼭 검을 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















    하지만 난 그런 누나의 생각을 알지 못했다.
    그때 나는 엄청난 우울증과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차라리 내가 죽었더라면.
    차라리 기억이라도 할수 있었더라면, 아주많이 슬퍼하고, 지금보다 더 미안해했을텐데.



    난 혼자 살아남아
    나 혼자 이곳으로 와
    나 혼자 이곳에서 행복해진다.

    죽어버린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생각나지 않는 엄마한테도
    기억나지 않는 아빠한테도
    꿈에서 늘 피를 흘린체 얼굴은 보여주지 않고 울고있는 누나한테도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난 살았잖아






































    그래
    살았으니까……난 이곳에서 행복해질거야



























    “ ……루시드…누나는……안아파… ”





    그때 어렸던 누나는 힘들게 손을 들어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울면서 손을 떨구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아름답게 미소짓던 엄마는 없다. 자상하게 내 머릴 쓰다듬어 주는 아빠도 없다. ……내 곁에 아무도 없다.




























































    어렸던 나는 그 시절 그 곳에서 홀로 자랐다.
    그리고 기억은 묻혀져 버렸다.

















    “ ……누나 ”
    “ 루시드? ”
    “ ……미안해, 내가 지켜주었어야 하는데 정말 미안해 ”















































    그때 나는 진실을 담아,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 놀란듯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미소짓는다.









    “ 루시드, 나는 당신의 친누나가 아니에요 ”
    “ ……그냥 연습해봤어요 ”
    “ 연습이요? ”
    “ 네, 제 누나도 리이넨씨처럼 아름다울거라고 생각하면서요.
    나중에 제 누나가 살아있다면, 제 누나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사과를 할까, 하구요 ”
    “ …에,그렇군요 ”
























    누나는 기억하지 않아도 되
    애써 아픈 기억을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되
    내가 곁에 있어줄게













    언젠간 누나가 생각해줄거라고 믿어도 되지?
















































































    그러니까 지금은 조금 쓸쓸하더라도 견딜게
    이번에 내가 누나를 지켜줄게
    그러니까 내가 엎어지면 누나는 나에게 손을 뻗어줘










    “ 루시드, 또 엎어졌구나? ”
    “ 흐아아앙 ”
    “ 울면 안됀다고 했지? 누나가 손 잡아줄게. 일어나 ”



























































    늘 걸을때 앞섰던 사람
    그리고 이제는 발을 맞추어 걸어갑니다
    이제 행복이 조금 시작되려 해요

























    “ 아? ”

    일어나니 새벽 세시 반이다.
    그리고 밖이 너무 소란스러워…….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에 손을 댄체 밖을 바라보았다.

    “ ……카이? ”

    마족들에게 쫓기고 있다.
    ……지금 여기서 카이를 모르는척 하면 리이넨에게 달려갈수 있어.
    누나를 지켜주러 갈 수 있어.
































    신이시여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해요
    내가 카이를 몰라라 할수 없는거 알면서…….




















    “ 카이, 조금만 버텨!! ”

























































    누나
    누나가 나 기억해 줄거라고 그렇게 믿어도 되지?













































댓글 2

  • [레벨:7]id: 크리스

    2007.10.01 21:27

    리이넨하고 루이넨도 고생이 많았네.
    근데 어렸을 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기억을 잃었지?
    그나저나 이 놈들의 마족이 쳐들어 오는구나.
    게다가 카이는 쫓기고 있고.
    어익후 마족 녀석들, 다 죽었어<
  • [레벨:5]id: 이엔[EN]

    2007.10.05 02:00

    리이넨한테 못가서 뭔일 일어나는거 아닌가 몰러....
    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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