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넨이야기 : 여섯번째장 ( 6-5 ) - 젖어버린 일기장
  • 조회 수: 1665, 2010-07-13 11:58:06(2007-09-05)

















  • 그대란 사람은
    생각하는 것만으로
    심장이 뛰게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넘치는 행복을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대란 사람은
    생각하는 것만으로
    심장을 아프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눈물이 흐르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태연한척 웃어볼수록
    슬픔이 벅차게 하는 사람입니다.




















































    문득 이곳 어둠에 파묻혀 있을때, 이 어둠에 혼자 파묻혀 있을때 가끔은 너가 생각난다. 나는 아주
    못됀 사람이다. 한편으론 너를 좋아했고 너를 사랑했으며, 한편으론 너에게 사랑받았다. 그렇지만,
    나는 너의 그 사랑을 배반했다. 배신으로 너에게 씻을수 없는 나쁜 기억과 아픔을 주고 말았다. 하
    지만 나는 너 혼자만 그런 나쁜 기억을 가진게 아니라고, 너 혼자만 아픔을 가진게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다.

    왜냐하면 이미 나도 똑같이 나쁜 기억을 가졌고, 똑같이 상처받았기 때문이다.
    너가 인간인 이상, 내가 마족인 이상 어차피 언젠간 벌어졌어야 할 일이다. 다만, 그 시간이 조금
    아주 조금 늦춰진것 뿐이었다. 나는 정말로 너를 좋아했고 사랑했다. 그래서 갈등도 많이했다.

    너에겐 늘 좋은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늘 나쁜모습으로 낙인찍혔어도 너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니 곁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인간이고 싶었다.

    나는 왜 마족이어야 했던 걸까.
    나는 왜 인간이지 못했던 걸까.


    너랑 있으면 입가엔 늘 웃음이 번졌다.
    모두가 그 웃음이 가식적인 웃음이라고 손가락질 한다해도 나는 진짜로 웃음지었다고 말할수 있다.
    너에 대한 사랑과 너에 대한 기억, 그리고 나의 웃음은 진짜라고 결백하다고 말할수 있다.

    정말로 너랑 있으면 시간가는줄 몰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와 함께할 날이 얼마남지 않았단 그 생각에 기분이 우울했다.
    그렇지만 그 날이 오기전까지 만이라도 너를 웃게 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끝엔 나는 너를 울려버렸다.
    애써 태연한척 하며 너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때 너는 울고 있었다.
    나는 태연한척 웃고 있었지만, 뒤돌아서자마자 울어버렸다.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마족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죽는다는게 얼마나 아픈일인지도 몰랐고, 두려움도, 겁도, 무서움도 없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던 나는 너에게 너의 감정을 나누어 받았다.

    내가 이렇게 아플수 있던 것도 다 너 덕택이다.
    다만, 이 감정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던것 또한 사실이다.
    언젠가 이런날이 올줄 알았지만, 정말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다.



    늘 같이 있고 싶었다.
    그것은 나의 진심이다.



    852년 11월 20일 ‘에퀴드 시리오스 샤엘리아’








    아직 첫눈이 내리지 않았다.
    날씨는 충분히 추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눈한번 내리지 않았다. 다만, 하늘만 우중충할 뿐이었다.
    내일이면 눈이 오겠지, 그다음날이면 눈이 쌓였겠지, 늘 그런 생각만 한다.
    카넨이 그런다. 나는 너무 어린애 같다고.

    정말 나는 카넨말데로 어린애 같았으면 좋겠다.
    행동이 어린애 같을 뿐이지 실상 그렇지도 않다. 아직 시리오스가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루는 정말 강하다고 생각한다. 세츠를 죽인다고 했으니까.
    카넨 역시 이루를 칭찬했다. 보통 인간에겐 그런 강인함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너 역시 충분히 그런 강인함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라고 묻자,
    카넨은 자신의 감정이 아직 덜 모였기 때문에 그런 강인함을 가지고 있는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것이 진짜 강인함인 걸까.
    나는 모르겠다. 후일, 나는 시리오스를 만나게 될것이다.
    시리오스는 아마 알고 있지 않을까. 내가 아르넨의 주인이라는걸.
    그렇기에 그는 나를 찾아올것이다. 죽이기 위해서.

    하지만 나는 시리오스를 죽이지 않는다.
    카넨이 내 곁에 서서 그를 대신 죽여줄것이다.
    나 대신에 자신의 손에, 자신의 검에 그의 피를 묻힐것이다.
    나는 단지 카넨의 곁에 서서 시리오스의 죽음만을 바라보면 될것이다.

    하기싫은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시리오스와의 만남을 피하고 싶은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카넨은 그곳에서만은 도망치지 말라고 한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왜 단 두개의 정답밖에 없는걸까.
    생(生) 과 사(死)…….

    너무나도 슬프다.
    무엇이 그리 슬프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생과 사밖에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살리고 싶어도 살려서는 안된다.
    상대방을 살린다는 이야기는 내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네이회장처럼 나는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고 능력있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네이회장은 나를 믿는다. 그는 나를 대신했던것을 명예와 긍지로 여긴다.
    그렇기에 나는 모두의 희생을 짊어지고, 모두의 기대를 짊어지고 아르넨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나는 시리오스를 죽여야한다.
    그래서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



    852년 11월 23일 ‘시온 라이즈’











    나에겐 어린 공주님이 한분 있다.
    그녀는 너무나도 귀여운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나에겐 그녀밖에 없고, 그녀에겐 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모든 준비가 다 되어있다.

    나중에 그녀에게 아픔을 주게 되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 아픔을 잘 견딜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은 그녀덕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내가 죽어도, 내가 사라져도, 이 세상에 잘 남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그래도 그녀를 두고 먼저 떠난다는건 조금은 버거운 현실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연약하디 연약한 그녀를 지킬것이다.

    마지막엔 그녀에게 못된 모습일려나.
    그녀는 분명 자신을 위해 나를 희생하지 말라고 그런적이 있다.
    가끔 그녀의 예리함에 움찔움찔 거리지만, 어쩔수 없는일이 아닌가.

    저마다 소중한 사람이 있듯이, 나에게도 그녀가 소중한 사람이다.
    그리고 저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듯이, 나도 소중한 그녀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만일 우리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이런 슬픈일은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기에, 지금이 현실이기에 나는 담담하다.

    이제 곧 있으면 12월달인데, 아직 한번도 눈이 내리지 않는다.
    적어도 그녀와 함께 눈을 보고 싶었는데, 그건 무리일까?

    …….
    그녀 혼자 눈을 맞게 하기는 싫다.
    지금 이 일기를 쓰는 도중에도 눈가에 눈물이 맺혀 앞이 흐릿해진다.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곧 있으면 죽어버린다는게.

    그래서 두번다시 이곳 땅을 밟지도 못하고, 눈을 감아버린다는게.
    너무나도 슬프다. 너무나도 두렵다.
    실로 죽는다는게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면 나는 최고의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게 무섭지 않다고 말할것이다.

    그녀를 안심시킬수 있는 최대의 방법일테니.
    그녀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의 양을 최대한 줄일수 있을테니.



    신이시여,
    당신이 진정 존재하신다면 한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그렇다면 저는 죽는 그 순간에도 우리들의 운명을 이렇게 정해버린 당신을 원망하진 않을것을
    맹세합니다.
    신이시여,
    부디 제가 그녀를 지킬수 있도록 보호하여 주시옵소서.
    제가 그녀를 지키고 편히 눈감을수 있도록 곁에 계셔주시옵소서.

    저는 지금 이 인생을 후회하지는 않사옵니다.
    허나, 그녀를 두고갈 저를 생각하니 너무나도 불안하고 욕이 나옵니다.
    그러니 신이시여,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을 거두어 주십시오.
    대신의 저의 목숨만을 거두어 가십시오.

    절대 그녀의 목숨에 손을 대지 말아주시옵소서.
    그녀의 목숨 대신에 저의 영혼을 바치옵나이다.

    제발 원컨데 부탁드리옵니다,신이시여.
    우리들을 이렇게 만든건 어둠만 존재하는 카오스에서 땅과 하늘을 창조하고
    저희 모든 생물을 창조하신 당신이 벌인일이니, 저의 미천한 소원하나 들어주신다고 당신께 해가
    되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되옵나이다.

    신이시여,
    정녕 당신이 존재하신다면.
    정녕 당신이 위대한 힘을 가진 신이라는 존재라 한다면, 저의 소원을 들어주시옵소서.


    852년 11월 25일 ‘유안 후유코 D 류드베키아’




    나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 여자아이 입니다.
    어느날 누군가가 저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다면 저는 아마도 그때 세상에 없겠지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을것이고, 푸르른 하늘 아래 서있지도 않겠지요.

    아마도 나는 죽었겠지요.
    만일 살아있다면, 내가 나의 일기장을 아무렇게나 보관하고 있지는 않을터이니.
    조금 있으면 전쟁이 일어납니다.
    저의 이름은 ‘유쿠 하루코 D 류드베키아’라고 합니다.

    나는 이곳 아르넨에서 10년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동료들과도 10년을 함께 해 왔습니다.
    저는 처음에 혼자였습니다. 하지만 얼떨결에 이곳에 들어와서 저의 단 하나뿐인 핏줄을 찾았습니다.
    나는 그를 사랑합니다. 어리고 어린 나는 그에게만 기대왔습니다.

    그도 나의 기대임을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다렸단듯이 안겨버린 나의 등을 토닥거려주기도 하고,
    어렸을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칭얼거릴때는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은 너무나도 친절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곧 있으면 나는 그 사람과 영영 헤어지게 됩니다.
    10년만에 나는 다시 이곳에 혼자 설지도 모릅니다. 혼자 또 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천둥번개가 칠때 무서우면 누구를 불러야 하지요?
    귀신이야기가 생각나 무서워 잠이 안오면 누구를 끌어안아야 하지요?

    누군가의 품에 안기고 싶을때 나는 누구를 찾아가야 하나요?



    그 사람이 곧 사라집니다.
    그 사람은 저를 내버려두고 죽으러 갈겁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걸 원하지 않습니다.

    왜 나같은 것 때문에 그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려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싫습니다.
    나를 지킨다는 명목 하나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나를 혼자로 만든다는게 너무나 싫습니다.
    왜 나는 누군가에게 보호만 받아야 하는가요?
    나는 왜 다른 누군가를 지킬수 없는 건가요? ……너무나도 싫습니다.

    그가 죽는다면 나 역시 따라 죽을 겁니다.
    그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어버리는 일이 되겠지만, 그가 없는 세상은 싫습니다.
    그가 없는 세상은 너무나도 두려운 세상입니다.

    그 사람이 사라져버린다면 나는 매일매일 울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나는 그 사람을 따라갈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하더라도 돌이킬수 없는 일입니다.
    분명 그는 나를 지키다가 죽을것이고, 저는 슬퍼하다가 죽을것입니다.
    비극적인 결말.

    참으로 슬픕니다.
    너무나도 슬픕니다.


    이 일기장을 보게될 어느 누군가여,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곁에 있어주세요.
    우리들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 말아주세요.


    852년 11월 26일 ‘유쿠 하루코 D 류드베키아’





    세상을 몰랐을때, 말을 하지 못했을때, 계속 내 곁에 있어주었던건 그 사람이었다.
    지금은 선도부인 사람. 말이 없고 쿨한 성격이지만, 그 사람은 늘 나에게 신경써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나를 아르넨에서 빼내준다고 했을때 솔직히 기뻤다.
    나 혼자서 도망칠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그렇게 무서워하던 죽음에서도 빠져나올수 있었고,
    모두의 죽음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됬으니까.
    그러면 약해져 버린 나는 다시 강해질거라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그건 비겁한 변명에 불과했다.

    나는 다시 내 마음과 몸을 추스리기로 결심했다.
    이런식으로 아르넨을 떠나 내 목숨을 연장시킨다는건 너무나 한심한 짓이다.
    모두랑 함께했다,10년을.

    그 10년을 등지고서 도망간다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카넨이 소개시켜준 세리아에게 가서 그곳에서 홀로 수련에 임했다.
    모두의 얼굴을 보지 않자 모두의 죽음을 보지 않을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한때 모두의 죽음을 거짓으로 바꾸기 위해 그들의 미래에 개입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일이다. 신이 정한 길이다. 신이 정한 길을, 보통 인간이 바꾸려 한다면 신은
    분노하실것이다. 신이 진짜 존재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른다. 내 눈으론 본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신이란 정말 존재한다고. 그렇기에 살아간다.
    그렇기에 나는 모두에게 최대한 할수 있는 모든걸 해주려 한다.
    죽음? 그런건 더 이상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고통과 시련을 뛰어넘어 행복을 만났고, 행복을 만나 죽음을 뛰어넘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괴로워하지도 않고 좌절하지도 않는다.

    세리아씨의 말을 가슴깊이 새길것이다.
    나는 언젠간 이런 날이 올것을 짐작했었다. 아르넨을 살리기 위해선 모두가 희생을 해야한다.
    그렇기에 나는 도망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모두를 살리지 않을것이다.

    모두에게 죽음을 줘버리겠지만, 어떻게 죽는지 알면서도 모르는척 넘기겠지만.....
    나는 그들을 죽여버린 장본인은 아니더라도, 죽는 일을 제공했으니 죄인은 될것이다.
    그렇지만 나도 죽는다.

    나는 나를 돌보아주고 사랑해주던 쿄우를 위해서 죽을 것이다.
    나의 능력은 예언. 전투엔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런일 전에는 내 능력은 잘 나타나
    지도 않았다. 불우안 일들만 예언했다. 그래서 모두들 나를 피했었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마음을 굳게 닫아버렸다. 그래서 나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루시드가 데리고 다녔던 루와 똑같았을것이다.

    그런 내가 말문을 트게 된것은 나의 가족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아주 좋은 사람인 쿄우 덕이다.
    그리고 쿄우의 옆에서 같이 나를 데리고 다녀주었던 전전 선대회장과 리진 덕분이다.
    리진은 이루가 지켜줄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쿄우를 지킨다.



    어쨋든 살아남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그런 무의미한 전쟁이다.
    승패가 갈라지지 않는 무의미한 전쟁이다. 어느 하나 살아남는 사람없는 그런 슬픈 전쟁.
    어차피 다들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내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다.
    여태 아무것도 보답하지 못했던 나는 그 사람을 위해 내 목숨을 희생할것을 선택한다.
    조금은 행복한 선택이려나.


    852년 11월 27일 ‘키엔 아이루스’





    눈은 오지 않고 하늘은 우중충하다. 먹구름만 잔뜩 끼어 괜히 기분까지 우울해질 정도이다.
    그 녀석은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 되고 신경쓰인다. 여기서도 너무나도 힘들어하던 녀석인데…
    잘 지내고 있을까? 카넨이라면, 분명 좋은 곳으로 보냈을거라 믿는다.
    그는 총명하기에 그라면 믿을수 있다.

    원래 그렇게 약한 아이가 아니었는데 그 아이를 약하게 만들었던건 우리들이었겠지.
    왜 갑자기 그녀석의 능력이 폭주해버린 걸까. 한번도 그런일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우리들의 죽음을
    봐버리는 거였을까.

    두려웠겠지. 무서웠겠지.
    너무나도 슬펐겠지.

    죽는다는건 인간에겐 가장 공포스러운 마지막이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는것 뿐이다. 다시 자연의 품에 안기는것 뿐이다.
    죽는 그 당시 고통은 어마어마 하겠지. 두려움이 엄습해오겠지. 하지만 그것이 우리들의 마지막이다.
    그렇기에 나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것이다.

    얼마전 나는 그녀석에게 아르넨에서 빼내어준다고 했다.
    그렇게만 한다면 다시 그녀석은 웃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힘들어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뜻데로 되지 않았다.

    내 말을 들으면 그 녀석이 무지 행복하고 기뻐해할거라 생각했는데 정반대였다.
    오히려 내 말에 더 울었다. 그리고 우울해했다. 난 나 스스로 그녀석을 파괴하려 했던걸까.
    나라면 그녀석의 모든걸 다 알고, 모든걸 이해할거라 생각했다.
    그녀석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다 알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나는 그녀석이 아르넨을 벗어나길 원하는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 오만이었다. 절대 아니었다.

    카넨이 나한테 어느날 그랬었다.
    나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석은 무지 행복한 존재라고.
    하지만, 나는 사랑을 주는대신 지나치는게 하나 있다고.
    내가 그 아이의 모든걸 알고 있다는 착각. 그걸 버리라고.
    그녀석이 원하던건 우리들의 죽음을 피하는 방법이었다 라고 말했다.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녀석일까.



    다 안다고 오만했다.
    내 말은 정답일거란 확신을 가졌었다.
    하지만 다 틀렸다.

    그저 내가 가장 확신하는건 내가 그녀석을 사랑한다는것 외에는 없다.


    852년 11월 28일 ‘카나시이 쿄우’



    어렸을때 나는 쭈욱 이곳에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매우 슬픈과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반
    강제적으로 이곳에 끌려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나는 단순히 우연히 이곳으로 들어온것 뿐이었다. 그
    때 나는 아무런 슬픔도 겪지 않았었고, 그저 새로운곳에 들어온다는 그런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아주
    순수한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매우 활발했다.
    10년전 이곳에 들어왔을때, 아마도 굉장히 활발하고 잘 뛰어놀았던건 나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과 비슷하게 모두의 얼굴엔 그늘만이 져있었고, 한번도 웃는모습을 본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난 전전선대회장과 늘 함께하면서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나는 이곳이 너무 따분하다고, 그러자 선대회장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왜그러냐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어보았다. 그러면 나는 활짝 웃으며 모두들 슬퍼보인다고 대답했다.

    늘 나의 똑같은 말만 듣던 선대회장이 하루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나에게 한가지 제의를했다.
    나보고 저 아이들을 웃게 만들라는 거였다. 모두들 활짝 웃을수 있게 내가 그들의 상처를 감싸주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어려워하는 나에게 회장은 어려워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었고, 그뒤 나는 모두에게 한걸음씩 다가갔다.

    볼때마다 인사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손도 잡고 같이 달리기도 하고 숨박꼭질같은 재미있는 놀이들도 알려주었다.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어색하긴 했어도 조금씩 모두들 웃고 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후 다들 나와같이 활기찬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중,나는 쿄우와 가장 친했었다. 그 아이의 아름다움에 은근히 반해있었던 것이다.
    아름다운걸 보면 이상하게도 참을수 없었던 나에겐, 유독 그 아이만이 아름다운걸로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랑 늘 같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선대회장은 키엔이란 아이를 나와 쿄우에게 맡겼다.
    그리고는 잘해보리라 믿는다며 키엔이란 아이를 우리들에게 강제로 떠맡기고 가버렸다.
    그 아이는 말을 하지 못했다.

    또 모두가 지었던 그 그늘진 표정을 지은체 두려워했다.
    선대회장이 없어서 그랬는지 매우 불안해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그런 아이들을 많이 다뤄봤기에 어떻게 다루는지정도는 대충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나 혼자가 아니었다.

    쿄우가 늘 내 옆에 있어주었고, 나머지들도 같이 키엔과 얘기하며 놀기 시작했다.
    그 아이한테 글자를 가르치고 말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입모양으로 이야기를 시작했고,
    마침내 그 아이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었을때,그때 나와쿄우밖에 없었다.
    그때 너무나도 기뻤던 나는 그 아이를 끌어안아 버렸다.


    그 아이가 온 날을 기념일로 정해 우리는 2년뒤 키엔의 생일파티를 차려주었다.
    선대회장의 말을 들었을때, 아마도 그 아이는 쭈욱 혼자였던듯 했다. 그나마, 그 아이가 처음으로
    마음을 연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마저 사라져버려서 저렇게 슬퍼했었던 거라고 했다.

    어찌됬든 그 사실을 들은날부터 나는 그 아이만을 챙겨주었다.
    어쩔때는 같이 자기도 했고,하루종일 쭈욱 같이 있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나보다.
    나는 그 아이를 많이 사랑하지만, 그 아이는 나보단 쿄우를 더 사랑했다.

    하지만 섭섭하다곤 생각지 않는다.
    키엔은 나에겐 특별한 아이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 확실한 사실이다.
    하지만, 키엔만이 나에겐 전부가 아니다. 나에겐 아르넨이 전부이고, 모두가 전부이다.
    그렇기에 슬프지도,섭섭하지도 않다.

    아무런 슬픈 과거도 없는 나에겐, 모두가 키엔과 같은 아이들뿐이다.
    아직도 나에겐 어린아이들일 뿐이다.


    852년 11월 29일 ‘에리카 히스 루 리진’





    지금은 없지만, 최근전까진 나도 혼자가 아니었다.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아이가 없으니 나는 혼자가 된거나 다름없었다.
    늘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 아이의 시선만 보면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겐 나밖에 없었고, 나역시 그 아이밖에 없었다.
    그 아이를 내 곁에 둔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단,놓쳐버린것이 후회가 되버린다.
    왜 나는 잡지 못했던 걸까. 왜 나는 부르지 못했던 걸까.

    너무나 소중해서 늘 안아주던 그 아이를.
    너무나 소중히 여겨서 늘 곁에 떼놓은적이 없던 그 아이를.
    왜 나는 중요한 순간에 놓쳐버린걸까.

    그래서 왜 나는 이별을 하고 말았던걸까.
    결정적인 순간에 이별을 말한건 결국엔 나였던걸까?
    그 아이를 놓쳐버린 그 순간은 나에겐 악몽으로 다가와 밤마다 나를 괴롭혔다.

    그 아이는 죽었다.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내가 꿈이라도 꾸었으면 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난 나는 날마다 그 아이를 씻겨주지도 못하고,안아주지도 못한다.
    더 이상 그 아이의 시선을 느낄수 없다. 그러한 사실들이 나는 견디지 못하게 괴롭다.
    너무나도 허망하다. 그 아이의 자리가 이토록 컸었던 걸까.

    몸이 지치고 마음이 지쳐버렸다.
    내 두눈엔 늘 그 아이가 아른거렸었는데.
    내 마음과 머리는 늘 그아이를 찾았었는데.
    내 귓가는 가끔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었는데.

    약한 내가 너무나도 밉다.
    너무나도 나약해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한 내가 너무나도 치욕스럽다.
    원망스럽다.

    자살을 생각도 해보았다.
    그만큼 그 아이는, 루는 나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아이였다.
    있는정 없는정 그 아이에게 다 쏟아부어주었었다.

    마족과 계약했을때 나는 그 아이정도면 지킬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10년전 나는 너무나 오만했었고, 10년뒤 결국엔 그 오만함 때문에 아이를 잃어버렸다.
    결국 그 아이를 죽여버린건 나였다.

    내가 신경만 썼었더라면.
    내가 그 아이를 데려가지 않았더라면,조금은 더 행복할수 있었을텐데.

    다시 또 눈물이 흐른다.
    다시 또 가슴이 욱씬욱씬 거린다.
    나의 귓가엔 더 이상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주 가끔씩 들려오던 그 목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한다.
    내 눈엔 더이상 그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늘 보이던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을때 나에게 달라붙는 아이가 없다.
    나에게 씻겨달라고 칭얼거리는 애도 없고,졸리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도 없다.
    그 넓디 넓은 방에는 나밖에 없다.
    그 아이가 쓰던 물건들은 하나같이 제자리에 다 있는데, 그 아이만 제자리에 없다.
    나 혼자 그 아이가 있던 제자리를 바라만볼뿐이다.

    사는것이 싫어졌다.
    그 아이가 없으니 정신도 제대로 차릴수 없어 늘 멍할뿐이었다.
    제발 그 아이가 살아있길 바라지만, 그건 있을수 없는 일.



    그래서 나는 과거를 헤매인다.
    그래서 나는 현실을 거부한다.



    852년 11월 30일 ‘루시드 아 리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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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쿄우누나미워효(......)
    내아이디로꽉채울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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