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넨이야기 : 일곱번째장 ( 7-2 ) - 과거②:‘세츠 아일린’
  • 조회 수: 1905, 2008-02-06 05:56:23(2007-09-09)

























  • 고마웠어,그동안.
    사랑하게 해줘서.

















































    내 이름은 세츠 아일린. 금기의 아이라고 한다. 인간과 마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나는 시간을
    거슬러 태어난 아이라고 금기의 아이라고 한다. 그런건 상관없었다. 이미 그런거에 익숙했었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거둔 사람이 있었다. 단지 그는 심심풀이로 나를 거둔거였다.
    그런거 따위 알고 있었다. 그는 상냥한 사람도 아닌걸 알고 있었다.

    후에 알게된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그의 붉은 눈동자를 보았을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마계에서 꽤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던 전투군대의 총사령관 스웨니아 레이니아 였다.
    그의 목뒤까지 오는 노란색의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 너무나도 날카롭고 예리했다.

    나는 그를 싫어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배신할수는 없다. 그를 욕할수는 있지만 배신따위는 할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나를 거두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죽을뻔한 나를 전쟁터에서 살려주었다.

    인간과 마족의 전쟁.
    천족은 방관자. 신은 구경꾼.
    우리는 그들에 의해 놀아나고 있었다.
    인간과 마족이 전쟁을 하고 있을때, 나는 시간을 거슬러 태어났다.
    그런 나를 발견한 마족들이 마족의 피를 더럽혔다며 죽이려 할때 그가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에게 거두어지기보단,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거두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검술을 배우고 나를 컨트롤 하는 법도 배웠다.

    " 니 이름이 세츠 아일린이라고? "
    " 네 "
    " 몇년을 살았어? "
    " 좀 오래. "
    " ……이새끼가 "
    " 그런걸 일일이 기억하나요? "

    나와 그의 성격은 비슷했고, 원래 그래도 나는 욕은 안했지만 그를 통해서 욕을 배웠다.
    나는 성격이 한참 삐뚫어져 있었다. 인간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마족에게도 반감을 가지고 있었
    다. 어찌보면 두 종족 다 나에겐 부모와 같은 종족이지만, 나는 시간을 거슬러 태어났기에 나는 그
    들을 거슬렀다.

    레이니아는 툭하면 나를 데리고 다녔고, 나는 말없이 짜증내며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는 새로운 전투군대에 꼬마아이가 들어왔단 소식에 나를 불렀다.

    " 왜요 "
    " 너 진짜 싸가지 없는거 아냐? "
    " 그거 말고 할말 있을거 아니에요 "
    " 아,진짜…전투군대에 새로 꼬맹이가 들어왔다고 하더라. "
    " 아아, 순수마족인데 어찌나 귀엽던지 라는 그 소문말이죠. "
    " 응, 걔도 데리고 올까? "
    " ……변태 "


    그리고 나는 레이니아에게 있는욕 없는욕 다 듣고 얻어맞았다.
    어차피 내 의견따윈 존중도 안할거면서. 그는 나를 데리고 전투군대를 찾아갔다. 나는 이미 오랜세월
    을 살아왔기에 별로 궁금하다거나 그런 감정따윈 없었다. 기쁜일이 있어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한 400년정도 살았다.

    나는 금기의 아이이기 때문에 앞으로 400년정도 더 살면 나는 죽는다.
    순수 마족은 1000년의 시간을 살지만 나는 금기의 아이이기 때문에 800년이다. 그것도 엄청 오래지만
    .....쨋든 나와 레이리아는 그 아이를 쉽게 찾을수 있었다.

    영문도 모른체 레이리아의 방으로 끌려온 그 아이는 레이리아를 보고 겁이 났는지 울먹거렸다.
    어째 나와 닮은 외모. 레이리아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미간을 좁히며 나를 째려본다. 내가 뭘 어쨌
    다고 저러는건지. 나랑 같은 회색빛의 머리카락에 회색빛의 눈동자.

    " 이름이 뭐야? "
    " 히잉… "
    " 레이리아 얼굴이 무섭긴 무서운가 봐요. "
    " 닥쳐!! "
    " 애 울잖아요. "
    " …… "


    이상하게도 이 아이는 나에게만 매달렸다. 데리고 온건 레이리아인데.
    거두어들인것은 레이리아 인데 이 아이는 자신과 닮은 외모에 나에게 친근감을 느끼는듯 했다.
    결국엔 레이리아가 폭팔하기 직전에 나는 이 아이에게 스스로 이름을 물어보았다.

    " 이름이 어떻게 되? "
    " 세츠 아일린! "
    " …… "


    그 아이의 이름을 듣자마자 나와 레이리아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닥 상관 없었지만, 내 어린시절 판박이에다가 이름까지 똑같아서 였을까. 레이리아의 미간이
    좁혀졌다. 아니, 뭐 나보고 어쩌라고….

    " 야, 너 동생있냐? "
    " 부모가 인간과 마족인데 순수마족을 낳을리가 없잖습니까. "
    " 아아…괜히 데려온거 같아,골치아파 "
    " 어차피 저번에 데려온 루가 있잖아요. "
    " 맞아,루가 있었지! "


    지도 루랑 똑같은 판박이면서 왜 나랑 아일린을 보며 미간을 좁히는 거야?
    루란 아이는 나를 데려온지 얼마 안되었을때, 전쟁터에 나갔다가 어린 마족을 발견했다.
    전쟁터에서 소리없이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한 그는 또 다시 데려왔다.

    루는 거의 낮잠을 자고 먹는거밖에 없어서 루는 늘 방에 있었다. 루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아직 한번도 그녀석의 목소리를 들은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런 그녀석에게 정감이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제 루를 돌보아야 할 책임은 나에게 없는듯 했다.

    아일린이 나에게 들러붙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루 역시 레이리아보단 나를 좋아하는거 같던데.
    불쌍한 레이리아. 거두어들인건 레이리아인데 따르는건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금기의 아이이니.

    레이리아 총사령관은 병신이다.
    나에겐 병신으로 보이지만, 다른 마족들에게도 병신으로 보인다.
    마족의 피를 더럽힌 금기의 아이를 데리고 있고, 아주 어린 마족을 데리고 있으니까.
    금기의 아이를 자신의 호위기사로 임명하고 모두가 보는 가운데에서 드럽다고 잡아주지 않은 내 손
    을 잡아주었다.

    그것도 모잘라 어린 마족 두명을 자신이 친위대로 임명했으니 욕먹어도 싸다.
    내가 생각하기엔 레이리아는 진짜 병신이다. 완전 병신.
    뭐,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역시 우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혼자인게 심심했던 그는 단지 흥미거리를 찾고 있던것 뿐이다.
    그런 그의 심심풀이에 우리 셋은 재수없게 걸린것 뿐이다.

    " 진짜 여기는 맨날 전쟁만 하니 따분하고 싫군 "
    " 저도 아이들 돌보는게 여간 맞지 않습니다만. "
    " 그래서? "
    " 뭐가 그래서에요. "
    " 인간계로 가고 싶어? "
    " 그건 레이리아의 바램이 아닌가요. "

    인간계.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다.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기운이 넘치는 마계보단 낮과밤이 확실히 존재하고 재미있고 볼게 많은 인간계
    가 훨 낫다. 하지만 마계를 떠나면 우리들은 배신자란 과오가 새겨져 늘 쫓겨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강하기야 하지만 그래도 그런건 고달프지 않은가?
    혹시 위험할지도 모르고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따분하다.
    400년을 살은 나는 무얼 해도 따분하지만 인간계로 다시 나가고 싶은것 또한 사실이다.
    아일린은 아직 인간의 나이로 다섯살이고, 루는 여덟살.
    나는 열아홉살 정도.

    뭐, 여기서 더 이상 인간의 나이 먹는것도 느려지고.
    한 이백년은 지나야 인간으로써 나이를 먹을것이다. 인간이 나이로 치면 꽤 빨리 죽는걸려나.
    이백년뒤에 스무살이 되고, 마지막 이백년이 지날때 스물한살.

    너무 빨리 죽는구나. 인간으로 치자면.

    " 레이리아 "
    " 오냐 "
    " 인간계로 가고 싶어요 "
    " 그래? "
    " 하지만 레이리아는요? "
    " 난 뭐든지 재밌는거라면 다 할거야 "
    " 배신자의 과오가 남을지도 몰라요 "
    " 그런거따위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이곳의 총 책임자 총사령관. "


    그래서요? 라고 반문하고 싶지만 레이리아의 성격상 자신의 말을 막으면 무진장 욕할것이다.
    그리고 무진장 때리고 화풀이를 있을때마다 다하겠지. 나는 참고 그의 붉은 눈동자를 보았다.

    " 내가 이들에게 잡힐때 총사령관의 직책을 다시 맡겠다 하면 나는 살수 있어 "
    " 나쁘네요. 끝까지 완전 이기적이야. "
    " 칭찬으로 듣지 "

    결국 나와 레이리아는 인간계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탈출하는 도중 적발되 마왕의 지시로 그들은 우리를 죽이려는듯 했다.
    레이리아도 생각지 못한 결과였는지 그도 당황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는 돌아갈수 없다.
    당분간이라도 좋든 싫든 좀 오랫동안 인간계에 숨어살아야 했다.

    " 레이리아, 루를 부탁할게요! "
    " 네녀석은!! "
    " 아일린을 데리고 갈게요. 나중에 인간계에서 만나요. 아르넨으로 갈거죠!? "
    " 그래, 거기서 보자. "
    " 죽지나 마세요 "
    " 닥쳐!! "


    그렇게 나는 아일린을 데리고 갈라섰고, 레이리아도 루를 데리고 갈라섰다.
    어찌됬든 그나마 레이리아가 조금 사랑한건 루였을테니까. 루는 그를 조금 싫어하는듯 해서 좀 미안
    한 일이었지만, 내가 그 두명을 데리고 도망갈수 있는 노릇은 아니었다.
    저렇게 우리를 죽이려고 악착같이 따라오는데.





    그렇게 우역곡절 끝에 나와 아일린은 아르넨에 도착했다.
    차원의 문을 열어 아르넨으로 떨어졌을때 나와 아일린은 한 녀석의 몸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 우앗!! "
    " 어이,인간. 괜찮냐? "
    " 뭐야!! "

    굉장히 어린 남자아이 였다. 일곱살의 어린 남자 아이.
    그때가 나와 이루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나와 아일린이 마족이란걸 처음으로 들킨 첫인간이기도
    했었다. 어찌됬든 이 꼬마녀석은 꽤나 건방져 우리가 마족인걸 꼬투리 잡고 협박했다.

    " 여기 입학하려고? 미안하지만 마족은 안되거든? "
    " 그러니까 너만 입다물면 되는 일이라고 "
    " 성력도 없으면서!! "
    " 마족이라고 성력없는거 아니다? "
    " 말도안돼!! "


    어떻게 해서든 그 녀석은 나를 입학시키지 못하게 하려는듯 했다.

    " 하지만 네녀석 이백년에 한번씩 나이 먹는다며 "
    " 아, 원래 19년동안은 열아홉살씩 먹었는데 그 뒤로 몇백년이 지나도 성장이 안되더라 "
    " 그럼 이백년에 한번씩 나이 먹는것도 확실하지 않단거네? "
    " 당연하지. 나는 순수마족이 아니라서 말이지. "
    " 잡종이구나,잡종 "
    " 이 꼬맹이 말버릇 하면 봐라? "

    이루는 내가 마족인걸 신경쓰지 않고 마구 개겼다.

    " 내가 입다문다 해도 니가 나이를 먹지 않으면 금새 마족인거 들킬거라고 "
    " 외관정도야 모습을 바꿀수는 있어. 내가 너보다 두살 더 위니까 아홉살로. "
    " …… "


    결국 나는 어영부영 아르넨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이곳에 레이리아와 루는 보이지 않았다. 오겠지,오겠지 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아일린은 다섯살의 나이로 이곳에 입학했고, 나는 아홉살의 나이로 입학했다.
    마족의 기운은 봉인해버렸다.

    " 이거 내가 만든건데, 이 피어싱 빼면은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니까 절대 빼지마 "
    " 오호, 너 나 좋아하냐? "
    " 닥쳐,병신아!! "
    " 이새끼가 진짜!! "


    나와 그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아일린 역시 이루를 잘 따랐다. 우리 세사람은 행복했다.
    그러다가 유안이란 녀석을 알게 되면서 루시드란 녀석을 알게 되었다.
    루시드를 보았을때 놀랐다.

    레이리아는 없고 루가 루시드의 품에 안겨 있었기 때문에.
    루도 아홉살로 변한 나를 알아보고는 기뻐했다. 물론 표정엔 변화가 없었지만 말이다.
    루에게 레이리아에 대해 물어보아도 루는 대답하지 않았다.
    분명 루는 레이리아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나와 아일린의 정체를 유안이란 녀석도 알게 되버렸다.
    그래서 원래 알고 있던 이루를 째려보며 추궁했지만 이루는 끝까지 자기가 말한게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정말이었다. 유안이란 녀석은 어렸을때부터 영특해서 내가 모습을 변화한것까지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나와 아일린에게서 인간이 기운이 그닥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녀석이 우리들의 정체를 불 녀석은 아닌거 같기에 그다지 화를 내진 않았다.
    오히려 억울하다고 화낸건 이루였지만, 우리들은 그런 이루를 무시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딱 한번 슬픈일이 일어났다.

    늘 야,유안 이라고 부르던 이루도 딱 한번 유안을 선배라고 불렀다.
    그리고 아일린은 내 곁에서 사라졌고, 대신에 유안덕택에 내 몸에 붙어 살게 되었다.
    이루는 그때 나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시 사이는 좋아졌다.
















    " 세츠,나는 이럴려고 이곳에 온게 아니야… "
    " 아일린? "


    갑자기 어느날 아일린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때가 아일린이 인간의 나이로 일곱살때. 아마도
    검에 피를 묻히는게 싫었었나 보다. 전쟁만 하는 마계에 있는것도 아닌, 평화롭다고 들었던 인간계
    에서 검에 피를 묻히니 놀랐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일에 놀라지 않았다.

    우리가 검에 피를 묻히는 이유.
    이유는 모른다. 단지 위에서 시키는 일을 유안이 들어, 유안이 우리들에게 전달시킬 뿐이었다.
    그 위가 누구냐고 유안에게 물어도 유안은 대답해 주지 않는다.

    " 신은……우리를 버린거나 다름없어,세츠 "
    " 아일린? "
    " 우리는…거기서 지내면 안되는 거였어? 나는 모두가 있는 그곳이 좋은데,여기는 혼자잖아… "

    아아.
    아일린은 검에 단순히 피를 묻혀서 싫어하는게 아니었다.
    단지 마계에서의 일이 생각나는듯 했다. 이 아이는 나와 달리 순수한 마족이다.
    나는 금기의 아이. 다른 녀석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욕먹을때, 이 아이는 자신의 귀여움으로 설령
    감정없는 마족들이었다해도 어느정도 귀여움을 받았을 것이다.

    성인 마족들은 대부분 감정을 통제할수 있으니까.
    나 역시 성인 마족들에 속하지만 별다른 감흥을 느낄수 없다.

    " 하아…하아… "

    아일린이 이상하다.

    " 왜 그래,아일린!? "
    " 세츠…나……나… "
    " 아일린!? "


    아침에 잠깐 미열이 있는거 같았는데, 열이 갑자기 팍 오르기 시작했다. 온 몸엔 땀이 비오듯이 흘
    러내렸다. 아일린의 이름을 불러도 아일린은 더 이상 대답도 하지 않고 가쁜숨만 몰아쉬었다.
    이상하다. 이런건 처음보는데.

    " 아일린!! "
    " 세츠…… "


    그리고 아일린의 의식이 끊겼다.
    동시에 바닥에 쓰러진 아일린의 몸이 공중으로 약간 떠오르나 싶더니 이곳에 와서 한동안 보지 못했
    던 마족의 날개를 보았다. 어린아이의 몸에 맞지 않게 아주 큰 검은 날개. 그 검은날개가 활짝 펴지
    면서 숲 위로 뻗어나갔다.

    " 이 날개를 보면!! "


    이 날개를 만일 다른 녀석들이 본다면 당연 우리가 마족인걸 눈치챌게 분명했다.
    어떻게해서든 아일린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만, 아일린이 눈을 떴을때 보인 눈은…인간의 눈동자가
    아닌,마족의 눈동자였다.

    " ……폭주? "

    왜 갑자기 폭주한거지?
    그리고 아일린은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으로 한번도 공격하지 않았던 날 공격하기 시작했다.
    난 아일린의 검을 막기위해 검을 소환했지만, 마족으로서 폭주한 그녀석의 힘은 강대했다. 어린마족
    이라 해도 깔볼 상대가 아니었다.

    적어도 마계에 있을때 이 아이는 전투군대에 입성할만큼의 실력과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틀렸다. 나는 이 아이를 멈출수 없다. 우리가 마족인걸 눈치채일게 분명했다.
    하지만 인간들을 죽게 내버려 둘수 없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해서든지 멈춰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 세츠!! "
    " 이루!? 오지마!! "
    " 세츠,아일린을 죽일거야. 알아들어? "
    " ……넌 꼬맹이잖아!! "


    고작 이루의 나이는 아홉살이었다.
    지금 내 몸은 열한살의 어린 몸. 아일린은 마족으로써 폭주중.
    결론은 하나다. 내가 스스로 내 힘을 끌어내는수밖에 없다.

    " 이루 "
    " 어? "
    " 그래도 너는 미래에 호위기사 맡을정도로 어린아이 답지 않은 실력이니까… "
    " 으응 "
    " 맡겨도 되겠지? "
    " 뭘? "
    " 아일린의 시선을 끌어줘. 너 죽지 않게 할테니까 "
    " ……알았어! "


    인간은 죽게 하지 않아.
    인간은 내 가족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리고 저 녀석은 친구니까.
    그러니까 난 절대 나때문에 인간을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 그러니 날 믿어.

    난 외관의 모습을 바꿔 열아홉살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이루가 주었던 푸른색의 십자가 피어싱을 만지작 거렸다.

    " 야,그거 빼지 말라 했잖아!! "
    " ……난 지금 강하게 널 뇌리속에 박고 있으니까 기억할거야 "
    " 야!! "
    " 싸움에 집중해,이루 "


    난 이 검으로 아일린을 죽여야 한다. 어쩔수없다. 폭주하는 법을 막을수 있는 방법을 모르니까.
    그렇다고 여기 아르넨을 박살낼수는 없는거잖아.

    어차피 누군가에게 죽을 운명이라면, 나에게 죽는것도 편할거야…아일린.



    그리고 십자가 피어싱을 빼려는 동시에 이루녀석이 아일린을 찔렀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어린나이로써 누군가를 죽이는걸 그렇게 쉽게 할수 있는거지?
    또…마족으로써 폭주한 아일린을 어떻게?

    이루의 교복에 아일린의 피가 튀겼고, 아일린은 맥 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일린의 그 크고 검은 날개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아일린은 미동이 없었다. 진짜다.
    진짜로 그 아이가 죽었다.

    " ……이루,괜찮아? "
    " 세…세츠…… "
    " 이리와 "

    무섭나보다.
    순간적이었나보다. 그렇게 저 아이에게 내가 소중했던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에겐 아일린도 소중하고 이 아이도 소중하다. 하지만 저 아이의 소중함이 나를 지킨거나 다름
    없었다. 솔직히 날 봉인하고 있는 이 피어싱을 뺀다해도 저 아이를 기억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난 저 아이를 안아주었다.
    열아홉살의 성인몸으로 난 저 어린남자아이를 처음으로 껴안아주었다.
    한번도 누군가를 안아준적이 없었다. 한번도 나를 안아준적이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난 금기의 아이라 더럽다고 천대받았으니까.
    이루는 무서운지 내 품에서 한참을 떨다 검을 떨어트리곤 어린아이답게 울음을 터뜨렸다.

    이상하게도 난 아일린이 죽었는데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는 이 아이를 보며 미소밖에 지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난 이루를 통해 여러가지의 감정중 하나를 배웠다.

    " 여기서 마의 기운이 순간 퍼졌다가 순간 사라져서 혹시나 했었는데… "
    " 유안 "

    숨을 헐떡이며 그가 나타났다.
    그때였다. 한참을 울음을 터뜨리던 이루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서 유안을 보며 소리쳤다.

    " 유안,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 "
    " 용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지? "


    그의 말대로다.
    그는 잘못한게 없다. 괜히 이루는 저 자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알면서도 방관한다. 그리고 이루 역시 그가 잘못한건 없단걸 알고 있다.
    우리들의 검에 피를 묻힌것? 그것은 유안은 잘못없다.
    윗대가리가 시킨 일이니 어쩔수 없는 일.

    " 검에 피를 묻힌 일을 말하는건가?
    물론 너희를 윗대가리에게 소개시켜준건 나야. 하지만, 그 일을 하겠다고 선택한건 너희들이었어 "
    " 뭐라고!? "
    " 뭐,일종의 내가 너희를 조금 시험한거나 다름없었어 "

    시험.
    마족과 인간이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며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사나 였나.
    그러고보니 유안은 아일린이 폭주할걸 알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우리들의 검에 피를 묻힌거였고, 그래서 이루는 쉽게 아일린을 찔렀던 거였다.
    어찌보면 그에게 감사해야할 일.

    " 방금 일에 대해 후회하며 사는것보다 조금은 다른 녀석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일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그래? "
    " 닥쳐!! 우리는 당신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어!! "
    " 말은 바로 해야지. 너희는 처음부터 나를 믿지 않았지. 안그래? "

    하지만 후에 우리는 그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일린을 내 몸에 옮겨주었다. 그건 금기의 술법이었지만, 내가 금기의 아이이고, 아일
    린과 여러 공통점이 많아 그 금기의 술법을 쉽게 쓸수 있었다고 한다.












    이곳생활은 즐겁다.
    언제까지나 이 평화가 계속될리 없다는건 알고 있다.
    나는 마계에서 살던 마족이고, 또 마족이 아르넨을 노리고 있단것 또한 알고 있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만이라도 이곳에 있고 싶다.
    이 아이 곁에 남고 싶다.










    후에 내가 열일곱살로 외관이 성장되었을때.
    나는 Red부장이란 직책을 떠맡았다. 기사단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었다.
    어찌됬든 대표로 아르넨을 지키는 세명의 부장중 한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한명의 호위
    기사가 생겼다.

    나는 삐뚫어지고 못돼처먹은 성격때문에 아직 모두하고 사이가 좋은건 아니었다.
    그래도 근래에는 이루 덕택에 내 성격도 한뜻 나아지고, 모두하고 이야기도 하기 시작했다.
    모두와 거의 친해진 다음 나는 부장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호위기사를 만났다.

    " 니가 앞으로 나와 아일린을 제대로 보호하고 호위할 가신이란 말이지? "
    " 제 이름은 라퀼 챠이렌 리크로이드 라고 합니다,세츠님 "
    " 아아, 님이란거 붙일거 없어. 그냥 세츠라고 불러줘 "
    " …… "


    원래 가신과 주군이 만나면 맨 처음 밝아야 할 절차가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거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난 가신따위가 지켜주지 않아도 강했고, 나를 위해 희생한다는 그런 내용의 서약도 웃기기
    때문이었다. 난 그래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려 했다.

    하지만 저 녀석이 이상하단 얼굴로 나를 계속 빤히 주시하는 바람에 난 그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하지만 그는 내가 신경질을 부려도 절대 화를 내지 않았다. 다른 녀석들 같으면 무지막지하게 화를
    내서 단체로 날 밟을 기세로 왔었을텐데.

    " 저,세츠? "
    " 또 뭐 "
    " 기사의 서약…안하나요? "


    역시나.

    " 아아. 가신은 어떠한 상황이든간에 주군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그런 미친서약? "
    " ……하? "
    " 됐어,안해. 그딴 미친서약을 누가 하냐 "


    미친서약이라고 해도 다를게 없다.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거고, 남을 위해 희생할만큼 가신의 목숨은 하찮단 건가?
    하지만 그는 기사로써의 긍지를 가졌었던지 내 말에 약간 나를 안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긴,
    저녀석에게 보면 미친서약이 아닌 성스러운 서약인거겠지.

    그는 처음보는 나에게 다소 황당함과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척보면 척이다.

    " 그런건 말이야, 성스러운 서약이 아니야. 라퀼. 아니면…너도 미친건가? 큭큭 "


    어이쿠, 이런말 하려는게 아니었는데.
    결국엔 그가 짜증을 내려하자, 난 그의 기운을 읽고선 다급히 입을 열었다.

    " 난 말이지, 나를 위해서 누군가가 지 목숨 버리는거 싫거든.
    그러니까 너도 그중 한사람이 되지 말고, 나랑 약속하나 하는게 어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보호하거나 호위하는건 괜찮아. 단,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리겠다는 둥 그런
    개 미친소릴 지껄이면 너는 나한테 먼저 죽는거야. 알아들었지?
    주군의 명령이니 가신은 잘 받들도록 해라. "


    그리고 그는 나의 말에 다소 나에게 흥미를 느꼈던것 같다.
    그는 언제나 늘 내곁에 있어주었다. 아플때나(그런적은 별로 없었다), 조금은 괴로울때나, 이루랑
    싸워서 화해할 방법을 모를때나. 그는 나에 곁에 있어주었다.

    한번도 내 곁을 떠난적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서도 나는 감정을 배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
    난 내가 지켜주어야 할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이루도 있고, 유안도 있고, 루시드도 있고, 루도 있고, 라퀼도 있고….




    하지만 그러기엔 나는 너무나 약했다.
    스스로 강하다고 오만했었다. 모든걸…모든걸 지킬수 있다고 생각했었던 나의 안이함.
    나의 안이함은 결국 나를 파멸에 이르게 했다.


















    " 세츠? 전쟁 시작이랍니다. 얼른 일어나세요. "
    " 아…시리오스 "
    " 다큰녀석이 자면서 눈물을 흘리냐? 어이가 없군 "
    " 레이리아님… "


    방금 무슨 꿈을 꾼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굉장히 평화롭고 행복했던거 같았는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리오스가 건네주는 검은 망토를 몸에 둘렀다. 제법 위엄이 느껴진다.
    드디어 전쟁 시작이구나.

    알수없는 마음이 나를 휘감는다.
    이루, 그 아이는 어떤 얼굴로 나를 바라볼까.
    나만 소중한 사람의 얼굴을 보는게 겁나는게 아니다. 분명 시리오스도 겠지.

    " 시리오스,두렵나? "
    " 아니오. 전 괜찮습니다. 세츠야말로… "
    " 난 다 추스렸다. 게다가, 기억은 안나지만 기분좋은 꿈을 꾼거 같아서 마음이 가벼워 "
    " ……그래요,그랬군요 "


    나의 말에 시리오스는 약간의 미소를 짓는다.
    이루, 전쟁 시작이란다. 난 널 찾아갈거라 생각되.
    나는 너를 죽이려 하겠지만 결국엔 죽이지 못할거라 생각한다.
    망설이는 나를, 너는 죽이겠지.


    이유는 모르지만 나는 너를 많이 실망시켜서 였을수도 있겠구나…








    -------------------------------------------------------------------------------------------





    다음편은
    루시드랑 레이리아랑 루의 만남편이고
    그다음부터는 학생들.

댓글 6

  • [레벨:7]id: 크리스

    2007.09.10 20:20

    오홋, 내가 일빠다<
    녀석, 어릴때부터 성격이 그 모양이었던 거냐<
    아니, 레이리아한테 옮은건가?<
    어릴때부터 그런말을 듣고 하면은 커가면서 그렇게 된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어<
    역시 어릴때부터 잘해야 하는구나.<
  • 이엔

    2007.09.10 21:00

    그래, 몹시 삐뚤어졌군...
    세츠랑 시리오스랑 둘다 갈등을 겪고 말거야,
    종국엔 -_-!
  • 세츠군z

    2007.09.10 21:03

    ↑ㅁㅊ새끼
  • 체리 보이 삼장♡

    2007.09.10 22:26

    .........세츠랑시리오스랑 비교하지마세여!!
    우리발도재씨가 얼마나 좋은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시야솔직히말해서 내가원하던 시리오스는 이런시리오스가 아니야.............
  • 리이넨

    2007.09.15 18:49

    꺄악>ㅅ<;; 이제서야 봤네요
    개학하고 나서 여러가지로 바빠서 컴퓨터를 못했었거든요
    지금도 살짝 들어온거.....OTL.....
    거기다가 건강도 다시 나빠져서(한숨)
    아니 , 그보다 세츠씨는 원래 그랬던거군요. 아니면 레이리아씨를 닮아가서.....;;
    시리오스씨도 사실은 돌아가고싶은거로군요.
  • [레벨:8]id: 가리*

    2007.09.21 19:19

    .....레이니아 라길래 누군가 했네 오타
    피어싱.. 팔계 생각난다 최유기의 ㄱ-
    잘읽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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